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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48화 (148/163)

〈 148화 〉 145화

* * *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이 자식들... 감히 영주님에게...!!"

"오호."

그래도 큰 소리가 났다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칼과 창을 들고 주위를 에워싸는 그들을 보며 강한윤은 가볍게 무시했다.

어차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에리엘과 에우제니아 둘로 충분할 테니까.

그녀들이 힘을 쓴다면 10초 내로 이 병력들은 정리된다.

"저 녀석들에게 본 떼를 보여줘라!!!"

"움직이면 죽는다."

그렇기에 영주가 소리쳐도 기세를 끌어올린 에리엘의 한 마디에 쫄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크윽.."

선두에 서있는 기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영주의 명령을 무시하면 나중에 죽을 위험이 있지만, 돌진한다면 에리엘의 검에 지금 죽는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은 건 사람의 심리지.

"어째서 움직이질 않는 거냐!!!! 공격하라고!!!"

영주가 귀가 떨어지게 소리치지만,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마.. 망할... 다들 저 녀석들을 죽여라!!"

"시끄럽다. 꼬우면 네가 싸우지 그래?"

강한윤의 말에 영주는 눈을 굴리며 눈치를 봤다.

기사들이 공격을 하지 않는다. 병사들도 주춤하며 나서질 않는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싸워.. 싸우라고... 젠장..."

상황을 이해한 그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래. 할 말은 다 했나?"

강한윤은 옆에 놓인 탁자 위로 수정구를 가볍게 올려놓았다.

듣는 귀가 있으니 오히려 조금 신경 써야 하려나.

저기에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듣기엔 민감한 문제기도 하고, 침대에서 벌벌 떨고 있는 여자가 소문을 흘릴 지도 모른다.

뭐 괜찮나. 병력들이나 저 여자가 듣고 소문을 흘려도 영주에게만 불리할 테니까. 강한윤은 입을 열었다.

"기사 메피스를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알고 있다."

메피스. 특별히 잘난 것은 없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휘하에 있던 기사다.

메피스가 어땠단 말인가. 메피스에 대해서 물어볼 이유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켕길 게 하나라도 있었던 가.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결국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가 뭘 어쨌다는 거지?"

"말로 해서는 보여드리기 힘들겠군. 이렇게 보여주면 기억나겠지."

강한윤이 수정구를 톡 건드리며 마나를 흘려 넣었다.

푸르게 빛나며 공중에 선명한 영상이 떠올랐다.

어둡고 잘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건 메피스와 엘프로 보이는 누군가다.

수정구가 웅웅 떨리며 소리를 내뱉었다.

"가져온 물건은?"

"...확실히 가져왔다."

초췌한 얼굴에 힘이 빠진 목소리로 메피스가 물건을 건네자, 엘프가 무언가를 건넸다.

묵직한 주머니. 돈이 들어있다는 게 확실한 상황이다.

그렇게 짧은 영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게..."

끝까지 본 영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반응했다.

이렇게 사람의 모습을 담아낸 마법과 수정구도 처음보고 저게 뭘 의미하는 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실제로 있던 일을 담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여자들과의 행위를 수정구에 담아둘 텐데! 그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런 걸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아. 저기에 나온 엘프를 모르겠군. 설명해해주지. 마족과 결탁해서 사형당한 칼레보른이라는 엘프다."

"그게 뭐 어쨌다고 나에게 이런... 아."

귀족답게 눈치가 빠른 건가. 그는 지금 보여준 영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눈치 챈 것 같았다.

마족과 거래한 메피스.

그런 메피스를 휘하에 두고 있다면 마족과 연관이 있다고 엮을 수 있는 법이다.

"메피스를 휘하에 두고 있는데다가 마침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고. 밤에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도 수상해 보이는 행동이야. 그저 초야권을 행사하기 위함이 아니라 마족을 위해 제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모함을 하려는 거냐!"

이렇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는 실제로 마족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저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가 언제든지 마족과 붙어먹어도 이상하지 않는 놈이라는 것.

엑스트라에 불과한 수준의 스탯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욕망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영주에 가까운 민심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미리 처리하는 게 맞지.'

강한윤은 생각한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를 처리하기 위한 무대는 준비되어있다. 칼레보른이 적어놓은 편지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여기 증거도 있지. 이걸 봐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건가?"

너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라는 느낌으로 영주에게 보여주자.

"모른다! 모른다고!"

당연히 알 리가 없는 영주가 소리쳤다.

"흐음.. 그래."

반 쯤 그런 놈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강한윤은 준비해둔대로 두 번 박수를 쳤다.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병사와 기사들의 사이로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미안하지만 여기 증인도 있지."

"...메피스"

메피스의 눈동자는 멍했다. 얼굴은 10년 정도 늙어버린 모습이다.

낮에 봤을 때와 비교해서 완벽하게 다른 모습.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저렇게 변한 거지. 영주는 섬뜩함을 느꼈다.

"마족과 거래를 한 게 맞지? 메피스."

"..예 거래를 했습니다. 마족과 계약하는 법을 금화 50냥에 넘겨주었습니다."

그 사실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웅성거렸다. 그가 마족과 거래를 했다고 순순히 대답하다니.

"그 사실이 영주와 관련이 있나?"

"예. 영주님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영주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건만, 그가 마족과 관련이 있다니?

동요가 점점 심해지고 누구에게 칼과 창을 겨눠야 할 지 망설이게 되었다.

"개소리 하지 마라!!!!!!! 내가... 아니 내가 마족과 관련이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하지만 정황상 수상한 점은 넘치지."

강한윤은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중동부의 지휘관이 결정된 상태인데 일부러 시간을 끌기 위해 이의를 제기하고.

원하는 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

기사 메피스는 마족과 거래를 한 전적이 있고.

