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1부 26화 각성자의 분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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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6화 각성자의 분노 (1)
그때 내 귓가로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메세지가 들려왔다.
((각성자의 분노의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인벤토리 창'을 어디서든 쓸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인벤토리 창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다고....?'
안창원은 사무실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벌레라는 소리를 듣고 화가 단단히 난 듯 보였다.
"야, 상엽아."
"안 대표님 말씀하십쇼."
"저 새끼 일으켜 세워."
"아, 알겠습니다."
"하... 벌레? 곧 뒤질 새끼 낯짝 보기 찝찝할까 봐 안 봤는데 낯짝 한번 구경해보자. 마스크 벗겨 봐."
우상엽은 나를 일으켜 세워 놓고는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 나는 인벤토리 창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다는 말 자체가
믿기는 어려웠지만, 달리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어, 아이템 생성 주문을 외쳐 보았다.
"쾌속의 신발 생성"
((민첩성이 증가합니다.))
(('쾌속의 순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꿈속 세상에서만 가능했었던 일이 현실 세계에서까지 가능해진 것이었다.
그렇게 쾌속의 신발은 생성이 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내 발 쪽은 신경을 쓰지 못해 신발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는 못하였다.
'꿈속 세상처럼 현실 세계에서도 스킬을 쓰는 게 가능할까?'
"쾌속의 순보"
쾌속의 순보 : 비교적 짧은 거리의 술자가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 (제한:쿨타임:30초)
쾌속의 순보의 스킬을 외치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틈에서 빠져나와, 내가 생각한 위치인 사무실의 입구 쪽으로 순식간에 이동 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군. 일단 지금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니까, 체력을 회복해야겠어.'
"치유의 투구 생성"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성스러운 회복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성스러운 회복"
성스러운 회복 : 술자가 지정 (술자포함) 대상의 몸 상태를 100% 회복시킵니다. (제한:하루 1인 1회)
((성스러운 기운이 당신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피를 너무 많이 쏟은 탓에 사물이 흐릿흐릿하게 보였는데 성스러운 회복으로 순식간에 몸 상태가 회복되었어.'
"뭐, 뭐야.. 어떻게 갑자기 저쪽으로 이동한 거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상처투성이였는데 도대체... 머리 위에 괴상한 투구 같은 것은 또 언제 착용한 거야?"
안창원은 당황함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나는 틈을 주지 않고 이번에는 공격적인 아이템을 생성했다.
"어쌔신의 단검 생성."
((민첩성이 증가합니다.))
((감지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어쌔신의 단검 착용/미착용 상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찬란한 궤도'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
(('찬란한 난도'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
내 오른손에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어쌔신의 단검이 생성되었다.
"미착용 상태로 전환"
그러자 어쌔신의 단검은 내 오른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떠오른 뒤 내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안창원은 처음 겪어보는 기괴한 광경에 무척이나 놀란 듯 뒷걸음질을 쳐댔고, 우상엽과 그 수하들도 바뀐 분위기를 느낀 탓인지 나를 경계 했다. 그러나, 나에게 섣불리 다가오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뭐 하고 있어!! 저 새끼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
겁에 질린 안창원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수하들은 나에게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도망가지 않아. 물론 너네 또한 그렇게 될 테고."
"뭐. 뭐라고?"
"나도 이 스킬은 처음 써 보는 거라 너네들 다 죽을 수 있어. 괜찮지?"
"...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찬란한 난도"
찬란한 난도:술자의 범위 안에 들어오는 자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쿨타임:없음)
스킬 시전은 어쌔신의 단검이 미착용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찬란한 난도를 시전하자 어쌔신의 단검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 주위로 들어오는 자들의 발목을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하며 평생 걸을 수 없게 아킬레스건을 끊어댔다.
아킬레스건이 완전히 끊어지면 엄청난 고통과 걷는 건 고사하고 자력으로 일어서 있을 수조차 없게 되므로 인체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임에는 분명했다.
으악!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아, 악마다... 도망쳐!!
찬란한 난도의 아름다운 곡선에 대비될 정도로 광경은 참으로 잔인하였다. 하나둘씩 발목을 잡고 쓰러지며 끔찍한 비명소리가 좁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이런 난장판 속의 나는 조금씩 안창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안창원은 골프채를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안창원, 이제 네 차례야."
"흡.."
안창원은 지옥 같은 광경에 이내 겁을 먹고 일어서 있는 상태로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고, 내 시선은 이내 안창원의 바짓가랑이로 향했다.
