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2부 4화 드림관리재단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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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4화 드림관리재단 (4)
소희는 볼가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 내리며 언제 울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장백아, 지금 나를 걱정해주는 거야?"
"그, 그래.. 그러니까 근신 처분 받는 기간 동안 서로 강해지자고."
"알겠어!"
소희는 그렇게 자신의 꿈속으로 돌아가고 장백은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채린아... 너를 위해 강해질게."
자신이 알고 있는 채린이는 절대로 잘못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지금의 자신은 채린이를 보호할 힘이 없지만, 강해져서 훗날 채린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누구든지 채린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주먹을 쥐며 굳게 다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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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로 복귀한 나는 어째서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채린이를 막상 볼 생각을 하니 말문이 턱하고 막힐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복잡한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채린이는 아직 안 온 건가?'
조회 시간이 되도록 채린이는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들어오셨다. 그러자,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무슨 일이지?"
"선생님, 아직 청아가 안 왔는데요?"
"아, 청아는 오늘 몸이 아파서 쉰다고 하는구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니까 괜찮을 거야."
'채린이가 아프다고?'
선생님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었지만, 아마 채린이는 어제 이후로 나를 보기 껄끄러워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다.
'채린이도 꿈속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냈을 텐데.. 아직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건가? 내가 채린이의 집을 찾아가는 건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겠지? 그냥 집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가 금지구역에 대해서 살짝 물어볼까..?"
테라에게 할아버지가 감시자라는 것을 밝히고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테라 또한 감시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테라에게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른 듯 했다. 그렇게 수만 가지의 걱정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나서야 학교가 끝이 났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벌써 피곤하네.'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승만이와 지은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이는 나를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나를 불러댔다.
"종찬!!!"
"응.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자식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서 그래?"
"무슨 날인데?"
"바로 금요일이잖아! 불금!!! 놀아야지!!"
'맞다. 오늘 금요일이었지...'
채린이의 대한 걱정으로 금요일인 것을 깜빡했지만, 나를 더욱더 실망스럽게 만든 건 채린이가 내 꿈속으로 나를 만나러 와 주지 않는다면 체감상 3개월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아.. 금요일이었구나.."
"뭐야? 안 기뻐? 승연이는 청소 당번이라 청소하고 곧 올 거니까 기다리자."
나는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지은이에게 말했다.
"청아, 오늘 학교 안 나왔어.."
"알고 있어. 아까전에 통화했어. 집에 병문안 가겠다고 하니까 오지 말라고 하더라. 감기 기운이 살짝 있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래."
"그래?"
'채린이가 지은이랑은 통화를 했구나.'
섭섭한 마음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시나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 건 사실이다. 채린이 성격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꿈속 세상과는 다르게 이곳 현실 세계에서 채린이는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아마, 나에게 자신의 현실 세계의 정보를 넘겨준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요즘 생각할 게 많아져서.. 근데 뭐하려고?"
"오늘은 승만이네 집에 놀러 가려고!"
"이번에는 승만이네 냉장고를 털려고?"
"나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왜 너는 너희집 놔두고 자꾸 남의 집에만 놀러 가냐?"
"우리가 남이가!?"
지은이의 뻔뻔한 행동에 고민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잠시나마 홀가분해진 느낌을 받았다.
"풉."
"종찬아, 웃어?"
"아, 아니야.. 아무튼 오늘은 집에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아."
"왜??"
"그냥 오늘은 피곤하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알겠어.."
'아무리 내일 학교가 쉬는 날 이래도 이런 기분으로는 놀 수 없지.'
그렇게 지은이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할 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가만히 서 있었던 승만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갔으면 하는데..."
"응?"
갑작스럽게 승만이가 던진 말에 나와 지은이의 시선은 승만이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승만이는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니, 여학생 둘을 집에 데리고 간 적은 없어서 별일 없으면 같이 가자."
'승만이가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하루 정도는 괜찮으려나?'
승만이의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승연이의 치료비 문제도 그렇고 삐진 루팡을 풀어주는 것에 대해 도움을 주었던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지은이가 너희집을 난장판을 만드는걸 용납할 수는 없지. 하하."
"고마워!"
"죽.."
"아니요. 지은님 죄송합니다."
"이, 자식 눈치가 늘었어.."
승연이가 청소 당번을 끝내고 합류했고, 곧바로 택시를 타고 승만이네 집으로 이동했다. 승만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았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 보니 혼자 살기에는 꽤 넓었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들이 눈에 띄었다.
"우와, 니네집 좋다?"
"지은아, 마실 것 좀 줄까?"
"좋지!"
모두 같이 모여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고 지은이와 승연이는 소화 겸 승만이의 방을 구경하러 갔다. 나는 거실 의자에 앉아 승만이가 내준 과일을 먹고 있을 때 내 핸드폰에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다. 테라."
"내가 저녁에 전화를 하려 했는데 무슨 일 이지?"
"다른 건 아니고 감시자 쪽에서 나랑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했던 조다영이라는 감시자를 기억해?"
"응. A급이라 금지구역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던.. 맞지?"
