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원해주세요, 마수님!-5화 (5/162)

〈 5화 〉 1부 1. 집가고싶어요

* * *

보글보글

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게 얼마만에 들어보는 소리인지.

시간도 모른채 암흑속에만 갇혀있으려니, 정신이 정말 나가버리는 줄 알았다.

이 모든 감각이 너무 사랑스러워.

역시 사람은 잃어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했던가.

너무 오랜만에 듣는 소리라 정말 천둥치는 소리처럼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뭐 어때!

내 감각은 돌아왔고, 나는 살아있다.

반쯤 미치기 전이었는데, 딱 알맞게 나왔구만.

서서히 눈을 떠본다.

"...?"

액체속에 있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액체속에.

몸의 감각도 어딘가 이상하다.

둔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너무 짤막하게 느껴진다.

설마 사지절단 해둔건 아니겠지.

아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야.

고개를 내려 몸을 살펴보려고 하지만, 몸이 도저히 움직이질 않는다.

시야 끝쪽에 무언가 관같은 것들이 보이긴 하는데, 저게 내 몸에 약물같은걸 주입하고 있는건가.

­【...­­­...】

아. 말소리다.

눈앞에 누군가 서있다.

흰 연구복을 입은... 2명의 사람들.

성별은 잘 확인되지 않는다.

눈앞에 거품이 자꾸 올라와서 시야가 뿌얘.

­【...우선은...다섯부터.】

귀를 기울여보니 뭔가 숫자같은걸로 토론하는게 들린다.

다섯이라니, 뭐가?

­【...그다음, 일곱...】

­【...일곱은 예정된 나이가 아닐텐데...?】

­【...주인이 누군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야한다...】

­【...아, 그렇군...확실히, 이전의 일을 생각해보면...】

주인은 또 뭐고 나이는 또 뭐야.

머릿속에 늘어만 가는 의문들은 잠시 덮어두고 계속해서 두사람의 대화를 듣는다.

­【...최종은 10세...】

­【...안전하게, 확실히 2차성징이 오기전에 고정시키자는 말인가...】

여전히 개소리만 지껄이고 있어.

그렇게 계속해서 두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데, 어느순간 스피커로 확장된듯한 음성이 기포소리에 필터링돼서 들려온다.

­[...□■■ ■□□...□■■...]

...무리.

못알아듣겠다.

하지만 저 소리가 나에 대해 무언가 말을 했는지, 앞에 있던 연구자 한명이 나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깨어난건가...】

­【...이제 곧 시작해야하니, 다시 재우도록 하지...】

그 후 무언가 버튼을 조작하는 또다른 연구자.

시야 끝에 보이는 관들이 팽창하는게 보이며, 또다시 내 시야는 암전됐다.

.

.

.

낯선 천장이다.

아.

하얀색의 천장이 눈앞에 보인다.

­슥

몸을 일으켜보려니 너무 쑤신다.

"끄, 흐으으으..."

뭐 어디 땅바닥에서 잔것도 아니고.

침대도 이렇게 푹신한데, 몸은 왜이렇게 쑤시는거야...

주위를 보니 그냥 방이다.

흰색 방.

타일의 경계를 표시하는 선만을 제외하면, 온통 흰색으로 도배되어있는 무미건조한 방.

가구라고는 지금까지 내가 누워있던 이 침대밖에 없다.

슬며시 침대 밑으로 발을 내리려다가, 시야에 들어온 내 몸을 보고는 경악했다.

"뭐, 뭔..."

몸이, 왜이렇게 작아?

팔다리가 너무나도 짧다.

어린애라도 된 것 마냥.

루시였을 때보다, 몸 전체가 짜리몽땅해졌다.

"유딩이냐..."

진짜로, 몸이 갑자기 왜이렇게 작아진거지?

머리카락을 한번 봐보지만, 여전히 흰색이다.

금빛이 살짝 섞인 은발.

루시와 똑같은 머리색이다.

그럼 이건...

내가 어려진건가?

왜?

내가?

갑자기??

대체 왜??

­기이잉

혼란스러운 감정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던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으로 들어온건 서우가 얀센 대령님이라고 불렀던, 그 육중한 체구의 할아버지였다.

"너, 너... 내몸에 뭔짓거리를 한거야."

【...】

사람 말에 대답조차 안하는 저 싸가지는 역시 여전하네.

그 미친 중2병 할배는 대답조차 안하고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나저나 갑자기 저 할배 왜저렇게 커보이지.

원래 저렇게 안컸던 것 같은데.

"...아."

내가 어려져서 그런거구나.

