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부 12화 테라와의 전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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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2화 테라와의 전투 (1)
'아! 맞다. 내 꿈속의 설정은 채린이가 설정해놨었지. B급이면 채린이보다 등급이 낮으니까 내 꿈속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을 거야.
이거 잘만 하면 허세를 부려서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낚시터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맞대고 무언가에 사연이 있는 듯한 포스를 품기며 테라라는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B급 주제에 내 꿈속을 지배하려고 드는 것인가?"
"뭐!?"
((이 자식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남자의 표정을 보고 나자 자신감으로 가득 차버린 나는 기세를 몰아붙였다.
"나는 전투에 지쳐 낚시를 하며 조용히 여흥을 즐기는 중이다. 방해하지 말고 내 꿈속을 나가라."
"크흣."
'머, 먹힌 건가? 그렇다면...'
"네가 방금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하였지? 이제는 반대로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겠어. 지금 당장 내 꿈속을 떠난다면 너를 쫓거나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테라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이 나에게도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끝까지 테라와의 대화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채린이가 올 때까지 시간을 어떻게든 벌어야 해. 그때까지 단 한마디도 테라에게 실수하면 안 돼.'
"왜 대답이 없지?"
"......"
"그렇게도 나에게 지배석을 빼앗기고 싶은 건가?"
"....크하하...크하하하하하하하"
지배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주눅이 들어 보였던 테라는 갑자기 나를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뭐가 웃긴 거지..?"
"이렇게 당황스러운 적은 오랜만이라, 본의 아니게 못 볼 꼴을 보였군.. 크하핫.."
"알면 됐으니, 당장 내 꿈속에서 나가지?"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이런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을 버려두고 쉽게 떠날 수는 없지."
"뭐...?"
"그럼 한 수 부탁한다. 내가 너한테 지배석을 빼앗겨도 원망은 하지 않으마. 이것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꿈속의 룰이니까."
"결국 싸워보겠다는 거야??"
테라는 오른손을 휘저으며 허공에 법진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완성된 법진 속에서 무엇인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켈베로스가 소환되었습니다.))
"크아아악! 오랜만에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겠군."
사역마로 소환된 켈베로스는 강력한 불을 뿜어댔다. 켈베로스는 반인 반수로 태어났다. 하나의 몸에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개의 형태를 지녔고,
그리스신화에서는 지옥의 문을 지키는 개라고 불렸다.
'제, 젠장... 결국 나의 허세가 먹혀들지 않았어. 채린이가 내 꿈속을 현실로 깨어나지 못하게 설정을 해놔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쳐버리겠군.'
"뭐 하고 있는 거냐? 설마 내 사역마인 켈베로스를 보고 겁을 먹어버린 건 아니겠지?"
테라는 내가 사역마를 소환하기를 예의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채린이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오른손으로 법진을 그려 나갔다.
'저 괴물 같은 켈베로스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 사역마에게 기대를 해보는 수밖에...'
"나와라 사역마!"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내 사역마인 괴도루팡이 소환되자 테라는 꽤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댔다.
"사역마 기운을 보아하니, 내가 처음에 너를 얕본 게 맞군. 꽤 강력한 사역마를 가지고 있어."
"괴도루팡의 강력한 기운을 느꼈으면 그냥 조용히 물러나지?"
'제발 가라.. 이 사역마는 내 변태 술법에 당해 사기 계약을 맺은 거라고.. 켈베로스는 딱 봐도 그냥 괴물인데 내가 어떻게 상대하냐고!!'
"그래도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지. 한 수 양보하겠다. 들어와라!"
"...."
나는 테라에게 섣부른 공격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소환한 가짜 인형도 아닌 진짜 사람과의 전투 자체가 처음일뿐더러,
이제 막 사역마와 계약을 맺고 귀속 아이템을 얻은 애송이에 불과한 내가 나보다 급으로 따져도 2단계나 높은 테라에게 먼저 공격을 하기에는 내 발이 땅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젠장.. 겁먹으면 안 되는데.. 너무 긴장 해서인지 내 다리의 떨림이 멈추지 않아.'
"나보고 들어오라는 건가? 그래, 내 쪽에서 먼저 가주지. 가라 켈베로스!!!"
"쿠와아악! 괴도루팡의 모가지를 물어뜯어주지."
테라가 켈베로스에게 명령을 내리자, 건너편에 있던 켈베로스는 단숨에 뛰어올라 내가 있는 위치까지 다가왔다.
"괴, 괴도루팡!"
켈베로스의 매서운 공격 속에 괴도루팡은 자신의 모자안에 지팡이를 꺼내어 켈베로스를 막아섰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과 전투를 하게 되면 이렇게 메세지창이 나타나는 건가?'
"켈베로스씨 당신한테 물어볼 것이 있소."
"무엇이냐?"
"당신은 암컷이오? 수컷이오?"
'괴도루팡 저 새끼..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그냥 변태가 아니라 종족을 초월하는 변태였던 건가?'
"쿠와아악! 목소리만 들어도 모르는 거냐. 수컷이다."
"나는 여성을 때리지 않소. 그게 설령 암컷이라 할지라도. 수컷 켈베로스 덤비시오. 내가 상대해드리겠소!"
괴도루팡의 개소리를 들어서일까 켈베로스의 주변에 불길이 더욱 크게 솟구치며 괴도루팡의 몸을 재도 안 남길 기세로 아가리를 벌리며 괴도루팡에게 돌진했다.
"크아아악!! 죽어라!!"
켈베로스와 괴도루팡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B급 사역마라 질 거라고 예상했던 생각과는 달리 호각을 이루며 싸우고 있었다.
'이거 잘만 하면 이길 수 있겠는데..?'
