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1부 6화 우리 같이 수련해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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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6화 우리 같이 수련해Yo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어느 때와 똑같이 RC 체크부터 하고 방 안을 빠져나오니 어제와 똑같은 숲속이었다. 일단 나는 의자를 구현한 뒤, 그 의자에 앉아 소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소녀는 어디 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뭐야, 벌써 꿈속으로 들어온 거야? 내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기다렸어. 도대체 너는 누구야?"
그 소녀는 내 앞에 또 하나의 의자를 구현한 뒤 나를 보며 마주 앉았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난 후에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야?"
"궁금한 게 뭐야? 네가 나를 때렸을 때 통증을 느낀 거? 그건 나도 처음 겪은 일이야"
"아니, 그건 설명할 필요 없어. 처음에 네가 이 꿈속의 지배자인지 몰랐으니까.그것보다 네가 감시자를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건..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셨어. 꿈속에서 꿈인 걸 인지하고 행동하게 되면 감시자가 내 꿈속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 마주치게 된다면 모른 척하라고."
"할아버지는 어떻게 아는 건데?"
"맹세하고 정말 몰라. 할아버지가 이야기 안 해주셨어."
"그럼, 언제부터 꿈을 인식할 수 있었어?"
"정확하게 10년 됐어."
((10년...? 10년 동안 감시자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었을 텐데.. 저 녀석의 할아버지가 정말 궁금해지네.))
소녀는 내 대답을 듣고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질문은 끝난 건가?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자,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니 너도 대답해줘."
"그래, 뭐가 궁금한 거지?"
"넌 누구야?"
"나? 꿈속에서 활동하는 닉네임은 채린."
"네 이름이 궁금한 게 아니고, 도대체 내 꿈속으로 어떻게 들어온 거냐고!"
"음, 그 질문은 너무 광범위한데 나보다 등급이 낮으면 누구 꿈속이든 들어갈 수 있어."
"감시자가 아닌데도 남의 꿈속을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드림 스틸러라고 보면 돼."
"드림 스틸러?"
"사람들이 꿈인 걸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감시하는 자들이 있는 곳을 '드림 관리 재단'이라고 불러. 그리고 그들을 반대하는 집단을 '드림 스틸러'라고 하지. 그런데 드림 스틸러는 선과 악으로 나누어져 있어."
"선과.. 악??"
"선은 '프란'이라고 해. 감시자들로부터 꿈속에서의 자각을 억압받는 게 싫어서, 감시자가 꿈속으로 들어오면 서로 협력해 서로의 꿈속을 넘나들며
방어하고 맞서 싸우면서, 정보들을 공유하는 집단이야."
"그럼 악은?"
"그에 비해 악은 일명 '흑협'이라는 조직이야. 자기가 소환하고 구현한 인형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꿈속으로 침입해 폭력과 겁탈을 일삼는, 벌레 같은 조직이지."
`겁탈....??`
"그래서... 나를??"
"퍽"
"흑... 왜 때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따지고 보면 드림 스틸러 중 선이라고 보면 돼."
"근데 왜 내 꿈속으로 침입한 거야!"
"감시자들이 몰려와서 내 꿈속 방어선을 뚫었거든. 그래서 아무 꿈속이나 숨어 들어왔는데, 그게 너의 꿈속이었던 거야."
"아니, 그러면 프란이라는 사람들 꿈속으로 숨어들지. 거긴 서로 도와준다며."
"그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프란 집단에서도 나를 꺼려 해."
"그럼 역시... 넌 흑협이었어.. 내 첫 순결을 꿈속에서 뺏길 순 없.."
"퍽 퍽"
"잘못했습니다. 장난이었어요."
"흑협이 제일 무서운 점은 마지막에는 상대방 지배석을 빼앗는 거지."
"지배석? 그게 뭐야?"
"나는 지금 너의 지배석을 볼 수 있지만 너는 아직 설정창이 열려있지 않아서 볼 수 없어. 빼앗기면 너는 앞으로 평생 꿈을 자각할 수 없게 되는거야."
"어떻게 하면 빼앗길 수 있는 거야?"
"네가 설정창이 열려있을 때 흑협에게 순순히 주든지 네가 꿈속에서 죽든지."
"나도 네가 공룡으로 죽였잖아."
"그건 사역마도 아닌 가짜 소환수고."
`가짜 소환수는 뭐고 사역마는 또 뭐야...`
"흑협한테 이득은 뭔데?"
"지배석이 수련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서 상대방을 좌절감에 빠져들게 하는 것을 즐기는 거지."
"나쁜 녀석들이구나.. 근데 현실 세계에서의 외형적인 것은 꿈속에서 변형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그러면 현실에서 복수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드림관리재단,프란,흑협 이들은 치열하게 싸우며, 서로를 경계하고 있지만, 그런 그들도 그들만의 정해진 규칙이 딱 하나 있지."
"그 규칙이라는 게 뭔데?"
"이 셋의 조직 안에 속해진 자, 그들끼리는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실세계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행여 지배석을 빼앗겨
평생 자각을 못 하게 되어도 현실세계에서 복수를 할 수 없지."
"왜 그런 규칙이 정해진 거야?"
"나야 모르지. 하지만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지배석을 빼앗겼다고 현실에서 그 가해자를 찾아가서 복수로 살인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될 것이고 결국 '루시드 드림'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겠지."
"그것을 원하지 않는 거야?"
"응. 드림관리재단,프란,흑협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들을 가지고 있지만 유일하게 뜻이 맞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루시드 드림에 관한 것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것이지."
"서로 다른 이유라.."
"드림 관리 재단 같은 경우는 일반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에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으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하고, 흑협은 이런 재미있는 판타지 같은 세상을 자신들 말고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지."
