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만 꿔도 세계 최강-8화 (8/136)

〈 8화 〉 1부 7화 내가 선택한 길

* * *

1부 7화 내가 선택한 길

3개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마지막 하루가 남았을 때, 내 앞에 채린이가 다시 나타났다.

"우와... 누군지 못 알아볼뻔했네. 몸이 많이 좋아졌는걸? 남자가 다 됐어? 후훗"

"그거, 성희롱이야."

"제법이네. 말도 받아칠 줄 알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나 보네?"

"이제 준비는 끝났어. 말해봐!"

"뭘 말하라는 거야?"

"나를 이렇게 훈련 시킨 걸 보면 누군가를 암살할 계획이겠지?"

"뭐, 뭐라고?"

"말만 해. 쥐도 새도 모르.."

그 순간 채린이의 오른쪽 발이 내 얼굴을 향해 날라왔다. 나는 여유롭게 왼팔로 얼굴을 가드 하였다.

'하이킥인가? 뭐, 이제 이 정도는'

"는 페이크. 로우킥!!"

"억!"

"감히, 날 살인청부나 하는 야만인으로 몰아?"

(퍽) (퍽)

"잘못했습니다. 농담이었어요."

"후, 그래도 꿈속에서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현실 세계로 가면 안 자려고 발악을 할 줄 알았는데 꼬박꼬박 제시간에 꿈속으로 잘 들어오더라?"

"너는 내가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도 아는 거냐?"

"그럼, 알지. 너는 나보다 등급이 낮다니까?"

"등급? 말 잘했다. 이제 등급에 대해서 알려줘."

"음, 질문 시간인가? 약속대로 대답해 주지. 등급이란 꿈속에서 지배, 소환, 설정, 구현 등을 어느정도 할 수 있는지 구분하는 건데

G급부터 SS급까지 있어. G급은 꿈을 자각했을 때 정도의 등급이고, 참고로 내 등급은 A급에서도 상위야"

"A급이면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등급은 아니네?"

"무슨 소리야. 드림 재단에서도 직급으로 따지자면 A등급은 대장급이고, B등급은 부장급 정도인데 A등급은 현재 드림스틸러들까지

포함해도 우리나라에서 삼백명도 안 되거든?"

"S급이나 SS급은?"

"S등급은 백 명이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고 SS등급은 아홉 명인데 드림 관리 재단, 프란, 흑협 각각 세 명씩 보유하고 있지.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거고."

"그럼 나는 자각한지 10년이 넘었으니 C나 D급 정도 되려나?"

"C나 D급정도? 감시자들은 매년 꿈을 자각한 사람들 중에 자각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30명씩 뽑아. 대부분 E, F ,G 급이고

그중에서도 E등급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야."

"우와...."

"그런 사람들을 뽑아서 빠르면 현실시간으로 1년 늦으면 3년 정도 훈련시키고, D등급으로 진급하게 되면 그때 부터 감시자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럼 내가 바로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그 인재?"

"아니."

"에이, 그냥 장난쳐본 거야."

채린이는 내가 던진 농담에 시큰둥한 표정을 보였다.

"D급이야."

"뭐, 뭐라고?"

"다시 말해줘? 기운으로 따지자면 D급이라고."

"아, 내가 장난 한번 쳤다고 너도 치는 거지?"

"장난 아니야, 정말 D급 맞아."

"아니, 어떻게 내가?"

"너 나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지? 네가 내 앞에서 자각 못하는 척 헛소리할 때."

"아, 응."

"그때 네가 스스로 꿈에서 깨어났잖아?"

"응, 그랬지."

"그때 나는 네가 혹시라도 꿈에서 깨려고 할까 봐. 빠르게 설정을 해놨었어. 그런데 내 설정값을 깨트리고 나갔지.

내가 그때 당시 꿈에서 나갈 수 있게 설정했던 제한 값은 E급이었어. D급 이상이 되어야 현실로 깨어날 수 있었지."

