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1부 30화 정체불명인 세 명의 침입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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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0화 정체불명인 세 명의 침입자 (3)
소녀는 이제 막 정신이 들었는지, 우리를 보며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다, 당신들은 누구야!?"
역시나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한발 앞서 루팡이가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반갑소. 저는 괴도루팡이라고 하오. 방금 전 낭자가 위험에 처하여 제가 불한당으로부터 낭자를 지켜주고 있었소."
"아..."
그 소녀는 상황은 이해한듯 했지만 무언가 의문이 풀리지 않은 듯 공격적인 언행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네가 나를 공격한 거지?"
"뭐?"
"내가 싸워봐서 알아. 쟤네들에게 반사 스킬 따위는 없었다고!"
"역시 보따리를 달라고 징징댈 줄 알았어."
"뭐, 뭐라고!?"
"잘 들어. 여기는 내 꿈속이야. 여기 꿈속의 지배자는 나고 너는 지금 남의 꿈속을 허락도 없이 들어온 침입자인 거지."
"침입자라니! 나, 나는 감시자야."
"근데? 중요한 건 네가 내 꿈속을 들어와서 전투를 벌이다가 기절을 했는지 잠을 잤는지는 나는 모르겠고, 그런 상황에 처한 너를 내가 도와준 것뿐이야."
소녀는 잠시 내 눈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소녀는 바닥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시큰둥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내 닉네임은 레나라고 해."
"그래."
"그래.. 가.. 끝이야?"
"그래."
레나라는 소녀는 내 행동에 기분이 언짢아졌는지 어린아이처럼 툴툴 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까 봐 하는 말인데 나 감시자야!"
"알고 있어."
"꿈을 마음대로 자각하면 불법인 거 알아 몰라!? 내가 본부에 들어가서 지금 이 일을 보고하면 너는 평생 꿈을 자각 못하는 거야!"
"그러면 본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내가 너의 지배석을 빼앗는다면?"
"응???"
"방금 흑협들도 없애버렸는데, 너까지 내가 없애 버린다면 완전 범죄가 되는 것 아닌가?"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온다면??"
레나라는 소녀는 내 공격적인 질문에 불안한 눈망울을 보이며 대답했다.
"나.. 쁜... 놈이지...."
"나.. 쁜놈???"
'생긴것과 다르게 살짝 빙구 이미지가 있네.'
그렇게 한참을 언쟁을 펼치고 있을 때 루팡이 다가와 레나라는 소녀에게 등을 지고 나를 바라보고는 양쪽 팔을 벌려 보호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귀령 도령. 레나 낭자는 잘못이 없소. 잘못이 있다면 레나 낭자의 얼굴에 꽃이 화사하게 핀 죄밖에 없소."
"하... 안 되겠다. 괴도루팡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
루팡은 내가 사역마의 공간으로 강제 귀환을 시키자 배신감에 찬 목소리로 울부 짖으며 사역마의 공간으로 강제 귀환을 당했다.
"귀령 도령!! 나에게 어찌 이럴 수가 있소!!!"
"고생했다. See you again~~"
((괴도루팡이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되었습니다.))
(('기괴한 은빛 가면'이 일 분 후에 소멸됩니다.))
((곧 기괴한 은빛 가면이 소멸됩니다. 인벤토리 창고에 넣으시겠습니까? Yes or No))
"Yes."
((기괴한 은빛 가면을 인벤토리 창고에 넣었습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사역마의 공간으로 들어간 괴도루팡은 내 귓가로 음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귀령 도령!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소!!!!!]
[귀령 도령.. 지금 소환해 주신다면 방금 일은 없던 일로 해주겠소.]
[귀령 도령? 농이 꽤 지나치오~? 저도 재미있었으니 장난은 그만하시고 이제 나를 다시 소환해 주시오.]
'어디 보자.. 사역마 설정창에 있었는데... 아, 여기 있다!'
[사역마 음성 받기 끔.]
'후...이제 좀 조용하네~'
사역마 음성 받기를 끄고 레나에게 다가갔다. 아까 내가 한말이 신경 쓰였는지 겉으로는 태연한 척 미동조차 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불안한 기색을 전부 다 감추지는 못했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진 못하였지만 자기가 고군분투했었던 두 명의 흑협들을 쉽게 처리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두려워하지 마. 너에게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내, 내가 언제 두려워한다고!! 나는 감시자라고!"
"감시자인 거 알았으니까, 그만 얘기해. 귀에 피고름 나오겠다."
"내가 너한테 겁먹은 것처럼 이야기하니까 그렇지!"
"알았어! 보내줄 테니까, 이제 네 꿈속으로 들어가."
레나는 나의 말을 듣고는 불안감이 조금 누구러진듯 하였으나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보내준다는데도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은 내 꿈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뭐..??"
"나는 아직 직급이 낮아서 휴일이 아닌 이상 자신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정해져 있거든."
"그래?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꿈속을 감시하러 가면 되겠네."
"그게.. 아까 흑협들과의 전투로 내 사역마의 소환 시간을 모두 소진했거든.. 이 상태에서 남의 꿈을 감시하러 가는 건 위험해.."
"그래서?"
레나도 지금 자신의 처한 상황이 창피한지 내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루만... 네 꿈에서...신세 좀..질게...요"
"음, 나는 아직 흑협들한테 구해준 거에 대한 고맙다는 말도 못 들은 것 같은데?"
