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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26화 (26/136)

〈 26화 〉 1부 25화 떠오른 5년 전의 기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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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5화 떠오른 5년 전의 기억 (2)

끼익­끼익

"이상한 소리가 안방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우리 집 안방에?"

"응. 승연아 너네 부모님 이 시간에 안계시지 않아?"

"그렇긴 한데.. 부모님이 일찍 오셨나...?"

승연이는 의문점을 가지고선 부모님이 계시는지 확인을 하려 방문을 열어 보았다.

다 같이 승연이 부모님의 방을 들여다본 아이들은 모두 얼음이 된 채 멈춰 있었다.

잠시 후 승연이와 지은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종찬이는 사색이 된 얼굴로 집 밖을 뛰쳐나갔다.

승연이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였고, 아이들이 본 방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온 종찬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불 안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부모님이 들어오셨는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자신의 방안에까지 크게 울려 퍼지자 종찬이는 몸을 바싹 오그린채 자신의 침대 밑바닥으로 파고들었다.

열세 살 나이로써는 감당하지 못할 하루가 지나가고, 종찬이는 아직도 어제 일로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방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 종찬이 방안으로 종찬이의 엄마가 들어왔다.

"종찬아, 엄마 승연이 부모님 장례식장 갔다 올 건데.. 너도 같이 가지 않겠니?"

종찬이는 엄마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본 종찬이의 엄마는 종찬이에게 차마 더 이상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방문을 닫았다.

[[일 주일후]]

승연이는 종찬이 집 앞을 서성이며, 벨을 눌러야 할지 말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마음을 먹은듯한 표정으로 벨을 눌렀다.

'띵동­'

잠깐 정적이 흐르고 승연이가 한번 더 벨을 누르려 할 때쯤, 종찬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권종찬."

"스, 승연아."

"학교에서도 나랑 아는척도 안 하고 왜 그러는 거야?"

"그.. 그게"

"우리 부모님이 없다고 날 피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됐고, 너는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떠나갔으니, 너랑은 이제 친구 안 할 거야. 그 말 하려고 왔어. 나간다."

"스, 승연아..!"

종찬이 집 밖으로 뛰어나온 승연이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마치 종찬이가 자신을 따라 나와 잡아주길 바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있다가 이내,

종찬이가 자신을 잡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종찬이는 승연이가 떠난 자리에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더니, 겁 많고 못난 자신을 책망하며 가슴을 부여잡고는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 내렸다.

그렇게 그 아이들의 우정은 금이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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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5년 전의 일들에 대해 생각에 깊게 빠져 있을 때 지은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방금 병실에서 나온듯한 지은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5년 전의 일이 떠올라서..."

지은이도 내 말에 그때 일이 떠올랐는지 말끝을 흐렸다.

"5년 전..? 아....."

"그때 가장 힘든 사람은 승연이였는데.. 병신같이 겁을 먹고서는 승연이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어."

"종찬아, 우리는 그때 어렸어... 승연이도 지금은 종찬이 너를 이해할 거야."

갑자기 내 눈가에서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지은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계속 닦아 내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내 마음을 알지 못한 듯 야속하게 흘러 내렸다.

"이상하네.. 왜 눈물이 멈춰지지 않는 거지?"

지은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끌어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종찬아 그냥 한번 마음껏 울어."

"...."

그렇게 지은이의 따듯한 품속에서 지난 5년 동안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해 가슴속에 혼자 묵혀왔었던 나의 과오와 울분을 하염없이 토해냈다.

"고마워, 덕분에 속이 시원해졌어."

"그래.. 우리도 이제 과거 일들은 모두 털어버리자."

"지은아, 이번에는 다를 거야."

"응...?"

"승연이가 다니고 있는 기획사 어디인지 알고 있지?"

"알긴 아는데... 어쩌려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종찬이 네 기분은 잘 알지만, 승연이도 생각해 줘야지. 승연이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는 것을 두려워하잖아..

그리고 너도 자칫 잘못했다간 위험해질 수도 있고.."

지은이는 그들에 대한 분노와 우리를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는 듯 했다.

"네가 안 알려준다면 경찰서에라도 알리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 기획사 위치만 알려줘.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종찬아..."

내 비장한 표정을 바라보는 지은이는 나를 말릴 수가 없다는 걸 느낀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카톡으로 보냈어."

"승연이한테는 이야기하지 마. 괜히 몸도 아픈 애한테 걱정 끼치기는 싫으니까."

"알겠어.. 근데 가서 도대체 어쩌려고..."

"걱정하지 마. 갔다 올게!"

지은이에게 기획사 위치를 건네받은 나는 서둘러 승연이가 다니고 있었던 기획사로 향하였다.

기획사 앞에 도착한 나는 약국에서 방금 산 검정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기획사로 건물로 들어섰다.

내가 방송에서 봤었던 대형 기획사들과는 달리, 경비는 삼엄하지 않았고 층별 안내판을 보니 4, 5층만 별도로 기획사로 쓰고 있었다

'5층이 대표이사실. 이름이 안창원이군. 5층으로 가면 되겠어.'

