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1부 36화 여유로운 꿈속의 낚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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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6화 여유로운 꿈속의 낚시터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뭐지..? 레나는 지금 같이 있는데...?'
레나가 현재 내 꿈속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칩입 메세지가 한 번 더 나타났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 내 꿈속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구령 오빠. 제 말은..."
"쉿!"
이 꿈속의 지배자인 나를 제외하고는 침입 메세지를 볼 수 없었고, 레나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누군가의 침입을 눈치챌 수는 없었다.
내가 레나의 말을 끊으며 주위를 살피자, 레나도 그때서야 주위를 살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들어 온 건가요?"
"응. 이쪽으로 와."
나는 바위 뒤쪽으로 몸을 숨긴 다음 내 쪽으로 레나를 끌어당겼다.
"헙.. 구, 구령 오빠.."
너무 긴장한 나머지 힘 조절에 실패해 레나를 생각보다 내 쪽으로 바짝 끌어 안아버렸고, 나와 레나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레나야. 미안해."
"아, 아니에요.."
레나의 얼굴은 다시 홍당무처럼 빨개졌고, 그로 인해 분위기는 더욱더 어색해져만 갔다.
"귀령, 너 2OUT!"
어색한 분위기 속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와 레나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채, 채린..?"
뒤를 돌아보니 내 꿈속으로 복귀한 채린이가 나무위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는 숨어있던 나와 레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누구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같은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누구는 꿈속에 여자를 들여서 희희낙락 거리고 있어?"
"오, 오해야.."
레나는 채린이의 위험한 기운을 감지하고 뒤로 빠지더니 아이템을 생성했다.
"마법의 플룻 생성!"
레나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채린이도 자신의 아이템을 생성을 했다.
"호오, 지금 한 행동 책임져라? 어쌔신의 단검 생성!"
채린이는 자신의 아이템을 생성하고는 레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 마!"
"네가 무슨 스킬이 있는지 모르지만, 스킬을 시전하려는 순간 내 어쌔신의 단검은 이미 너의 심장을 뚫는다는 것만 알아 둬."
"잠깐 모두들 멈춰!"
다소 흥분되 있는 분위기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나는 레나와 채린이의 각자 귀속 아이템을 모두 회수하도록 설득 한 뒤 채린이에게 그간 내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채린이는 의외로 자신을 감시자 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레나에게 덤덤하게 했다.
"어떻게보면 감시자 선배님이시네요?"
"됐어. 이제와서 선배대접은 무슨... 그러니까, 쟤는 감시자고 흑협한테 쫓기던 상황에서 네가 쟤를 구했다는 거야?"
"응, 맞지."
"근데.. 네가 무슨 수로??"
채린이는 내 인벤토리창의 대한 능력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으니 흑협 두 명을 내가 상대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채린이에게 말해야 하나...'
채린이에게 인벤토리창의 능력을 털어놓으려는 찰나, 레나가 말을 막아섰다.
"우리 구령이 오빠의 능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채린이는 레나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잔뜩 지푸린채 나를 바라봤다.
"우리.. 구령이.. 오빠???"
"하하.. 레나가 보기와는 다르게 붙임성이 꽤 좋더라고."
"아무튼 혼자서 수련하는 게 안쓰러워서 와줬더니만, 올 필요가 없었네. 아주 현실 세계에서처럼 여자랑 재미있게 놀고 있었어."
"아니, 현실 세계에서는 승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라니까."
"됐어. 그건 그렇고 감시자 너는 갑자기 왜 나한테 존댓말이지? 내가 감시자 출신이라고 하니까 선배 대접을 해주는 거야?"
채린이는 레나를 보며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약 올리듯이 웃어 댔다. 그러자 레나는 이에 지지 않고 채린이에게 독설을 시전했다.
"아니요. 저보다 늙으신 것 같아서요. 노인공경이죠."
"노.. 인.. 공경?? 요즘 감시자 관리가 개판인가 봐? 일하는 중에 이렇게 남의 꿈속을 놀러나 오고."
"요즘은 다행히도 꼰.대.문.화가 많이 없어졌어요."
"꼬, 꼰대...? 너.. 감시자 몇기야?"
'채린이가 말빨에서 밀리고 있어..'
레나는 채린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서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현실 세계에서도 이 분이랑 아는 사이신가 보네요?"
채린이 역시 내가 레나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 내 말을 막아섰다.
"어린이는 몰라도 돼요."
"어, 어린이...?"
둘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보였고, 나는 급하게 화젯거리를 돌렸다.
"채린아, 네가 원래 내 꿈속으로 들어올 때 메세지가 안 떴었는데 이번에는 뜨던데?"
"이번에는 히렌의 꿈속에 있다가 네 꿈속으로 왔으니 메세지가 나타났을 거야."
"아... 이제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까지 하루 남은 건가?"
"정확하게 말하면 하루도 안 남았지."
"그럼 하루 동안 뭐 하면서 놀까?"
"낚시 좋아하잖아. 낚시나 같이 하자!"
"낚시? 나야 좋은데. 레나가.."
내가 레나를 쳐다보자, 레나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구령이 오빠! 저 낚시 좋아해요!"
"그, 그래.."
그렇게 불편하고 어색한 3인의 낚시 원정대가 출범했다. 낚시를 시작한 지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나를 포함한 셋은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고 물고기를 낚는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불편해 죽겠어. 차라리 혼자서 빠져나와 수련이라도 할 것 그랬나..'
침묵의 긴 터널 속에 먼저 말을 뗀 건 레나였다.
"구령 오빠."
