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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해주세요, 마수님!-112화 (112/162)

〈 112화 〉 2부 41. 연결고리

* * *

주변이 소란스럽다.

하긴, 조사단 규모가 규모다보니 조용한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히어로 협회며 중앙정부며 죄다 뽑아서 구성시킨 조사단인데 규모가 작다면 그게 더 이상한거다.

아마 규모가 작다면 오히려 조사단을 구성한 정부쪽을 더 의심했을 걸.

뭐 숨기려고 하는 게 있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하지만 어차피 이 일련의 일들은 마력파덕에 벌어진 일.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개입할 틈은 없는 사건이라는거다.

그냥 도심 중앙에 잔해들이 터져나와서, 그것때문에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고 보는게 타당하고.

물론 그 잔해들을 처리한 이들은 누구냐 라는 문제가 남는다.

해방자들은 아직 '학자'에 의해 발생한 피해의 여파때문에 아직까지도 골골대고있는 중이고, 정부차원에서는 아직 잔해의 존재조차 모른다.

그 말은, 해방자나 연구자, 혹은 그와 관련된 뒷세계의 세력이 손을 썼다는 것이 정설.

물론 여기 나와있는 조사단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알려줘야 하나...'

알려줄 이유도, 알려주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다.

그 말은 그냥 이쪽 사정을 알고있는 성화연이나 내가 말하는 것에 따라 갈린다는 뜻인데...

­"시체가...무덤하나에 수십구요? 하긴, 인구가 몇만이었는데 하나하나 일일히 해서 하룻밤만에 다 묻는다는 것 자체가..."

성화연은 딱히 밝힐 생각은 없어보인다.

그냥 조사자료만 팔락팔락 넘겨보면서 뜸들이고있고.

'알려주지 말자는 쪽인가.'

뭐, 정보라는 게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거긴 하지만, 성화연이 저럴줄은 몰랐는 걸.

피식 웃으며 다시금 트럭들이 오가는 광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스는 돌아다니면서 현장 촬영하느라 정신 없고...'

성화연은 조사단이랑 협력하느라 정신없고.

'...사실 따지고보면 이유는 간단한 거긴 한데...'

이 사실을 밝히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엄청나지 않을까.

예측조차 불가능한 대규모 재해가 언제 어디서 널 조져버릴지 모른다고 까발리는거나 마찬가지니...

"휴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민간인이라면 재수없게 얻어걸려서 허무하게 죽을수도 있는거고.

'결국 원인은 전부 신격과 엘로힘 때문이다.'

엘로힘은 이 우주에서 유래한 생물이니 어쩔 수 없다곤 쳐도, 신격때문에 다 꼬인단 말이야.

한숨만 푹 쉬었다.

­데엥ㅡ

천막 옆의 의자에 기대어 앉은채로 다리만 휘휘 저으며 성화연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 갑자기 귓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묵직하네."

당연히 내 귓가에만 들려오는 소리겠지.

주변 사람들 아무도 이런 종소리에 신경 안쓰는데 말이야.

예전처럼 원인을 찾으려하지 말고 그냥 무시해볼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상황이 꽤나 위험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자의식 과잉이라고 놀릴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일반인이랑은 한참 벗어나 있다는 건 사실이다.

비록 현재는 대부분의 힘을 NTR당했다고는 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엘로힘이나 신격, 그 둘 중 하나에 관련있는 일이 분명했다.

'음...'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의 공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직 태양은 높이 떠있지만, 안개는 지천에 널리 깔려있어서 음산하게 들린다는 건 부정 못한다.

살짝 무섭긴 하네.

'예전처럼 혼자 갔다가 좆되지 말고, 이번엔 친구라도 데려갈까?'

혼자 움직이기만 해서는 또 납치당하던지 어떻게 당하던지 해서 민폐만 끼칠 게 분명하니.

믿을 수 있는 놈 하나만 골라서 데려가자.

'상대가 일반적인 엘로힘이냐, 아니면 학자 그자식이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학자는 지금 내 상태로는 상대 불가.

일반적인 엘로힘이라면 불로불사의 인간일뿐인 지금 상태에서도, 내 선에서 처리 가능이다.

"끄응..."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본다.

세상이 온통 검은색으로 찰 정도로.

'학자는 아닌가...?'

