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27화
* * *
귀족들의 친목을 위해 마련된 연회장. 그들이 모인 목적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친목 도모를 위해.
누군가는 자랑하기 위해.
누군가는 욕심을 위해.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참여한 연회다.
그 중에서 짝을 찾기 위한 여자들의 기싸움이 궤도에 올라있었다.
"오호호... 이번에 취미로 가꾸는 정원이 있는데.. 저랑 같이 구경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능력이 있으면 좋다. 잘생기기까지 하다면 더욱 좋다.
첫눈에 들어오는 남성이 있다면 최대한 작업을 하고 다른 여성을 견제하는 중이었다.
'흥. 유행이 지난 싸구려 흑요석 귀걸이라니. 저런 걸로는 동네 남자도 못 꼬실 걸?'
'사파이어로 된 목걸이는 아무도 없네. 여기서 가장 내가 돋보일 거야.'
'이 남자는 내가 찜했다고. 망할 년들.'
각자 속으로 험담을 내뱉으며 겉으로는 미소를 내지었다.
강한 사내. 혹은 능력 있는 사내를 독차지 하는 건 자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모두의 이목이 그곳으로 쏠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연회장 내부. 클래식 음악만이 들릴 정도였다.
처음으로 등장한 여인은 매혹적이다.
눈빛만 마주쳐도 홀릴 정도로 색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가시가 가득한 장미였다.
그 이후로 들어오는 이들을 본 남성들은 침음을 흘렸다.
"오.. 맙소사."
털털하면서도 여성의 매력이 가득한 연두색 머리칼의 여인.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금발의 여인.
활기차게 웃고 있는 푸른색 머리칼의 여인.
동부에서 온 듯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여인까지.
연회장에 있는 청년들은 전부 그녀들에게 쏠린 채였다.
"...어디 가문의 여식이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닐지.."
"몰락한 귀족의 여식인가?"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중에게 물었다.
몰락한 가문의 여식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저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니까.
배경이 있다면 좋고 없다면 없는 대로 좋다.
청년들은 그녀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평범한 청년에게 달라붙어 있는 푸른 색 머리칼의 여인.
그녀는 아무리 봐도 연회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여인들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년들은 대체 뭔데...!'
연회장에 있는 여인들을 빼고 말이다.
누가 봐도 미색이 뛰어난 여자들이었다.
가문이 좋진 않은지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미모자체가 보석이나 다름없다.
갑자기 등장한 다크호스에 모든 여인들이 긴장하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대로라면 남자들을 전부 뺏길 수 있다. 지금만이라도 협력을 해야 한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생각을 교류했다.
"...야 뭔데 우리한테 시선이 쏠려있냐?"
"예쁘니까 그렇겠지."
다른 사람들이 그렇든 말든 에우제니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연회에 누군가를 꼬시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일하는 겸 즐길 생각이었다.
가까운 자리에 있는 술잔을 집어서 가볍게 한 잔 마셨다.
알싸하고 달고 끝맺음이 좋다.
생각보다 비싼 술인지 목 넘김이 꽤나 괜찮다.
"아무튼 각자 알아서 즐기고 있어."
"남자들이 먼저 다가와서 개지랄하면?"
"죽이지만 마."
어차피 라이라가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각자 흩어져서 그레모리의 흔적이나 증거를 찾기로 결정했다.
"어머... 귀여우신 분이네요. 어디서 오셨나요?"
그때 가장 먼저 다가온 여인들이 있었다.
그녀들의 목적은 마로스인가? 내 쪽에는 눈빛하나 주지 않고 마로스만 쳐다본다.
하긴 마로스가 잘생기긴 했지. 딱 봐도 좀 사는 가문의 여인인지 보석이 치렁치렁하다.
외모도 나쁘지 않고 말이다.
"어디서 온 건지 얘기해주지 않으시는 거예요? 아니면... 일부러 저를 시험하고 계시는 건가?"
마로스가 대답하지 않자, 더욱 대담하게 마로스에게 달라붙었다.
