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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61화 (161/163)

〈 161화 〉 158화

* * *

"크흐윽..."

목을 붙잡힌 강한윤은 발버둥 쳤다.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공기가 부족하다.

조금도 숨을 쉬는 걸 허락하지 않는 손아귀의 힘에 팔과 다리를 휘저었다.

숨을 쉬지 못해서 괴로운데 팔다리의 힘도 점점 빠지고 있었다.

아니 빨리고 있다. 목으로부터 힘을 흡수당하고 있다.

[높은 재치로 흡수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높은 재치로 흡수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계속 띠링거린다. 눈앞을 가릴 정도로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방해만 된다. 알람을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강한윤은 신성력으로 손으로 모았다.

여기서 죽기 위해 잡혀준 게 아니다. 도망쳐서 아가레스에게 기회를 줄 바엔 확실하게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크흑...네놈..."

강한윤은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팔을 붙잡았다. 신성력에 반발하는 신체가 타오르며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그렇게 반항한다고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

강한윤의 목을 붙잡은 아가레스는 팔이 불타는 고통에도 황홀한 웃음을 흘렸다.

뇌로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지식과 자료들. 이게 한 사람의 뇌에 들어있는 지식이란 말인가.

어째서 대륙이 연합군에게 흔들렸는지 알 수 있었다.

바다처럼 넓고 많은 양의 지식에 감탄한 아가레스는 더욱 많은 지식을 갈구했다.

"하지만 반항이 너무 거세면 방해가 되는 법이지."

아가레스의 가슴팍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뱀처럼 나온다.

실패하지 않게 정확하게 조준한 뒤 촉수는 강한윤의 가슴을 찔렀다.

날카롭게 파고들어간 촉수는 그대로 강한윤의 심장을 찔렀다.

"쓸모가 많은 몸이니 아직 죽지 않게 도와주도록 하지."

심장을 파고든 촉수는 몸에 완벽하게 동화된 상태였다.

촉수와 하나가 된 심장은 이제 다른 신체가 아니었다.

강한윤은 심장이 없어도 촉수가 없어도 죽음을 맞이하는 몸이 되었다.

크흐흐. 하고 작게 웃은 아가레스는 강한윤에게 속삭였다.

"아니. 이대로 나와 한 몸이 되는 건 어떻지?"

강한윤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아가레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심장을 먹힌 이상 살 수 없다는 걸 직감으로 알아챘다.

하지만 강한윤은 살 생각 따위는 이미 저버린 상태였다.

"좆...까"

촉수와 심장이 이어진 느낌은 영 좋지 않다. 인공적인 관에 심장이 삽입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러나 그 덕에 원래 하려던 생각을 계획에 옮길 수 있었다.

"크윽..."

마지막 힘을 불태우듯이 모든 신성력을 이이어진 통로로 돌렸다.

심장을 통해서 온 몸으로 돌리고 촉수를 통해서 아가레스에게로 보낸다.

위협을 느낀 아가레스가 촉수를 끊고 몸을 뒤로 뺐지만, 오히려 강한윤은 앞으로 달려들었다.

아가레스를 껴안고 최대한 신성력을 방출한다.

"크흐윽... 그런다고 뭐라도 될 줄 아느냐...!"

아가레스는 자신의 몸을 방어하기 위해 마기를 둘렀다.

신성력에 마기가 중화 당한다.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마기를 조금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모아둔 마기르 상실하다니. 아가레스는 끈질기게 껴안으며 달라붙어오는 강한윤을 떼어내기 위해 촉수를 만들어냈다.

이제부터라도 닿는 걸 막아서 마기를 지켜내야 한다. 아가레스의 촉수들이 강한윤에게 쇄도했다.

푹! 푹! 푹! 푹! 날카로운 촉수로 온 몸에 구멍을 내자 피가 흘러내렸다.

껴안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서서히 풀리고 강한윤은 바닥에 쓰러졌다.

지식을 뺏는 동안에는 살려두려고 했지만, 강한윤의 거센 저항에 아가레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강한윤을 다시 붙잡는다면 신성력으로 타격을 입을 것 같았으니까.

