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부 17화 히렌의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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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7화 히렌의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 (1)
"밖에 누구 없.. ㅇ ...아악!!"
절박했던 히렌의 목소리가 묻히고 이내 비명소리가 되어 돌아왔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히렌과 나는 서로의 사역마와 스킬을 확인하러 나왔다.
히렌은 자신의 손으로 채린이에게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며 나에게 말했다.
"후, 귀령아. 채린이는 잠든 것 같지?"
"응. 나랑 너를 때리느라 체력 소모가 꽤나 심해서 아마 뻗은 것 같아."
"너도 참 고생이 많겠구나."
"더 치욕적인 건 뭔 줄 알아?"
"뭔데?"
"이 생활이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거지."
"우리 빨리 채린이보다 강해지자."
"그래.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니.. 기쁘구나. 그런데 히렌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어떤 게 궁금한거지?"
"음.. 대련장에서 대련을 하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든 건데 등급을 올리는 것 말이야. 급이 높은 기준이 뭐야?"
"꿈속의 지배 능력! 지배 능력이 높아지면 등급은 올라가지."
"지배 능력을 올리는 방법은 단순히 수련이랑 전투뿐이야?"
"응. 맞아. 다른 사람과 대련을 하면서 수련을 하기도 하고, 혼자 수련을 할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귀속 아이템의 스킬 수련을 하지.
대련할 상대와 귀속 아이템, 스킬이 없다면 혼자서 체력 단련이라도 하는 거지."
'혼자서 체력단련...? 채린이가 소환했었던 공룡이랑 UFC 선수들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군..'
"근데 그렇다는 것은 전투능력과는 별개라는 소리 아닌가? 사역마나 귀속 아이템이 쓸모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히렌은 내 말에 잠시 흠칫 거리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전투와 별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또 정확한 건 아니야."
"무, 무슨 소리지?"
"D급으로 승급하면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을 하나씩 얻을 수 있지?"
"응. 그렇지."
"우리 프란은 D급으로 승급이 된 사람이 좋은 사역마와 계약할 능력이 떨어져서 어쩔 수없이 약한 사역마와 계약을 맺고, 별 필요 없는 아이템까지 귀속되어 버린 사람들을 버리지 않아."
"버리지 않는다니?"
"우리들은 다 같이 힘을 모아 그 사람의 등급을 올려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얘기지. 하지만, 흑협과 재단은 달라."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이야?"
"방금 말한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재단이나 흑협에서 발생하게 된다면 재단에서는 그 사람을 탈퇴를 시켜버리고, 흑협에서는 강제적으로
그 사람의 지배석을 빼앗아버리지."
"뭐라고..? 재단에서 탈퇴를 당하거나 지배석을 빼앗겨버리면 평생 꿈을 인지할 수 없는 거잖아."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런 약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필요가 없으니까."
"D급에서 비록 좋은 귀속 아이템과 강력한 사역마를 얻지 못하여도 열심히 수련해서 A급이 되면 좋은 사역마나 사기적인 귀속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는 거잖아."
"D급에서 약한 사역마를 얻고 귀속 아이템 운까지 없다면 그 사람을 A급까지 올리기에 훈련을 시키는 시간이 너무나도 지체되어버리니 자신들에게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거군."
내 말에 씁쓸한 표정을 보이며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방식이지. 그래서 전투능력과는 상관이 없지만 있기도 하다는 거야. 앞으로 너와 부딪히게 될 재단과 흑협에 B~D급 사람들은 사역마나 귀속 아이템 중 최소 하나는 좋은 것을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야."
"아...."
히렌의 이야기를 듣고 선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흑협은 그렇다 치고 재단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그렇다는 건 내가 사역마의 스킬과 귀속 아이템을 많이 얻게 돼서 그에 걸맞는 수련을 하다 보면 나보다 높은 등급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겠군.'
'강해져서 쓰레기들을 처리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히렌은 대화의 주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졌는지 헛기침을 하며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흠흠, 이제 네 사역마를 구경해볼까?"
"오케이!! 알겠어. 나와라! 루팡!"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히렌은 남의 사역마를 보는 것이 꽤나 익숙한 듯 소환된 괴도루팡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히렌이야. 네 스킬에 관해서 호기심이 생겨서. 귀령이한테 불러달라고 했어."
"이미 알고는 있소."
단답으로 대답하는 괴도루팡을 보며 살짝 당황하는 듯 보였으나 이내 히렌은 귀속 아이템을 생성시키는 주문을 외쳤다.
"쾌속의 신발 생성!"
그러자 히렌의 다리 아래에서 빛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히렌의 발에 신발이 생성되었다.
"귀령아, 이제 내 귀속 아이템을 복사해봐."
"알겠어. 루팡! 아이템 복사!"
"........"
괴도루팡은 무슨 연유에서 인지 스킬을 쓰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나는 다가가 멀뚱멀뚱 서 있는 괴도루팡에게 물었다.
"루팡,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불쾌하오."
"하아... 또 뭐가 불쾌한 거야?"
"지금 내 스킬을 구경하겠다고 나한테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소환을 한 거잖소! 나는 서커스단에 있는 광대가 아니란 말이오."
"......"