"말도 안 돼. 나는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는데. 재단에서 훈련을 받아야 올라갈 수 있는 등급이라며."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러니까 나도 기껏해야 E등급으로 설정한 거고. 네가 현실에 있던 시간 동안

네 꿈속에서 했던 행동들을 살펴보고 추적해본 결과 D급이 확실해."

"내가 여태 꿈속에서 했던 행동들을 추적했다고? 그게 가능해?"

"가능해. 같은 A급이라고 하더라도 나랑 차이가 많이 나면 추적할 수 있어. 그런데 너는 나보다 심지어 3단계나 낮잖아."

'발가벗겨진 기분이군.'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지?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이런 건 처음 겪은 일이라. 네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확인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너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었고."

"하, 나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라...."

"네가 여자나 소환해서 변태 짓거리 하는 애였으면 혼내주려고 했지만, 현실에서 친구한테 맞고

그걸 분풀이나 하는 정도의 찌질이면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했어. 불쾌했다면 미안해."

'찌...질....이..'

"고... 고맙다. 그래도 처음이네."

"뭐가?"

"네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한 거."

순간, 채린이는 창피했는지 두 볼이 급속도로 빨개졌다.

'뭐야, 설마 부끄러워하는 건가? 이 녀석..... 캐릭터를 종잡을 수 없어.'

"흠흠,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감시자들한테 그동안 걸리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다고만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게 맞아."

"감시자한테 여태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한거구나.."

"그래. 아무리 꿈을 자각하고 지배하는 능력이 타고났어도 F급 정도 자각력이 되면 감시자망을 피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거든.

여태까지 정말 운이 좋아서 피했다고 쳐도 앞으로 걸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며 채린이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지금 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첫 번째는 이제 평생 꿈을 자각하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이렇게 살다가 흑협한테 지배석을 빼앗기고 평생 자각을 못하든가, 감시자한테 걸려 재단으로 스카우트를 받거나 평생 감시를 받는 것.

"잠깐, 내가 감시자를 하면 감시를 받을 일도 없는 거 아니야?"

"다들 원해서 감시자를 하는 것 같아? 드림관리재단은 흑협이라는 조직과는 달리 현실에서까지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꿈속에서 자각을 하지 못하게 평생 감시하고 있어."

"평생.. 감시를 한다고..?"

"그래 그런 곳에서 감시자가 되면 현실에서는 너의 직업을 비밀로 하면서 살아야 돼. 사랑하는 사람들한테도 말이야.

평생 감시받고, 꿈을 자각하면 안 된다는 절망감에 어쩔 수없이 선택하는 거지."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군.."

"그래도 휴일마다 자신의 꿈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월급은 잘 나오니까 나쁜 선택은 아닐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럼 마지막 세 번째는 뭐야?"

"마지막은, 감시자가 꿈속에 들어와도 방어할 수 있는 자각력과 지배력이 생기도록 꿈속에서의 너의 등급을 내가 올려 주는 것."

"네가?"

"응. 드림 관리 재단에서도 예비 감시자를 훈련하는 교관은 아무리 높아봐야 C급이야. 그런데 나는 A급이야.

게다가 1:1로 고급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일생일대 절호의 기회인 것이지."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거야? 나한테 워, 원하는 거라도.?"

(퍽)

"왜 때려..!"

"너 자꾸 그런 얘기 하면서 네 옷을 감싸 쥐는데, 나 그런 변태 아니야."

"그럼, 왜 잘해주는 건데?"

"모르겠어, 근데 내가 여태까지 풀지 못한 과제의 열쇠를 꼭 네가 쥐고 있는 기분이 들어."

"그럼 나한테 잘해줘야지. 왜 자꾸 때려.."

"네가 자꾸 실없는 소리 나 하니까 그렇지."

"그럼 나는 세 번째를 택하겠어. 스스로 강해지겠어."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이제 현실 세계로 깨어날 시간 다 됐으니까 오늘은 이쯤하고 현실세계로 가서 꿈속에서의 닉네임이나 정해놔."

