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1부 47화 나의 할아버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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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7화 나의 할아버지 (2)
할아버지는 뭔가 생각이 나셨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 지배력을 확인했을 때 남들보다 지배력 등급이 높지 않았더냐?"
"네. 할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그래도 정말 좋은 스승을 만났구나.. 다른 사람이었으면 네 등급을 보고 이해할 수 없어서 너의 자각력을 뺏었을 수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의구심을 가지고도 너를 믿었나 보구나.."
"할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남들보다 지배력 등급이 높다는 사실을?"
할아버지는 또 한 번 웃음을 지으시고는 말을 이어 나가셨다.
"허허. 그건 이 할아버지의 귀속 아이템에 있는 스킬이란다. 아주 느리지만, 등급의 경험치를 올려주는 스킬. 네가 꿈속을 자각하기 시작했을 때 몰래 네 꿈속으로 들어가 너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할아버지 스킬.. 영구적인 건가요?"
"그렇다. 말한 대로 아주 느리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10년 동안 혼자서 구현을 하고 놀았으니 기본 사람보다는 지배등급이 높게 잡혔을 거다."
'그럼 나는 천재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경험치 버프로 지배등급이 높았던 거였군.'
"귀속 아이템을 알고 있는걸 보니 종찬이가 벌써 D급은 되었나 보구나. 버프를 걸어주길 정말 잘했어."
할아버지에게는 내가 B급으로 올랐다는 사실까지는 알리지 않았다. 놀라게 해주고 싶은 이유도 있었고, 전투로 인해 빠른 속도로
등급을 올렸다고 이야기를 하면 할아버지가 걱정하실 것이 뻔했다.
'천천히 이야기하는 게 좋겠지.'
"당연히 사역마도 있겠지?"
"네. 사역마도 있어요. 변태 같은 녀석이지만, 꽤 강해요."
"할아버지가 당장이라도 네 꿈속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고 싶지만, 요즘 드림관리재단이 많이 바쁜 관계로 바로 가볼 수가 없단다."
"괜찮아요. 저는 혼자서 수련을 잘하고 있고, 아까 말한 스승도 있어서 제 꿈속을 함부로 침입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조만간 바쁜 일이 정리되는 데로 네 꿈속으로 갈 테니, 그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자러 가볼게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서재를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찬아,"
"네."
"그래도 조심하거라."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는 걱정어린 표정에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의 손자를 믿으세요."
"그래."
할아버지의 서재에 나와 방안으로 들어왔다. 채린이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통화는 할 수 없었고, 점점 밤은 깊어갔다.
'채린이는 끝까지 전화를 안 받는군.'
((미스터 츄~ 입술 위에 츄~))
그때 손에 쥐고 있던 내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급하게 발신인을 확인했다.
'엇.. 왜 전화를 했지..'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테라'였다.
"테라, 무슨 일이야?"
테라는 굉장히 화가 난듯한 기운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질 정도로 호통을 쳤다.
"애송이! 내가 꼭 전화를 해야겠냐!?"
"응?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꿈속에서 한 달 동안의 일들을 나한테 이야기를 해주어야지. 어떤 식으로 가야 할지 작전도 짜고 그럴 것 아니야!"
"아.. 미안. 오늘은 좀 정신없는 일들이 있어서."
"왜? 심각한 일인가?"
"아, 그 정도 까지는 아니고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그보다 다리는 어때?"
"이 애송이가.. 너는 나를 못 본 지 체감상으로 한 달이 지나겠지만, 나는 자각력이 더 이상 없으니 현실 세계로 고작 하루밖에 안 지났어."
"아.. 자꾸 미안해지네."
"감각은 많이 돌아왔어. 아직 걸을 수는 없지만, 혼자서 일어서는 것을 성공했지. 내일부터는 재활센터도 가니까, 내 몸상태는 걱정하지 마."
"그래. 일단 B급으로 승급했고, 이번 한 달 동안 사역마 스킬은 못 얻었지만, 귀속 아이템 5개를 얻었고, 고유의 스킬들도 제법 쓸만해."
"그래?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지."
나는 테라에게 히렌의 꿈속에서 얻은 아이템과 스킬의 정보들을 말해 주었다.
"음, 타오르는 용마안과 어둠의 그림자 망토는 꽤 쓸만한데?"
"나도 그렇게 생각은 했어. 이번에 얻은 아이템 중 테라 네가 알고 있던 건 없어? 흑협한테 얻은 아이템이 3개나 되는데."
"탐지계열, 공격계열, 봉쇄계열 조를 짜는 방식으로 보아 래건이라는 자의 수하들일 가능성이 커 래건이라는 자가 3인 1조를 짤 때 즐겨 쓰는 방식이거든."
"조를 짜는 방식?"
"흑협은 자기 수하들의 조를 짜는 통솔권은 각각 대장급한테 있거든. 조금 더 공격적인 대장이 조를 짠다면 봉쇄계열 하나에 공격계열 둘을 넣는 방식을 쓰지. 아니면 봉쇄계열 대신 방어 계열을 넣거나, 그에 비해 래건은 공, 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선호하지."
"내가 흑협중에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람은 없어?"
"네가 귀속 아이템을 많이 얻었다고 하지만 A급 이상은 아직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들이 아이템을 다루는 능력과 지배력을 무시하면 절대 안 돼."
