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125화
* * *
"일어났어요?"
인기척을 느꼈는지 베아트리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배시시 웃음을 지은 그녀는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아침이니까요. 거기에 아침이라 그런지 힘이 넘치고 있네요? 이런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이불 아래로 들어간 베아트리스의 모습을 확인했다.
자지를 손으로 슥 슥 쓰다듬으면서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본 뒤, 입에 머금었다.
츄읍 츄릅 츕 츕
느린 템포의 펠라치오를 받으니 잠이 확 깬다.
그녀는 기둥부분을 핥으며 이쪽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온다. 아름다운 베아트리스가 정성껏 자지를 빨아주는 데 버틸 수 있을 리 없지.
그녀도 마음에 든다는 듯 웃으며 펠라치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불알이 텅 빌 정도로 섹스를 한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요도를 타고 정액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베아트리스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사정했다.
꿀꺽 꿀꺽
방 안이 조용해서 정액을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하반신이 떨릴 정도로 기분이 좋다.
"좋아?"
눈을 감고 베아트리스의 아침 펠라를 즐기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장난기가 다분한 노아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당연히 일어나지. 이렇게 야한 소리도 나고 야한 냄새도 나는데 어떻게 계속 자?"
그녀가 웃으며 가벼운 키스를 해왔다.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전부 일어나 있다.
"으응... 강한윤.."
반대쪽에서는 잠에 취한척 에우제니아가 다가왔다.
키스를 원하는 듯 입술을 내밀고 있다.
누가 봐도 깨어있었지만 모르는 척 그녀와 입을 맞췄다.
츕 츄웁 혀를 섞는 야한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웃었다.
"아침부터 한바탕 할까?"
모두 눈빛에 욕망이 가득하다.
어제 그렇게 해놓고서 다들 만족하지 못한 건가.
모두 실신해서 녹초가 될 정도로 섹스를 했지만 자고 일어나니 회복한 것 같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라이라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끈적끈적한 느낌의 구멍으로 자지가 빨려 들어간다.
"다음은 제가 하고 싶은데..."
"아니면 저는 어때요 오빠?"
양쪽 쇄골을 핥으며 애교를 떠는 세리스와 마리아.
아마 아침 먹기 전까지는 바쁘게 허리를 움직여야할 듯싶었다.
*
섹스를 끝내고 취사장에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오드웰 연합군에서 먹던 것과는 다른 메뉴다.
간이 약간 되어있는 고기야채스프와 애매하게 부드러운 빵.
소시지 3조각과 계란후라이 하나. 이게 전부였다.
다른 병사들의 식단을 흘깃 쳐다보았다.
한 번 씹을 때마다 벽돌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빵에 희멀건 스프. 그리고 소시지 반의 반 조각.
그 정도의 식사를 하고 있는 게 보니 우리의 메뉴는 극진한 대우였다.
갑자기 연합군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보급이 끊겨도 이렇게 먹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마족의 흔적을 찾았다고?"
에우제니아가 수프를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응. 중부 지역에서 마족의 흔적을 찾았지."
"어느 정도 확신하는 데? 하긴 이걸 물어보는 이유가 있나. 확신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말했겠지?"
그녀가 피식 웃었다. 이젠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그렇지. 가장 의심이 되는 장소는 사티라 남동쪽의 뤼네아. 일단은 조사하기 위해 침투하는 쪽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몰래 들어가서 그레모리와 연관이 있는지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대놓고 움직여서 죽이든, 암살을 하든. 고를 수 있으니 말이다.
뤼네아의 이야기를 들은 라이라가 빵을 접시에 내려놓고 말했다.
"거긴 힘들어요."
"힘들다고?"
라이라가 힘들어할 만한 곳인가? 뤼네아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아. 설마 경계 마법 때문에?"
"네.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쥐새끼 하나 못 들어가게 해놨어요. 두세 명까지는 몰래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어요."
"...그래?"
라이라라도 침입을 힘들어하는 곳이 있구나.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플랜을 변경해야 한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준비를 해서 몰래 들어가면 될 뿐이다.
강한윤의 혼잣말에 모두 알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은 레오리스로 돌아가자."
