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1부 43화 히렌에게 온 메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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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3화 히렌에게 온 메세지 (2)
필리스의 말에 내 입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자각력을 잃은 동료는 탐지 계열이었지만, 우리는 아직 공격계열과 방어계열이 남아있지. 더 이상의 손해는 보고 싶지 않으니, 이만 끝내자고."
필립스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자, 내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노스텔도 즉시 경계태세를 취했다.
"너의 귀속 된 아이템 하나는 내가 봉인했고, 나머지 하나는 방어계열의 아이템이니, 결국 싸워봤자 의미가 없다."
필립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필립스의 말에 동의를 할 수 있었겠지만, 채린이와 연관이 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나는 필립스의 희망감을 철저히 짓밟는 말을 입밖으로 내 던졌다.
"라이덴 소드 생성!"
((뇌 신의 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물과 관련된 물리 공격과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증가합니다.))
라이덴 소드를 생성하는 내 모습에 필립스와 노스텔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S... 급이 왜 여기에..?"
라이덴소드를 들고, 내 앞의 길을 막고 있는 노스텔을 향해 거칠게 휘두르자, 노스텔은 뒤늦게 자신의 강풍의 도끼로 반응을 하려 했지만, 이미 내 라이덴 소드가 노스텔의 목을 가르고 난 뒤였다.
"마지막 한 명."
노스텔의 몸통이 없는 머리가 저 멀리 프란들의 앞에 떨어졌다. 프란소속의 여성은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꺄악!"
나는 비명소리도 무시한 채 몸통 밖에 남아 있는 않은 노스텔의 시체를 짓밟으며 천천히 필립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런.. 씨발... S급이 왜 여기서 나와."
"뇌신의 격."
뇌신의 격을 사용하자, 손에 들고 있는 라이덴소드가 보라색으로 빛나면서 소드의 끝에 모이기 시작했다. 라이덴소드의 융합된 에너지가 필립스를 순식간에 덮치자, 필립스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수련','전투' 경험치 합산으로 B급으로 승급합니다.))
'끝났어...'
전투가 끝나자, 뒤늦게 라이덴소드에 묻어있는 피비린내의 역한 냄새들이 내 코를 찔러 구역질이 올라와, 입을 틀어막았다.
"우웁..우욱웁..."
나는 입을 틀어 막은 채 지체할 겨를도 없이 마대 자루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허리를 숙여 떨리는 손으로 묶여있는 마대 자루를 풀어보았다.
"아, 아니..."
마대 자루를 풀어보니 처음 보는 어린 소녀가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묶여있었다. 그때서야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았던 프란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남성과 밧줄처럼 땋은 붉은 머리의 여성이 내 뒤에 나란히 서 있었다. 젋은 남성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고, 옆에 있는 여성도 치마를 정돈한 후 뒤따라 허리를 숙였다.
"저는 백현 입니다. 제 동료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의 인사를 무시하고 채린이의 머리핀이라 추정되는 머리핀을 주운 뒤 그들에게 물었다.
"이 머리핀, 왜 여기에 떨어져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그러자, 붉은 머리의 여성은 마대 자루에 묶여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그 머리핀은 나나의 머리핀인데..."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곧바로 마대 자루에 묶여있던 소녀를 풀어주었다. 그러자, 어린 소녀는 내가 무서운지 붉은 머리의 여성의 뒤로 빠르게 숨어들었다.
"나나야, 이분은 너를 구해주신 분이야. 감사하다고 해야지."
'이분들이 채린이를 알 리가 없지.'
이분들이 채린이와 알았다면, 내가 방금 아이템을 생성하고 싸웠던 채린이의 귀속 아이템인 어쌔신의 단검과 반역자의 방패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렇게 깊은 상심에 빠졌을 때 붉은 머리 여성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허리를 숙여 나나와 눈높이를 마친 뒤 머리핀을 들고는 나나에게 물었다.
"이 머리핀 나나꺼 맞아?"
"네. 맞아요.."
나나는 내 행동에 또 다시 겁을 먹은듯 붉은 머리의 여성 뒤로 몸을 숨겼다.
"아, 나나를 놀라게 하려고 한건 아니였어. 미안해. 내가 아는 사람의 머리핀이랑 똑같이 생겨서 착각했나보다."
그러자, 나나는 살짝 경계심이 풀린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오빠, 채린이 언니랑 아는 사이세요? 채린이 언니 머리핀이 이뻐서 제가 똑같이 구현한 건데.."
"뭐, 뭐라고!?"
"채린이 언니랑 저랑 엄청 친한 사이에요!"
"아, 그랬구나..."
'채린이의 머리핀을 똑같이 구현했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내가 채린이를 안다고 하자, 나나는 조금의 남아있던 경계심도 풀은 듯 보였다.
"신기하다.. 채린이 언니랑 아는사이라니!"
"나나야, 혹시 채린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
"잘 모르겠는데..."
'채린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히렌의 집을 가봐야 하나..'
나나도 채린이가 어디있는지 모르자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가는 듯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을 때 붉은 머리의 여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혜윤입니다."
"네. 반가워요. 저는 천귀령입니다."
"채린이라는 여성분이 혹시 푸른색 머리를 하고 계신 분이신가요?"