도대체 왜, 날 어려지게 했단 말인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날 이렇게 만든 이유가 뭐야."

대답따윈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의 몸이 너무 커버렸더군.】

"...개소리 하지말고, 요점만 말해."

【완전한 불멸이 되기엔, 이미 때가 지났었단 말이다.】

"불멸이고 뭐고 아재 진짜로 중2병 걸리셨어요?"

【...불멸은, 늙어죽지 않는다.】

"어쩌라는거야 자꾸."

【그렇기에, 되돌렸다. 다루기 쉬운 나이로.】

"...뭔."

뭔 개소리냐고. 자꾸.

【너는, 저 바깥에 있던 시절 육체의 위생을 관리했나?】

"당연한거 아니야? 더러워서 냄새나면 어떻게살아 그거."

【...불멸자에게, 위생이란, 몸의 성장이란,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아니, 그러니깐 자꾸 뭔 소리를 하는거야!"

【...2차성징까지 지나버린 너의 몸은, 더이상 완전하게 될 수가 없기에... 그래서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러고선 성장촉진제를 넣어 6개월만에 그런 모습이 되게 했지. 이해했나?】

"...?"

그러니깐, 저 미친 할배 말을 정리하면...

원래의 난 이미 2차성징이 지난 몸이기에 완전한 불멸자가 될 수 없으니 갓난아기로 되돌렸다?

그러고선 온갖 약물을 쳐넣어서 6개월만에 이런 꼬꼬마 꼬맹이가 되게했고?

"...난, 난 지금 몇살인거야..."

【5살이다.】

"이, 이 미친..."

【다음번에 다시 관에 들어갈땐 7살이 되어 나올거다.】

"개, 개소리야. 다시 그딴데 돌아갈 것 같냐!"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지랄. 지랄.

난 자유야.

탈출할거다.

프리덤!

그리 소리치자, 할배의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웃음기?

웃어? 저 미친 싸이코새끼가?

【하, 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 역시... 교육은 어릴때부터 시켜야하는군.】

"개소리 작작좀...!"

­짜악!

"..."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얼때리는 나.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그리고... 볼이 뜨거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감각이었다.

"...뭐."

【주인에게는 예의를 갖춰라.】

"허...?"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곧바로 내 머리위로 내려찍히는 발.

­콰악!

"아, 으윽?"

【주인을 무는 개는, 개새끼지. 아닌가?】

­뻐억!

곧바로 다시 내려찍히는 발.

"케,케헥?!"

【너의 주인은... 연구자들이다. 맞나?】

"...개, 개소리야... 미친 싸이코새..."

­뻐억!

"아, 흐..."

【너의 주인은, 누구냐.】

"그딴거 없어 씹..."

­빠악!

"그, 아..."

【대답이 틀렸다. 다시.】

­빡!

"...아."

­빠각!

"...으극..."

­빠각!

­콰직!

­뻐억!

­으직!

­쿠득!

.

.

.

"헤, 으흐... 아..."

개새끼.씹쌔끼.저 미친 싸이코...

­빠각!

"으, 아허...흐아..."

【다시 한번 묻겠다. 너의 주인은 누구냐.】

"흐, 그딴거... 어허..."

입술이 다 터져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몸은 이미 통제를 벗어나서, 마구 떨릴 뿐이다.

­콰직!

"아흑!"

【...다시. 한번. 묻겠다.】

"그딴거 어따고!"

­뻐억!

대답 듣기전엔 곱게 보내주진 않을 예정인가보다.

저 미친 싸이코새끼.

.

.

.

【너의 주인은 누구더냐.】

"...어, 허..."

­으지직!

"헤으, 흐윽... 흐으...

【...너의. 주인은. 누구냐.】

"헤으...하..."

싫어. 안된다. 말하면 안돼.

굴복해서는 안된다.

필사적으로 입을 억누르지만...

"연, 여구자..."

【...잘했다.】

...씨발.

다 깨져 피가 솟구치는 내 머리위로, 손을 뻗는 연구자.

상처에 피부가 닿으니, 미친듯이 아프다.

게다가, 쓰다듬는다.

마찰 다 생기게.

"끄읏, 흐아아아아...!"

­뻐걱!

"케, 허, 흐..."

【...시끄럽다.】

"에흑...흑...흐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새하얬던 바닥은 어느샌가 온통 내 피로 물들어버린 상태.

무너져버린 내 몸이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흐으...흐윽...으흐..."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막을 새도없이, 뜨거운 눈물이 계속.

"으으윽..."

...저 개자식.

반드시... 반드시 탈출할거다. 미친놈들.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하진 않을거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