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1부 14화 인벤토리창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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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4화 인벤토리창의 재발견
((곧 화룡의 포효 스킬이 사라집니다. 인벤토리 스킬창에 넣으시겠습니까? Yes or No))
((곧 라이덴 소드가 소멸됩니다. 인벤토리 창고에 넣으시겠습니다? Yes or No))
"이게... 뭐지...? 일단 모두 Yes."
((화룡의 포효 스킬을 인벤토리 스킬창에 넣었습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화룡의 포효 스킬이 Lv5>>Lv1로 변환 됩니다.))
((라이덴 소드를 인벤토리 창고에 넣었습니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미, 미친...; 말도 안 돼.'
괴도루팡의 스킬은 생성된 아이템과 사역마 스킬을 일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귀속 아이템인 '인벤토리 창'의 능력으로 아이템과 사역마 스킬이 사라지기 전에 인벤토리창에 넣게 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괴도루팡의 스킬과 인벤토리창의 엄청난 합작이었다.
'마...말도 안 돼.. 혹시 인벤토리창에 들어갔다 나오면 초월의 기운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꺼내서 확인을 해봐야겠어..'
"라이덴 소드 생성!"
((인벤토리창에서 '라이덴 소드'를 꺼냅니다.))
((뇌신의 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였습니다.))
((물과 관련된 물리 공격과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증가합니다.))
인벤토리창에서 꺼낸 소드를 힘껏 들어 올리자, 라이덴 소드를 감싸고 있는 초월의 기운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정창에 들어가서 뇌신의 격 스킬을 확인해 봐야겠어.'
뇌신의 격: 소드를 감싸고 있는 에너지를 한 곳으로 응축시켜 검기를 날린다. (쿨타임:없음)
'화룡의 포효의 스킬을 훔쳤을 때 스킬 레벨은 Lv5였지만 인벤토리창에 들어가고 나니 Lv1로 변경되었지. 그런 사역마 스킬과는 다르게 귀속되어 있는 아이템의 스킬은 레벨이 없네? 내 귀속 아이템인 인벤토리창은 시전하는 스킬은 없으니 모를 수밖에..'
'앞으로 상대방과 전투 중에 아이템을 복사하거나 스킬을 훔쳐서 사라지기 전에 인벤토리창에 꽉꽉 채워 넣는다면 정말 만화에서 볼 법한 사기 캐릭터가 되겠어.'
수련을 잘만 한다면 강해질 수 있고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이 나에게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심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로부터 꿈속에서의 3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채린이의 모습은 그 뒤로 보이지 않았고, 나는 라이덴 소드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신체적인 능력을 올리는 체력 훈련에 몰두하였다. 수련장에서는 검을 휘두르는 소리와 내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뇌신의 격!!"
지지직펑!
'헉... 헉... '라이덴 소드'를 이제는 제법 다룰 수 있게 됐어. 하지만 뇌신의 격 스킬은 쿨타임은 없지만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해, 두 번만 시전해도 몸이 만신창이야...'
결국 꿈속 시간이 모두 끝날 때까지 채린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현실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있을 때 내 앞에 메세지창이 다시 나타났다.
((닉네임을 정해 주십시오.))
'닉네임? 아, 까먹고 있었네. 저번에 생각해두었던 닉네임으로.'
((닉네임이 등록되었습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나는 학교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내 방 안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그리고 펜을 쥐고 메모를 하며 내 아이템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인벤토리 창에 사역마, 사역마스킬, 아이템, 3개로 각각 100개씩 저장할 수 있으며, 또한 저장한 것은 삭제도 할 수 있어. 괴도루팡의 스킬로 사역마 스킬과 아이템 복사는 가능하지만, '사역마' 자체를 복사할 수는 없으니 일단 사역마 창은 보류해놓자.'
'그리고 중복으로 아이템을 '인벤토리창'에 넣을 수 없으니 괴도루팡의 스킬로 '라이덴 소드'를 몇 개나 복사해서 넣는 것은 불가능해.'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사역마 스킬과 아이템을 늘리기 위해서 누군가가 내 꿈속으로 침입을 하거나 내가 누군가의 꿈에 침범을 하여야 한다.' 이 정도야.'
괴도루팡 스킬은 상대방 아이템과 사역마의 스킬을 훔치거나 복사를 할 수 있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내 꿈을 침입할 때까지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은 기약 없는 기다림일 뿐이었다.
'그러면 내가 누군가의 꿈속을 침범해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된다면 결국 나는 흑협이랑 다를 바가 없어. 침범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아이템을 복사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나는 그날 테라와의 전투 이후로 많이 조급해 하고 있었다. 채린이가 때마침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테라에게 지배석을 빼앗기고 영영 꿈을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채린이한테 물어봐야 하는 건가?'
채린이에게 나의 능력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강해지고 난 뒤 채린이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채린이뿐이었다. 결국 깜깜한 저녁이 될 때까지 확실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피곤함이 몰려와 침대에 누워 버렸다.
'벌써 잘 시간이 되었네. 그래 꿈속에서 채린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일단 자자.'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에 들어와 방문을 열어보니 내가 구현했었던 낚시터가 바로 앞에 있었다.
'어라? 원래 방문을 열면 수련장이 바로 나와야 하는데... 채린이가 옮겨 놨나?'
