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만 꿔도 세계 최강-60화 (60/136)

〈 60화 〉 2부 7화 할아버지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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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화 할아버지와 아이들

할아버지는 건너편 낚시 의자에 앉아 마치 우리를 감시하는 듯한 제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나갔다.

"괜히 미안하구나. 내 제자들 때문에 네가 상황이 난처해졌구나."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그런데 할아버지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예의가 없네요."

"원래 그 정도 까지는 아닌데.. 워낙 프란과 흑협들을 싫어하다 보니 아까 네가 한 말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것 같구나."

"그런 거라면 제가 이해해야겠지만, 지금도 저희를 지켜보는 것이 마치 감시를 받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불만 섞인 내 질문에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혈육이란 것이 원래 무섭지 않느냐? 저 아이들도 행여 내가 너로 인하여 딴마음을 품을까, 걱정하는 것이지."

"딴 마음이요?"

"현실 그리고 꿈속 통틀어 너는 내 하나뿐인 손자잖니. 그 손자가 행여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네가 선택한 그 길을 믿고 축복해줄 수 밖에 없겠지."

"아.... 네."

"저 아이들은 내가 그렇게 행동할 것을 예상하고 걱정하는 것이지."

"그러면 굳이 저 사람들한테 이야기할 필요 없이 할아버지 혼자 제 꿈속으로 오시지 그러셨어요."

할아버지는 나와의 대화가 자신의 제자들한테 들리지 않는 거리라는 것을 아시는지 내 이름을 부르셨다.

"종찬아."

"네. 할아버지."

"저 아이들도 우리 종찬이까지는 아니지만, 이 할아버지가 많이 정을 준 손자, 손녀 같은 녀석들이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단다."

할아버지가 제자들을 알게 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만큼 아끼고 있다는 것은 마음 깊이 전해져 왔다. 그렇다고 할아버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진 건 아니다. 오히려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저들의 마음과 현실 세계의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내 자신이 비교가 되어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잘하셨어요. 저 때문에 할아버지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되죠."

"그래. 이해해준다니 고맙다. 나는 네가 한 달 정도면 생각할 시간이 정리될 줄 알았다."

"현실 세계의 주말이면 꿈속 세상으로 석 달인데.. 저에게 그때까지 시간을 주세요."

"알았다."

"할아버지 혹시 기분 상하신 건 아니죠?"

"아니다. 오히려 신중한 모습이 보기 좋구나."

"감사해요."

낚시를 마무리 짓고 할아버지는 자신이 있던 곳으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령아, 현실 세계에서는 삼 일은 짧지만 꿈속 세상은 석 달이란다. 부디 알차고 소중하게 보내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생각의 끝에는 이 할아버지와 함께였으면 좋겠구나."

"네. 할아버지.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렇게 할아버지는 같이 왔던 제자들과 드림홀을 생성하고 떠나셨다.

'할아버지와 그 버릇없는 녀석들이 떠나니 고요하군.'

할아버지 말씀대로 석 달을 알차게 쓰기로 마음을 먹고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한 달 중에 보름이 훌쩍 지나버렸다.

"흠... 상태창!"

경험치[21/120]

체력 [611/611]

마력 [891/891]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과 강산과의 대련으로 인해 경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나에겐 치유의 투구가 있지만, 1일 1회 한정이기에

체력 위주로 수련을 하다 보니 체력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오솔길 산책은 피로회복에 좋은 것 같아. 후... 이렇게 고요할 때는 늘 누군가 쳐들어올 것처럼 불안하던데...'

채린이와 오솔길을 산책했을 때 만들어 놨던 산속에 매미들이 나무를 붙잡고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을 때 갑자기 내 앞에 메세지가 나타났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이제 침입만 했다 하면 기본 셋 이상이군... 할아버지와 못난이 삼 형제가 다시 온 건가?'

평야 한가운데 서서 침입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저 멀리서 세 명이 실루엣이 보였다.

'한 명은 키가 좀 작은데...?'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며 가까워지자 그만 나는 반가운 마음에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웬일이십니까!? 백현님과 혜윤님 그리고 귀여운 나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나가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내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어이쿠! 나나야.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천귀령님. 보고 싶었어요."

나나를 필두로 백현과 혜윤이 차례차례 내 앞으로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천귀령님!

­또 뵙네요! 귀령님!

"혜윤씨랑 백현님도 어쩐 일이세요?"

백현은 아무래도 내 말이 신경이 쓰였는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혜윤이한테는 씨라고 하시고 저한테는 님자를 붙이시네요. 친근감에 따른 표현이신가요?"

"하하. 아닙니다. 그냥 저는 두 분 다 편안하게 부르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백현과 나와 대화하고 있는 사이 혜윤은 내 꿈속 세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근데.. 진짜 히렌님의 말대로 귀령님은 수련충 이신가 보네요? 꿈속에 뭐 볼만한 게 하나도 없네요."

"그렇긴 하죠. 제가 수련을 하면서 제 꿈속 세상을 꾸미는 것에 대한 취미는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그래도... 무슨 산이랑 이렇게 평야밖에 없을 줄은 몰랐네요."

