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85화
* * *
"일어났어?"
잠에서 깨어난 강한윤이 눈을 비비자, 앞에서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노아는 셀프 팔베개를 한 채로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뭔가 이상한 날이네. 주말 같아."
"확실히 그러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처럼 편안한 분위기였다.
오늘은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지만 말이다.
당직이 끝나고 아침부터 잠을 잤지만, 깨어난 것은 늦은 점심쯤이었다.
밤낮이 바뀌는 것보다는 잠을 줄여서 루틴을 유지하는 편이 더 좋았다.
"나 자는 거 구경하고 있었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아니.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괜찮아.
노아는 헤실헤실 웃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오늘은 비번이었다.
소대원들은 전투 휴무를 준다고 했던가.
그래서 이런 여유를 같이 누릴 수 있었다.
"아 맞다. 노아 이번에 대위가 된 거 축하해. 우리끼리 축하파티라도 할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으음... 축하해준다면 기쁠 것 같긴 하네."
선물을 한다면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강한윤은 결정을 내렸다.
"오늘 하루 같이 보낼까?"
"그건 원래 하려던 거 아니었어?"
"거기에다가 꽁냥꽁냥 하는 거지."
노아는 작게 웃었다. 뭐야. 전부 평상시에 하는 거잖아.
하지만 이렇게 신경써주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를 받는 것보단 마음을 써준다는 것이 기뻤다.
노아는 강한윤의 품에 달려들어서 아기 고양이처럼 얼굴을 비볐다.
"오늘 하루를 전부 나한테 쓰는 거야?"
"그렇지."
"하지만 나도 뭔가 해주고 싶은걸. 이번에 소령으로 진급했다면서요? 강한윤 소령님?"
노아는 소령님을 강조하듯이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쫓아갔다 생각했는데. 또 멀어져버렸네."
"너무 신경 쓰진 마. 어차피 계급일 뿐이니까."
"그렇긴 하지만."
중위에서 시작해서 벌써 소령이라니. 나는 이제야 대위인데.
노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계급에 불과하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혼자 벌써 소령이라니. 괘씸해."
그렇게 말한 노아의 손은 은근슬쩍 아래로 향했다.
아직 서지 않은 자지를 조물딱 조물딱 만지면서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커지면 그렇게 단단한데 지금은 뭔가.. 슬라임같네."
"슬라임 같다니."
어떻게 보면 가장 비슷한 건가.
하지만 슬라임 같이 말랑말랑한 자지는 점점 딱딱해지고 있었다.
노아가 만지는 게 간지러우면서도 좋아서 자연스럽게 발기해버렸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사용해야 하니까... 일단은 가볍게 손으로 할까?"
노아는 뜨겁게 맥박치는 자지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이렇게 만져주면 가장 좋아하던데.
귀두 부근을 손바닥으로 비비면서, 다른 손으로는 기둥 쪽을 흔들었다.
기분 좋다는 듯이 눈을 감고 만끽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기분 좋았다.
이렇게 좋아해주다니.
귀두 끄트머리에서 쿠퍼액이 나오면서 손바닥이 점점 끈적거리게 됐다.
찔걱 찔걱
야한 소리와 함께 대딸을 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어떠신가요? 소령님?"
소악마처럼 후후 웃음을 흘린 노아는 더욱 박차를 가해서 대딸을 계속하고.
자지는 곧 사정할 것처럼 맥박치고 있었다.
"하읍."
노아는 자지를 입으로 물고 사정을 재촉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강한윤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귀두를 살살 핥아주고 기둥과 불알을 살살 어루만지니 반응이 온다.
"흐읏..."
끈적거리고 진한 정액을 힘겹게 삼킨 노아가 입을 벌렸다.
강한윤에게 보여주듯이 입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혀로 살살 굴린 뒤.
꿀꺽 하아.
전부 삼키고서 다시 입을 벌렸다.
"야하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비밀이야."
노아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대답했다.
에리엘에게 건네줬던 야한 책에서 배웠었다.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면. 왠지 야한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가 상스럽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이런 날을 대비해서 준비해놓은 복장을 꺼내도 되겠지.
