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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22화 (22/136)

〈 22화 〉 1부 21화 이곳은 분명 현실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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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1화 이곳은 분명 현실 세계

"서, 설마...?"

전학생이 교탁 앞에서 서서 인사를 하자 머리카락에 가려졌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얼굴은 본 순간 너무 깜짝 놀라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종찬아, 그새 졸았니?"

선생님의 한마디로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채린이와 닮은 여학생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금세 내 눈을 피했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닮았는데.. 쌍둥이가 아닌 이상 말이 안 돼.'

"청아야. 너무 간단하게 소개했으니까, 선생님이 조금 더 해줄게.

오늘 전학 온 학생은 몸이 조금 허약해서 너네들이 잘 챙겨줘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허, 허약? 그렇다면 채린이가 아닐 가능성도 있어..'

청아라는 여학생은 자리를 배정받고 앉아서 필기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앉은 자리와는 살짝 거리감이 있었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누가 봐도 어여쁜 여학생이었다.

'뭔가 채린이 같은데.. 채린이가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의구심을 가진 채 수업은 시작되었고, 청아라는 여학생에게 쉬는 시간마다 말을 걸어보려고

기회를 엿 보았다. 하지만, 쉬는 시간마다 반 아이들과 전학생을 구경하러 온 다른 반 학생들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놓쳤고,

결국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결국 전학생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종례시간이 끝나고 전학생에 말을 다시 한번 걸어보려 했지만, 이미 전학생은 교실 밖으로 나간 듯했다.

'전학생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갔나?'

그때 꿈에서나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귀령!!!!!!!!!"

뒤를 돌아보자 채린이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몇 시간 전까지 꿈속에서 나와 함께 있었던 채린이었다.

"채, 채린이?"

"새삼스럽게 놀라는 건 뭐야? 계속 교실에 같이 있었는데.."

"아니, 내가 알던 분위기랑은 많이 다르길래 혹시나 했지.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우연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네가 이름을 알려줬잖아! 그래서 나도 알려준 거지.

'아~ 이래서 꿈에서는 닉네임을 쓰는 거구나' 라고 말이야."

"목적은 그것뿐이야?"

"응!"

"하...."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심 좋은 기분이 들었다.

꿈속에서는 마치 게임상에서 친구를 사귀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채린이와 내 사이가 한 단계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를 놀라게 한건 채린이의 머리에 꽃고있는 머리핀이었다.

"그 머리핀은?"

채린이는 손으로 머리핀을 가리키며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현실에서도 갖고 싶어서 구하려 했는데, 하루랜드에는 악세사리 가게가 없던데?

그래서 그림을 그려서 최 집사님한테 똑같은 걸로 구해달라 했지!"

"아.. 악세사리 가게가 없어졌나...? 최 집사? 너네 집 부자인가 보다. 집에 집사도 있고.."

'하루랜드에 악세사리 가게는 처음부터 없었지.'

"어렸을 적부터 나를 보살펴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지."

"근데 여기서는 너를 청아? 라고 부르면 되는 거야?"

채린이는 내가 던진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에 빠지는가 싶더니, 말을 이어갔다.

"음, 나는 그래도 채린이가 좋아!"

"알겠어!! 나도 그게 편하지! 근데 선생님께서 네가 몸이 허약하다고 하는데 무슨 소리야?"

"봐봐. 이 가녀린 팔과 다리를!! 딱 봐도 연약해 보이지 않아?"

"풉.."

­퍽 퍽 퍽

"죄송합니다. 장난이었어요."

'어딜 봐서 연약이야... 이렇게 현실에서 나를 때리는 사람이 한 명 줄어 버린 줄 알았더니, 다시 한 명이 늘어 버렸군..'

그렇게 교실에서 채린이와 장난을 치고 있을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종찬!"

뒤를 돌아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지은이가 서 있었다.

"지은아 무슨 일이야?"

"집에 갈 때 같이 갈려고 왔지. 근데 옆에는 누구?"

"아 오늘 전학 온 채..ㄹ 청아야 이청아!"

"아하.."

지은이와 채린이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들의 눈에서는 스파크가 튀었다.

'뭐지.. 이게 말로만 듣던 여자들의 기싸움인가? 거의 아이언맨VS캡틴아메리카 느낌인데...'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깨버린 건 지은이었다.

"근데 아까 보니까 둘이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 같던데 내가 모르는 친구도 있었어?"

"아... 그게"

'뭐라고 설명을 하지...'

내가 머뭇거리고 있자, 여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던 채린이가 나 대신 지은이를 보며 대답했다.

"모르는 친구가 있었나 보지."

채린이의 대답에 또 한 번의 정적이 흘렀고,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다.

"할아버지 친구분의 손녀야! 할아버지 덕분에 알게 된 사이지."

"아..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 나는 이지은이라고 해."

채린이는 팔짱을 끼고선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응, 나는 청아라고 해. 근데 너야말로 종찬이와는 무슨 사이야? 소꿉친구이면서 연인 관계같은 설마 그런 것은 아니지?"

채린이의 말에 지은이의 얼굴은 급속도로 빨개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히렌의 꿈속에서 채린이에게 지은이를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라고 으시댔었던 기억이 스쳐갔다.

'좆...됐다...'

"하하.. 지은아 네가 이해해 줘! 청아가 재미있는 농담을 많이 하는 친구야."

"그, 그래..."

나는 채린이를 보며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채린이도 내 눈빛이 절실해 보였는지 더 이상에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근데 그... 머리핀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하 이 머리핀?"

'아차차, 지은이랑 악세사리 가게에서 마주쳤었지. 설마 기억하고 있는 건가?'

