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1부 23화 현실 세계에서의 전화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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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3화 현실 세계에서의 전화 한 통
미안한 마음에 채린이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워 채린이를 바라보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채린이는 나를 향해 악랄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후.. 겨우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네?"
채린이의 어깨를 잡은 내 손의 떨림이 공포감에 휩싸여버린 떨림인 것인지,
인적이 드문 옥상에서 나를 마음껏 때릴 수 있다는 희열감에 젖어 있는 채린이의 어깨의 떨림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지금 옥상에서 지옥을 맛볼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날 수는 없어.. 필살기다!'
"괴도루팡 나와라!"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이 된 괴도루팡은 사역마의 공간에서 나를 모니터를 하지 않고 있었는지 나와 채린이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오?"
"채린이를 막아줘.."
"그, 그게 무슨..?"
괴도루팡은 채린이의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어두컴컴한 기운을 감지하고서는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채, 채린 낭자... 잠깐만 기다리시오. 나는 당신 편이란 말이오."
"가만히 있어."
채린이는 뒷걸음을 치고 있던 괴도루팡의 옷깃을 잡은 뒤, 엎어 치기를 시전했다.
'저 힘은 도대체.. 무엇...'
"채린 낭자, 발이 꺾였소!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시오!"
"현실 세계에서 사역마의 힘은 그냥 평범한 인간이나 다를 게 없지. 스킬 또한 사용할 수 없을 테고, 루팡, 너 정도면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이곳 세계에 처음 소환되었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소."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괴도루팡은 채린이의 엎어치기로 인하여 꺾인 다리를 절뚝거리며 채린이를 지나 옥상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채린이는 절뚝거리는 괴도루팡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괴도루팡에게 말을 건넸다.
"미안해, 괴도루팡."
"괜찮소.. 그리고... 고맙소.. 채린 낭자."
'해바라기...?? 오..태시..ㄱ... ???'
나는 채린이의 기세에 잔뜩 겁에 질려 옥상을 나가려는 루팡을 불러 세웠다.
"안돼, 루팡 가지 마.. 나의 파트너 나에게 등을 돌리지 말라고..."
괴도루팡은 옥상 문 앞에서 잠시 뒤를 돌아 자신을 향해 절규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힘없이 말했다.
"미안하오. 귀령 도령. 나에게는 힘이 없소.."
"쾅"
옥상 문이 닫히고 옥상에는 채린이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주 잠시 적막함이 흘렀고, 긴장감 속에 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후, 다시 우리 둘만 남았네?"
"채린아.. 잘못했어... 살ㄹ..."
그렇게 나는 현실 세계에서의 채린이 주먹의 첫 경험을 확실하게 맛보았다.
종찬아, 무슨 일 있어?
수업 시간에 계속 누워만 있고 몸살이라도 난 거야?
채린이의 지옥행 열차를 탄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수업 시간마다 누워있는 게 걱정이 되었는지,
쉬는 시간이 되면 같은 반 여학생들이 우르르 나에게 몰려왔다.
"괜찮아, 버틸만해.."
채린이는 마치 내가 걱정이라도 된다는 듯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몸이 안 좋으면 조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괘, 괜찮습니다."
내가 채린이에게 극존칭을 쓰자, 채린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호호... 종찬아. 친구끼리 무슨 존칭을 쓰고 그래?"
"괜찮아.."
'조퇴고 나발이고.... 네가 그랬잖아... 다들 채린이에게 속고 있어.. 이 악랄하고 치밀한..
일부러 티 나지 않게 얼굴은 안 때리고 몸만 주구장창 때리다니..'
식은땀을 흘리며 수업 시간을 버텨내었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하교할 시간이 되었다.
"귀령아, 잠깐 옥상에서 얘기 좀 하자."
"또... 왜...?"
"그냥 이야기 좀 하려는 거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나 오늘은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해."
"도망가다가 걸리면 꿈에서 2차전 벌일 줄 알아."
"옥상에서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 치욕을.. 언젠가는 복수를 하고 말겠어.'
채린이를 따라 옥상에 올라갔고, 나는 혹시나 우리 얘기를 누가 들을까 봐 주위를 두리번두리번하며 경계했지만, 채린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 없는 동안 꿈속에서 수련은 열심히 했어?"
"아직 사람이 없는지도 확인 못 했는데 그렇게 말을 꺼내면 어떡해!? 그러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상관없어. 어차피 다들 소설이나 게임 이야기하는 줄 알 거야."
"그렇긴 하네.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자는 말해도 믿지 않겠지.. 수련은 열심히 했어. 괴도루팡의 스킬 중에 레벨이 오른 것도 있고."
"흠...."
채린이의 표정은 어딘가 좋지 않아 보이는 듯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내일이면 토요일이잖아."
"응."
"앞으로 현실 시간으로는 3일, 꿈속에서는 3달, 그때동안 물심양면으로 프란들을 도와야 할 것 같아."
"왜?"
"내가 프란들 편에 섰다는 것을 재단에서 알고는 프란들을 공격하고 있어."