"오늘 그 감시자가 나를 찾아왔다."
"현실 세계의 너한테?"
"그래."
"도대체 어떻게...?"
"재활 센터에서 갔다가 우연히 나를 알아보고 찾아왔다더군."
"너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하러 온 거야?"
"아니, 그 여자는 내가 자각력을 잃은 것을 알고 있더군. 하긴 흑협들중에 정보를 내통하는 자가 나 말고 또 있었겠지."
"그래서 찾아온 용건은?"
"내가 여태까지 얻은 정보를 원했지. 현실 세계의 돈으로 환산해서 준다고 하더군."
"네가 자각력을 잃었으니 정보교환 대신 돈으로 준다고 한 거군."
"그래. 하지만 나와 너는 정보를 원하지 않는가?"
"그렇지."
"정보의 교환을 원한다니까 이유를 묻더군. 자각력을 잃은 내가 정보를 얻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내 친한 동생이 자각력을 깨우쳤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둘러댔지. 크하하하!"
"그랬더니?"
"좋은 정보를 교환하려면 둘 중 하나야. 우리도 그에 합당하는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정보의 질이 안 좋으면 양으로 승부를 하던가."
"대부분 정보 교환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겠지."
"내가 자각력을 잃은 상태니까 이제는 너 말고 꿈속 세상에서 정보를 추출할 사람은 없어."
"그래서 말인데. 지배석을 한번 잃게 되면 다시 자각할 방법은 없는 건가?"
"그건 왜 묻지?"
"테라, 네가 다시 자각을 한다면..."
"없어. 차라리 한 번도 자각하지 못한 사람을 자각하게 만드는 게 더 쉽지."
"그런 방법이 있어?"
"일단 계속 꿈속을 인지 할 수 있다고 머릿속에 세뇌를 시키게 중요하지. 아, 참! 꿈 일기 또한 효과가 있어."
"꿈 일기? 그게 뭐야?"
"아, 너는 내츄럴 루시드 드리머라 모르는 건가? 꿈일기는 매일 자고 일어나서 꿈을 꿨으면 일기를 쓰는 거지. 최대한 일어난 다음에 바로 쓰는 것이 좋아. 자고 일어나면 꿈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니까."
*꿈 일기 : 실제로 루시드 드림을 배우는 방법. 검색 참조.
*내츄럴 루시드 드리머 : 노력이나 배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꿈을 인지하게 된 사람. 내츄럴 루시드 드림인 이라고도 부른다.
"아, 그런 방법이 있있어? 근데 과연 이야기를 하면 믿을까?"
테라는 입꼬리를 씰룩 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 너 필살기 있잖아."
"뭐?"
"정색하면서 '라이덴 소드 생성!' 크하하하하!!!"
"그, 그렇긴 하네.. 그러면 믿어주기는 하겠네.."
"자각력을 잃은 사람한테는 쓸데없긴 하지만,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봐. 너 같은 괴물도 나타나는 시대이니 말이야."
"이럴 때 너 같은 조력자가 꿈속 세상에서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
"크하하! 나 같은 조력자는 찾기 힘들지. 아무튼 조다영이 그에 합당하는 정보를 주지 못하면 이미 나에게 자신을 노출 시켰으니 이제는 돈도 상관없다고 하는군."
"현실 세계의 돈이겠지?"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네 사역마의 복사능력은 돈을 복사할 수는 없나?"
"이미 해봤어. 초월의 기운이 깃들지 않는 이상 복사는 불가능하지."
"그럼, 학생이라 가진 돈도 없겠군."
"뭐 말할 것도 없지."
"조다영이 금지구역의 대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우리에게 준다고 하면 우리가 가진 그에 합당하는 정보는 딱 두 가지밖에 없네."
"그게 뭐지?"
"인벤토리창의 고유 능력과, 각성자의 분노 히든스킬."
"그건 유출되면 안돼."
"흠... 그렇다면 내가 여태까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금지구역의 정보에 대한 값으로 턱없이 부족해. 아마 자잘한 것을 얻는 정도겠지."
"그러면 돈밖에 없는 건가...?"
"중요한 정보는 최소 억은 달라고 할 텐데.. 아무튼 만나봐. 그 여자에게 네 닉네임을 알려줬으니, 초대코드가 너에게 올 거야."
"만약 함정이면?"
"걱정 마. 정보의 관한 거면 나만큼이나 욕심의 많은 여자니까."
"알겠어."
테라와의 통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조다영이라는 여자는 현실 세계 자신을 노출시켰다. 아마 테라는 자각력을 잃었으니 테라의 말대로 마지막 인사 정도 쯤이라고 가볍게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테라는 조다영에게 정보를 요구했다.
'이미 현실 세계의 자신이 노출되었으니 정보교환은 현찰로도 상관 없다는 건가? 하긴 돈도 결국 정보일 테니까.. 현명한 여자군. 이런.. 은신기술을 써서 은행이라도 털어야 하나..'
"무슨 통화를 한 거야?"
깜짝 놀라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박승만은 언제 왔는지 옆에서 과일을 먹으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언제 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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