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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82화 (82/136)

〈 82화 〉 2부 29화 죽음의 관한 의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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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9화 죽음의 관한 의혹 (2)

"안녕하세요. 공명님 우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효진이라고 합니다."

"최희라고 해요."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맡기더군. 현실 세계의 종찬이 너와 비슷한 또래라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정을 주고 말았지.

그때쯤 종찬이 너도 꿈을 자각을 하기 시작 했고, 어느 순간 아들의 복수보단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이나 손자인 종찬이 네가 내 아들처럼 혹여나 자각력을 잃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지. 그리고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종찬아, 이렇게 허락도 없이 할아버지의 서재에 마음대로 들어오다니.."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러 온 것이냐?"

"아니요. 할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갑자기 이 할아버지한테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할아버지, 흑협이세요?"

그때 느꼈다. 내가 아들의 복수를 위해 흑협들을 사냥하러 다녔다면 아마 지금쯤 나는 누군가에게 지배석을 빼앗겨 꿈을 인지하지 못했겠지. 그래서 지금처럼 꿈속에서 내 손자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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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서재에 앉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신 뒤 생각에 빠지신 듯 눈을 감고 한참을 계셨다.

"할아버지, CCTV에 아버지가 직접 뛰어내리신 것을 보셨다고요?"

"그래. 내 눈으로 직접 보았지."

아버지의 조원들이 같은 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타살 가능성의 여부도 생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계신 건 아닐 텐데.. 아무리 자각력을 잃었다고 해도 같은 날 그렇게 죽을 수 있다니..'

"아버지의 조원들에 대해서도 아시는 것 있으신가요?"

"일렉이와 호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냐?"

"아, 아버지 조원의 이름이 일렉님과 호태였나요?"

"그래. 내 아들과 같은 날에 자각력을 잃었지. 그 녀석들도 나를 아버지처럼 여기고 잘 따르던 녀석들이었는데..."

"현실 세계에서 찾아볼 생각은 안 하셨어요?"

"그 녀석들을 말이냐?"

"네. 그분들은 아버지가 누구한테 자각력을 잃었는지 알고 있을 것 아니에요."

"드림관리재단에서도 A급들의 현실 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단다."

"그래도 꿈속 세상에서는 외형적으로 얼굴은 바꿀 수 없으니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지 않나요?"

"얼굴 하나 가지고 찾는 건 힘들지만, 시간을 들였다면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자각력을 잃고 힘들어하는 그 녀석들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다."

"...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종찬아, 혹여나 누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게 되어도 복수할 생각은 하지 마라."

"네?"

"처음에는 이 할애비도 내 아들이 자각력을 잃은 슬픔에 자살을 선택했으니 내 아들의 자각력을 빼앗은 그들을 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그들도 자신의 자각력을 잃지 않으려 내 아들과 전투를 펼쳤겠지. 그들에겐 죄가 없다. 자살은 내 아들이 직접 선택한 것이니까."

내가 광텐에게 감시자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버지가 자각력을 빼앗겼다고 듣지 않았으면 할아버지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미 아버지의 자각력을 잃어버린 사건과 아버지의 조원들이 현실 세계에서 우리 아버지처럼 같은 날 돌아가신 것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네.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어요."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구나."

아버지의 자각력을 잃은 일과 자살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 찼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할아버지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게 하기는 싫었다.

'내가 한 번 알아봐야겠어.'

할아버지와 서재에서 긴 대화를 마치고 나는 방안에 들어와 꿈속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 세상에 들어왔지만, 복잡한 머릿속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낚시를 하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태평하게 낚시를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머리가 복잡하지만, 빨리 S급이 되도록 수련을 해야겠어."

그렇게 수련관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내 앞에 메세지가 나타났다.

­천귀령님의 꿈속에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한 명이라.. 레나 겠군.'

"야, 권종찬!!"

'뭐, 뭐야.. 내 이름을..?'

고개를 돌려보니 잔뜩 화가 나 있는 모습으로 승만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내 꿈속으로..?"

"감히 나를 버리고 가?"

"아, 아니.. 아버지 일로 내가 요새 많이 바쁘다는 걸 알고 있잖아."

"네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내가 채린이한테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알고 있냐?"

"그건.. 네가 괜히 찔려가지고 채린이 얼굴에 과자를 뱉어버려서 그런 거잖아."

"어찌 됐든. 너는 나를 두 번이나 버렸어."

"한번은 또 언제였지..."

"이거 봐. 기억도 못 하네. 귀요미 때 나를 버리고 채린이랑 드림홀을 타고 떠났잖아."

"아, 맞다. 미안해. 근데 내 꿈속의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거야? D급부터 메세지함이 생기는데 지금 너는 D급이 아니라서 초대코드를 펼칠 수 없잖아?"