채린이를 알고 있는 것 같은 혜윤의 말에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혹시 채린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저희는 히렌님 꿈속에 아직 흑협의 잔당 무리들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었고 그분은 아마 히렌님의 집에 머물고 있을 겁니다."
"히렌의 집에 있다고요? 아닌데... 저는 위험하다는 메세지를 받고 왔는데.."
그러자 혜윤은 내 말을 듣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 리가... 이미 히렌님의 꿈속으로 공격해온 흑협들은 거진 다 철수를 했고, 남아있는 잔당들은 B급이하로 조를 짠 저희같은 사람들이 남아서 조사를 하고 있는데... 혹시 본부에 습격을...?"
혜윤의 말을 듣고는 나는 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저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니요. 저희도 마침 그쪽으로 가야해서.. 천귀령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인벤토리창에 아이템을 넣은 뒤 히렌의 집으로 걸음을 향했고,백현과 혜윤 그리고 나나는 흑협들의 자각력을 잃으면서 남긴 지배석을 챙기고는 내 뒤를 곧바로 따라나섰다. 혜윤의 말대로 히렌의 집으로 가는 동안, 흑협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기에 별 마찰없이 히렌의 집 앞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익
문을 열고 히렌의 집에 들어가자, 저번에 봤던 익숙한 마당이 나왔고, 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귀령님, 저희는 잠시 지배석을 맡기고 오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렇게 혼자 히렌의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향하니 그곳에 히렌과 채린이가 대화 중이었고, 곧이어 채린이는 나를 발견했다. 채린이는 나를 보고는 내가 히렌의 꿈속으로 들어온 것이 당황스러운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귀령, 네가 왜 여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과 안도의 마음이 섞여 채린이에게 다가가 주저 없이 덥석 끌어안았다.
"뭐, 뭐야... 갑자기.."
"다행이야. 아무 일이 없어서..."
"알았으니까, 이것 좀..."
"다친 데 없었어?"
"무슨 말이야? 도대체..."
"히렌한테 메세지가 왔어. 네가 위험하다고..."
"뭐..?"
나와 채린이의 시선은 자연스레 히렌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히렌은 의자에 일어나 어깨를 으쓱거렸다.
"채린이 네가 하도 귀령이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했지! 어때? 기가막혔지!?"
"귀령아..."
"응."
"잠깐, 일 분만 눈 감고 있어 줄래?"
"아.. 알겠다."
채린이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고, 곧바로 히렌의 곡소리 같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 분 뒤 눈을 뜨자 히렌은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흑.. 너무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장난을 쳐? 귀령이가 얼마나 걱정하면서 왔겠어."
"미안해. 생각이 짧았다. 귀령이 너한테도 미안하다."
히렌의 장난은 다소 심한 감이 있었지만, 내가 기분이 상하기엔 채린이가 무사하다는 것의 대한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채린이한테 맞은 히렌을 다독거려주었다.
"괜찮아. 채린이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어."
내 말을 듣고 채린이가 볼 끝이 빨개진 채 나에게 다가와 내 꿀밤을 때렸다.
콩
"귀령, 멍청아! 내가 얼마나 강한데. 히렌의 말을 믿냐?"
꿀밤을 맞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평소와 같은 채린이의 모습에 안도감이 들어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생각해보니 그러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어!"
"그래도 네가 무사하니까, 그걸로 마음이 놓이네."
"기분은 좋다?"
"응?"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내가 위험하다고 누군가가 한걸음에 달려 와줬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네."
"하하.."
똑똑
그때 히렌의 집 밖에서 누군가 찾아 온 듯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노크 소리에 히렌이 답하자, 곧이어 문이 열리고, 아까 봤었던 백현과 혜윤, 나나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채린이 언니!!!!!"
"어이구! 우리 나나왔어?"
나나는 들어오자마자, 채린이에게 안겨들었고, 백현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히렌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시죠?"
"보고 할 것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조금 전 경비를 돌던 중 히렌님의 꿈속에 남아있던 흑협들의 지배석을 찬휘님에게 전해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지배석이요? 어차피 흑협들은 철수 중이니 싸우지 말고 내쫓는 것에 중점을 두라고 했을텐데.."
"그것이... 나나가 흑협들한테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나가요? 어쩌다가... 그런일이 생기신거죠?"
"죄송합니다. 저희가 한눈을 파는사이에..."
"후.. 나나는 아직 어리니까 특별히 신경좀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처리한 흑협들은 무슨 등급이었나요?"
"B급 둘에 C급 하나였습니다.
"B급이 둘이라... 힘드셨을 텐데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백현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기 계신 천귀령님 덕분에 깔끔하게 처리 할 수 있었습니다."
"네? 귀령이가요?"
채린이에게 안겨 있던 나나가 이에 질세라 백현의 말을 거들었다.
"채린이 언니, 귀령이 오빠가 나나를 구해줬어."
"그게 무슨.."
히렌과 채린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향하였다. 백현과 혜윤은 히렌과 채린이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 내가 드림홀을 타고 왔을 때 실수로 도착지보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와서 우연히 백현님과 혜윤님을 싸우시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는 전투를 도와드렸어."
"귀령, C급으로 승급한 거야?"
"응? 아, 어쩌다 보니..."
'아 참, 히렌은 나를 D급이라고 알고 있었지.'
나와 히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던 백현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히렌에게 말을 건넸다.
"C급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귀령님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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