"근데, 드림 관리 재단은 도대체 일반인들의 자각몽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
그들이 도대체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이지? 백 년도 지난 산골짜기 마을 사람들의 죽음과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신념' 같은 건가?"
"그 이야기도 알아??"
"할아버지가 들려주셨지."
"그래...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
내 앞에서 항상 밝았던 채린이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씁쓸해 보였다.
"그럼 프란은? 프란은 드림스틸러 중에도 선에 속해 있다면서!"
"음, 그들의 입장은 꽤 심오한데, 너처럼 스스로 자각한 자를 관리재단과 흑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이야. 하지만 프란의 보호를 원하지 않고 재단이나 흑협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프란 입장에서도 루시드 드림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지"
"복잡하구나.."
"후, 아무튼 당분간 감시자를 피해서 네 꿈속에서 신세 좀 져야겠어."
"아니, 네 꿈속에서 감시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거라면, 그냥 꿈인 걸 자각하지 않고 자버리면 되잖아."
"내 꿈속 세계에 누군가 침입해 있으면, 자각을 하기 싫어도 자각을 할 수밖에 없어."
'아, 내가 그래서 어제 저절로 꿈이라는 걸 자각을 한 거였구나.'
"아니, 그럼 내 꿈속을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 거야?"
"꿈속에는 각자의 '드림홀'이라는 문이 있어. 감시자들이 들어오기 편하도록 만든 일종의 순간 이동 장치라고 보면 되지."
"드림홀??"
"나 정도 되면 나보다 낮은 등급인 사람의 꿈속으로 드림홀을 생성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야."
"네가 말하는 등급이라는 게 뭐야?
"참 나. 너는 몇 개 대답해 주지도 않고, 많이도 물어본다. 다른 질문은 다음 이 시간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훈련부터 하자."
"무슨 훈련...? 아니, 잠깐만. 공룡 그딴 훈련은 필요 없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그래도 내가 네 꿈속 세상에 신세 지고 있는 거니까, 임대료라고 생각해."
그러더니 소녀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을 소환했다.
'외국인...? 낯이 익는데.'
"현재 UFC 페더급에 볼카노프세키, 라이트급에 하밥 선수야."
'아,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영상으로 본 사람들이구나.'
"내가 하루에 꿈속에서 설정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한 달 정도야. 내일부터 이틀 동안 학교에 안갈테니, 현실세계 시간으로는 3일,
꿈속 세상 시간으로는 3달 정도 훈련할 수 있겠다."
"설마... 저 사람들이랑 죽을 때까지 싸우라는거야?"
채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내 앞에 TV에서나 보던 UFC 선수들이 대련할 수 있는 링과 샌드백 등 각종 운동기구와 시설을 구현했다.
"이 두 선수들이 앞으로 3달 동안 너를 훈련을 시켜주고 대련해 줄 거야."
"이걸,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건데!?"
"질문은 다음 이 시간에. 못 들었어?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는 네가 감히 받아보지 못할 훈련을 시켜주는 거야."
"그러니까, 그걸.. 내가 왜..?"
"훈련을 받게되면 알게 될거야. 훈련이 된 체력과 운동 능력들은 오늘 네가 느낀 것처럼 현실 세계에도 전이가 되니까,
결국은 너한테 좋은 거고. 훈련이 끝나면 질문에 대답해 주지."
"너, 무슨 킬러 같은 거 키우는 거냐...?"
"그리고 꿈속에서 마음대로 하던 네 능력은 모두 사용할 수 없게 설정 해놨으니, 성실하게 훈련에 임해 봐. 자, 그럼 3달 뒤에 보자.
나는 그동안 네 꿈속을 좀 살펴봐야겠어. 그럼 이만."
"아니, 잠깐만."
내 말이 끝나가기도 전에 채린은 사라지고 두 남자와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와... 꿈 속인데도 두 사람에게서 포스가 느껴져.'
강력한 포스를 품기는 그들의 기운에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 그 긴장감 속에서 두 남자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말을 건넸다.
"우리 같이 수련해 Yo~"
'그런 얼굴로 한국말 하지 말라고 미친놈들아..'
채린이 떠난 후 무서운 남정네들과의 꿈속 동거가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팔자에도 없던 격투, 그래플링, 체력운동 취침을 번갈아가며 반복했다.
공룡을 소환했을 때처럼 죽는 고통은 피할 수 있었지만, 꿈속에서 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기절 후에 깨어나면
피곤함을 제외하고는 몸 상태가 말끔하게 회복이 되어 있었다. 아마, 채린이라는 여자가 내 꿈속에 걸어놓은 설정값 같았다.
'꿈속에서 피곤함은 설정이 안되나 보네.'
'아무리 그래도 피곤함보다 제일 나를 힘들게 한 것은...'
"Hey, 잠깐 쉬자. 너무 힘들어."
"우리 같이 수련해 Yo~"
"그러니까 10분만 쉬자고, 대화도 좀 하면서. 오케이?"
"우리 같이 수련해 Yo~"
'아니, 무슨 똑같은 말만 반복하게 설정 해놨냐고.'
... 사람에 대한 외로움이었다.
꿈속에서 한 달이 지나니, 현실 세계로 깨어났다. 앞으로 이렇게 꿈속에서 두 달을 버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절망감과
도대체 왜 이런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던 정보들을 소녀에게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앞서 있었다.
10년 동안 꿈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삶을 살다가, 그것에 대한 지겨움이 생길 때쯤,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잠깐 훔쳐본 느낌.처음으로 꿈을 자각했을 때처럼 설렘에 내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몸도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꿈속에서 3개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마지막 하루가 남았을 때, 내 앞에 채린이가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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