목숨을 건 싸움이나 대련 없이 아이템을 복사해서 인벤토리창에 저장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미처 괴도루팡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히렌도 상황이 난처한지 내 옆에서 멋 쩍은듯 머리를 긁적 거리고 있었다.
"루팡, 미안하다. 너한테 제대로 설명을 해줬어야 했는데."
"흥! 됐소이다."
말을 마친 루팡은 나에게 등을 돌려버렸다.나와 루팡의 사이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어색한 상황이 길어지자 보다 못한 히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음, 귀령아. 루팡 기분도 안 좋은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히렌의 말에 다시 한번 루팡을 쳐다보았지만, 루팡은 나에게 여전히 등을 보이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미안하였는지 히렌은 기운이 빠진 내 어깨를 잡으며 말을 건넸다.
"루팡을 보여준 답례로 나도 너에게 사역마를 보여줄게."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대신 너는 사역마한테 허락은 받고 소환해라."
"우리는 그럴 필요 없어.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친구거든. 나와라 메두사."
((사역마 메두사가 소환되었습니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로,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실뱀으로 되어 있으며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무시무시해서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 버린다고 하였다.
그렇게 알고 있는 메두사였지만 내 앞에 소환 되어 있는 히렌의 사역마는 정말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소녀로 보였다.
"히렌... 메두사라면 내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 맞아?"
"맞아. 근데 아테나에게 저주를 받기 전의 메두사의 모습이지."
"아테나에게 저주를 받기 전...?"
'저주를 받기 전에 메두사의 미모는 아테나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정말 틀린 말이 아니군.'
"잠깐 인사 좀 나누라고 소환했어!"
"안녕하세요.... 메두사.. 라고 해요."
히렌의 말을 듣고 메두사는 부끄러운지 몸을 비비꼬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네. 반가워요! 저는 히렌의 친구 천귀령이라고 해요."
'아쉽긴 하네.. 메두사 정도의 사역마라면 꽤 괜찮은 스킬을 지니고 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루팡이를 사역마 공간으로 보내려고 하는 순간, 루팡은 내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여기 등을 돌리고 서있었는데.. 설마 화가 나서 도주라도 한 건가?"
당혹감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자 언제 와 있었는지 메두사한테 가서 말을 걸고 있었다.
"메두사 양. 반갑소 저는 괴도루팡이라고 하오. 이렇게 아름다운 메두사 양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 몰랐소. 무척 영광이오."
"루팡님.. 도 반가워.. 요."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순수라는 단어를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메두사 양에게 쓸 것 이오."
루팡의 기습적인 행동에 많이 당황한 히렌은 내 옆으로 살며시 다가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쟤 저런 캐릭터야?"
"응.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종족도 초월하는 놈이지."
"아하! 그렇다 이거지?"
나랑 대화를 마친 히렌은 무슨 속셈인지 자신의 사역마인 메두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고, 히렌과 이야기를 마친 메두사는 루팡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그렇게 루팡의 코앞까지 다가가선 메두사는 양쪽 볼이 빨개져있는 루팡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메두사 양.. 지, 진도가 너무 빠르오."
"얘기 듣기론... 루팡님이 쓰시는 스킬... 이 엄청 화려하시다고.. 저한테도 보여주실 수.... 있나요?"
'잠깐, 이건 너무 티 나잖아. 아무리 루팡이래도 이런 건...'
"흠흠, 메두사 양이 내 스킬을 보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보여드리겠소."
괴도루팡은 메두사와 대화를 마치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귀령 도령. 메두사 양이 하시는 이야기 못 들었소? 어서 스킬 주문을 외치지 않고 왜 멀뚱멀뚱 서 있소?"
"아니야, 루팡이 너는 광대가 아니잖아."
"오늘부터 귀령 도령 당신의 하나뿐인 광대가 되겠소."
"....."
"뭐 하시오! 메두사 양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잖소!"
"하, 알았다. 히렌, 나를 향해 메두사의 스킬을 시전해줘."
'이 새끼가 진짜 언제 한번 족 치든가 해야지. 후, 일단은 참아야 하느리라..'
"귀령아 간다! 메두사, 쉐도우 스턴!"
"루팡! 스킬 훔치기!"
((괴도루팡이 메두사의 쉐도우 스턴 Lv7 스킬을 훔쳤습니다.))
"루팡 쉐도우 스턴!"
메두사가 쉐도우 스턴을 사용하자, 내가 서있는 바닥에 동그란 원형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나와 괴도루팡은 동그란 원을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이미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진짜 스턴에 걸린 듯 말조차 할 수 없고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고통이 동반되었다.
히렌쪽을 바라보니 나와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히렌은 쉐도우 스턴이 3초 만에 풀려났고
나는 5초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몸이 움직여지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대단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구나.. 스턴 레벨이 Lv7이라니, 화룡의 포효를 처음 훔쳤을 때보다 2레벨이나 높아, 게다가 광범위 스턴이라니 굉장해!'
쉐도우 스턴이 풀린 나는 히렌에게 질문했다.
"근데 쉐도우 스턴은 동시에 걸렸는데 네가 나보다 더 빨리 풀렸네."
"아직 귀령이 네가 지배력이 약해서 그런 거야. 수련을 열심히 하면 돼."
"흠.. 수련이 살길이군!"
히렌은 내 말을 듣고 잠시 동안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말하기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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