"닉네임?"

"응. 모든 것을 구현하고 소환할 수 있지만 외형적인 것은 변형 할 수 없잖아?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얼굴이 못생겼다고

꿈속에서 얼굴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잖아."

"응."

'안타깝지만, 얼굴은 바꿀 수가 없지. 그랬다면 내가 차은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보안에 신경을 써야해. 현실 세계의 이름은 정보를 착취 당할 수 있으니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꿈속에서 각자 닉네임을 써. 그러니까 잘 정해봐."

"일단 내 이름은 권종찬이야."

"바보야. 내가 여태까지 이야기한 것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 현실 세계에 실제 이름을 나한테 알려주면 어떡해!?"

"네가 앞으로 내 스승이라며, 그리고 이유가 어찌 됐든 꿈속에서 처음 사귄 친구인데 이름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닉네임은 현실에서 생각해보도록 할게."

채린이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나는 그런 채린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현실 세계로 복귀했다.

[[그 시각 서울 어느 지역.]]

외형적으로는 노르트담 대성당을 연상케하는 궁전 같은 집이 있다. 그 궁전 같은 집을 둘러싼 숲과 울타리들이 눈에 띄었고,

집 창문을 들여다보니 한 소녀가 침대에서 깊은 잠을 청하고 있는 듯했다. 잠시 후 그 소녀의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노크 소리에 반응이 없자 한번 더 노크 소리가 이어지고, 잠시 후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맨 노년의 신사가 소녀의 방에 들어왔다.

노년의 신사의 손에는 소녀가 일어나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고급스러운 물병과 컵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서 있었다.

"청아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후아암~ 좋은 아침입니다. 최 집사님도 좋은 꿈 꾸셨나요?"

"허허, 제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아침잠도 많이 없어졌더군요.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 소리 마세요. 최 집사님이 없으면 흉흉한 세상 속을 이렇게 연약한 제가 어떻게 살아가라고요."

"청아 아가씨 성격에 충분히 살아가실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훗, 나이가 들으셔도 기억력까진 감퇴되지 않으셨네요?"

"이 노인네 마지막 꿈이 아가씨 몸이 완전히 다 낫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는 게 소원인데 지금 제가 기억력까지 감퇴하면 안 될 일이겠죠."

"에이, 또 그런 소리 하신다."

"그런데 청아 아가씨, 요즘엔 좋은 꿈을 꾸시나 봅니다."

"네? 제가 그렇게 보여요?"

"그럼요. 아가씨가 요즘 아침에 일어나시면 해 맑은 모습으로 저를 마주하시니깐요."

"아, 요즘 제법 재미있는 녀석을 알게 돼서 그런가?"

"아가씨가 하시는 루시드 드림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근데 녀석이라고 말하면 남자인 건가요?"

"저보다 약하긴 하지만, 남자는 맞죠."

"청아 아가씨, 남자는 믿을 게 못 되는 동물입니다. 여자를 방심하게 만든 틈을 타서.."

"아, 최 집사님 잔소리 좀!! 그런 녀석 아니에요. 게다가 그 녀석이 저를 변태 취급한다고요."

"아니, 살짝 예의가 없으시고 덜렁대시지만 그래도 아가씨처럼 맑고 깨끗하신 분을 누가.."

"앞부분은 좀 빼시죠."

"집사가 갖춰야 할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주인님에 대한 충언입니다."

"에이, 됐고 사람 한 명만 좀 알아봐 주세요."

"아가씨가 말하는 그 녀석, 말인가요?"

"네. 그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학교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가씨가 몸이 안 좋아서 못 다니시겠다고.."

"그때는 친구가 학교에 없었잖아요. 이젠 저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요."

창문을 열고 내리쬐는 햇볕을 쐬며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는 소녀의 표정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최 집사는 어릴 적에만 보았던 소녀의 표정에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 청아 아가씨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