노아는 옷장에 넣어뒀던 옷을 입으려고 했지만.
똑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행동이 멈췄다.
"강한윤 소령님. 에우제니아 사령관님 호출입니다."
분위기를 깨는 병사의 목소리였다.
"호출..."
호출이라니.
노아는 아쉬움을 담아서 말해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에우제니아. 그녀가 호출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노아는 강한윤이 옷을 입는 걸 도와주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당직 취침을 무시하고 호출할 정도라니. 그만한 일이 생긴 걸까.
강한윤은 나갈 준비를 하며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적의 습격? 마족의 등장?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에우제니아가 장난기가 많다고 한들 그냥 부르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다녀와서 할 거지?"
"당연히 해야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노아의 마중과 함께 바깥으로 나온 강한윤은 병사와 함께 이동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흠.. 그래."
병사에게는 말해주기 힘든 정보다 이거지.
강한윤은 병사와 함께 작전실로 이동했다.
에우제니아는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마치 생리통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세는 엄청나게 편해보였다.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 채로 꼬고 있었다. 이게 은근히 야하다.
한편으로는 매너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다이얄에서 그녀에게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게 사령관의 힘. 대장의 권력이니까.
"하아.. 드디어 왔네."
인기척을 느낀 에우제니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휴식시간을 무시하고 부를 정도라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아니."
그녀가 아니시에이팅으로 말을 시작했다.
"이 서부 후방 새끼들이 갑자기 신병을 못준다고 하잖아."
"예? 갑자기 말입니까?"
"그래 갑자기. 하아. 어이가 없어서."
그녀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신병의 숫자가 생각보다 모이지 않았고. 중부에서 전투의 조짐이 보인다.
뭐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있지만, 결국에 말하는 것은 북부에 줄 신병이 적다는 이야기였다.
"신병 대신에 물자 보급을 더 해준다고? 아니 씨발 우리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에우제니아가 들고 있던 보고서를 바닥에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확실히 화날 만한 내용이네.'
신병을 준다고 약속해놓고서, 신병을 못준다고? 명확한 이유도 없이 말이다.
거기에 안다이얄은 전투로 인해서 전투력이 소모된 상태였다.
신병을 받아서 보충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병력을 안다이얄과 푸니아로 나눠서 점령한다?
그건 말이 안 되는 발상이었다. 차라리 푸니아에 올인 하고 안다이얄은 최소한의 병력을 남기는 게 나았다.
'푸니아가 별로라서 문제지.'
물론 그렇게 하면 전투에서 손해를 볼 확률이 너무 높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카브란 산맥에서 끌어오는 건 불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지. 최대한 끌어온 게 이거니까."
"용병들도 없습니까?"
"전부 데리고 후퇴해버렸잖아. 저 망할 놈들이."
에우제니아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대부분의 용병들을 데리고 가버린 상대에게 화내고 있었디.
'하이벤 산맥에서 데려오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한데.'
그 쪽은 그 쪽의 전선이 형성되어있으니까.
섣불리 건드려서 전선을 무너뜨리는 것은 최악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푸니아를 지금 점령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대체 왜?"
에우제니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거기에 민간인들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 그렇긴 한데 원하는 대로 될까?"
푸니아는 민간인이 살고 있는 도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을 징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적들이 징병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징병했을 테니까.
에우제니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군대로 들어올 수밖에 만들면 되죠."
강한윤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답했다.
***
다음날.
강한윤은 에우제니아와 함께 푸니아를 점령하기 위해서 병력을 이끌고 안다이얄을 빠져나왔다.
행군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강한윤은 수인 족의 등에 타고 있었지만, 푸니아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에우제니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가 그렇게 불안 하십니까."
"당연히 불안하지. 작전을 진행하는 데 신경이 예민해지는 게 당연하잖아."
"그럽니까?"
게임에서 하던 대로 진행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떨리는 건 없다.
거기에 미니맵을 열어서 주변을 확인하고 있으니 현실감이 더더욱 없었다.
"이번 작전 실패할 수도 있다고 했지."
"예. 견제가 온다면 그렇겠죠."
견제가 오면 무조건 후퇴해야 한다.