아무래도 그 녀석은 아닌 것 같다.

미약하게 나로부터 얇은 실처럼 연결되어 있는 신격이 느껴지기는 한데, 학자라면 얇은 실 보다는 아예 굵은 실처럼 느껴졌을거다.

이건 그냥 학자가 멀리있어서 신격도 미약하게 느껴지는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상대가 학자는 아닌 것 같네.'

끽해야 엘로힘.

위험하다 해도, 내 선에서 처리 가능이야.

'화연이는 바쁜 것 같으니까...'

조사단의 진지 밖으로 나서며 오늘의 노예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찰칵, 찰칵.

찍어둔 사진을 돌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안개때문에 탁 트여보이질 않네...'

조잡한 나무 십자가가 즐비해있는 모습이 나와야 뭔가 분위기가 더 살텐데 말이다.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에는 꽤나 폐쇄된 느낌의 사진이었다.

'빌어먹을 안개같으니라고.'

이 근처에는 호수나 바다도 없을텐데 뭔놈의 안개가 이렇게 꽉꽉 들어찬건지.

속으로 투덜거렸다.

다시금 카메라의 다이얼을 돌리며 초점을 조절하고 있던 그 때, 아랫쪽에서 자켓의 끝부분을 꾹꾹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야, 야, 마스."

"...루시?"

루시는 성화연이랑 같이 있었을텐데, 얘가 왜 여기까지 나와있는거래.

물론 루시가 싸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건 알고 있는데, 여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예 일탈하려고 마음이라도 먹은건가.

"나랑 어디좀 가자."

"...?"

"차 끌고 빨리 따라와. 한 시간 내에 다녀 올거야."

아니, 무슨 일인지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냐.

"야, 야!!"

그리 말하기도 전에 루시는 내 목덜미를 붙잡고 질질 끈다.

"일이 있어, 일이. 그냥 태워다주기만 하면 되는거라니까?"

"또 성화연한테 잘못걸려서 탈탈 털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너는. 학습능력이란 게 없는거냐?"

"쓰읍."

그래, 얘 고집 엄청 쎈 놈이었지.

어지간해선 맘 안돌릴 거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울상을 지으며 그대로 루시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

.

"...여기 맞냐?"

"맞을걸?"

루시가 목적지로 정한 곳은 심지어 특정한 장소조차 아니었다.

그냥 특이한 거 발견할 때까지, 한쪽 방향으로만 쭉 달리는 게 전부.

길이 포장되어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건물들도 있다보니 가야할 길도 빙 둘러가는 일도 즐비했고.

운전하는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경로다.

언제까지 가야하는거야.

차는 어느샌가 도시 밖으로 나와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

덜컹거리며 거진 30분 가량을 질주한 것 같다.

"...?"

그러다 군사기지같은 시설을 발견했다.

검문소에, 감시초소까지. 확실한 전초기지였다.

"빙고."

루시가 조수석에서 그리 중얼거렸다.

대체 뭐가 빙고라는걸까.

차의 속도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왜 아무도 없는 것 같냐."

"그냥 들어가. 상관없어."

"아니, 야. 적어도 최소한의 법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어? 아무리 봐도 군기지같은데, 여길 그냥 밀고 들어가자고?"

"안쪽 한번 들여다봐봐, 저쪽이 과연 정상적인 기지같은지."

루시의 말에 고개를 빼 저 안쪽을 들여다보니, 확실히 정상적인 기지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시설이라고는 오로지 창고나 차고같은 시설이 전부.

주요 시설은 죄다 땅으로 꺼진듯한 모습이었다.

'...따지고보면 그렇게 이상한 시설같지는 않은데.'

애초에 여긴 고속도로를 달리다 중간에 빠져서 허허벌판쪽으로 한참을 나와야 있는 곳이다.

아무리 깊게 생각해봐도, 극비리에 감춰진 기지라는 가정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루시가 여기를 알아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중요한 시설에 군인 하나 없다는 게 이상한거지. 원래라면 여기 접근하기도 전 수km부터 온갖 검문 다 받아야 했을 걸."

"...그러냐?"

"그래. 여기서 뭔가 일이 터진거야. 한번 들어가봐."

그리 말하며 루시는 창문을 열고선 의자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고개를 빼밀었다.

뭔가를 찾는 듯 눈을 찌푸린 채로.