"뭐, 뭐라고!?"
"재단에서 흑협이랑 손을 잡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가뜩이나 흑협들의 공격 때문에 지쳐있는데, 나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단의 공격까지 받고 있어서 내 상황이 많이 난처해졌어."
"그러면 내가 도울 일은 없는 거야?"
"도와주기엔 아직 네가 턱없이 부족하지."
"채린아, 네가 생각하는 만큼 나는 약하지 않아."
'어쌔신의 단검과 반역자의 방패도 있다고!'
"귀령이 많이 컸네? 고맙지만 이번에는 마음만 받도록 할게. 내가 없는 3달 동안 너는 수련에 매진하도록 해."
"하, 하지만..."
채린이는 고집을 부리는 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서는 연거푸 한숨을 쉬어대더니.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귀령아... 나는 네가 지배석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우리는 현실에서도 마주쳐야 하는 사이잖아."
"......."
채린이의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나의 머릿속에는 어떠한 대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지배석을 빼앗기고 난 뒤 현실에서의 상황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꿈속에서의 친분으로 끝났다면, 내가 지배석을 빼앗기더라도 채린이는 꿈속에서 잠시 슬퍼하다가 어느샌가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도 친구가 되어 버렸다.
내가 혹시라도 지배석을 빼앗겨서 더 이상 자각을 하지 못하게 되기라도 한다면
내 자신도 힘이 들겠지만, 현실에서 좌절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채린이 마음 또한 편치 않을 것이다.
'그래.. 내가 최대한 빨리 강해지는 것 말고는 채린이를 도울 수 있는 편법 따위는 없어.'
"내 뜻을 오해하지는 않았지?"
"오해할 게 뭐가 있어. 네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이지."
"내 마음을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럼 나는 이만 집으로 갈게. 채린이 너도 바쁠 테니 얼른 들어가."
"벌써 집으로 가게? 꿈속이지만 체감상으로는 3달은 못 보게 될 텐데..."
"나도 너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연구를 해봐야지."
"그래, 알겠어."
많이 아쉬워하는 듯 채린이는 선뜻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도 채린이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훗날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그때도 채린이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굳은 의지를 불태우며 신속히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
'집에는 아무도 없나?'
나는 내 방 안에 들어가 책상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채린이가 없는 꿈속 시간으로 3달, 나에겐 그때 동안 내 자신을 빠르게 성장시킬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좋은 사역마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도 꺼려질 정도로 사기인 '인벤토리 창'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잡생각하지 말고 일찍 들어가 수련에 매진해야겠어."
나는 그렇게 꿈속으로 진입하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으로 진입한 후
현실 세계로는 하루 꿈속으로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체력단련과, 마력 수련, 괴도루팡의 스킬 레벨업, 귀속 아이템의 스킬 연계 모든 훈련들이 처음에는 삐거덕 거리는 일도 많았지만,
그것도 점차 적응해나갔고, 결국 혼자서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혼자서 외롭게 훈련하다 보니 예전에 UFC이 선수들과 대련했었던 게 생각이 나는군."
'그때 걔네들이 채린이가 소환한 가짜 소환수였었다니...'
내가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과 현실 세계 시간으로 열흘 전까지만 하여도 꿈속 세상에서
나를 때린 한힘찬을 소환을 해서 분풀이하는 그냥 멍청한 찐따에 불과 했지만, 채린이를 만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은 채린이와 함께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서 조급한 마음에 내 자신을 혹사하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자신에게도 어느정도의 휴식을 주며, 채린이와 꿈속을 함께 하기 위하여 언젠가 반드시 거쳐가야 할 수련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천천히 여유롭게 수련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나에게는 괴도루팡도 있고!'
아무리 하는 짓이 여자에 미친 변태 같고, 말투는 밥맛이라고 해도, 흑협이나 프란 그리고 재단에서조차 누구나 계약을 맺고 싶어 했을 사역마였다.
'괴도루팡이 내 변태 술법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지배 능력을
올릴 수는 없었겠지. '인벤토리 창'도 괴도루팡이 없었다면 쓸모없는 아이템이었을 것이고.'
"일단은 현실로 복귀해볼까?"
그렇게 현실에서의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힘차게 기지개를 폈다.
"후아암~ 아이고 삭신이야.. 꿈속에서의 체력훈련이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 온몸이 온통 쑤시는 구만."
((미스터 츄~ 입술 위에 츄~))
그때 어젯밤 침대 밑에 놓아두었던 내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구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 거리며, 핸드폰을 들어 확인을 하니 지은이었다.
'뭐지..? 아침부터...."
아침이라 내 목은 많이 잠겨있었고,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지은이의 전화를 받았다.
"응...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조, 종찬아.."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오는 지은이의 목소리는 웬일인지 언제나 밝았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많이 힘이 없어 보였다.
"뭐, 뭐야? 무슨 일 있는 거야?"
"스, 승연이가.."
힘이 없어 보였던 목소리는 이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승연이가.. 지금 많이 다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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