"응."
"오빠는 수련을 엄청 열심히 하시던데 무슨 목적이 있어요?"
"아... 그건.. 지켜줘야 되니까."
"누구를요?"
묵묵히 물고기를 낚고 있던 채린이도 레나의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궁금한지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듯했다.
"그냥 내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예전 현실 세계의 내 모습처럼 위태위태하게 혼자서 걷는 사람이 있어."
"혼자서요?"
"응. 그래서 같이 쓰러지더라도 함께 가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는 강해져야 하는 거지."
내 대답이 끝나자 낚시터는 고요해졌다. 채린이와 레나는 내 대답을 듣고는 동시에 볼을 붉히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낚시를 이어갔다.
'둘 다 갑자기 말이 없어졌네.. 분위기가 왜 그러지..."
그 이후로도 분위기는 제법 나쁘지 않았고, 낚시터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꿈속에서의 아침이 밝아왔고 한 달 만에 현실 세계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레나는 언제 갔는지 일어나니 내 꿈속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자, 드디어 학교를 가는 건가?"
"학교 가는 게 좋아?
"한 달에 한 번씩 가는 거라 나쁘지 않은데?"
"레나가 있어서 얘기 못했는데 C급 두 명을 어떻게 동시에 잡은 거야?"
'아차차..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그건 레나 스킬이 수면 스킬인 것도 있었고, 이미 내 꿈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전의 전투로 인해서 사역마의 소환 시간을 모두 소진한 뒤였어."
채린이는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 변명이면 괜찮겠지?'
"채린아, 그럼 이제 현실 세계로 가볼까?"
채린이는 현실 세계로 복귀하려는 나를 붙잡았다.
"잠깐만."
"왜??"
"귀령아, 내가 없을 때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마."
"응?"
"네가 위험해진다면 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어느 정도 채린이의 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채린이에게 짐이 되는 것보다는 이제는 채린이를 나의 그늘 안에 쉬게 해주고 싶었고, 채린이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었다.
나는 성큼성큼 채린이 앞으로 다가가 양쪽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여 채린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러자, 긴장한 듯 채린이 몸이 경직되어 가고 있는 게 고스란히 내 손에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 이제는 진짜 누군가를 지켜줄 정도로 강해져가고 있으니까."
채린이는 내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듯 뒷걸음질을 치더니,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와 내 오른쪽 다리를 발로 찼다.
"악! 갑자기 또 왜 그래!"
"깜짝 놀랐네..."
채린이는 너무 놀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분이 안 풀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이번에는 반대편 내 왼쪽 다리를 발로 차버렸다.
"악! 왜 그러냐고!!! 도대체!!"
"몰라! 아무튼 너 별로야. 나 먼저 현실 세계로 간다."
아픈 다리를 붙잡고 땅 위를 뒹굴고 있을 때 채린이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채린... 정말 강해져서 복수하고 말겠어!!!!!!!'
복수를 굳게 다짐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다. 교실에 들어가 보니 채린이는 먼저 도착해 있었고,
조금 전 꿈속의 마지막 모습과는 달리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종찬이 안녕?"
'이중인격같으니라고... 게임 캐릭터도 현실성이 너무 없다지만 너처럼은 안 만들겠다.'
속으로는 백번 천번 욕했지만, 혹시라도 채린이의 인사를 안 받아주면 후환이 두려워질까,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채린이의 인사에 화답했다.
"응. 청아 일찍 왔네?"
채린이는 내 환한 미소가 거부감이 들었는지, 정색을 했다.
"뭐, 뭐야.. 그 가증스러운 미소는..?"
"나는 그냥 청아 네가 일찍 왔길래 가볍게 인사를 한 건데?"
"그래? 나야. 항상 부지런하니까."
'풉.. 겉으로 비웃지 못하는 처량한 내 신세여....'
"뭐야, 그 표정은? 지금 웃음 참고 있지?"
"아, 아니야.. 아 참, 승연이는 언제 퇴원할 것 같아?"
"내일 퇴원하고 학교로 올 것 같아. 그리고 오늘도 지은이랑 병문안 가려고."
"그럼 나도 학교 끝나고 너랑 지은이랑 같이 승연이 병원을 가면 되겠다."
"응? 오늘 학교 끝나고 봉사활동 가는 거 아니였어?"
"아... 맞다.. 봉사활동..."
'한 달 동안 꿈속에서 생활을 했더니 봉사활동을 깜빡했어.'
"지은이랑 승연이한테는 봉사활동 간다고 이야기 잘 해놓을 테니까, 반을 대표해서 열심히 봉사활동 하라고!"
"그, 그래.."
채린이와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했다. 방과 후 봉사활동을 걱정하느라 수업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지각하지 말고 교실 청소를 열심히 하라는 훈화 말씀을 끝으로 종례가 끝이 났다.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봉사활동에 청소당번까지... 아이구, 내 팔자야.'
교실 청소를 하기 위해 사물함 쪽으로 책상을 밀고 있을 때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종찬아?"
"네. 선생님."
"청소 마치고 학교 구령대 앞으로 모이면 된다."
"아, 봉사활동 말씀이시죠?"
"그래."
"알겠습니다."
교실 청소를 끝내고 구령대 앞으로 도착하자, 반 대표로 한 명씩, 나까지 포함하여 총 아홉 명이 모였다.
"나까지 아홉 명.. 우리 학년만 가는건가?"
생각보다 봉사활동을 가는 인원이 적어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말이 입으로 튀어나왔고, 어떻게 들었는지 뒤에 있던 승만이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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