"채린이가 잠깐 내 꿈속에 들어와서 드림홀을 생성해줬어."

"아, 채린이는 어디 갔어?"

"미내기님의 꿈속으로 간다던데."

"그럼 무슨 일로 온 거야?"

"아까전에 네가 우리 집에서 나를 버리고 갔을 때 채린이한테 부탁했지. 어차피 채린이도 미내기님의 꿈속 세상에 있어서 나 혼자 수련해야 하는데 같이 수련하면 좋잖아."

"음.. 그래. 너랑 같이 수련을 한다 해도 내가 굳이 아이템을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 나도 내 꿈속에 혼자 있는 것도 심심했고 한 번 쯤은 네가 수련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어."

"알겠어. 수련관으로 가자. 내가 너의 수련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도와주도록 할게."

그렇게 수련관으로 들어가 승만이와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승만이는 내 비밀에 대해서 모두 알았기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마음 편히 수련을 할 수 있었다.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서큐버스가 소환되었습니다.))

나는 소환 된 괴도루팡에게 말을 건넸다.

"루팡! 승만이 알지?"

루팡은 자신에게 소개팅해 준 은인을 잊을 리 없었다.

"승만 도령, 정말 반갑소. 그동안 잘 지내셨소?"

"......."

승만이는 괴도루팡의 목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멈추고 있었다.

"저... 저기.. 네가 저번에 말한..?"

"응. 내 두 번째 사역마야."

승만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서큐버스를 응시했고, 나는 서큐버스에게 승만이를 소개했다.

"얘는 내 친구야. 인사해."

"반갑다. 나는 서큐버스라고 한다."

"바, 반가워.."

'승만이 자식.. 너도 남자구나.."

"서큐! 너한테 저번에 선물해준 옷 있잖아. 그거 이 친구한테 돈을 빌려서 산 거야."

"그런가?"

서큐버스는 내 말을 듣고는 승만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군."

"하.. 하.. 나, 나도야..."

승만이는 서큐버스가 자신에게 가까이 오자, 당황해 멍한 표정으로 횡설수설하고 있었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승만아. 우리 서큐버스 알게 된 기념으로 네가 서큐버스에게 옷을 선물 한것으로 치자."

"그, 그래.. 그러자. 암.. 그렇고 말고."

서큐버스의 미모와 꿈속 세상의 과감한 옷차림 덕분에 나는 돈이 굳을 수 있었다.

승만이와 나는 수련관에서 수련을 시작했고, 내 사역마인 괴도루팡과 서큐버스도 자신들의 개인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벌써 보름이 지난 건가?'

외롭게 혼자 하는 수련보다 친구인 승만이와 함께 해서 그런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났다.

"근데 내가 아직 귀속 아이템이 없어서 그런지 네가 엄청 많은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게 얼마나 사기인지 아직 실감이 안 나."

"하긴.. 나는 꿈속을 자각하고 십 년 동안 귀속 아이템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처음에 채린이가 알려줬을 때 나도 꿈속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

"이 꿈속의 아이템들과 사역마는 누군가에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자연적으로 생겨난 걸까?"

"드림관리재단에 써니라는님한테 들었는데 수많은 가설들이 있고, 그것을 파헤치려 끈임없이 연구중이라 하더라."

"이곳 세상은 참으로 신기하단 말이지."

­천귀령님의 꿈속에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수련관에서 승만이와 대화를 하던 도중 내 앞에 침입 메세지가 나타났다.

'혼자? 레나 인가?"

나는 승만이와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무슨 일 있어?"

"음.. 침입 메세지가 나타났는데 일단 여기 있어 봐. 갔다 올게."

"아, 알겠어."

수련관 입구에서 혹시 모를 침입자에 대해서 잔뜩 경계를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후.. 침입메세지로 이렇게 긴장되는 게 얼마 만이더라..."

'만약 내 꿈속에 내가 혼자 있었더라면 이 정도로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드림관리재단에서 써니님이나 내 조원들이 와서

승만이랑 마주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명이면 레나나 채린이기를 빌어야 하나..?'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이템을 생성했다.

"어둠의 그림자 망토 생성!"

((스킬 회피력이 증가합니다.))

((감지 스킬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림자 은신술의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은신술!"

((은신 상태로 전환합니다.))

은신 상태로 전환하여, 침입자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때 레나가 다가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

"구령 오빠! 구령 오빠!! 구령 오빠는 어디 가신 거지?"

나를 애타게 찾는 레나에게 다가가 등을 톡톡 치며 내 은신 상태를 풀었다.

((은신 상태가 풀립니다.))

"꺄악!"

"놀라지 마. 나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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