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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14화 (114/163)

〈 114화 〉 111화

* * *

새액 새액

이불에 누워서 곤히 자고 있는 마리아.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게 행복한 꿈을 꾸는 것처럼 보인다.

섹스를 그렇게 했으니 지칠만하지. 마리아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주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도 축제가 진행 중이지만, 이제는 슬슬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정리를 시작한 테이블이 늘어나고 술을 마시는 오크들은 줄어있다.

모두 이제는 마실 만큼 마셨는지 멀쩡한 상태의 오크는 보이질 않았다.

"강한유운.. 나는 생각안 날 정도로 즐거웠어?"

등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며 술냄새가 난다.

얼마나 마신건지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등에 달라붙은 에우제니아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장난기가 다분한 웃음을 지으며 후 하고 불었다.

"어우 술 냄새."

"나 생각 안 났냐고 짜샤아...."

"당연히 났지. 어떻게 생각을 안 하겠어."

"그래 그렇지?"

에우제니아가 볼을 비벼온다.

가슴도 같이 비벼오는 데 또 다시 꼴릴 것 같다.

지독한 술 냄새 때문에 몸이 반응하지 않을 뿐.

같이 침대로 들어간다면 분명히 꼴리겠지.

그녀의 몸을 보고 꼴리는 걸 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대로 에우제니아와 또 섹스를 하러 갈까.

고민하고 있으니 에우제니아가 겉옷을 벗었다.

넘칠 정도로 커다란 가슴을 감싸고 있는 탱크탑이 드러난다.

"더워..."

땀으로 흠뻑 젖어서 달달한 체향이 가득하다.

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그녀가 히죽 웃었다.

"우리 좋은 데 갈까?"

좋은 데라니. 나도 살며시 웃었다.

"좋지."

"그래.. 그렇다면.. 노아, 에리엘, 라이라, 베아트리스 전부 이쪽으로 와."

그녀의 손짓에 모두가 모였다.

이대로 침대를 가는 걸까. 기대하니 자지가 빳빳해진다.

"강하뉴우운...어디 갔다 왔어..."

노아가 달라붙어서 헤실헤실 웃었다.

"... 기다리느라 지쳤다. 아녀자를 혼자 두는 게 올바른 서방인가?"

반대쪽에는 에리엘이 얼굴을 비빈다.

"맞아요오...! 자기는 반성할 줄 알아야 해요.. 히끅..."

등에 달라붙은 베아트리스가 딸꾹질을 하며 말한다.

"..."

라이라는 앞에 서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멍한 눈빛을 보아하니 취한 게 분명하다.

드레스의 옆트임 너머로 다리를 살랑 살랑 보여주며 다가왔다. 그리고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검은색 끈 팬티다. 따끈따끈한 게 방금 벗은 듯하다.

"당신.. 하고 싶죠?"

라이라의 노골적인 유혹에 지금 당장 개처럼 따먹고 싶었다.

여기서 그냥 다리를 들어 올리고 박아버릴까.

그 편을 훨씬 좋아할 텐데.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 모였으니까 이동하자."

에우제니아가 모두를 이끌고 어딘가로 이동했으니까.

기대를 가득 담은 채로 자리를 옮겼다.

*

"여긴..."

도착한 곳은 모두가 선호하는 장소였다.

땀을 흘리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곳.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이었다.

"이런 곳이 여기에 있었네."

구석에 나무와 풀숲으로 가려져있어 마을 중앙에서는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온천은 인기가 있는지 오크들이 몇몇 보였다.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면 뭔가 버프 같은 게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온천의 효능은 좋으니까 느긋하게 피로를 풀고 나와. 그러고 나서 뭘 할진 말 안 해도 알지?"

눈에 욕망이 담겨 있는 에우제니아가 등등 팡팡 두들겼다.

윽윽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강한 손바닥 스매싱이다.

몸이 안 그래도 찝찝해서 씻으려 했는데, 씻고나서 또 땀을 흘리게 생겼네.

여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쪽으로 모두가 이동했다.

노아가 웃으면서 작게 손을 흔들고, 에리엘과 라이라, 베아트리스는 눈길만 주고 나서 들어갔다.

'음.'

이제는 이쪽도 씻을 차례인가.

