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2부 프롤로그 점멸
* * *
"이름은?"
"...루시."
"나이는?"
"......몰라."
하아, 하며 한숨쉬는 소리가 서 내부를 가득 메웠다.
눈앞의 탁자에 앉아있는 이 소녀는, 언뜻 보면 미아인 듯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기본 상식이 상당히 없는 느낌이었다.
어디 오지에 쳐박혀있다가 탈출하기라도 한걸까?
아무리 그래도, 전쟁이 끝난 후 지난 9년간의 발전사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상당히 이상했기 때문이다.
입고있는 복장도 이상했다.
그저 새하얀 원피스 달랑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애 혼자서 이런 곳을 돌아다니기엔 적합한 복장이 아니지 않은가.
"얘 등록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데요?"
"뭐? 진짜야?"
"네, 진짭니다. 이런 애가 수도에 있을리가 없어요."
"허어..."
심지어, 이제는 정보가 아예 없단다.
부모가 출생신고도 뭣도 안했다는 소리였다.
"얘 꼬마야, 너 혹시 어디서 왔니?"
"..."
"몰라?"
"......"
미아도 아니고, 시민권자도 아니고. 어딘가에 따로 정보가 있는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혹시,어디 범죄조직에서라도 탈출한 꼬마인걸까?
전쟁이 끝나고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지만, 그럼에도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구역이 훨씬 많았다.
도시는 마구잡이로 지어나가는데, 치안 유지를 할만한 인력이 부족하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정이었다. 애초에, 아이의 상태를 보면 평범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어딘가 결손된 모습이었다.
한쪽 눈과 팔이 없는 모습은, 적어도 평범한 아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본인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이 소녀에게는, 신체의 결손이라는 것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상황인지도 몰랐다.
"부모님은 안계시는거니?"
끄덕끄덕.
소녀의 표정을 살펴봤다. 딱히 부모에 관해 물어본걸로 불쾌감을 느끼진 않는 표정이었다.
작게 귀찮아 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들기는 했다.
"이걸 어쩌냐..."
후임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잠시 나갔다 온 사이 그 소녀가 그대로 방 안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땐,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
"...아."
깨어나보니 낯선 곳이었다.
방금 전 경찰서에서 이야기하던 경관님도 더이상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또 점멸현상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내 본질은 분명 3차원에 존재하는 나일텐데, 뭔가 그것마저 모호해지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멍해서 잠깐 머리를 쥐어잡고 웅크려 앉았다.
몸을 추스르며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어딘가의 골목길 같은 분위기였다.
건물 너머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나고.
하늘은 칙칙한 회색 먹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높다란 마천루들 사이의 골목으로 스며들어왔다.
"...뭐하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존재가 붕 뜨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성화연이나 만나러 가볼까."
목적을 잃었다.
그렇기에, 목적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