그렇게 기대를 하던 찰나 테라라고 불리는 녀석이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크크. 아직 켈베로스의 힘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 켈베로스 화룡의 포효!"
테라가 사역마의 스킬을 외치자 켈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에서 괴도루팡을 향해 불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대기 시작했다. 불길이 누그러들자
괴도루팡의 모습은 켈베로스 공격에 피해를 입은 듯 보였다.
"루팡, 괜찮은거야?"
"괜찮겠소..?"
"너 A급도 이겼었다며.. 어떻게 켈베로스가 너보다 강한 것 같냐.."
"계속 구경하고 있을 것이오?"
"응..?"
"잔말 말고, 당신도 어서 내 스킬을 써주시오."
"스킬?"
"내 스킬 말이오! 당신과 계약을 맺어서 이제 내 마음대로 스킬을 쓸 수가 없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아까 채린이가 스킬창을 보라고 했었지.'
서둘러 스킬창을 확인해보니 괴도루팡의 스킬은 총 세 가지가 있었다. 나와의 전투에서 사용했던 정신 훔치기 그리고
스킬 훔치기, 아이템 복사가 있었다.
정신 훔치기 LV.1: 상대방의 기억력을 훔칠 수 있다. (스킬 이름 변경가능)
스킬 훔치기 LV.1: 상대방 사역마에게 훔친 스킬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킬 이름 변경가능)
아이템 복사 LV.1: 상대방에 귀속된 아이템을 복사할 수 있다. 복사된 아이템은
전투가 끝나면 곧 사라진다. (스킬 이름 변경가능)
'괴도루팡이라서 그런가 스킬 자체가 전부 남의 것을 빼앗는 거네. 그래도 강한 사역마답게 스킬은 나쁘지가 않은 것 같아.'
"이것으로 마지막인 것 같군. 켈베로스 화룡의 포효!"
"괴도루팡 스킬 훔치기!"
'하, 뭔가 화룡의 포효와 비교되게 스킬 훔치기라는 말이 촌스러워. 나중에 설정에서 스킬 이름을 바꿔야겠어.'
((괴도루팡이 켈베로스 화룡의 포효 Lv5 스킬을 훔쳤습니다.))
'그다음에는 그냥 쓰면 되는 건가?'
"괴도루팡 화룡의 포효!!!"
주문을 맞 받아치자 괴도루팡의 지팡이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켈베로스의 화룡의 포효와 괴도루팡이 훔친 불의 화력의 힘은 서로 비등비등했다.
'화룡의 포효 Lv5를 훔치니 스킬의 레벨까지 똑같다니... 정말 대단한 스킬이잖아?'
"이상한 스킬을 사용하는 군. 켈베로스 다시 화룡의 포효"
"괴도루팡! 화룡의 포효!!"
"에잇, 화룡의 포효!"
"루팡! 화룡의 포효!"
시간이 지나자 괴도루팡이 가진 스킬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훔친 스킬은 상대방 스킬에 비해 약하지는 않았지만 강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싸움의 승패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싸움이 지속되었다간 켈베로스와 괴도루팡 체력이 서로 방전되겠어.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방 등급이 B급이라 더 이상 소환할 수 있는 사역마가 없다는 거야.'
"크흑. 안되겠군 내가 나서야겠어. 켈베로스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
테라는 켈베로스를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을 시켰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자, 롱소드같이 생긴 검이 테라의 오른쪽 손에 생성되었고.
그렇게 구현된 롱소드는 보라색 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건 테라 녀석의 귀속 아이템인가? 라이덴 소드? 번개와 관련된 무기이겠군 그건 그렇고 저 녀석 사역마에 이어, 귀속 아이템까지 좋다니...'
"나를 B급으로 빠르게 승급시켜준 '라이덴 소드'다. 덤벼라!"
테라는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와 라이덴을 휘둘렀고, 루팡은 재빠르게 테라의 검을 맞 받아쳤다.
"아직, 안 끝났소.."
"루, 루팡..."
하지만 켈베로스와의 싸움으로 지친 루팡은 라이덴 소드 한방에 뒤로 몇 보나 물러나 바위에 몸을 부딛쳤다.
그리고 루팡의 몸은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기 시작했다. 안간힘으로 벽에 기대어 버티고 있는 루팡을 바라보던
테라는 화가 난 듯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끝까지 사역마 뒤로 숨겠다는 것이냐? 어서 너의 귀속 아이템을 꺼내라."
"귀속 아이템...?"
'나에게 귀속된 아이템은 쓸모없는 '인벤토리 창' 하나뿐인데.. 뭘 꺼내라는 거야..'
"테라.. 나도 너처럼 '라이덴 소드'같은 검이 있었다면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크하하하핫!!!!"
"왜.. 웃지?"
"보아하니, 쓸모없는 아이템이 귀속된 것 같은데.. 승부는 이미 난 건가? 너의 자질구레한 변명을 들으니, 하나만 이야기해 주지."
"변명?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곤 너는 꽤 좋은 아이템을 귀속하고 있잖아!"
"D급과 A급 그리고 S급에서까지 쓸모없는 귀속 아이템이 나온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은 현재 SS급에서 좋은 아이템이 귀속되길 바라며 수련에 몰두 하고있지."
"뭐...?"
"현실 세계에서도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성실함과 노력이다.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자기 인생을 포기해버린다면 너는 결국 그만한 그릇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테라의 말과 채린이의 말들이 오버랩 되었다.
채린이가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자고 한 지 불과 몇십분도 안돼서 추잡한 변명을 늘어놓는 내 자신이 더욱더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네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나온 거 같은데 이제 그만 끝내자!"
테라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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