남탕 쪽으로 들어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캐비넷이 줄지어있다.

입구에 가까운 곳에 대충 옷을 벗어던져넣은 뒤, 탕에 입장했다.

'오...'

생각보다 내부는 깔끔하다.

주변이 대나무로 막혀있고 돌을 이용해서 온천탕을 만들어 놓은 게 운치가 있다.

먼저 씻고 들어가는 곳은 없나.

그냥 탕 뿐이다. 저 안에 들어가서 씻으라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지 않을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에 발부터 천천히 담갔다.

띠링

[온천의 효과로 몸이 깨끗해집니다.]

[온천의 효과로 피로 회복 속도가 50% 빨라집니다.]

에우제니아가 효능이 좋은 온천이라고 했지만, 메시지가 떠오를 줄이야.

정말로 좋은 온천이었다.

"후우..."

몸을 완전히 담그자 확실히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직접적으로 싸우거나 한 건 없지만, 이동하고 시간에 쫓기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눈을 감고 후끈함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한윤! 온천에서 자면 위험하다네!"

"...헨리크 공작님. 안 자고 있습니다."

"그런가! 크흐흐! 그렇다면 됐다네!"

헨리크 공작이 일어서서 천천히 다가온다.

아니, 아랫도리는 좀 가리지.

상남자라서 아랫도리도 큰 건가. 덜렁덜렁 흔들릴 정도로 크긴 하다.

시발 남의 자지는 보기 싫은데.

강한윤은 슬며시 눈을 감고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누가 이겼습니까?"

여기에 있다는 건 대련이 끝났다는 거겠지.

아마 헨리크 공작이 이기지 않았을까.

예상을 담아서 말하자, 반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졌다네. 헨리크 공작이라고 했나. 강한 전사더군. 벽을 느낄 정도로 강해."

바르바고프가 칭찬을 하며 다가온다.

이쪽도 덜렁덜렁 거린다. 시발.

강한윤은 그냥 눈을 감은 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확실히 헨리크 공작님이 강하긴 하죠."

소드마스터 중급은 딱지치기로 따는 게 아니다.

방심하지 않고 진심을 다한 헨리크 공작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그것을 바르바고프도 알고 있는지 쉽게 인정했다.

"단단하고 강인한 검술을 사용하더군. 도저히 빈틈을 찾지 못할 정도로 말이야. 후우... 이렇게 참패를 한 건 처음이었지."

"크하하! 하지만 쌍 도끼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네!"

헨리크 공작도 그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새로운 상대와 싸우는 걸 즐기는 영웅이니까.

전투광과 전투광의 만남. 역시 서로 좋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에우제니아에게 대판 깨진 이후로 이런 패배라니... 조금 쓰군."

하지만 즐거웠다. 그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다.

바르바고프는 강한윤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자네는 강한윤이라 했나."

"예. 강한윤입니다."

"우리 에우제니아와 교제하고 있다고 하더군."

바르바고프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에우제니아가 교제를 하는 상대가 있다면 분명히 저 사내일 거라 생각했다.

벽이 느껴질 정도의 강함을 가진 사내.

조금 나이가 있지만 그런 것은 강인함이라는 장점에 비하면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헨리크 공작이 에우제니아의 배필이라 생각했건만 그게 완전히 틀려먹었다.

반대로 여기에 있는 왜소한 사내라니.

"흐음..."

아무리 봐도 오크의 풍습엔 어울리지 않는다.

강함을 증명해야 오크의 배우자가 될 수 있다.

앞에 보이는 사내는 아무리 봐도 약해 보인다.

신체도 그렇고 눈을 마주치자 피하는 것을 보아하니 정신적으로도 강하지 않다.

'작전 장교라 했지.'

헨리크 공작에게 물었을 때 그렇게 들었다.

모든 작전을 성공시키는 천재라 했던가.

하지만 그렇다해도 북부의 사령관 자리에 올라있는 에우제니아를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텐데.

바르바고프의 의문은 계속 되었다.

"..."

강한윤은 가시방석이었다.

왼쪽에는 바르바고프. 에우제니아의 장인어른.

오른쪽에는 온천을 즐기고 있는 헨리크 공작.

온천을 즐길 수 없는 분위기다.

거기에 숙취가 아직도 남아있는 건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온천에 못 있겠다.