"될 대로 되라지."

뭐, 잘못돼봤자 죽는것밖에 더하겠어?

"아, 맞다. 렌트카 비용."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선 힘으로 차단바를 부숴버렸다.

"기스나면 안되니까."

"절약정신 대단하네."

루시가 피식 웃었다.

*

부지는 넓기에 주차할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음산하네, 여기."

"쉿."

내가 차에서 내리며 투덜거리자, 루시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중얼거렸다.

­휘이이...

귀를 기울여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군기지에서 이렇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을 수가 있나?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위에 군인 몇명이라도 순찰하고 있을텐데.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공터를 누비는 루시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입구는 여긴 것 같네."

"응?"

루시가 공터 한가운데에 멈춰서서 한 말이다.

입구가 여기에 있다니, 대체 어디가?

"발 아래 전부가 문이야."

"아."

영화에 나오던 그거구나.

아예 땅 자체가 열리면서, 거대한 입구가 드러나는 식의 기지.

"그럼 어떻게 내려가게?"

"어떡하긴? 부숴야지."

"...?"

말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루시는 흉흉한 마력을 오른팔에 휘감으며 땅으로 살며시 갖다댄다.

"야, 야! 잠깐만!"

ㅡ콰아아아앙ㅡ!!

말리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엄청난 폭음.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만 같은 거대한 충격이었다.

다리와 팔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을 허우적거리다, 마침내 쾅, 하며 어두운 바닥을 향해 부딪쳤다.

"악, 아으윽..."

콜록콜록 하며 먼지를 뱉어냈다.

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래는 꽤나 넓은 공간인 듯 싶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안개와 먼지구름에 이중으로 필터링되서 몽환적으로 빛나는 모습이다.

"으윽...준비할 시간이라도 좀 주고 일좀 벌려라. 제발."

"사내새끼가 이런 것도 힘들어하면 되겠어? 일어나, 일어나."

능청스럽게 울리는 루시의 목소리에 투덜대고선, 카메라를 툭툭 털었다.

"이거 비싼건데..."

"...그거 가져왔냐."

루시는 내 카메라와 날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자칫하다간 부서질 수도 있을텐데...같은 불안한 말을 중얼거리며.

"아니, 대체 뭔 일인데 그러는거야?"

"나도 몰라."

"야."

지가 데려와놓고서는 자기도 모르면 어떡해?

하지만 루시는 본인 말에 이상함조차 느끼지 못한 듯 저 앞의 먼지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기다려!"

가라앉기 시작하는 먼지구름을 뒤로하고선, 서둘러 루시의 뒤를 쫓아갔다.

.

.

.

"군 관련 연구시설인가?"

"비슷한 것 같은데? 엄청 깨끗하네."

어두운 복도를 오로지 루시의 걸음에 의존하며 움직였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텐데도, 오로지 뽀득거리는 소리와 코로 먼지 하나 들어오지 않는 걸 봐서 굉장히 청결한 시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덜컹!

루시가 커다란 레버를 끙끙대며 당기자, 시설 전체에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방의 전경.

"여기는...중앙 통제시설인가?"

"비슷한 것 같은데?"

갖가지 통신장비와 서버관련 시설들이 들어와있는 곳이었다.

루시 얘는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건지.

"안내도 보고 찾아왔지."

"넌 어두운데도 그게 보였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내 말에, 루시는 어깨를 으쓱대며 방의 밖으로 나갈 뿐이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대체 뭘 연구했길래 시설이 이렇게 복잡한거냐? 미로같네."

"짐작가는 게 있긴 한데, 애매해서 모르겠다."

먼지한톨 없는 새하얀 복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복도를 향해 자리잡은 유리창 안을 한번씩 들여다봤지만, 죄다 별 특색없는 컴퓨터와 서류더미들만 쌓여있을 뿐이었다.

­끼익...

"윽..."

그리고, 아랫층으로 내려가 처음으로 보인 문을 열자 드러난 것.

"시체네."

사람의 시체였다.

그것도, 피가 흠뻑 묻은 상태인 시체.

살해당한 것이다.

"안전한 거 맞아, 여기?"

"아마 위험할 걸."

"돌겠네, 진짜."

이젠 뭐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 지 모르겠다.

걸음을 옮기며, 조금씩 시설의 깊숙한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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