아가레스는 바닥의 마법진을 확인한 뒤에 뒤엉켜서 싸우고 있는 인간의 무리를 쳐다보았다.

제물이 약간 부족하다. 바알을 권속으로 부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의 시체와 피가 필요하다.

아가레스는 최소한의 마기를 남기고 호문쿨루스를 생성해냈다.

빠르게 시체를 만들고 피를 모으려면 이 방법뿐이니까.

콰직! 근육질 덩어리의 호문쿨루스가 사람을 짓뭉개고 부순다.

마법진이 서서히 완성되고 있었다.

*

강한윤이 위험하다고 하니까. 에우제니아는 일단 뛰었다. 전속력을 다해서 키리아를 등에 업은 채로 뤼네아를 지나쳤다.

너무 급한 나머지 키리아의 자초지종조차 들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단은 뤼네아를 넘어서 전장으로 가야한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전장까지 전속력으로 뛴다면 1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에우제니아의 마음은 급해져왔다.

"어떻게 된 일이야!"

에우제니아의 목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힐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적을 설득하겠다면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주지 말 걸. 아니, 불사의 저주가 걸려있는 자신이 갈 걸.

그것 말고도 생각해냈다면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었을 거다.

키리아는 후회를 담아, 그녀의 귀에 소리쳤다.

"적을 설득하겠다고."

무모한 게 참 강한윤다운 생각이네. 이번에도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실패했다면? 호위 한 명 조차 없이 강한윤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하겠지. 에우제니아의 생각은 자연스레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괜히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혹시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에우제니아가 땅을 세게 박차고 한걸음 내딛자 속력이 붙는다.

멀리에 있던 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바람소리 대신 잡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가까워졌어요."

키리아의 말대로 에우제니아의 눈에도 보였다.

칼과 창 방패의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 전장이다.

'뭔가 수를 썼나본데.'

전장이 슥 훑어본 에우제니아는 상황을 확인했다.

서로를 향해 칼과 창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은 같은 팀으로 보인다.

­정신차려! 제발!

집중해서 목소리를 또렷하게 잡아내자 들리는 한마디. 아마 마족의 짓으로 이성을 잃은 거겠지.

전장에 가까워진 에우제니아는 고개를 들었다.

땅에서부터 하늘 위로 마기가 치솟는다. 여태까지 봤던 놈들보다 훨씬 강한 마기다.

콰앙! 바닥에 내리꽂히는 마기를 본 뒤에 에우제니아는 키리아를 땅에 내려놓았다.

에우제니아는 저 마기를 향해 달려갈 생각이었으니까. 목표가 생겨버렸다.

"저는 강한윤을 찾을 게요."

이 전장 어딘 가엔 그가 있을 거다. 마나가 조금 남았지만 키리아는 전장까지 빨리 가기 위해 부유마법을 사용했다.

키리아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 에우제니아는 전투도끼를 꺼냈다.

"괴물같이 강한 녀석이 튀어나왔네."

마기가 느껴지는 곳에 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다른 이들도 이기지 못할 터. 그녀는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전장을 향해 뛰었다.

다가갈수록 마기가 짙어진다. 이게 마족 하나가 내뿜는 마기라는 건가. 느껴지는 마족은 둘.

하나는 상대적으로 많이 약하다. 하수인? 아니면 졸개? 그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녀석은 여태까지 만나본 마족 중에 가장 강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강한 상대. 얼마 만에 만나본 거지? 북부에서 옛날에 썰어버린 할배. 그 사람보다 강한 것 같은데.

에우제니아는 전장 속에서 유독 돋보이는 녀석을 확인했다.

어두컴컴한 갑옷에 시커먼 대검을 들고 있다.

저 녀석이다. 에우제니아는 땅을 박차며 속도를 붙였다.

단숨에 베어버리겠다는 의지로 전투도끼를 뒤로 젖힌 뒤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바알은 반응이 약간 늦었다. 소환되고 온전하게 힘을 다루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지? ...누군가 나를 공격한다.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바알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피해야 하나? 애매하다. 대검을 들어 올린 바알은 도끼를 막고 비스듬히 흘려냈다.