강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르바고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건...'

크다. 우람하다. 아무리 봐도 남성적이다.

그래. 저거라면 에우제니아가 인정을 했겠지.

바르바고프는 고개를 끄덕였고.

[칭호 : 오크의 인정을 받은 자]

­바르바고프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

­붉은 도끼 부족과 친밀도 상승

'... 내가 뭘 했는데 이런 게 뜨지.'

강한윤은 어리둥절한 채로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온천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뭔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인정을 받았겠지.

바깥으로 나오니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나온 연인들이 보인다.

"딱 맞춰서 나왔네?"

가장 흐트러져있던 에우제니아는 취기가 풀린 모습이다.

이제는 흐트러진 건 복장뿐이다.

온천을 끝마치고 가벼운 잠옷으로 갈아입어서 가슴골이 대놓고 보였다.

강한윤은 기대감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잠은 제대로 못자겠지만 즐거운 밤이 될 것 같았으니까.

*

"다음에 오면 술이나 한 잔 하세! 사위!"

크흐흐 하고 웃는 바르바고프.

아버지를 보던 에우제니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아.. 예 알겠습니다."

언제 한 번 남부로 가서 에키르도 만나야하는데 또 다른 약속이 잡혀버렸다.

할 일이 참 많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에 탑승했다.

"고르미엔은 어떻게 하지."

고르미엔의 지도자는 사실상 카이른이었다.

클로버 가문의 대를 이은 엘프는 그 녀석이었으니까.

그런 녀석이 마족과 연관이 생겼으니 가문과 함께 몰락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마족과 관련된 가문이니 돈, 건물. 뭐 하나 남겨둘 수 없다.

'고르미엔의 지도자 자리가 공석인데.'

서부의 일이라서 관여하기는 그렇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상한 놈이 자리에 앉아서 방해를 한다면 골치 아프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테니까."

"알아서 한다고?"

어떻게? 의문을 담아서 물었다.

"이번에 고르미엔의 지도자를 노린다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보기엔 될 것 같던데."

지도자는 투표로 결정된다.

다른 이들의 스펙이 좋다고 한들. 힘들겠지.

보티스를 1:1로 이기고, 고르미엔을 수습하는 걸 도와줬다.

이것보다 더 좋은 어필 방법이 있을까.

'이 정도 스펙이면 뽑히겠지.'

그렇다면 서부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거다. 지도자가 될 자격은 충분하다.

고르미엔의 오크 지도자라. 상상하니 웃긴 모습이지만 알아서 잘 하겠지.

마차는 루프란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

"강한윤. 다음에 보자."

"그래! 다음에 보자고!"

에리엘과 헨리크 공작은 슬로반에서 하이벤 산맥으로 돌아갔다.

마리아와 마로스는 북부로 파견 왔으니, 따로 명령이 오기 전까지는 북부에 머무른다고 했다.

강한윤은 카브란 산맥에서부터 베아트리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른 이들의 이동속도를 맞추려면 이것 말고는 없으니까.

푸니아까지 이동하는 데 총 걸린 시간은 나흘하고 반나절이었다.

피곤하다. 차라리 작업을 하고 일을 하는 게 낫지.

이런 식의 장거리 이동은 기운이 쭉쭉 빠지는 일이다.

"일단은 푸니아로 가요?"

"응. 푸니아에서 정비하고 사티라로 가도 괜찮아."

어차피 포탈을 만들 수 있어서 괜찮다.

사티라와 푸니아는 사실상 붙어있는 거나 다름없다.

베아트리스가 푸니아로 서서히 내려갔다.

점처럼 작게 보이던 푸니아가 거대하게 보이고, 광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별 다른 일은 없나 보네.'

광장에 보이는 푸니아의 주민들과 오드웰 연합군의 병사들이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사이좋게 얘기를 하고 있다.

별 일은 없나 보네.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건 없나보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이 작게 들려왔다.

"북부의 마탑주 세베라를 풀어줘라! 풀어줘라!"

저건 대체 뭐야. 뭐하는 놈들이야.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들이 광장 끄트머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북부의 마탑주 세베라를 돌려줘라!

짤막한 문장이 적혀있는 나무 피켓을 위아애로 흔들며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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