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98화
* * *
"어디로 연결해놨어?"
"가장 믿을 만한 곳으로 해놨어요."
믿을 만한 곳?
애매모호한 라이라의 대답을 듣고서 강한윤은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온 세상이 잠시 동안 파란색 균열로 덮이고, 울퉁불퉁한 돌 대신 나무가 밟히는 느낌이 난다.
포탈에서 빠져나온 강한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장소였다. 목조 건물의 어느 방이다.
넓게 펼쳐진 지도와 난잡하게 어질러진 서류.
그리고 에우제니아의 체향이 가득하다.
"에우제니아,"
그녀가 사용하는 사령실 겸 작전실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쭈. 오랜만에 봐서 호칭도 까먹으셨어?"
"..사령관님. 됐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에우제니아는 입 꼬리를 올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동안 보질 못해서 그런지, 얼굴만 봐도 자궁이 징징 울린다.
와락
에우제니아는 강한윤을 강하게 껴안았다.
가슴에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다리로 그의 다리 사이를 톡 건드렸다.
"반응이 안 오네. 사티라에서 즐겼나 봐?"
"아니 이걸로 어떻게 반응이 와."
에우제니아의 향이 군복 너머로 올라온다.
코가 어질어질 할 정도로 달달한 향이다.
반쯤 발기했지만 이것으로는 자극이 모자라다.
강한윤은 얼굴을 파묻은 채로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리웠어."
"도대체 어딜 향해 말하는 거야."
"위아래 둘 다."
물렁물렁.
탄력 넘치는 엉덩이의 감촉을 즐기고 있으니, 에우제니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상의를 벗고 있었다.
스륵 스륵
순식간에 옷을 다 벗어버린 에우제니아의 가슴이 드러난다.
새하얗고 커다래서 맛있어 보인다.
"읍."
그런 생각을 하는 강한윤을 에우제니아가 다시 껴안았다.
"섹스."
다리로 자지를 톡톡 건드렸다.
방금 전 보다는 묵직하다.
"하고 싶은데."
그녀는 귓가에 속삭였다.
섹스를 하고 싶어서 젖꼭지도 발기한 상태인데.
빨아주면서 섹스를 해줬으면 좋겠다.
에우제니아가 대놓고 유혹을 하고 있으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혼자 하시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확실히 그건 그렇지."
노아도 확실히 굶주렸을 테니 말이다.
에우제니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강한윤의 바지를 벗겼다.
"그럼 같이 즐기면 되잖아."
"그건..."
노아는 고민을 한 뒤 옷을 벗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아.'
노아와 에우제니아가 옷을 벗고 다가온다.
노아는 혀로 입술을 핥고, 에우제니아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 둘이 만족할 때까지 빨리는 각이었다.
'작전 보고해야 하는데...?'
강한윤의 남은 옷은 팬티 한 장뿐이었다.
...모르겠다. 일단은 즐기자.
그렇게 생각한 강한윤은 둘에게 달려들었다.
*
"하아... 너무 좋아. 오랜만이라서 더 짜릿해."
"이걸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밖에 돌아다니기나 하고."
빨릴 대로 빨려서 힘든 건지. 누워서 숨을 격하게 내쉬고 있지만 자지 하나는 팔팔하다.
에우제니아는 강한윤의 자지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 어떻게 된 거야? 정액에 신성력이 담겨 있는데."
노아는 강한윤의 명치 부근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 쪽에 신성력이 존재했다.
'나는 세계수님에게 신성력을 받았는데...'
강한윤은 어디서 신성력을 받은 걸까.
노아는 신성력을 느끼려고 눈을 감았다.
그에게서 세계수의 신성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성질의 신성력도 느껴졌다.
세계수의 신성력은 축복을 받았을 때 같이 얻은 것이 틀림없었다.
노아가 품고 있는 신성력은 세계수의 것이었으니까.
"거기에 몸이 가벼워진 건 저번이랑 비슷하지만.. 미약하게 신성력이 담겨 있는데?"
에우제니아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을 점검했다.
확실하다. 몸에 신성력이 흐르고 있었다.
"사티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온 거야..?"
신성력이 생겼다는 건 거기에서 뭔가를 했다는 거겠지.