"흑협... 들한테.. 구해준 것도... 고마워..요."
"그리고 상부 감시자들에게 나와 관련된 얘기들 보고할 거야?"
"당연히 안 하죠! 생명의 은인이신데.."
"그래. 대신 조용히~ 얌전히~ 쉬다 가!"
"저... 닉네임..."
"닉네임?"
"두 번이나 빚을 지게 된 사람인데 닉네임 정도는 알아야죠."
"그래? 내 닉네임은 천귀령이야 똑똑히 기억해두라고."
"풉."
"우, 웃어?"
"미안해요.. 갑자기 웃긴 일이 떠올라서.."
"죽을래? 지금 내 닉네임을 듣고 웃은 거지?"
"아니.. 뭔가.. 그런류의 닉네임은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됐다! 네가 뭘 알겠냐? 다 뜻이 있는 닉네임이라고!"
"푸훕.. 알겠어요."
내 닉네임을 이야기한 이후로 차가웠던 분위기가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레나도 그걸 느꼈던 것인지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저는 하루 동안 어디에서 있으면 되는 거죠?"
"아... 음.."
레나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레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기는 하지만 레나의 직업은 감시자였다. 나에게는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기에 내 꿈속에서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었다.
'혹시 돌아다니다가 채린이 흔적을 발견하면 난감할 수도 있으니까...."
"레나야, 너 혹시 낚시할 줄 알아?"
"낚시? 어렸을 적에 아빠 따라 낚시터를 몇 번 따라가보긴 했었는데.."
"가자! 낚시하러!"
그렇게 낚시터에 도착해 나는 레나에게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옛날에 낚시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지 곧잘 따라 하며
내가 구현한 낚시터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와!!! 낚았어!!"
"아빠랑 같이 간 낚시터보다 더 재밌어요!!!"
"현실 세계의 낚시터랑 비교하지 말라고! 여긴 내가 구현한 낚시터니까!"
낚시터에서 앉아 물고기를 낚으며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레나가 나를 조금 편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꿈을 자각하게 된 지 3년 만에 감시자한테 자각하는 걸 들켰어요."
"3년 만에?"
"놀랐죠? 다들 놀라더라고요. 하긴.. 3년 동안 감시자의 눈을 피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죠.."
"아..."
'나는 10년 동안 감시자의 눈을 피했는데...'
"꿈속에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오래 맛 본 만큼 더 간절해지더라고요... 내 꿈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그렇지. 누군가에게는 정말 현실 세계보다 더 소중한 세상이니까.."
레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을 간신히 머금고 있어 보이는 듯했다.
"감시자라는 직업은 참으로 이기적이에요. 저조차도 말이죠."
"왜 그렇게 생각해?"
"자기가 꿈을 자각 못 하는 게 두려워 감시자라는 직업을 선택 한 거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
"근데 하는 일이 남의 꿈을 자각을 못 하게 감시하는 일이니까... 마치, 자신의 루시드 드림을 위해서 남의 꿈을 방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닌가?"
"그렇긴 해요.. 그 당시에 프란이 나에게 접촉을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이제는 남의 꿈을 감시하는 건 정말.."
레나는 참고 참았던 눈물이 눈가에 금세 가득 차버렸고 결국 두 뺨에 빗줄기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낚시터 의자에 일어나 흐느낌에 떨고 있는 레나의 등을 다독거려 주었다.
"괜찮아.. 너를 원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채린이가 없었으면 나도 어쩌면 레나처럼 감시자의 길을 선택했을 수 있었겠지..'
그 말을 들은 레나는 의자에 일어나 내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더 서럽게 울었고 나는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레나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꿈속 세상에 저녁이 다가왔고, 실컷 울어서 개운해졌는지 레나는 씩씩하였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마워요. 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한결 나아졌네요."
"그래."
"당신 덕분에 진짜 속이 뻥 뚫린 것처럼 후련해졌어요. 이런 이야기는 감시자들끼리는 물론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더더욱 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
"그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터놓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내 꿈속으로 놀러 와."
"네..."
그리고 바이칸과 파블로에게 얻은 지배석을 주머니에서 꺼내 레나에게 전해줬다.
"이거 받아."
"이건.. 지배석이잖아요??"
"아까 흑협애들한테 얻은 지배석인데, 나는 필요 없어."
"프란이나 흑협들은 지배석을 수련하는데 쓴다고 하던데?"
"괜찮아. 그런 거 없이도 나는 수련을 잘하고 있으니까"
"고마워요. 덕분에 재단에 할 말이 생겼네요."
나는 레나와 낚시터를 빠져나왔고 근처에 적당한 넓이의 집 두 채를 구현하였다.
"너는 오늘 이곳에서 자면 돼."
"알겠어요. 내일 봐요."
그렇게 나는 레나와 인사를 나눈 뒤 잠을 청하러 구현한 집으로 들어갔다.
'일단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자.'
침대에 누워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 채 잠이 들어버렸고 어느덧 꿈속 세상에 아침이 밝아 왔다.
일찍 일어나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침대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을 때
어제에 이어 또 한 번 충격적인 꿈속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천귀령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침입 메시지? 그것도.. 다, 다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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