"맞아... 너는 그게 문제야.."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승연이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찬란한 궤도"
찬란한 궤도: 술자가 지정한 곳으로 회심의 일격을 날려 상대방에 치명상을 입힌다. (쿨타임:없음)
스킬 시전은 어쌔신의 단검이 미착용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어쌔신의 단검이 빠르게 날아가 안창원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뚫고 낭심에 꽃혔다.
"악...아악...."
안창원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며 낭심을 손에 쥐고는 바닥을 나 뒹굴었다.
나는 그런 안창원과 아킬레스건이 끊겨져 전투 의욕을 잃은 우상엽과 수하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쓰레기들을 너를 포함해서 싹 다 죽여버릴지 말지 고민 중이야."
"모,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정말 시키는 것을 다 하겠습니다."
사실 모두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로 인하여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 그리고 채린이가 슬퍼하는 모습들이 떠올랐고, 지은이와 승연이가 자기 때문이라고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 봐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자식들이 이런 상황을 떠들어 댄다고 하여도 아무도 믿어 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입막음은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잘 들어. 너네들이 오늘 본 것은 전부 잊어라."
"아, 알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지옥이라는 건 멀리 있는 게 아니야. 언제든지 너네들 옆에 항상 존재하고 있지. 너네는 지금 처음으로 마주한 것뿐이야.
만약 오늘 일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면 너네의 인생은 물론이며 너네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조각조각 내어 오늘 같은 지옥에서 영원히 살게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성스러운 회복"
나는 성스러운 회복을 시전해 어쌔신의 단검으로 발목에 깊은 상처가 난 우상엽과 그 수하들을 치료해 주었다.
자신의 발목 상태가 완전히 치료되자, 우상엽은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저와 제 부하들을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걸고 이 모든 일들은 부하들과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로 인하여 다친 상처였지만 그들에겐 평생 불구로 살 수 있었던 상황을 벗어나게 해 준 은인이기도 했다.
"저, 저는...."
안창원은 다친 낭심을 부여잡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심판할 권한이 없기에 우상엽과 수하들을 성스러운 회복으로 치료를 해주었지만 안창원은 예외였다.
"안창원, 너는 죗값이라고 생각하고 달게 받아. 목숨값 대신이니까, 그리고 승연이가 받은 정신적 치료비와 병원비는 알아서 오늘까지 처리해라."
"제... 발.."
"그냥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고자인 채로 살아갈래?"
안창원은 더 이상 나를 설득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나에게 대답했다.
"고... 고자로 살겠습니다.."
"나를 또 보기 싫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거야."
"아, 알겠습니다."
귀속된 아이템들을 모두 인벤토리창에 넣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할 때 우상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내 앞으로 다가왔고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지?"
"외람된 말이지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지금 네가 나한테 부탁한다는 게 너무 염치없지 않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염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방금 제 눈앞에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보자, 제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어머니의 치료 때문이야?"
자신의 부탁을 미리 알고 있는 나를 보고는 놀라는 표정을 연신 지으며 우상엽은 말을 이어갔다.
"마, 맞습니다. 제발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십시오."
성스러운 회복으로 우상엽의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있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우상엽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간절한 눈빛이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일까 우상엽에게 호의를 베풀기로 마음을 먹었다.
'입막음을 위해서라도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겠지.'
"나도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아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자."
"저, 정말이십니까? 가, 감사합니다..."
"안창원 낭심에 출혈이 심하니 부하들에게 어서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고."
"예. 알겠습니다."
나는 우상엽의 차를 타고 우상엽의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자 우상엽은 나의 앳된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는듯했다.
"왜, 놀랐어?"
"아, 아닙니다. 목소리로 되레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그동안 우상엽과 안창원 사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상엽의 어머니는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인하여 혼수상태에 빠져있었고, 병원비가 점점 감당이 안 되자, 지인의 소개로 안창원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하였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병원에 도착하였고, 병실에 도착하자 우상엽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혼수상태로 병실에 누워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분이 저희 어머니 십니다."
"그래. 잠깐 나가서 병실에 사람이 못 들어오게 막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과연 '성스러운 회복'을 사용하면 혼수상태 사람도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유의 투구를 생성했다.
"치유의 투구 생성!"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성스러운 회복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병상에 누워있는 우상엽의 어머니에게 성스러운 회복을 시전했다.
"성스러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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