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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해주세요, 마수님!-6화 (6/162)

〈 6화 〉 1부 2. 되새겨지는 것들

* * *

"...주, 주인님..."

싸이코새끼 진짜...

­뻐걱

"크헷!"

【...표정.】

"...죄, 죄송합니다..."

미친 싸이코한테 잘못걸렸어.

서아도 그렇고, 이 미친 할배도 그렇고, 왜 나한텐 이런 애들만 꼬이는건지...

이러다간 내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

.

.

5살의 몸으로 깨어난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뭐했냐고?

뭐...

그냥 하루종일 맞았다.

교육이라는 명목아래 팔다리를 뽀개고 머리를 후려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가는걸 알 수가 없으니 그저 내가 몇번 잤는가를 기준으로 삼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끔찍한 생활을 하며 한달이 지났다는 말이다.

도저히, 버틸수가 없다.

이러다간 진짜로 굴복해버릴 것 같아서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결국 주인님이라는 말 뒤에 항상 똥씹은듯한 표정을 하는게 내 유일한 반항이다.

진짜 미친놈들.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싶었던 그날, 할배가 말했다.

【내일 다시 배양기 속으로 들어간다.】

"씨발."

넵.

...?

­뻐걱

"응악."

【배양기 속에 들어가기 전마다 몸을 코어와 어울리도록 적응시켜야 한다.】

"헤으...네..."

【그럼, 따라와라.】

문으로 다가가는 연구자.

­기이잉

"...하...?"

그러자 문이 열린다.

한달만에. 처음으로.

어쩌면 허무하다고 할 정도로 쉽게.

그러나 지금은 마냥 기분이 좋을 뿐이다.

와! 도비는 자유에요!

자유! 프리덤!

하지만 그런 해방감도 잠시.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날 대기하고 있던 연구자가 잡아세웠다.

【눕혀라.】

예?

그 말과 함께, 난 이동식 침대에 눕혀졌다.

"...?"

­철컹철컹.

손발에 채워지는 족쇄.

뭐야. 이게 뭔짓이야.

분명 적응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적응이란 코어가 심장과 융합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신체로 개조하는것이다.】

"...아..."

...그런 적응이었나.

하긴, 쟤들이 뭘 못하겠어.

­덜컹덜컹

어디로 실려가는지도 모르고 천장이나 멍하니 바라봤다.

저 위에선 LED형광등이 하얀색으로 밝게 빛나는 중.

격자무늬의 타일 중앙에 그런 형광등이 꽉꽉 박혀있어서 너무 지루한 패턴이야.

그냥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처럼 뻔한 광경.

계속 그런 패턴만 반복되서 지겨워질 즈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잉

순간 불어오는 찬바람.

설마 바깥인가? 하고 기대했지만, 눈에 들어온 건 그저 어두운 천장.

바깥보다 좀 더 어두운 천장일 뿐이다.

­드르륵

수술용 조명이 끌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조명이 비추는 곳은 내 배.

'...?'

"무, 무슨 개조를 하려고...!"

【존대.】

"...하는... 거에요."

대답은 있을리가.

그저 수술실로 몇명의 연구자가 더 들어올 뿐이다.

챙그랑거리며 수술기구끼리 부딪치는 소리.

호러 영화에서나 들릴법한 무서운 소리에 괜스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을 즈음,

­팍!

"윽?!"

갑자기 연구자 한명이 내가 입고 있던 새하얀 원피스를 가슴께까지 들춰올렸다.

어차피 팬티는 입었기에 그다지 수치심은 들지 않다만...

대체 뭐하려고.

­스릉

의문이 들고있던 찰나, 귓가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 잠깐! 잠깐만요!"

【...?】

"마취는? 마취는요?!"

【...어차피 안죽으니 괜찮다. 그리고 널 재우려면 평소보다 배는 더 많은 마취제가 필요하고. 명백한 손해다.】

신이시여 씨발.

마취도 없이 수술을 하겠다는건가.

"아..."

안돼.

안돼.

배에 차가운 감촉이 닿는게 느껴진다.

"아...자, 잠깐..."

고개를 들어보려 하지만, 족쇄에 막혀 목이 움직이질 않는다.

안돼! 살려줘요!

내 처절한 외침도 무색하게 내 배를 잡고있는 그 연구자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 배에 갖다댄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는게, 어째선지 묘한 위화감을 가져다 줄 뿐.

【진행해라.】

"씨발."

잠시 머뭇거리는 듯 보이는 손.

그러나 그 머뭇거림도 잠시.

­부우욱!

정신이 출타해버렸다.

***Side ???

【잘 잡아라.】

구속구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연구자 두명이 더 달라붙어 소녀를 누른다.

침대위에선,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는 소녀가 마구 몸부림치고있다.

그녀의 배에서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양의 피.

그 배를 가른건... 나다.

나.

내가, 이 소녀의 배를, 갈라버렸다.

산채로.

'윽...'

표정을 숨겨야한다.

여기서 들켰다간, 어떤 꼴을 볼 지 모른다.

참아야해. 내 목적을 기억해라.

난...

난 그저, 임무를 완료하기 위해...

"끄으아아아아악...!"

...임무를...

"흐힉, 헥... 끄학..."

...완료하기 위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중이다.

.

.

.

