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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11화 (11/136)

〈 11화 〉 1부 10화 꿈속 세상에서 첫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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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0화 꿈속 세상에서 첫 데이트

((사역마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법진이 그려지고 소환이 되잖아?'

괴도루팡은 자신이 소환이 되자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더니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뿜어댔다.

"이 세계는 공기가 꽤 탁한 듯하오?"

"계약하면 현실 세계로 나와도 따라다닐 수 있는 건가?"

"나도 처음 맺은 계약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런 것 같소."

"와우..!! 짐이 하나 생겨버렸군. 그러면 왜 여태껏 꿈속에서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던 거야?"

"당신의 검을 맞고 쓰러진 뒤,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이 채린 낭자한테 고문을 당하고 있었소."

"그럼 구경하지 말고 도와줬어야지!"

"차마 무서워서 말을 걸지 못했소."

"야! 아무리 무서워도 그렇지! 내 사역마라면 그런 긴박한 상황에 나와서 도와줬어야 할 것 아니야."

"미안하오. 정말 무서워서 그랬소. 내가 알던 채린 낭자 모습이 아니었소."

"그래... 이해가 가긴 한다. 다음부터 채린이 심기는 건들면 안 되겠어."

"목숨이 몇 개가 되지 않는 이상 절대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잠깐만... 그때 생각하니 다시 눈가에 눈물이 고이네.."

"손수건은 있지만 남자의 눈물을 닦도록 줄 순 없소. 이해하시오."

"말이라도.. 고맙다.."

괴도루팡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나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이곳 세계에서는.. 몸에 힘이 없는듯한 느낌이 들고 있소."

"아.. 사역마는 현실 세계에서는 힘을 못 쓰는 건가?"

"그런 것 같소.."

"그럼 현실 세계에서는 굳이 너를 소환할 필요는 없겠군."

"섭섭하오."

"뭐가 또 섭섭한 거야..?"

"이곳 세계에 이렇게 어여쁜 처자들이 많은데 소환할 필요가 없다니 섭섭하오."

"언제는 채린이가 좋다며? 채린이의 숨겨진 두 얼굴을 보니 변심이라도 한 거냐?"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정을 모욕하지 마시오!! 한 번 정한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소."

"그럼 방금 그 말은 뭔데?"

"다만, 일단 당신과 계약을 맺었으니. 나 또한 내가 살던 세계와 당신이 현실 세계라고 부르는 이곳을

드나들게 될 터인데, 각각 세계에 마음에 안식처는 있어야 할 것 아니오!!"

"그래. 말을 말자. 머리만 아프지. 지금 네 모습을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볼 수 있어?"

"그런 것 같소만."

"내가 너를 소환하기 전에는 꿈속 세상에 있는 거야?"

"그건 아니오. 계약을 맺게 되니 사역마들이 머무를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생겼소. 거기서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니터가 가능하고

당신에게 아까처럼 이야기도 할 수 있소."

"답답하지는 않지?"

"외롭긴 하지만 생각보다 넓어 답답하지는 않소."

"너는 조금 외로울 필요도 있고, 학생들이 너를 보면 꽤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일단 들어가 있어."

"알겠소."

괴도루팡이 사역마의 공간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교실로 들어가 책상 의자에 앉았고 곧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업을 받는 와중에 중간중간 뒤를 돌아 한힘찬을 바라보니 당분간은 나를 신경 쓰지 않으려는 건지 나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꿈속 세상에서도 신경 쓸 것이 많은데 현실 세계라도 신경 쓸 일이 줄어서 다행이야. 당분간은 학교에서 소란 피우지 말아야겠어.'

"야! 이종익"

"응.."

"빨리 음료수 사 온다. 실시!"

"아, 알았어!"

달라진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쉬는 시간마다 나를 대신해 종익이가 힘찬이의 셔틀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남을 도울만한 영웅심리가 없음은 물론이고, 종익이의 실언에 대한 용서와 배려심 또한 남아 있지 않았다.

'자업자득이지 뭐. 그나저나 꿈속의 닉네임을 정해야 하는데. 뭔가 딱 듣자마자 '와 멋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닉네임을 뭐로 정할지 생각하면서 남은 수업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때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집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오늘 수업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군. 괜히 한힘찬과 마주쳐서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서둘러 집에 가야겠어.'