뤼네아로 잠입하기 위해서는 베르첼 가문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
아침을 먹은 뒤에 다시 레오리스를 향해 움직였다.
레오리스로 돌아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한 번 와본 길이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레오리스의 영주. 이안 베르첼이 머무르고 있는 집무실로 강한윤이 움직였다.
똑똑똑. 가볍게 노크했다.
집무실 안에서 약간의 소음이 들린 뒤에 문이 열렸다.
이안과 이리스가 강한윤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지...? 사위"
강한윤은 크흠 하고 작게 기침을 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안의 단추는 풀려있고 옷깃도 흐트러져 있다.
일부러 모른 채하고 말을 이었다.
"상단이 필요합니다. 뤼네아와 거래를 해야 합니다."
"품목은 어떤 걸 원하지?"
"검은 보석이라 불리는 흑요석입니다."
"뤼네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나보군. 물품을 정확하게 아는 걸 보니 말이야."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액세서리로 가공하거나 무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게 전부인 보석이다.
뤼네아에 많은 양의 흑요석이 모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하겠군. 적당히 자리를 만들 테니 타고 가도록 하게.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중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더군."
"이상한 일... 말입니까?"
요새 하도 돌아다녔더니 정보를 얻은 게 없다.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증을 담아 말했지만 그는 작게 웃었다.
"직접 가서 확인해보게. 이게 연합군에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군. 그리고 뤼네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겠네."
그는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이쪽으로 건넸다.
도장도 확실하고 흑요석에 대한 거래내용도 정확했다.
"바로 떠나야하다니 너무 아쉽네요... 다음에 오면 더 잘해드릴 게요? 사위?"
이리스의 배웅에 강한윤은 작게 웃었다.
방금 전에 부실한 아침을 먹어서 그런지, 그녀의 음식 솜씨가 그리워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움직여야 한다. 뤼네아에서 그레모리가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 처리해야 하니까.
바깥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여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오늘 저녁 먹고 바로 출발할 거야. 그리고 인원은... 일단 비엔하고 모르는 빠져야겠지."
"좋다! 까악!"
"...알겠습니다."
저 둘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르가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임프라서 약한 건 당연하다.
비엔도 전투에서 활약하기엔 레벨이 너무 낮아서 약하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베아트리스도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 날개가 너무 눈에 띄는데."
"히잉... 날개..."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날개를 어루만졌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저건 숨길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로브를 입어서 귀를 숨길 수 있지만, 베아트리스의 날개는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미안하지만 저 둘하고 같이 있어줘.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모르도 감시하고."
"네. 알겠어요."
괜히 의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모르를 완벽하게 믿을 수 없다.
근본이 마족이니까. 신뢰가 더 쌓이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호감도가 더 높았으면 몰라도 이건 조금 그렇지.'
모르의 호감도는 애매하게 75였다. 믿기엔 애매하고 의심하기에도 애매한 수치다.
"그럼 우리는 갈게."
"네에."
베아트리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우와. 안은 생각보다 넓네?"
"아마 우리의 편의를 봐준 거 아닐까."
"생각보다 덜컹 거리지 않네요?"
"엄청 좋은 마차네요..."
"그러게."
여태까지 타본 마차 중에 제일 좋았다.
흔들림 방지가 되어있는지 편안한 승차감에다가 크기도 크다.
넓은 만큼 다들 자리를 편하게 잡았다.
그렇게 뤼네아를 향해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
'섹스 없는 마차는 오래간만인 것 같네.'
생각해보니 그렇다. 에우제니아나 노아를 비롯한 다른 여인들과 타면 대부분 섹스를 했던 기억뿐이다.
덜컹거리고 불편한 마차 안에서 하는 섹스도 나름대로 맛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창문 바깥으로 성벽이 보인다.
뤼네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차에 탑승한 채로 사흘을 달렸더니 머리가 멍하다.
멀미 때문은 아니지만 마차를 오래타고 있으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괜찮아요?"
세리스가 신성력을 불어넣어주니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응. 이제 괜찮아."
이제 슬슬 내릴 테니까 기운을 차려야겠지.
성벽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니 마차의 속도가 멈출 것처럼 줄어들었다.
바깥의 병사와 상인이 뭐라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뭐가 실려 있다고? 흑요석?"