노아는 의문을 담아서 말했고, 에우제니아도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면..."
강한윤은 사티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성녀와 접촉했고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움직이고 교황까지 만났다는 이야기였다.
"교황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에우제니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있던 오크 부족은 신앙이랄 게 없었다.
힘을 숭상하는 것도 신앙이라고 할 수 있나?
교황과 만나도 이야기할 게 별로 없지 않을까.
"오히려 치고박고 싸우면서 친해지는 게 편한데."
"교황은 오크가 아닌데요."
"나도 알지 그건."
아무튼 거북하다.
하지만 인간과 싸우는 게 아니라 대화는 부담스럽다.
강한윤 말고는 대화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에우제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뭐에 대해서 말할 지 생각은 해놔야 곘네."
"어차피 큰일은 없을 거야. 거래에 관한 내용만 얘기할 테니까.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표면적..? 아아. 신뢰를 쌓고 싶다고 했으니까."
에우제니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를 하는 건 신뢰를 얻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이쪽에서도 거래를 하는 건 신뢰를 주는 척을 위한 행위다.
동맹관계를 맺는다면 사티라를 점령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한 배를 탔다고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신실하다고 소문난 안데르센이라면 배신당할 걱정도 없고 말이다.
"거래 품목은?"
"일단은 식량과 목재 쪽으로."
"그건 걱정 없겠네."
창고에 널린 게 식량과 목재였으니까.
세계수덕분에 자원은 언제나 풍부한 상태다.
"그런데."
작전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가려니, 노아가 끼어들었다.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던데... 강한윤 무슨 일이 있었지?"
어떻게 알아차렸지?
성녀와 잤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일부러 뺐는데 노아 쪽에서 냄새를 맡았다.
"맞아. 성녀라는 사람과 계속 만나는데.. 했지?"
"했을 거 같아요."
아예 넘겨짚고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근데 그게 완전히 사실이었다.
"그래 했어."
걍한윤은 숨기는 걸 포기했다.
여기서 숨긴다고 한들 달라질 건 없으니까.
어차피 들킬 일이었다.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어쩌다는 무슨 어쩌다야. 또 꼬셨겠지."
"이게 문제인 거겠죠."
에우제니아가 기둥을 우악스럽게 붙잡고, 노아는 귀두를 검지 끝으로 귀두를 톡톡 건드렸다.
"그럼 이게 안 설 정도로 빼면 되겠네."
"그렇죠."
못 본 사이에 둘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걸까. 호흡이 척척 맞는다.
기둥 부근을 붙잡은 에우제니아는 아래에서 입으로 봉사하듯이 핥고.
노아는 위로 올라와서 혀를 살살 내밀었다.
"또 식구가 한명 늘어났네."
노아는 배시시 웃으면서 키스를 해왔다.
이대로면 저녁 먹을 때까지 하는 흐름이네.
그렇게 보고와 섹스가 뒤섞인 이상한 시간을 보내고.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
푸른색의 포탈로 에우제니아가 빠져나왔다.
"경치 좋네."
여기가 바로 사티라 근처인가.
사티라까지는 와볼 기회가 없어서 처음 보는 경치였다.
전투를 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인 곳이지만 싸우러 온게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에우제니아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뒤의 동굴에서 강한윤, 노아, 라이라가 뒤따라 나왔다.
"오늘 맞지? 설마 다가갔다고 활 쏘거나 그러는 거 아냐?"
"그럴 일은 없습니다. 사령관님."
강하고 전투도 잘하는 데 이런 쪽에서는 의심이 쓸데없이 많다니까.
전략 전술에 약해서 그런 걸까.
이미 전서구로 사티라에 머물고 있는 세리스와 안데르센과 얘기를 나눴다.
남쪽 성문에서 다가갈 테니까 가만히 문을 열어달라고 말이다.
'정 문제되면 도망치면 되지.'
이 멤버로 도망치는 건 어렵지 않다.
사티라 내부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 안데르센이 과연 허락을 할까. 그럴 리가 없지.
강한윤은 선두에 서서 사티라를 향해 느긋하게 걸었다.
혹시나 암살 시도를 당한다 한들 라이라가 지켜줄 테니 걱정되는 건 없었다.