투박함 사이에 기술이 배어있다. 에우제니아는 땅을 강하게 디딘 뒤에 도끼를 휘둘렀다.

콰앙! 검은 기사는 막아내고 흘려낸다. 에우제니아는 힘으로 우위에 서있지만, 기술로는 완전히 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주변의 먼지가 일어날 정도로 빠른 공격을 퍼붓는다. 기사가 서있는 곳의 땅이 움푹 파이고 부서진다.

기사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으으.. 하고 우는 게 정신이 온전치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는 건 오랫동안 단련된 숙련자의 모습이었다.

'힘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에 끝내야 해.'

마기를 풀풀 흘리고 있는 기사를 몇 합 이내로 끝낸다.

에우제니아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도끼를 휘둘렀다.

콰득! 대검을 부술 정도로 힘을 불어넣는다.

아직 소환된 지 얼마 안돼서 온전치 않은 모습.

지금이 아니라면 무조건 패배한다. 다음에 만나서 더 강해진 상태라면 어떻게 이겨야할 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더 빠르고. 더 묵직한 일격. 그런 녀석과 상대할 바엔 약한 지금을 노린다.

에우제니아는 도끼 자루를 부서져라 잡은 뒤에 휘둘렀다.

그저 힘과 마나를 가득 불어넣은 일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알은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다.

스쳐도 최소한 치명타다. 기세 좋게 달려드는 에우제니아의 도끼를 받아내는 것도 한두 번.

힘이 돌아오려면 시간과 제물이 필요한 법인데.

"도망치려고?"

에우제니아는 그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팔의 근육과 혈관이 터져나가는 한이 있어도 지금 쓰러뜨린다.

그 생각으로 밀어붙이고 도망칠 수 없는 각을 만들어냈다.

"큭."

과격한 일격을 피하고 받아내다가 바알의 무릎이 살짝이지만 꺾였다.

다음의 일격을 받아 내거나 이겨내야 한다. 이를 악문 바알이 대검을 굳세게 쥐었다.

지금을 버텨내고 제물들을 섭취한다면 힘을 보전할 수 있을 텐데.

콰직! 힘에서 밀린 바알은 에우제니아의 묵직한 일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갑옷이 부서지며 칼날이 몸에 박힌다. 목과 가슴이 찢어지며 치명상을 입었다.

그와 동시에 에우제니아의 옆구리에 대검이 스친 상처가 터졌다.

울컥! 하고 피가 흘러나오는 걸 대충 손으로 압박한 에우제이나는 바알의 목을 도끼로 내려찍었다.

이렇게 다친 건 오랜만인데. 중상을 입은 에우제니아는 고개를 들었다. 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강한윤. 그가 이 전장 어딘가에 있을 게 분명하다.

에우제니아는 안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도끼를 질질 끌며, 겁 없이 다가오는 녀석들을 도륙 낸다.

그 녀석이 설마 죽겠냐고. 라고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망할..'

조금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바알을 이용해서 무난하게 승리했을 텐데.

강한윤이 먼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뤼네아에서 바알은 온전하게 살아났을 테고.

제물을 이용해서 바알을 강하게 만드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바알은 죽고 아가레스의 앞에는 무거운 지팡이를 겨눈 마법사가 있었으니까.

저항하더라도 도망칠 수 없다. 남아있는 마기를 전부 사용하더라도 불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텔레포트마저도 캐스팅을 취소당한 아가레스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죽음의 족쇄

키리아는 노인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허공에서 튀어나온 족쇄들이 노인을 휘감은 뒤에 강하게 옥죈다.

우득! 온 몸의 뼈가 부서지며 짓이겨지다가 고깃덩어리가 된 물체를 불태웠다.

적을 처리한 키리아는 마나를 넓게 퍼트려 가장 유사한 마나 파동을 찾아냈다.

북서쪽으로 150걸음.

마법을 사용해서 살아낸 키리아가 북서쪽으로 달렸다.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이로 달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창과 칼을 피한다.

"...강한윤"

그렇게 원하던 사람을 발견한 키리아의 발걸음은 서서히 멈췄다.

"조금.. 늦었네.."

누운 채 고개를 들어 올린 강한윤의 입에서 피가 한웅큼 흘러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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