"그래."
"현실 세계에서 쓸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 나오는 판타지적인 세상이다. 아직 내가 모르는 아이템들과 사역마 스킬이 많으니 몸조심해라."
"그래. 내일은 내가 전화하지."
"애송이, 까먹지 말아라! 크하하하하!"
테라와 전화가 끝나고 채린이 전화를 기다렸지만, 채린이의 전화는 결국 오지 않았다.
'도대체.. 우리 할아버지랑 무슨 사이길래 이렇게 내 전화까지 피하는 거야..'
결국 피곤함에 지쳐, 어쩔 수 없이 내 꿈속 세상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할아버지와 채린이의 관계가 안 좋은 사이가 아니길 바래야 겠어.'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혹시나 채린이가 내 꿈속에 기다리고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꿈속에 들어왔지만, 레나가 구현해놨던 텅 빈 낚시터만이 나를 반겼다.
'도저히 오늘은 수련할 맛이 안나.. 낚시나 해야겠다.'
낚시터 의자에 앉아 물가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채린이는 아마도 히렌의 꿈속에 있을 것이고, 나한테 이야기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그때 내 꿈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래도.. 꿈속 세상에서 한 달만 있으면, 현실 세계에서 채린이를 학교에 볼 수 있으니까..'
[천귀령님에게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혹시나 채린이가 메세지를 보냈을까 서둘러 설정창에 들어가서 메세지함을 확인을 했다.
[구령 오빠, 레나 꿈속 놀러오신다는 약속을 꼭 지키셔야합니다! 한달중에 편하실 때 오세요.]
'레나한테 온 메세지군.. 이번 꿈속에서 이틀 정도는 쉬었다 가도 되겠지?'
초대코드와 함께 온 레나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낚시터를 새롭게 다시 구현을 하고 하루동안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계속 낚시터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 없어서 하루 동안이라도 수련에 매진하기로 했다.
"강풍의 질주!"
((민첩성이 일시적으로 10% 증가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접근해서.'
"쾌속의 순보!"
'상대방 앞에서 쾌속의 순보로 상대방의 위쪽으로 순간이동 한 뒤!'
"뇌신의 격."
지지직펑!!!
'빠르게 접근한 뒤 쾌속의 순보를 이용해 상대방의 시야에서 사라진뒤 상대방 위쪽에서 나타나, 뇌신의 격. 후..... 소드와 도끼를 양손에 끼고 있는 모양새는 별로인데, 연계 공격은 제법 나쁘지가 않네.'
스킬 연계 위주의 수련이 끝나고, 약속대로 레나의 꿈속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나저나, 레나 꿈속에 가서 뭐하지...?'
'드림홀'을 생성하고 레나의 초대코드를 펼쳐, '드림홀' 안으로 진입했다.
펑!!! 펑!!
아악!!!!!!!
펑펑!!!!
방어해!! 뚫리지 마라!!!
'이, 이건 무슨 소리지?'
레나의 꿈속을 진입하자마자 사방에서 고막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터졌고, 사람들의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전쟁 영화에서 볼법한 장면과 소리들이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니.. 분명 레나의 초대코드를 펼치고 들어온 건데... 도대체 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상황에 내 몸이 굳어져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일단... 정신부터 차리자.'
"어둠의 그림자 망토 생성!"
((스킬 회피력이 증가합니다.))
((감지 스킬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림자 은신술의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은신술!"
((은신 상태로 전환됩니다.))
일단 내 몸을 숨기기 위하여 어둠의 그림자 망토를 생성한 뒤 그림자 은신술 스킬을 시전했다. 상황을 파악하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스킬을 쓰는 소리가 뒤섞여 귀가 먹먹한 느낌까지 들었다.
'굉음 때문에 집중이 안 돼..'
"음소거 반지 생성!"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고요한 부스'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부스!"
'후... 이제 좀 조용하군...'
고요한 부스를 이용해 주위가 조용해지자 내가 들어온 꿈속을 천천히 살펴봤다.
'레나의 꿈속으로 들어온 게 맞는 건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어 '드림홀'을 생성할 수도 있었지만, 내 귀를 파고들 정도로 전투 소리가 치열하다면 그만큼 사람들도 이곳에 많이 모여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은신 상태를 이용해 괴도루팡을 소환한 뒤 수 많은 아이템을 복사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위험하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일단 고요한 부스를 벗어나야겠어.'
신체접촉만 하지 않는다면 노출이 될 염려가 없었기에 몸에 닿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소리가 들리는 격전지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높은 곳으로 올라가 아래를 살펴보고선 경악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양쪽으로 대열을 가다듬고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감시자와 흑협들의 싸움인 건가..? 엇, 저기..'
오른쪽 진영에 수많은 사람들 틈 사이로 레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나는 자신의 아이템인 마법의 플룻을 들고 반대편에 흑협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레나 꿈속에서 일어난 거야..'
의문점을 가진 것도 잠시, 치열한 전투는 계속되었고, 사방에서는 스킬들이 난무했다.
'이 정도의 인원들의 싸움이면 괜히 구경이라도 하다가 스킬 파편을 맞고 비명횡사하겠는데??"
긴박한 상황의 열기 속에 긴장감으로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속 아이템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그래. 일단 루팡부터 소환해야겠어.'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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