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만 꿔도 세계 최강-9화 (9/136)

〈 9화 〉 1부 8화 빵셔틀이 핵인싸가 되었다.

* * *

1부 8화 빵셔틀이 핵인싸가 되었다.

그 시각 청량 고등학교.

교실 문 앞에 선 나는 잠시 망설였다.

'교실에 들어가게 되면 분위기는 어제와 다르지 않을 테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운으로 이종익을 이겼다고 생각할 수 있고,

실력으로 이겼다고 해도 한힘찬의 졸개 중 한 명인 이종익일 뿐이니까.'

"드르륵"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나를 보며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힘찬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뭐야, 권종찬 맞아?

­권종찬 몸이 저렇게 좋았나?

­키도 큰 것 같은데?

­종찬이, 젖살도 빠지고 잘 생겨 진 것 같아.

그렇다. 정작 나는 매일 내 몸의 변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채린이와 3개월간 꿈속에서의 트레이닝으로 눈에 띄게 체격이 좋아져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3개월이 아닌 지옥 같은 트레이닝 속에서 버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를 보지 못한 기간은

불과 삼 일. 놀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체감상 3달 만에 학교를 왔으니, 가뜩이나 수업에 집중 안 되는데 더 안 되겠군.'

갑자기 달라진 모습 때문이었을까? 한힘찬과 졸개들은 쉽사리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남자답게 달라진 내 모습에 평소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던 여자애들이 쉬는 시간마다 말을 걸어왔다.

"종찬아, 몸에 식스팩 있지??"

"너 LOL 티어 높다며!? 나 버스 좀 태워줘!"

"곧 시험 기간인데 시험공부는 잘 돼가?"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힘찬은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었는지,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교실 문을 나갔다.

'차라리, 한힘찬 음료수 셔틀을 하는 게 편하겠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왕따보다 더 피곤했던 핵인싸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거라."

집으로 들어가자, 엄마는 어디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고 언제 집에 돌아오셨는지 할아버지께서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계셨다.

"하, 할아버지!!!"

"그래, 종찬아 이 할아버지가 그리 반가운 게냐?"

"보고 싶었어요."

"할아버지도 종찬이가 많이 보고싶었다. 그나저나 핸드폰을 켜 보니 전화를 많이 했었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게냐?"

"아,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그냥 전화드린 거예요."

'할아버지한테 감시자를 처음 이야기했을 때도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내 꿈속에 누군가가 들어온다고 하면 많이 걱정하실 거야.

어느정도 꿈속에 등급을 올릴 때까지 할아버지에게 비밀로 해야겠어.'

할아버지는 나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시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며칠 안 본 사이에 키가 많이 큰 거 같구나? 몸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아, 제가 요즘 체력을 키워보려고 학교 끝나면 달리기랑 근력운동을 엄청 열심히 해요."

"허허, 그래 밖에서 뛰어놀고 그래야지 사내 놈 다운 거지."

"아, 그리고 할아버지 죄송해요."

"뭐가 죄송하다는 것이냐?"

"할아버지한테 말대꾸 한 거요. 죄송합니다."

"사내자식이 말대답도 할 줄 알아야지!! 허허.. 그래도 종찬이가 많이 생각하고 나한테 용서를 구한 것인데 이 할아버지가 받아줘야겠지?"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할아버지는 회사 일이 많이 바쁘셨나 봐요?"

내 질문을 듣고 할아버지는 금세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선 내 물음에 대답했다.

"요즘 회사 일로 많이 바쁘구나.. 그건 그렇고 종찬아, 혹시 루시드 드림 할 때 별다른 일은 없었지?"

"네... 별일 없었어요."

'정신 상태가 이상한 친구를 사귄 것 빼곤...'

"종찬아, 웬만하면 꿈속에서 자각하는 행동은 당분간 자제했으면 한다. 혹시라도 자각하게 되었을 때 꿈속에서 뭔가 특이한 일들이 생기면 할아버지한테 꼭 이야기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 말씀이세요?"

"아, 아니다. 아무 일 없었으면 그걸로 됐다."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을 아끼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그것과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고, 그동안 못 나눴던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누는 사이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아까 말한 것처럼 루시드 드림은 자제하거라."

"아, 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와 저녁 인사를 나누고 방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이제부터는 궁금한 건 제가 스스로 알아볼게요.'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으로 진입해 RC 체크를 하고 채린이를 기다렸다. 얼마 후, 채린이의 모습이 내 시야에 보였다.

"안녕!? 좋은 저녁?"

"그래. 좋은 저녁이야."

"달라진 현실 세계는 잘 즐기고 왔어?"

"아니, 근데 어떻게 꿈에서 체격, 체력, 반사신경, 등이 현실 세계로 전이될 수 있는 거야?"

"내가 꿈속에 설정을 바꿔놨으니까, 아무리 혼자서 루시드 드림을 10년 동안 하였다고 해도 꿈속 설정에 대해서는 혼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아..."

"그건 그렇고..."

현실 세계에서의 할아버지와 대화가 신경 쓰인 탓에 내 표정은 평소와 같지 않았고, 채린이는 그런 나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었나 봐?"

"아, 오늘 할아버지가 집에 오셨거든. 당분간 루시드 드림을 자제하라고 하셔서... 아마 감시자들 때문에 나를 걱정하시는 거겠지."

"그럼, 빨리 수련하면 되겠네."

"수련을 하면 감시자가 내 꿈속에 못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들어올 수는 있지만 네 꿈속을 지배할 수는 없지. 그러니 최대한 네가 등급을 올릴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그래, 그럼 부탁해."