과감한 드레스 복장으로 가슴골을 보여주듯이 행동한다.
"혀.. 형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스러워한 마로스가 도움을 요청해오지만, 나는 고개를 돌렸다.
"즐기다 와."
일단 쟤는 구제할 수 없다.
저 여인이 어디의 누구인지는 몰라도 적당히 이뻐해주겠지.
"우후후.. 저랑 단 둘이 얘기하는 건 어때요? 저는 당신을 알아가고 싶은데요."
여자에 대한 내성이 없는 마로스가 끌려갔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흐음.."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내 여자들에게 많은 시선이 꽂혔다.
역시 이쁜 건 모두가 알아본다니까.
내심 흐뭇함과 우월함을 잠시 느끼고 있으니, 저 멀리서 누군가가 눈을 마주쳐온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관심을 주고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
선두에서 마차를 끌던 상인이 눈빛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마리아. 여기서 알아서 있어. 다른 사람이랑 붙어있어도 되고."
"...알았어요."
마리아가 시무룩하며 옆으로 떨어진다.
어디서 해코지 당할 스펙은 아니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나는 저 멀리서 부르는 상인을 향해 다가갔다.
"아. 드디어 왔군요. 하인스. 인사하게. 중부의 게르헨 남작님과 바르모스 자작님이라네."
"반갑습니다. 하인스라고 합니다. 게르헨 남작님과 바르모스 자작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게임에서 보던 것 말고는 들은 기억은 없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자 그들이 호쾌하게 웃었다.
"하인스! 자네의 소문도 많이 들었네. 이번에 새로 떠오르는 길드의 마스터라고 말이야."
"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다보니! 크크! 다들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바닥이야! 여기는!"
젊은 나이에 거대한 길드를 만든 불세출의 상인. 그런 설정이었다.
그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배경 정도는 있어야 할 테니까.
"이번에는 흑요석 거래를 하게 됐다는데. 정말 운이 좋군."
"예. 일이 술술 풀리더군요."
"유행을 예상한 건가? 아니면 빠르게 눈치를 챈 건가?"
"그냥 요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주 겸손을 떠는군! 아주 조심스러운 친구야! 크흐흐! 일단 한 잔 하게."
그가 악수를 건넨 뒤, 술잔을 기울였다.
술잔을 부딪친 뒤에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에도 주위를 둘러보며 귀족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마족과 계약을 직접적으로 한 녀석은 없는 건가.
여기에서 몇 명만 처리해도 중부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술을 마셨다.
알싸하다. 도수가 높은지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흑요석 거래를 한다면.. 영주님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 가장 큰 거래처이니 말이야. 미리 친목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런 식으로 각자 파벌을 만드는 건가.
안 그래도 뤼네아의 영주 기르닐은 만날 생각이었다.
먼저 소개를 시켜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영주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그레모리가 있다면 무조건 기르닐이 있을 테니까.
그들의 안내를 따라 정원으로 이동했다.
정원 한 가운데에서 추악한 돼지처럼 생긴 기르닐이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빙고.'
기르닐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유혹의 계약자
그레모리와 계약을 한 녀석이 여기에 있다.
"어머. 손님이신가보네요, 영주님, 제가 나가 볼게요?"
수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튀어나온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검은색 머리칼의 여인.
그레모리가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흑요석 거래의 큰 건을 만들어낸 친구가 여기 있는 하인스입니다."
"흐응.. 그런가요? 저는 영주님을 보필하는 그레이스라고 해요."
그녀가 악수를 건넨다.
어설프게 이름을 숨기는 모습에 속으로 웃었다.
모습을 드러내는 것부터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 모습이다.
세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하는 걸 지도 모른다.
'영주도 정상은 아닌가.'
그레모리가 이렇게 대놓고 활동하는 걸 보면 아마 영주도 이미 꼭두각시 신세겠지.
이렇게 당당한 것도 기회가 생긴다면 놔둘 생각이 없기 때문일 거다.
그녀는 유혹에 특화된 마족이니까.