"거참. 요새 흑요석이 많이 팔리지 않습니까. 까맣기만 한 보석인데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흐음... 이 뒤에도 마찬가지로 흑요석인가?
마차를 퉁퉁 두들기는 병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뇨. 그곳엔 귀빈이 탑승하고 계십니다. 흑요석 거래에 대한 내용을 협의하기 위함이죠."
"음... 베르첼 가문의 귀한 분이라면..."
"길드의 높은 위치에 있는 분입니다."
"...통과!"
병사의 외침에 마차가 다시 움직인다.
성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들린다.
매일 숲과 들판을 달리며 풀벌레 우는 소리나 듣다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정겹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하자."
가장 티가 나는 노아와 에우제니아는 로브를 뒤집어썼다.
나머지 인물들은 티가 나지 않도록 평상복을 입거나 모험가처럼 옷을 차려입었다.
"이상하지 않나요?"
성녀 사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세리스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차림이었다.
"아니 괜찮아."
"그래요?"
그녀와 어울려서 예쁘다. 조용히 엄지를 치켜 올리자 미소를 지었다.
마차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선두의 마차에서 다가온 상인 하나가 조용히 말했다.
"강한윤님. 흑요석을 거래하고 난 뒤에 제가 따로 접촉하겠습니다. 연회에 참여할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네.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레모리와 연관이 있을 법한 곳은 뤼네아의 귀족이다.
그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하니 기다리면 되겠지.
상인은 광장 너머로 사라지고 우리는 반대쪽 거리로 향했다.
뤼네아의 거리로 나가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노점상이었다.
"일단 먹으면서 걸어볼까."
혹시 이런 곳에서 그레모리에 대한 흔적이 나올 지도 모르니까.
마차를 오래 타서 생긴 피로를 풀기 위해, 일단 닭꼬치를 하나씩 집었다.
달고 매콤하고 맛있다.
싸구려 노점에서 판매하는 것치고는 괜찮은 맛이다.
닭꼬치를 먹으며 도심 안쪽으로 걸어가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뭐지?"
"뭐일까요. 서커스 같은 건가?"
생각보다 큰 규모에 관심이 쏠렸다.
이 곳의 위치엔 별게 없었던 것 같은데.
거대한 건물을 향해 사람들이 줄을 쭉 서있다. 사람들의 뒤로 선 다음 앞사람의 옷을 툭툭 잡아당겼다.
"혹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처음 오는 건가? 이 곳은 콜로세움으로 가는 줄이라네. 다들 결투를 구경하러 왔지. 방금 막 열리는 시간이라 조금 붐비는 군."
인상 좋아 보이는 아저씨의 대답을 듣고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콜로세움이라는데?"
"굳이 여기에서 결투를 하나?"
"그러게요..?"
인파가 줄어드는 것을 기다린 뒤에 입장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 자! 골라 골라! 오늘의 배당은 1.4와 1.5! 아주 팽팽한 경기입니다!"
결투로 배팅을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쪽은 배팅을 할 생각이 없다.
그냥 잠깐 구경하러 들어온 거니까.
"오. 싸움이 시작 되려나 본데?"
에우제니아의 목소리는 설렘이 가득했다.
싸우는 걸 좋아하니까. 당연한 건가.
'일단 한 경기만 볼까.'
귀족과 자리를 주선해준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기에서 시간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천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자의 목소리였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싸움이 시작됩니다! 청 코너엔 아주 무서운 용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몬스터도 그를 보면 두려워하고 벌벌 떨죠...! 가르간!!! 그는 지금 3연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우오오오오오!!!!!!"
검과 방패를 든 사내가 나와서 포효한다.
스탯창을 열어보니 소드 익스퍼트 상급 정도였다.
무섭게 생긴 얼굴만큼이나 괜찮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홍 코너에도 아주 무시무시한 전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청난 기세로 5연승을 거둔 전사....!!!! 막스입니다!!!"
"그아아아아!!!!!!!"
반대쪽에서도 소리치며 나온다.
"어...?"
그런데 인상착의가 생각보다 낯이 익었다.
"저거..."
같이 알아챈 에우제니아가 벙찐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합군 복장이잖아."
연합군의 병사와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