대표이사실 앞에 도착하자,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를 수상하게 여기고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저기 잠시만요. 무슨 일이시죠?"

"안창원 씨, 이 안에 계시나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안창원 씨, 이 안에 계시냐고요."

"약속은 하고 오신 건가요?"

"안창원 이 안에 있냐고."

"잠깐 여기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비켜"

"자, 잠시만요."

나는 비서의 말을 무시한 채 대표이사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에는 대표이사로 보이는 남자가 어제저녁

과음을 하였는지 숙취해소제를 마시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나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며 숙취해소제를 자신의 옷에 흘려버렸다.

"아 진짜 짜증 나게 숙취해소제를 흘려버렸잖아. 비싼 건데.... 근데.. 누구?"

"김승연 알고 있지?"

승연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사의 표정은 아연실색하였고, 그 표정을 본 순간 승연이를 그렇게 만든 놈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 잠시만요.. 장비서!!! 뭐 하고 있어!? 우상엽한테 연락해. 당장!"

나는 쏜살같이 대표에게 달려가 인정사정없이 여러 차례 주먹을 휘둘렀다.

손에는 피가 튀었고, 튀긴 피로 인하여 내가 쓴 마스크와 옷이 피에 얼룩져버렸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대표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에게 사죄를 하기 시작했다.

"모, 목숨만 살려주세요."

"웃기지 마."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사과받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승연이야. 알아!?"

"승연이한테 사과하겠습니다. 제가 어제 술을 많이 마신뒤라 기억이 나질 않아서 사과를 못 한 겁니다. 진짜입니다. 살려주세요...."

"승연이한테 가서 제대로 사과해."

"아, 알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열 명 남짓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이닥쳤고, 나는 아까 안창원이 마시고 있던 숙취해소제 병을 깬 다음 안창원의 목에 갖다 댔다.

"한 발짝이라도 더 와봐. 진짜 그어줄게."

"사, 살려줘..."

돌발적인 내 행동에 남자들은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였고, 그중에 키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그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제 이름은 우상엽입니다. 실례지만 당신은 어디 식구인지? 마스크나 벗고 이야기 좀 합시다."

"어디서 부탁을 받고 온 게 아니야. 너네랑은 관련 없으니까 꺼져."

"네가 지금 죽이려는 사람이 나랑 깊은 관련이 있어서 그건 좀 곤란한데..?"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사과를 받으려는 거야."

"사과? 혹시 어젯밤 그 연습생과 관련된 건가?"

"그래. 너도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지. 그렇다면 더더욱 여기서 네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텐데. 지금 입막음을 하러 내 수하들을 보내려던 참이거든."

"이, 개새끼가!!!"

흥분한 나는 우상엽에게 돌진하였고, 우상엽은 나를 가뿐하게 피한 뒤 다리를 걸어 나를 엎어 트렸다.

"젊은 친구 미안한데 내가 이래 봬도 유도 금메달 출신이야."

나는 바로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우상엽의 부하들에 발길질에 속수무책 당했고, 손 하나 까닥하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안창원은 그제서야 나에게 달려와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나 안창원이야! 감히 네가 나를 쳐? 죽어, 이 새끼야. "

"읔...."

"안 대표님 이러다가 사무실에서 송장하나 치우겠습니다."

안창원은 그 말에 흥분을 가라앉히며 행커치프로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그러면 곤란하지! 상엽아~"

"네. 안 대표님."

"아까 내가 처리하라고 했었던 연습생년이랑 이 새끼랑 같이 바다 한가운데 던져 고기들 배나 채워줘라."

"어린애들이라 말로 겁을 주면 될 것 같은데..."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안창원은 우상엽의 정강이를 발로 가격했다.

"크흡.. 죄, 죄송합니다."

"이 새끼가.. 나 다친 거 안 보여? 누가 누굴 가르쳐! 너네 엄마 치료 안 할 거야? 돈 안 필요해?"

안창원과 우상엽의 대화로 보아 우상엽은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안창원에게 붙들려 있는 신세인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흘린 피 때문인지 머리는 핑 돌았고, 곧 사물마저 흐릿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쓰레기들....'

그 순간 신이 있다면 신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신은 없다고 믿고 싶었다.

신이 존재한다면 저런 쓰레기들을 창조하시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신한테 던질 질문을 돌려세워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한없이 약한가? 현실에서 한번 약자는 영원한 약자인가?'

결국 그렇게 꿈속에서 미친 듯이 수련을 하였지만, 친구 한 명 도와주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하여 허탈감이 몰려왔고, 그 허탈감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울 정도로 분노가 극해 달한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안창원을 바라봤다.

"거야....."

"뭐라는 거야? 안 들려."

"먹을 거야..... 벌레 같은 너네들을 잘근잘근 씹어먹을 거라고..."

"이 새끼 뭐라는 거야? 신나게 맞더니만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한 거야?"

그때 내 귓가로 꿈속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메세지가 들려왔다.

((각성자의 분노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인벤토리 창'을 어디서든 쓸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인벤토리 창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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