"아차, 제가 손님 대접 할 줄은 생각도 못 해서 잠깐만 기다리시죠."

나는 급하게 넓은 평야의 자리를 잡고 집을 한 채 구현하였다.

"그럼 이제 안으로 들어오시죠."

"실례하겠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온 백현과 혜윤 그리고 나나는 내가 미리 구현해 놓은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급하게 구현한 것 치고는 꽤 괜찮네요?"

"혜윤님, 그만 놀리시죠?"

"호호, 귀령님 놀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니까요."

"그건 그렇고 무슨 이유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제 꿈속을 찾아오신 겁니까?"

내 꿈속에 방문한 이유를 묻자 백현과 혜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왜 그러시죠?"

그때 집 안에서 낯익으면서 그리웠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거봐. 귀령이는 눈치 못 챈다니까.."

"뭐, 뭐야? 이 목소리는 채린인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점점 내 시야에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채린이가 나타났다.

"너.. 뭐, 뭐야...?"

채린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뭘 놀래?"

"너는 은신 기능 아이템이 없잖아?"

"내 새로운 귀속 아이템 기능이다. 어때?"

"뭐!? 그렇다는 건...."

"이 몸이 S급으로 승급했다는 거지!"

채린이는 못 본 사이에 S급으로 승급을 하였고 자신의 새로운 귀속 아이템을 가지고 와서는 내 앞에서 자랑하듯이 뽐냈다. 백현의 아이템이자, 내 은신

스킬이었던 망토와는 다르게 채린이는 반지를 끼고 있었다.

"어때? 예쁘지?"

"그, 그래. 이쁘네."

"네 꿈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백현님과 혜윤님이랑 내기를 했거든. 네가 감지를 할 수 있나 못 하나."

"나는 백현님과 혜윤님, 그리고 나나가 왔길래 아예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있었지."

"근데 왜 백현님과 혜윤님은 널 그렇게 과대평가하냐?"

"하하... 내가 뭔가 믿음직한 느낌이잖아."

"그래도 침입 메세지가 네 명이 떴을 텐데 둔하긴...."

"아, 그러고 보니.. 침입 메세지는 네 명이었지..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했어? 침입 메세지가 뜨면 위험할 수 있으니 어디 숨어있다가 들킬 것 같으면 현실 세계로 복귀하라고 했어? 안 했어?"

"그것도 미, 미안하다."

"물가에 어린애를 놓고 온 어미의 심정을 이리도 헤아리지 못하다니.. 후.."

혜윤은 채린이의 한 맺힌 목소리에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풉.. 죄, 죄송합니다. 천귀령님이 쩔쩔매시는 모습이 웃겨서.."

'이 여자가... 진짜..'

채린이는 나에게 한참을 쏘아붙이고 난 뒤 백현과 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기는 제가 이겼네요!"

"축하드려요. 천하의 귀령님도 역시 채린님한테 약해지시는군요."

"백현님도 혜윤님과 마찬가지로 귀령이를 너무 좋게 평가하신다니까.. 덕분에 내기에 이겼지만.. 풉.."

"하하, 저희가 온 이유는 채린님을 배웅도 해드리고 귀령님의 꿈속도 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 오게 됐습니다."

"그러시군요."

백현과 혜윤 그리고 나나는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의자에서 일어났다.

"저희는 볼일이 끝났으니 가봐야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저희가 오늘 찬휘님과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신가요? 그럼 다음에 놀러 오세요. 미리 말씀하시고 오신다면 그때는 극진히 대접해드리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채린님 내기의 상품은 다음에 드리겠습니다."

"네. 기대할게요."

백현과 혜윤 그리고 나나는 드림홀을 타고 떠나고 채린이와 나와의 어색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채린이도 활발했던 아까전과는 다르게 말 없이 자신이

새로 얻은 귀속 아이템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 어색한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채린아, 우리 할아버지..."

"어떻게 알았어..?"

"네가 깨고 나간 액자 사진을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어.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네가 우리집을 뛰쳐나간 게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

"괜찮아. 너는 너고 그분은 그분이시니까. 나도 사실 그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 식사 자리에서 딱 한 번 뵌 게 다거든.."

"그래. 현실 세계에서 할아버지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할아버지가 감시자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고.. 걱정하지 마. 채린이 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했으니.."

"고마워.. 나도 이제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채린이와 할아버지 사이에 한 번 마주친 것 말고는 서로 접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안 물어볼 거야? 내가 감시자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

"어차피 물어봐도 안 알려줄 거잖아."

채린이는 내 대답을 듣고는 할 말이 없는지 피식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언제 S급으로 승급하셨대?"

"나야. 워낙 천재니까.. 귀속 아이템도 공격계열은 아니지만 제법 나한테 필요한 아이템이 나온 것 같고."

"은신 계열의 아이템이면 제법이 아니라 좋은 아이템이지. 그나저나 여태까지 어디 꿈속에 있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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