그렇게 집으로 향하고 있던 도중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건 어떤 조그마한 악세사리 가게에 붙어있는 포스터였다.

악세사리 가게 안에는 수많은 악세사리들이 진열이 되어 있었고, 내 걸음을 멈추게 했던 포스터 속에는 채린이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소녀가

귀여운 머리핀을 꽂고 있었다.

'채린이한테 잘 어울릴 듯하네. 현실에서는 직접 전해줄 수 없으니, 이미지를 잘 생각해 두었다가 꿈속에서라도 구현을 해줄까?'

"권종찬 씨! 뭐 하세요!?"

그렇게 멍하니 포스터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언제 나타났는지 지은이가 뒤에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아! 뭐야?"

"왜 그렇게 깜짝 놀라? 저 포스터에 있는 소녀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야?"

"뭐, 뭔 소리야!!"

"네가 포스터 속에 소녀가 꽂고 있는 머리핀에 관심을 가질 리는 없잖아!?"

"왜! 예쁘면 엄마한테 선물로 드릴 수도 있는 거지."

"수상해.. 설마 이상형이 오타쿠처럼 파란 머리 소녀는 아니지?"

"하, 지은아 네가 파란색으로 염색해봐라.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평소 의기소침하던 내가 장난스러운 태도로 지은이를 대하자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나의 양쪽 볼을 꼬집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귀여운 녀석!! 네가 요즘 운동 좀 한다고 뵈는 게 없지?"

"아, 아파아 놔아즈줘!"

"싫은데? 네 성격이 바뀌어 가는 거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대드는 걸 용납할 수는 없지."

"자알모옷했어.."

"그래! 지금 그 마음 변하지 말아라."

'왜 꿈속세상과 현실 세계에서 내 주위에는 기센 여자밖에 없냐고!

"지은아, 근데 왜 원 플러스 원은 없고 혼자 집에 가는 거야?"

"원 플러스 원? 아, 승연이? 오늘 걔 기획사 가는 날이야."

"기획사?"

"응. 걔 어렸을 적부터 춤도 잘추고 노래도 잘했었잖아. 얼마 전에 기획사 오디션을 합격해서 걸그룹 연습생을 준비하고 있어."

"아, 그렇구나."

"승연이 데뷔하면 연예인 친구 한 명 생기는 거지. 나도 이참에 연예인 데뷔해봐?"

"응. 그래. 이왕이면 파란색으로 염색하고 데뷔하자. 풋..."

"어쭈, 아직 볼이 말짱 한 가보지??"

"자, 장난이야."

지은이와 나는 오랜만에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종찬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래. 잘 가."

언젠가부터 내 성격은 조금씩 외향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대화를 피하기 바빴던 지난날의 내가

현재는 지은이와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달라지고 있었다.

'비록 꿈속이지만 채린이랑 대화를 주고받았던 게 도움이 되었던 걸까?'

집에 도착한 나는 방안에 들어가 꿈속 닉네임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임에서도 캐릭터 이름을 만들 때도 한두 시간씩 생각해서 만드는 스타일이라

꿈속에서 닉네임을 정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했다.

'하.. 너무 생각하니까 그게 그거 같아. 그냥 원래 게임 속에서 쓰던 걸로 정할까..'

그러다, 저녁이 되자 할아버지가 집에 오셨고, 오랜만에 오순도순 셋이서 저녁밥을 먹었다. 그리고선 꿈속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방안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이제 채린이를 보러 가볼까? 설마 아직도 뒤끝이 남아있는 건 아니겠지.'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RC 체크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와보니 바로 훈련장 입구가 나를 반겼다.

'후, 오자마자 훈련 인 건가.'

"변태야, 오자마자 한숨이야? 내가 안 반가운가 봐?"

뒤를 돌아보니 채린이가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변태 아니라고!"

"흥!"

"아니, 공룡이랑 한 달 동안 싸우고 현실로 돌아와서 하루 쉬고 UFC 선수들이랑 세 달 훈련하고, 다시 하루 쉬고 소환수 소환해서 싸운 다음에

계약 맺고 내가 무슨 기계냐고!!"

