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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2화 (2/136)

〈 2화 〉 1부 1화 자각몽을 인류 최초로 깨달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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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화 자각몽을 인류 최초로 깨달은 자

'나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졌다. 적어도 내 꿈속 세상에서는..'

"잠깐, 옛날이야기 좀 들어볼래?

나야 뭐 진지한 것은 딱 질색이지만 어쩔 수 없어. 필요한 이야기니까. 그럼 시작한다?"

나에겐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할아버지가 나에게 자장가처럼 늘 들려주었던, 내가 태어나기도 전 무려 백 년이나 더 된 이야기. 시작은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젊은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기 어떤 젊은 청년이 걸어가고 있다.

불안해 보이는 빠른 발걸음과는 다르게 기대감 속에 들떠 있는 표정은 꽤 상반되어 보였다.

외형적으로는 조선 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물을 들이지 않은 흰 무명옷을 입고 있었으며, 청년의 발은 금방이라도 닳아져 버릴 것 같은 짚신을 신고 있었다.

그 청년이 발을 디딘 곳은 작은 마을 안에 있는 회관이었다.

회관 안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과 배 속에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산모를 빼고는 모두 마을 회관에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군중속에 섞여 있는 한 노인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오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러게 말이야. 누가 보면 우리 마을 이장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그래도 병오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뭔가 좋은 정보를 알려 주고자 모이라고 한 것 같은데 참고 기다리시죠."

얼마 지나 병오라는 청년이 회관 안으로 들어오자 웅성거렸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해마다 가뭄 속에 시달려왔었다.

그곳은 나라의 수도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도움을 청하여도 도와주는 이 하나 없었다.

그러다 병오라는 청년이 강가와 마을의 수로를 연결하면서 가뭄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청년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전부 모이도록 한 것이야?"

"여러분 이제 다들 가뭄을 벗어나 자급자족을 하시며 행복한 삶을 보내고 계시죠?"

"그, 그렇지. 병오 청년 덕분이지. 이 나라의 왕도 외면하였던 우리를 살게 해준 사람인데."

"과찬이세요. 근데 이렇게 여유로운 삶이 지속되니 여흥을 즐기기 시작하게 되고 심지어 술과 도박에 중독이 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년의 한마디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마냥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청년은 손을 흔들며 다그치려는 게 아니라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였다.

"여러분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인생에는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잠드는...

그런 인생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 맞지. 어차피 뒈지면 똥 되는 건데. 즐길 건 즐겨야지."

"그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몸 여유롭게 살아가는 거야."

자신보다 어린 병오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었던 사람들은 병오가 자신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자 마치, 부모에게 칭찬받은 아이처럼 들떠 있었고, 이에 반응 또한 뜨거웠다. 병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술을 마시지 않고 도박을 하지 않아도 삶을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

"여러분들 모두 잠에 들면 꿈을 꾸시죠? 내 자신이 꿈속에서 겪고 있는 상황을 꿈이라고 인지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자각몽'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자각몽? 꿈속에서 꿈이라는 걸 인지? 그게 무슨 시답지 않은 소리인가?"

병오의 뜬금없는 소리에 회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술렁거렸지만, 병오는 이에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꿈속에서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하늘을 날고 싶으면

하늘을 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으며, 상상하는 그 모든 게 가능합니다."

"마, 말도 안 돼.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말인가?"

"여러분들 중에 혹시 꿈을 꾸다가 '이것은 꿈인데?' 라고 생각하셨던 분 혹시 계신가요?"

병오의 말에 뒤에 있는 한 중년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런 적이 몇 번 있긴 있었지. 근데 갑자기 꿈인 걸 알게 되니 무서워지더라고 하하.. 그래서 깨어나려고 엄청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깨어나 있더라고.."

"무서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깨어나기 위해 노력할 필요 또한 없습니다! 꿈속에서 꿈인 걸 인지하는 순간,

여러분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상상하고 실현해보세요."

며칠이 지나고, 병오의 말을 처음에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대로 병오의 말을 믿고 꿈인 걸 인지하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꿈속에서 꿈인 것을 인지하는 일은 마음먹는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식 아직도 꿈을 인지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껄껄. 정말 어디에 머리가 심하게 부딪혀서 상태가 안 좋아진 것 아니야?"

"그러겠지. 병오 혀 놀림을 믿는 사람들도 멍청한 거지."

마을 사람들의 영웅이었던 청년은 어느새 사람들에게 입방아에 오르며, 허풍쟁이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병오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까지 싸잡아 욕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의 말을 믿고 꿈속에서 꿈을 인지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자각몽에 성공하였고

그 이후로 점차 한 명씩 자각몽을 할 수 있는 자가 마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소식 들었어? 대장간 하는 최 씨 알지? 그 최 씨도 자각몽인가 뭔가를 성공했나 봐."