­질퍽

소녀의 뱃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도저히 맨눈으로 뜨고 볼 수 없는 광경.

하지만... 해야만한다.

이걸. 앞으로 한번 더.

소녀가 7살의 신체를 가질 무렵. 한번 더 해야한다.

"으헤...허..."

알파라고 했던가.

그 소녀는 어느샌가 축 늘어져, 장미처럼 붉은 혈액만을 수술실에 뿜어대고 있을 뿐이다.

피는 도저히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수술실 전체가 온통 붉게 물들어버렸다.

조명들마저도 붉게 물들어버려 수술실은 섬뜩한 붉은빛으로 발광한다.

­꿀럭

소녀의 뱃속에서 끄집어낸 내장이 있던 자리에 검은색의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 검은색의 무언가는 스스로 꿈틀거리며 주변의 장기와 연결되고 융합한다.

징그러운 광경.

"끄아아, 흐으, 아아악...!"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이미 죽은 육체를 마구 꺾어대며 저항하는 소녀.

'...미안해...'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문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지만, 참아야한다.

어째서 내가 이런 계획에 동원된걸까.

정신이 깎여가는 듯한 기분이야.

하지만, 우리도 이 소녀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쿠드득...

소녀의 뱃속에서 다시금 피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한다.

결국 잠시 움찔거렸지만, 본 연구자는 없어.

서둘러 자세를 다잡는다.

잠시 소녀를 바라보던 연구자가 소녀의 미동이 사라진 걸 보자 문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한다.

【교체 완료다. 그럼 이제 배양기에 집어넣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Side 루시

...

...

시간이.

흘러간다.

또다시.

***

【일어나라.】

싫어...

­빠각

"흐익!"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함께,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워있던 곳은 처음의 그 푹신한 침대.

몸을 바라보니 어느샌가 훌쩍 자란 모습이다.

...5살이었던 그 신체와 비교해서는 말이지.

적어도 그렇게 느껴진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거야..."

【존대.】

"...거에요."

꼰대새끼 진짜.

이런거 하나하나로 트집 엄청잡네.

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숨겨야해.

【3개월이다.】

"하...!"

시간이 또 그렇게 흘렀다니.

가만히 잠들어있던 시간이 3개월이었단 말인가.

【그럼, 이번에도 교육을 시작할 차례군.】

"또 무슨 교육을 하...려구요."

【너는 지금도 우리를 주인으로 여기고있지 않아. 깊숙한곳에 언제나 욕구를 감추고있을 뿐이지.】

"그, 그런거 아니에...!"

­뻐억

【지금도, 거짓말을 했지 않나?】

"아니...!"

【그런 의미에서, 초반의 교육은 이미 글러먹은거다.】

­빠각!

"그런거 아니라니깐...!"

【여전히 거짓말이군.】

­퍼억

그 후로 내가 뭔 말을 하려 입을 열 때마다 얼굴을 후려치는 연구자.

...원천봉쇄의 오류 씨발련아.

틀린말이 없기에 반박을 못한다.

【그 마음가짐을 철저하게 고쳐주마.】

"...지랄."

­으직

.

.

.

아무튼,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계속 쳐맞으면서.

정신을 못차리겠어.

초반에는 맞을때마다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내 나름대로 고통을 해결할 방법을 찾긴 했다.

그냥 정신을 놔버리는거다.

몸은 내 통제를 벗어나 그냥 무기력하게 있을 뿐이지만...

마치 제3자 시점으로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야.

그냥 영화보는 느낌이 돼버린다.

고통이 느껴지긴 하지만 내것은 아닌것 같은.

그런 무식한 방법이다.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는 방법.

­빠각

...아무튼, 오늘도 쳐맞는중.

­【새싹부터 잘라내야지. 안그런가?】

­"네..."

내 입을 통해 누군가 말하고있어.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중에 거짓이란 존재할 수 없다. 맞나?】

­"...네."

멍하다.

정신나갈것같애.

­빠각

팔이 부러졌지만, 고통은 없다.

아니... 있는건가?

모르겠네.

­"아..."

나의, 아니... '루시'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다시한번 아득해지는 시야와 함께 온몸의 감각을 놔버렸다.

뭐 어때, 내 몸도 아닌데.

******

­푸거거걱

소녀의 뽀얀 배가 부드럽게 갈라진다.

다시한번.

눈을 감으면 안된다.

저들이 이변을 느끼게 해서는 안돼.

소녀의 비명을 예상하며 입술을 짓물었다.

"아...흐읍..."

...하지만.

들려온 소리라고는 그저 힘빠진듯 새어나오는 소리뿐.

저항하려는 움직임도, 뭣도 없다.

척추를 건드리며 살짝살짝 움찔거리는게 느껴지지만, 격렬한 저항따위는 없다.

이상해.

소녀의 눈을 바라본다.

그러고선, 마음속 어딘가 찢겨나가는 듯.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소녀의 눈은 죽어있다.

분명 밝은 조명이 위에서 비추고있는데, 소녀의 그 눈에 광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시체와도 같은 눈.

저 눈은 그저 허공만을 바라보고있다.

정신을.

붙잡고 있을수가 없어.

연구자에게 하루 종일 맞는모습을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정신이 망가졌을 줄은 몰랐어.

분명 눈 바로앞에 구해야할 아이가 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내 지금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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