내가 울분을 토하자, 채린이도 생각해보니 미안한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 네가 여태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꿈속에서의 하루 정도는 좀 놀아볼까?"

"좋아!"

"근데 닉네임은 정했어? 아이템을 귀속하게 되면 설정창이 생긴다고 했잖아? 그전까지는 정해야 돼."

"이틀 동안 꽤 힘들었지만 정했지.. 원래 게임에서 쓰던 닉네임인데 꽤 멋진 아이디지 훗.."

"뭔데??"

"내 닉네임을 바로 말해줄 수 없지. 설정창에서 닉네임을 만들 때 그때 보라고!"

"참고로 설정창에서 닉네임을 한 번 정하면 못 바꿔."

"응. 알겠어. 근데 우리 이제 뭐하고 놀지?"

"네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로 설정하고 놀아볼까?"

"그날 일은 얘기하지 말지? 나에게는 흑역사라고."

"푸하하하. 왜 그래 네가 그때 얼마나 패기 넘쳤었는데."

"자꾸 놀리면 괴도루팡을 이긴 가짜 채린이의 비키...ㄴ.."

"변태씨, 고문으로 한 달 동안 버텨볼래?"

"그니까, 그만 놀리라고.."

'위험했다. 지옥 같은 한 달을 다시 한번 겪을 뻔했어.'

"후, 그래. 그러면 놀이공원이나 구현해서 놀자."

"놀이공원?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한 달 고문실 콜?"

"놀이공원 콜."

"그럼 네가 놀이공원을 이왕이면 실감 나게 구현해 줘."

"구현하는 건 나보다 채린이 네가 훨씬 더 잘하고 빠르잖아."

"... 아, 몰라 네가 구현해 줘!"

"아, 알겠어."

'흠. 그럼 최근에 학교에서 놀러 갔었던 하루랜드랑 비슷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최근에 갔던 하루랜드랑 비슷하게 구현했어. 들어가자."

나는 구현을 마치고 문을 소환했고, 문을 열자 하루랜드와 흡사하게 구현한 놀이공원에 들어섰다.

"우와, 종찬이 너 생각보다 구현을 섬세하게 잘한다?"

"에헴,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름 십 년 동안 꿈속에서 구현을 하면서 놀았었다고"

"진짜 재밌을 것 같아!! 우리 빨리 놀이기구 타러 가자!"

"응. 그래.."

'뭐야.. 한 번도 놀이공원을 놀러 가보지 못한 사람처럼..'

채린이와 여러 놀이기구를 타고 수많은 동물들도 구경했으며, 기분을 내기 위하여 솜사탕도 서로 맛있게 나눠 먹었다.

하루 종일 놀이기구를 신나게 탄 뒤 채린이는 신이 났는지 나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진짜!! 네 덕분에 오늘 기분 완전히 좋았어!!"

'팔짱.. 쑥스러워. 이런 게 데이트인가?'

"풉... 누가 보면 놀이공원 처음 와본 사람인 줄 알겠네."

"응!!! 사실 놀이공원 처음 와보거든!!"

"아..."

'놀이공원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구현을 나한테 부탁했구나.'

채린이에게 측은함이나 동정심을 느낀 건 확실하게 아니었다. 그러나 문득, 채린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채린이 몰래

놀이공원 안에 악세사리 가게를 구현했다.

"채린아, 저쪽으로 가면 악세사리 가게가 있는데 하루랜드에서 유명한 곳이니까 한번 가보자!"

"놀이공원에도 악세사리 가게도 있어? 그래, 가보자!!"

나와 채린이는 악세사리 가게에 들어섰고, 현실에서 보았던 머리핀을 재빨리 구현한 뒤 채린이 머리에 꽂아주었다.

거울에 비친 머리핀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는지 채린이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머리핀이네..? 예뻐.. 특히 내 헤어스타일이랑 잘 어울려!"

"응. 너한테 어울릴 줄 알았어."

"보기보다 안목이 좋다?"

"뭐, 이 정도는 기본이지"

"아무튼 고마워..."

채린이와 나는 하루랜드의 마지막 피날레인 레이저 쇼를 감상하며 나에게 있어서 정말 영화 속에서 있을 법한 꿈속 세계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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