메피스를 휘하에 두고 있으면서, 밤에 여성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여성이 자꾸 사라진다는 소문이 돈다는 것까지.

그들을 마족과의 계약을 위해 제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나?"

이렇게까지 끼워 맞춘다면 누구라도 합리적 의심할 수밖에 없지.

"그.. 그건...! 전부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내가 마족과 결탁했다니! 아니다! 절대 아니라고!"

"아 그래?"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누가 봐도 마족과 결탁한 녀석처럼 보일 뿐이었으니까.

주위를 포위하던 병사와 기사들의 표정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성을 조사해도 되겠나?"

"무슨 소리! 멋대로 성을 조사하겠다니!"

"왜? 켕기는 거라도 있나?"

"당연히 없다!"

"없는데 왜 조사를 거부하는 거지?"

"크윽... 그래 마음껏 해봐라!"

네 놈이 말하는 대로 증거가 나올 리가 없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소리친 영주였지만.

"찾았습니다...!!"

지하실을 조사하러 간 병사의 외침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불길하게 마기가 흘러나오는 주문서와 피가 묻은 단검.

누가 보더라도 마족과 관련 있는 물건이었다.

"뭐. 자세한 건 신성교단의 사제님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안 그래?"

자연스럽게 신성력을 내보이는 강한윤의 모습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하는 게 사실이고, 영주는 마족과 거래를 했다고 말이다.

자신의 즐거움밖에 모르고 주변사람에게 못되게 군 영주보다,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강한윤 쪽을 신뢰하는 건 당연했다.

"선택하시죠. 저희를 잡아갈 건가요? 아니면 저기 있는 영주를 잡아가야 할까요?"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결정하라는 듯이 강한윤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들은 어떻게 행동할 지 결정을 끝마친 것으로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강한윤이 아니라 영주에게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저 녀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마족과 결탁했다니! 내가 왜 마족과 결탁하겠나!!!"

"그건 모르지. 끝을 모르는 욕심 때문에 그럴 지도?"

강한윤 느긋하게 영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강한윤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게리스가 나를 공격한 이상 너는 살려둘 수 없거든."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내가 용납할 것 같으냐!"

소리치는 영주의 목에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

"크윽..."

"용납 안 할 거야? 그럼 어쩔 건데."

에리엘의 검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그는 침을 삼킬 뿐이었다.

순식간에 저항할 의사가 사라진 그를 확인한 뒤, 강한윤은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

"신성교단의 사제가 올 때까지 가둬두도록 하겠다. 불만이 있는 자는 연합군으로 찾아오도록."

"말도 안 되는 처사다...!!! 젠장.. 놔라 놓으라고!!!"

발버둥 치던 영주는 결국에 힘없이 끌려가는 결말을 맞이했다.

*

'망할.'

카이보옌은 병사의 보고를 받고 포로수용소를 향해 성큼 성큼 걸었다.

영주와 손을 잡은 것은 그저 중부와 중동부의 주도권을 얻기 위해서였다.

두 지역을 꽉 잡는다면 호족에게 유리할 테니까.

'마족과 손을 잡았다니...!'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의도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일을 진행할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나.

아무리 욕심이 많다고 한들 마족과 손을 잡았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는데. 카이보옌은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이대로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중부의 지휘관 자리도 위태할 지도 모른다.

카이보옌은 작게 심호흡 한 뒤에 포로 수용소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카이보옌님. 이렇게 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강한윤이 그를 맞이했다.

"크흠... 나를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만."

"정말 모르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영주가 수용소에 갇히자마자 불려온 것은 좋지 않다.

연관을 짓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카이보옌은 발을 빼려했지만 실패했다.

"예? 정말 모르십니까?"

그의 앞에 앉아있는 사내. 강한윤 때문이었다.

"크윽.."

카이보옌은 숨 쉬는 것도 의식할 정도로 속이 답답해졌다.

마치 카이보옌을 압박하려는 것처럼 지휘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드워프 아르기르, 엘프 에키르, 오크 에우제니아. 그리고 이번에 중동부의 지휘관이 될 예정인 인간 강한윤.

모두의 시선이 카이보옌에게 향했다.

"이번에 마족과 관련된 녀석을 잡았습니다. 헤이네라스의 영주에 있던 녀석이죠. 심증도 확실하고 증거도 확보한 상황입니다."

강한윤은 그의 앞에 물건을 톡 던져 놓았다.

마기가 담겨있는 주문서와 피로 물든 단검.

누가 봐도 마족 소환에 관련된 물품으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내.. 내 물건이 아니다...!!! 나는... 나는... 그런 물건을 둔 적 없어...!!!"

헤이네라스의 영주였던 사내가 소리쳐보지만, 모두에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무시당했다.

"우웁...!"

결국에는 병사 하나에게 입막음을 당함으로 조용해졌다.

"썩 달가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압니다. 마족과 관련된... 영주였던 이 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듣지 않아도 뻔하다. 마족과 관련이 있었던 자니까 사형할 것이다.

연줄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니 죽는 게 확정이라는 걸 카이보옌은 알아차렸다.

어째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지.

혹시 이 자와 관련되어있다는 것으로 마족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건가.

아니라고 말한들 저들이 들을까?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린 카이보옌은 속이 쓰렸다.

"카이보옌님."

그 한마디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도 당연하다.

"...왜 그러지?"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지만 목소리에 긴장이 서려있다는 건 카이보옌 본인도 알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에 뜸을 들이는 거지.

긴장한 카이보옌과 다르게 강한윤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헤이네라스의 영주 자리가 비었군요. 이 곳을 다스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크흡.. 흠... 이 곳을 다스리라고?"

예상치 못한 말에 카이보옌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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