지은이는 생각이 났는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머리핀 저번에 네가 쳐다보던 포스터안에 소녀가 꽂고 있던 거 아니야?"

"아... 그래..? 비슷한가?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네."

'이런 게 여자의 기억력인가...'

채린이는 자신의 머리에 있는 머리핀을 뽑아 지은이에게 보여주었다.

"이 머리핀이 그렇게 유명한 건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한테 선물받은 건데.."

"뭐, 뭔 소리야!"

내가 당황해하며 큰소리를 내자, 채린이는 이내 반응이 재미났는지 표정 변화 한마디 없이 뻔뻔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사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나를 좋아해주시는 최 집사님에게 선물받은 건데?"

"아..."

'당했다...'

"호호호호"

'저 악랄한 웃음소리... 이 둘 사이에 있으니 기가 엄청 빨리는 것 같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교실에 이제 사람도 우리밖에 없는데 슬슬 집에 가자."

"응."

"그래."

학교 정문으로 향하자 검정색상의 고급 세단으로 보이는 차가 있었고, 차 앞에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노년의 신사가 서 있었다.

노년의 신사는 우리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청아 아가씨, 학교생활은 즐거우셨습니까?"

"이렇게 마중 안 나오셔도 된다니까 그러시네. 인사해. 내가 이야기했던 최 집사님이셔!"

"아 안녕하세요."

'아, 채린이가 말한 최집사님인가?'

지은이와 나는 최 집사님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그쪽이 권종찬씨인가요?"

"아, 네.."

최 집사님은 나를 보며 뭔가 탐탁지 않으신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뭐지, 왜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거지...'

최 집사님은 지은이 앞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우리 청아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우리 청아 아가씨가 살짝 덜렁대시고,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 예의가 없어 보이실 수 있지만, 본심은 정말 착하신 분입니다."

"최 집사님!! 적당히 하시죠."

"허허.. 죄송합니다. 청아 아가씨가 벌써부터 이런 어여쁜 친구분을 사귀셔서 기쁜 마음에 그만.."

'저기요... 최 집사님 저도 있다고요..'

"에잇, 최 집사님이 더 쓸데없는 소리 하시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 조금 이따가 보자 귀령아! 지은이도 잘 들어가고!"

"아, 응"

"그래~"

집 방향이 같은 나와 지은이를 남겨두고 채린이는 차를 타고 떠났고 나는 지은이와 어색한 동행을 시작했다.

"저기, 종찬아.."

"응."

'어색해... 채린이 말 때문에 더 어색해!!'

"아까... 그..."

"아, 청아가 농담한 거? 걔가 원래 장난을 잘 쳐."

"그게 아니라, 오늘 힘찬이랑 싸웠다며? 우리 반까지 소문이 다 들렸어."

"아.. 어쩔 수 없었어. 더 이상 고통받기 싫었거든.."

"미안해. 내가 힘이 못 돼줘서.."

"무슨 소리야! 네가 나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고있어."

"응.."

지은이는 한참 동안 땅을 보면서 걷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우중충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화젯거리를 돌렸다.

"근데 귀령이가 뭐야? 조금 이따가 보자는 거는 또 무슨 말이야?"

"귀령?? 아..."

'하.. 맞다. 채린이가 헤어질 때 나보고 귀령이라고 했지. 어떤 대답을 해야지 좋으려나?'

"아, 채린이는 나랑 같은 게임을 하고 있거든, 게임 속 내 닉네임이 '천귀령'이야."

"천귀령?? 풉... 무슨 허세충 아이디 같아."

"... 너도 내 닉네임이 우습냐..?"

"그 게임 뭔데? 나도 해볼래!"

"아.. 그게.. 지금 베타 시즌이라, 미리 사전 예약한 사람만 할 수 있어. 정식으로 출시하면 같이하자."

'루시드 드림이 게임으로 출시하게 되면 세상이 난리 나겠지.'

"그래. 꼭 얘기해 줘. 우리 집은 이쪽 방향이니까 먼저 간다!"

"응, 잘 가~"

그렇게 지은이와 인사를 나눈 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가족들과 식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덧 꿈속 세상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좋은 꿈 꾸거라."

나는 가족이랑 저녁 인사를 나누고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 세상에 진입해 내 방문을 열자,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채린이가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낚시광이 되겠어?"

"왜 이렇게 늦게 와!"

"왜 그래, 늘 오던 시간에 왔는데?"

"나를 버리고 지은이랑 같이 집에 가니까 좋았냐? 어!?"

"뭔 소리야. 네가 먼저 차 타고 간 거잖아."

"흥."

"물고기를 놓치기라도 한 거야? 오늘따라 왜 그렇게 저기압이야?"

"몰라, 멍청아!"

"아 맞다! 그리고 헤어질 때 나보고 귀령이라고 하면 어떡하냐? 지은이한테 설명하느라 난감했잖아."

"흥. 난감하라지."

'하.. 뭔가 화난 것 같은데 뭔지 도대체 모르겠어. 일단 그냥 미안하다고 하자.'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늦게 와서 미안해."

'이게 바로 이야기로만 듣던 여자의 무한 루프 질문인가..'

"늘 오던 시간에 온 거라며! 지금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는 거야?"

'후... 이럴때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라고했는데..'

"아 맞다. 오늘 현실에서 보니까 꿈에서도 이뻤지만 현실에서는 더 이쁘더라!"

"흥...."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 듯 채린이의 입꼬리는 씰룩거렸다.

"너그러운 내가 용서하지."

"그, 그래 고마워."

"아 그리고 너한테 할 이야기 있는데."

"응. 말해."

"이번 꿈속의 한 달은 너와 같이 있지 못할 것 같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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