채린이는 자신의 앞에 문을 하나 구현하더니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며 나에게 따라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채린이를 따라서 문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그럴듯한 훈련장이 나왔다. 아무리 자각을 했어도 그저 꿈속의 공간일 뿐이지만 이 훈련장의 공기는 한 인간이 구현했다고 보기에는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시각, 청각, 후각이 마치 예전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어때? 마음에 들어? 네가 이제부터 수련할 공간이야."

"와... 구현 능력이 정말 섬세하구나. 확실히 수련할 분위기가 나는 훈련장인걸?"

"그깟 분위기를 내려고 만든 게 아니야. 이 훈련장은 E, F, G급 감시자들이 D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훈련장을 본떠 만든 거야.

이 훈련장에는 사역마 소환장, 설정값을 공부할 수 있는 설정실, 귀속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현할 수 있는 구현관,

그리고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회복소 등이 있지."

"그럼 나는 이제 어떤 것부터 수련해야 돼?"

"꿈속 능력들은 구현, 소환, 설정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눠져있어. D등급이 되면 원래 자기가 소환할 수 있는 사역마 한 마리와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겨. A등급이면 둘, S등급이면 셋, SS등급이면 넷을 소환하고 구현할 수 있어."

"응? 소환이나 구현이라면 지금도 할 수 있는데?"

"네가 상상으로 할 수 있는 초월이 되지 않은 가짜 소환과 구현 말고. 꿈속 세상에서 너 혼자만이 소환할 수 있는 강력한 사역마,

그리고 너에게 영원히 귀속될 수 있는 초월이 된 아이템을 말하는 거야."

"사역마? 소환수랑 다른 건가?"

"초월의 기운이 깃든 소환수가 너와 계약을 맺게 되면 너만의 사역마가 되는 거야."

"초월은 진짜를 뜻하는 걸로 풀이해도 돼?"

"그래. 네 말대로 가짜가 아닌, 초월이 된 아이템과 사역마."

"나만의 사역마와 귀속템. 뭔가 멋있다. 그럼 설정은 어떻게 수련할 수 있어?"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을 얻게 되면 자동으로 설정창이 열리게 되는데, 그건 그때 가서 설명해 줄게.

우선 사역마와 귀속 아이템 중에 사역마를 먼저 얻어야 하니까 소환장으로 가보자."

채린이와 나는 사역마 소환장으로 향했다. 사역마 소환장에 도착하니 흡사 콜로세움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관객석이 있었고

경기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우와... 저기 관객석은 뭐야?"

"원래 예비 감시자들 훈련장과 같은 모습이라고 했잖아. 원래라면 예비 감시자가 소환수를 소환하고 계약을 맺을 때 같이 구경하며 응원을 해주는 곳이지. 왜? 혼자라서 쓸쓸해? 인형이라도 소환해서 관객석을 가득 채워줄까?"

"괘,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저기 법진 보이지? 법진 정중앙에 앉아서 네가 원래 꿈속에서 소환하는 방식으로

아무거나 소환을 해봐."

채린이 말대로 법진 한가운데에 앉았다. 그리고 원래 내가 소환을 하는 방식으로 눈을 감고 가상의 문을 만든 뒤, 문을 열면 어떤 소환수가 있을지 머릿속에 상상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얍!!!!!"

'어라, 소환이 왜 안되는 거지?'

"채린아, 네가 소환수를 소환을 할 수 없도록 설정해 놓은 거야?"

"네가 지금 앉아있는 소환장 법진 위에서는 네가 여태껏 꿈속에서 상상했던 가짜 소환수는 소환을 할 수 없어. 소환하는 방법은 같지만,

초월의 기운이 깃든 소환수 밖에 소환이 안 돼. 그래도 방식은 네가 가짜 소환수를 소환하는 방법이랑 같은 맥락이니까 잘 집중해봐.

[1시간 후.]

"채린아, 도저히 소환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계속 노력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소환수의 형태가 흐릿흐릿해 보이겠지만 결국은 선명해질 거야. 그리고 네가 평소에 문을 만들어서 소환하는 방식은 실제 전투 상황에서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실속이 없을 테니, 저기 있는 법진의 문양을

손으로 그려서 소환하는 법도 같이 연습해야 돼. 꿈속에서의 시간은 한 달이니까 소환수를 불러내기엔 충분한 시간일 거야.

'그래. 한 번 열심히 수련해볼게."

"초월이 깃든 소환수가 소환된다면 소환이 되었다는 메시지창이 뜰 거야."

"메시지창? 그게 뭐야?"

"소환해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나는 설정실 가서 오랜만에 공부 좀 하고 있을 테니 잘해봐."

채린이가 소환장을 떠난 후 나는 법진에 앉아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온 정신을 가다듬어 집중했다.

소환장과 회복소를 번갈아 가며 훈련에 매진하다 보니 보름이 지날 무렵부터 소환수가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흐릿흐릿해 보이지만 뭔가 드라큘라 같은 옷을 입은 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은 발전된 것 같군. 조만간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겠어.'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것 같았던 소환수가 보름이 지나 점차 보이기 시작했고, 소환수를 소환하는 시간이 비록 조금씩이지만 단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외롭긴 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채린이한테 응원할 수 있는 인형이라도 소환해달라고 해서 관객석이라도 채울걸 그랬나.'

[열흘 후]

((소환수 '괴도루팡'이 소환되었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