채린이를 그날 이후로 본 적이 없어. 꿈으로 들어가도 한참 못 볼 수도 있다는 내 걱정과는 달리 채린이는 내가 구현했던 낚시터 의자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도 할 줄 알아?"
"왔어? 낚시해보니까 재밌네!? 이래서 최 집사 님이 자꾸 낚시 낚시 거리는 거였구나"
"최 집사님?"
"아, 아니야! 닉네임은 정했어?"
"응. 바로 천. 귀. 령!!! 어때 멋있지?"
내 닉네임을 듣자 채린이는 30분째 내 주위에서 바닥을 뒹구르며 웃어댔다.
"이제 그만 웃지? 어렸을 적 내 게임 닉네임이었는데! 게임도 안 해본 네가 뭘 알아!?"
"푸후후훕 푸하하하! 무슨 90년대 무협만화에서 볼 법한 이름이잖아. 뜻은 뭔데?"
"뜻은 없는데. 그냥 뭔가 있어 보이잖아. 원래 닉네임은 그렇게 정하는 거야."
채린이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내가 뜻을 정해주지. 천. 귀. 령! 실력은 하늘과 같이 높고 움직임과 그의 지나간 흔적들은 마치 귀신과도 같다."
"어..?"
'그럴싸한데?'
"어때 괜찮지?"
"작명소를 차려도 될 것 같아. 마음에 들어!"
"알겠어! 이제부터 귀령이라고 편하게 부를 게."
"그래. 그건 그렇고 채린이 너한테 이야기할 게 있는데."
"응? 나도 너한테 마침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응. 채린이 네가 먼저 해."
"내가 프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이번에 B급에서 A급으로 승급이 되어서 파티를 한다고 나에게 초대장을 보냈거든."
"프란에 친한 사람..? 너.. 왕따 아니었어?"
"맞고 싶지?"
"아, 아닙니다."
"아무튼 초대장을 받은 입장이라 파티에 참석해야 할 것 같은데 너도 갈래?"
"친한 사람이 초대를 했어도 그 파티에는 프란쪽 사람들이 있는 거 아니야?"
"나를 아는 사람은 초대하지 않았다고 했어.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흑협같은 조직과 달리 프란은 꽤 광범위한 집단이야. 허튼짓만 하지 않으면 걸릴 일은 없을 거야. 만약 걸리게 되어도 우린 흑협이나 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에게 해를 가하는 일도 없을 테고."
"음, 그래도 내키지는 않은데. 수련도 해야 하니까.."
"파티에 가면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사람들과 대련도 할 수 있어. 비록 친선전 같은 결투지만 서로 싸우면서 자신의 스킬의
장점이나 단점 같은 것들을 알아볼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일종의 수련 아닐까?"
"사람끼리 결투를? 그럼 상대의 초월의 기운이 깃든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을 볼 수 있는 거야?"
"응. 대련이라도 결투는 결투니깐."
"그러면 나도 가겠어."
'상대방들과 대련을 하면서 사역마 스킬과 귀속 아이템들을 전부 복사해서 인벤토리 창에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놓칠 수는 없지!'
"응, 근데 너는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수련에 대해 고민이 많았었는데 프란들과 대련을 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오호, 언제부터 그렇게 싸움닭이 된 거지!? 알겠어 그러면 드림홀을 생성하자."
드림홀은 꿈과 꿈속을 서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순간 이동 장치 같은 '홀'이다.
"귀령아, 아직 드림홀을 생성해본 적 없지?"
"응."
"생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니까 가르쳐 줄게. 네가 놀이공원을 구현했을 때 그곳을 상상으로 구현을 마친 다음에 여기서 네가 구현한 곳으로 연결할 수 있는 문을 네 앞에 생성했잖아?"
"그랬지."
"드림홀을 생성할 때는 딱 '문'만 구현해야 해. 문을 열었을 때의 그곳 세상은 상상하거나 구현하면 안 돼. 그냥 머릿속을 비운 상태에서 '문'만 생성하면 되는 거야."
"알겠어! 해볼게."
채린이의 말대로 머릿속을 모두 비우고 딱 '문'만 구현을 해보았다. 내가 구현한 문을 채린이가 다가가서 열어보자, 문 건너편에는 마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블랙홀의 형태를 가진 '홀'이 나타났다.
"처음치고는 안정적으로 잘 만들었어! 이제 내 메세지함에 있는 초대장을 꺼내 볼까?"
"메세지함? 나도 설정창이 열렸을 때 메세지함이 활성화되었다고 했었는데 그런 기능이 있었구나."
"응. 서로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유용하게 쓰여."
채린이가 '홀' 앞에 서서 초대장을 펴보자, 초대장 속에 적혀있는 비밀코드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검은색이었던 '홀'은 어느새 하늘색으로 바뀌었다.
"됐다. 들어가자."
"응."
하늘색 '홀'을 통과하자, 누군가의 집으로 보이는 듯한 마당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마당에는 먹을 것들이 놓인 테이블이 수십 개 차려져 있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건 테이블에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어떤 테이블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또 어떠한 테이블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표정 속에 진지함이 묻어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누군가가 구현한 인형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채린이는 마당에 있는 테이블을 가로질러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서자 집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는 채린이를 발견하자 우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채린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채린이 네가 정말 올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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