"봐요. 약속대로죠? 사령관님."
사티라의 남쪽 성문의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문은 활짝 열려있고, 여기를 지키는 병사조차도 없다.
강한윤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약속장소는 사티라의 예배당이었으니까.
"...."
사티라의 주민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미리 얘기라도 들은 것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흣.."
아니 그러려고 노력을 했다.
뒤에 있는 에우제니아와 눈을 마주치자, 누군가가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어서 쥐 죽은 듯한 적막이 찾아왔다.
하던 것을 멈추고 에우제니아에게 시선을 보낸다.
"들어가죠."
"...이건 조금 부담스럽네."
전장에선 수십, 수백 명의 시선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데.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니 뭔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에우제니아는 강한윤과 나란히 걸었다.
"흐으음.."
노아는 둘의 뒤에서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다.
색적으로 주변을 살펴봐도 이쪽을 노리는 살수는 없었다.
단지,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시선을 계속 줄 뿐이다. 노아는 뒤따라 걷던 도중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그녀의 시선엔 닭꼬치 노점이 있었다. 그곳으로 다가가자, 주인이 당황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 어서 오세요."
"3개만 주실래요?"
"3실버입니다."
"네에."
노아는 3실버를 건네고 닭꼬치를 받아들었다.
앞에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뒤를 총총총 따라가서 닭꼬치를 내밀었다.
"배고픈데 먹으면서 들어가요."
"그럴까."
노아가 건넨 닭꼬치를 강한윤과 에우제니아가 집어 들었다.
노아는 웃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분위기가 누그러진 모습이다.
딱딱하게 굳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에 도움을 주겠지.
다소 계산적인 생각이 들어간 행동이었다.
그게 통했는지 주민들의 의심가득한 표정이 누그러들었다.
이런 사소한 데에서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법이었다.
적대하는 분위기에서 그나마 중립적인 분위기가 된 번화가를 지나쳐서 예배당에 도착했다.
"들어가죠."
강한윤은 마지막 닭꼬치를 입에 넣고서 말했다.
***
예배당 안.
세리스와 안데르센은 제1 예배당의 접객 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녀와 교황이 기다리고 있는 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수수한 방이었다.
적당한 다과와 차 정도만 준비되어있을 뿐, 다른 장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 긴장 돼요?"
세리스는 옆에서 기도를 하는 안데르센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스타르님. 저에게 힘을 주시고. 도움을 주시고.. 같은 말들을 중얼 거리고 있었다.
"긴장 되지 당연히."
여기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야 앞으로도 관계가 진전될 테니까.
반대로 말하면 여기에서 실수하면, 오드웰 연합군과의 사이는 더더욱 틀어진다는 얘기였다.
북부와 중부 쪽의 험악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한 안데르센은 한숨을 푹 쉬었다.
"누가 올까?"
"그러게요 저도 궁금해요."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나올만한 상대를 예상한다면 제일 낮은 직위를 가진 이들이었다.
"아마 높은 직급의 장교는 오지 않겠지."
"그렇겠죠. 아직 신뢰가 있진 않으니까요."
말단 장교 1명 혹은 많으면 2명 정도.
거래와 작전에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정해놓고, 협의된 내용만 말하겠지.
둘은 그렇게 예상했다.
똑똑똑
문 바깥쪽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해왔다.
방을 지키고 있던 성기사가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인간이었다.
둘도 잘 알고 있는 사내. 이번에 새롭게 사제가 된 한스, 그는 사제복을 입은 채로 들어왔다.
그 뒤로 들어온 둘을 보고서 세리스와 안데르센의 머릿속엔 의문이 떠올랐다.
'다크엘프..? 오크...?'
도무지 알 수 없는 조합이었고, 둘이 알고 있던 정보와는 달랐다.
하급 장교들의 대부분은 엘프라던데?
거기에 다크엘프는 미약하지만 신성력을 품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머릿속이 혼잡하지만 안데르센은 일단 인사했다.
"사티라를 지키고 있는 신성교단의 교황입니다. 안데르센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맞은편의 오크가 대답했다.
"북부의 사령관. 에우제니아다."
"...예?"
안데르센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