"에이, 병오가 다른 사람들이랑 짜고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최 씨가 하루가 멀다고 밥 먹듯이 드나들던 도박장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부터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구만."

"저, 정말이야? 그 여편네 죽고 도박에 미쳐버린 최 씨가?"

"사실이라니까, 심지어 그 꿈속에서 죽은 자기 여편네도 만났다고 하더라고."

점차 소문은 퍼져나갔고 어느새 사람들은 자각몽을 성공한 자들의 집 앞에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자신에게 욕을 하였던 사람들이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아가며 자각몽을 알려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은 참으로 진풍경이었다.

병오라는 청년은 자신을 비난하였던 모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과거의 행동들을 용서하며 자각몽에 관한 것을 '자각몽'이라는 책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자각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꿈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것을 병오가 이미 지었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자각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반년 후, 그 작은 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다고 믿기 힘든 폐허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던 시장통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조차 보이지 않았다.

현실은 시궁창인 그들이었지만 꿈속에서는 부자가 될 수 있었고, 하늘도 날 수 있었다. 타인에게 지배받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세계.

그 세계에 있으면 사람들의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현실을 잊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그들은 자각몽을 하기 위해 잠만 자길 원했고 꿈만 꾸길 원했다.

밥도 먹지 않았으며 너무 많이 잠을 자서 잠이 안 오게 되자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자보려고 술만 마셔댔다.

그런 생활을 반복했으니 그들의 몸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 가기 시작했다.

병오는 뒤늦게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자각몽'을 자제하라고 당부하였지만 이미 때늦은 처사였다.

다시 또 반년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한 명씩 한 명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주려 자각몽을 일깨워준 청년 병오는 충격을 받은 뒤 그 후로는 흔적도 없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이런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그 나라의 왕까지 흘러 들어갔다.

"도대체 그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백성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하나둘씩 죽어 나간다는 말인가?"

"전하, 그 마을은 몇 년 전 지독한 가뭄 속에 시달렸던 마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가뭄이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원인이라는 말인가?"

"그렇게 추측하고 있사옵니다."

"가뭄에 피해를 봤다면 이 나라의 왕인 나에게 지원 요청을 했을 터,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경들에게 그런 보고를 듣지 못했는가!"

왕은 분노했고, 신하들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와 허리를 숙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몇 년 전 가뭄으로 인한 피해 백성들이 지원을 요청했을 당시 여진족과 전쟁 중이라,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진정되었을 때쯤에는 별다른 지원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가뭄을 해결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전쟁에 패배하여 나라의 1/5를 빼앗기고 심지어, 내 나라의 백성들까지 외면했었단 말이군."

"저, 전하"

왕의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빨갛게 충혈되었다.

"경들은 들으시오. 내의원 열 명과 나의 곳간에 있는 식량들을 챙겨 당장 내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는 곳으로 향하여 아픈 백성은 치료해 주고 허기에 굶주려 아사 직전인 백성들에게는 식량을 나눠주시오."

"저, 전하 망극하옵니다."

왕의 부대들이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 작은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된 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

곳곳에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그곳에 살아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살아있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단 말이냐?"

"소,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죽은 이들의 시체를 모아 장례를 치러주고 왔습니다."

"그래... 죽은 망자들의 넋을 위로라도 해주어서 다행이구나"

왕은 지그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신하 한 명이 왕에게 책 두 권을 보여주며 말했다.

"전하, 마을에서 책 두 권을 발견하였는데, 읽어보니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혹시 몰라 가져왔습니다."

"그 책을 이리 가져와 보라."

왕은 신하에게 받은 책 두 권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한 권은 그 마을에 살았던 사람의 일기장으로 보였고, 한 권은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소설 같은 내용들이 적혀있는 책이었다.

"한 권은 마을에 살았던 백성의 일기로 보이고, 다른 한 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적혀 있구나."

"그렇사옵니다."

"자각몽..? 책 제목 한번 괴상하구나."

"일기의 내용 또한 이해하기 힘든 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경들은 들으라. 머리가 비상한 인재들을 모아서 이 책 두 권이 뜻하는 바를 깨우쳐 오라. 이 책 두 권의 내용을 이해한 자는 내가 특별히 정 1품 보국숭록대부[?國??大?]를 칭할 것이다."

*보국숭록대부[?國??大?]

조선시대 정 1품 하계의 품계

"망극하옵니다."

왕의 명령으로 모인 인재들은 자각몽에 대한 책과 한 백성이 써놓은 일기를 토대로 불철주야[???]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각몽에 대한 내용임을 깨닫게 되었고, 자각몽이 마을 사람들 모두 죽게 된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내 왕에게 보고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을 접한 왕은 참담을 금치 못하였고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왕명으로 자각몽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이상 퍼지지 않게 철저하게 함구했다.

여기까지가 할아버지가 늘 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였다.

[[그 후로 백 년이 넘게 흐른 2010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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