그레모리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순산형의 골반이 드레스 너머로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래도 마족의 모습은 숨기려고 했는지 머리의 뿔은 보이질 않았다.
"하인스... 이번에 길드를 키워낸 뛰어난 장사꾼이라는 소문을 들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혹시 그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단 둘이 듣고 싶어요. 잠깐이라도 좋아요."
그녀가 손목을 살며시 잡아왔다.
"예. 알겠습니다. 얘기해드리죠."
여기에서 거부하는 건 이상한 모양새니까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그녀의 이끌림을 따라서 수풀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 안에 있는 2인용 테이블.
그 곳에 앉은 뒤에 길드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충 운이 좋아서 벼락부자가 된 청년처럼 최대한 티나지 않는 거짓말을 했다.
"수완이 있나보네요? 대륙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길드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운이 좋았습니다. 건드리는 물건마다 대박이 터졌으니까요.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하늘이 저를 도왔습니다."
"하늘이 도왔다라... 그런가요."
얼마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레모리가 슬며시 손을 포갰다.
그녀가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레모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살살 어루만졌다.
"탐이 나네요... 저는 능력 있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레모리가 발로 다리를 슥슥 건든다. 온전히 남자를 꼬시기 위한 행동. 완전 불 여시 같은 움직임이었다.
"혹시 임자가 있는 몸인가요?"
그녀는 왼손의 약지에 있는 반지를 만졌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저는 임자 있는 남자를 뺏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하. 웃기는 소리를 하네.
이제 슬슬 그레모리를 죽여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움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
입을 움직이려 해도 옴짝달싹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여인들이 눈치채고 구하러 올 테니까.
그렇게 여유롭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몇 분의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살며시 눈을 뜨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있었다.
정원이 아니라 저택 안의 어딘 가다.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정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매혹에 당한 건가? 아니면 저택에 들어온 순간부터?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것 마냥 기억이 흐릿하다.
[마비되었습니다.]
[매혹에 걸렸습니다.]
[수면에 걸렸습니다.]
[높은 재치로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실패하였습니다.]
[재시도....]
[재시도.......]
메시지가 떠올라있었다. 마법에 당한 건 확실하네.
상태 저항에 시도하는 것도 확률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다.
'그래도 죽진 않곘지.'
그레모리는 죽이기보단 하수인으로 만들어서 부려먹는 타입이니까.
누워서 포기하고 있으니 감각이 느껴진다. 왠지 하반신이 허전하고 시원하다.
나체로 누워있을 때의 감각이었다.
쪽.
자지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는다.
수많은 펠라 경험으로 보아하건대 이건 여자의 입술이다.
쪽. 쪼옥. 쪽. 쪽.
귀두와 기둥 쪽에 쏟아지는 뽀뽀 세례에 자지가 점점 딱딱해졌다.
몸이 마비되어 있는 와중에 자지만 감각이 확실하다.
이런 간단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으응.."
귀두 끄트머리가 누군가의 입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츄웁! 츕! 츕! 쥬웁! 츕! 츄웁!
허리가 빠질 것 같은 쾌락에 신음이 나올 뻔 했다.
정액을 빨아먹기 위한. 오직 쾌락을 주기 위한 펠라였다.
10년 동안 펠라만 해온 건가. 목구멍까지 받아들여 귀두를 자극한다.
딥쓰롯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확실한 건 내가 아는 연인 그 누구도 아니다.
그레모리겠지. 그녀의 펠라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괘씸하면서도 음심이 피어올랐다.
[높은 재치로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마비가 풀리기만 한다면 개처럼 따먹어줄 생각이었다.
요도를 타고 정액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숨을 내뱉었다.
뷰릇! 뷰르르릇! 울컥! 울컥!
그녀의 입에 정액을 시원하게 사정했다.
요도를 타고 느껴지는 쾌락에 집중하고 있을 때, 띠링 하고 소리가 났다.
[높은 재치로 상태이상에 저항했습니다!]
[마비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매혹에 저항했습니다.]
[수면에 저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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