반대로 견제가 오지 않는다면 푸니아를 위주로 작전을 진행하게 될 터였다
.
"그래도 대놓고 견제를 오진 않을 겁니다."
푸니아에서 후퇴하기로 결정한 이상, 번복하진 않을 테니까.
"작전에 성공 하겠지?"
"확률이 높긴 한데 잘 모르겠네요."
"작전 장교가 너무 비관적인 거 아냐? 작전에 성공한다는 확신 같은 거 없어? "
"당연히 없죠."
강한윤은 쓰게 웃었다.
작전이라는 것은 확률에 기대서 진행할 뿐이니까.
100% 라는 건 없다.
불가능하다고 보여도 성공하는 작전이 있고.
질 방법이 없어보여도 패배하는 전투가 있을 뿐이다.
'명량해전이나 인천상륙작전도 그랬지.'
확률이 낮아도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미리 상황을 파악했으니, 별 일 없을 겁니다."
푸니아의 북쪽에 있는 거점.
레오리스에서는 별다른 동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북동쪽의 사티라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혹시나 푸니아에 함정이 있을지 몰라서 천족들을 이용해 대규모로 정찰을 했다.
적들은 잠잠하고 푸니아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점령하기엔 지금이 적기였다.
"우리의 움직임을 보고 레오리스에서 출격한다면 어떻게 되지?"
"그럴 때를 대비해서 위에 대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참 걱정도 많지.
강한윤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 수백은 족히 넘는 천족들이 엄호하고 있었다.
혹시나 상대가 공격을 온다면 대규모로 폭격을 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벌고 퇴각하면 그만이었다.
"거기에 노아도 있으니까요. 무난하게 성공할 겁니다."
노아가 색적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상 없다는 의미로 손으로 따봉을 만들어서 수신호를 보내온다.
이걸 수신호라고 부를 수 있긴 한가.
그렇게 푸니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도착하자.
푸니아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마법 강화가 되어있긴 하지만 1단계에 불과합니다."
내구도 1000의 성벽.
데미지 20% 감소의 자그마한 버프.
에우제니아가 도끼를 휘두른다면 몇 번 버티지 못하고 금방 무너져 내릴 게 분명했다.
"일단 대화를 시도해보죠."
성벽 위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우제니아는 그들의 앞으로 걸어 나가서 짧게 한마디를 했다.
"열어라."
짧지만 전혀 가볍지 않았다.
살기와 마나가 가득 담겨서 뒤에서 듣고 있는 이쪽에도 전율이 흐를 정도였으니까.
열지 않는다면 수십 명은 도륙 내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끼릭 끼릭
에우제니아의 명령에 푸니아의 문이 천천히 위로 열리고 있었다.
"역시 그래야지."
에우제니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제일 먼저 푸니아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무서워...
아가야 이리오렴.
푸니아까지 점령당한 건가.
주위가 술렁였다.
많은 인간들. 그 한 가운데 서있는 오크라서 그런지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에우제니아가 안으로 걸어갈 때 마다, 바다가 갈라지듯이 사람들이 비켜주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 뒤 말했다.
"여기 대표가 누구지?"
"...접니다."
후줄근한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
정식으로 보급 받은 게 아니라 남겨진 물자를 입은 것처럼 꼬질꼬질하고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정식 군대의 병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군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예. 하지만 치안은 유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몬스터의 출몰에 대비하거나, 범죄를 막기 위해서 경비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 경비대장이라는 거군. 간단하게 말하겠다. 여기는 이제 연합군 소속이야."
에우제니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여기가 원래 연합군의 지역이라는 듯이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경비대장이라고 밝힌 마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 반항해봐야 생채기도 낼 수 없을 테니까,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비대장으로서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했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푸니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협상. 그것이었다.
"뭐. 그래."
어차피 죽일 생각이 없었던 에우제니아는 가볍게 답했고.
멀리서 서있던 강한윤에게 이리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상황이 이래가지고 뭐라도 하겠어?"
그녀가 보기엔 푸니아의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영지라고 부르기엔 관리가 너무 안 되어 있다.
그냥 빈민촌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강한윤의 대답은 해맑았다.
"오히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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