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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80화 (80/163)

〈 80화 〉 77화

* * *

"즐거웠냐니까? 왜 대답을 안해?"

"... 즐거웠습니다."

강한윤은 잠시 동안 고민을 하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 따위로 얼버무릴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크훗. 뭘 그렇게 쫄아 임마."

"그렇게 물어보는 데 안 쪼는 게 이상한 거아냐?"

"네가 뭐 잘못이라도 했어? 누가 보면 사람이라도 하나 죽이고 온 줄 알겠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냥 밖에서 섹스 좀 한 것 뿐인데. 뭘 그렇게 쫄았던 거지. 가 아니라 확실히 이건 잘못된 게 맞다.

그런데도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베아트리스랑 자고 온 거 아냐?"

"맞습니다. 베아트리스랑 자고 왔죠."

"그럼 나쁘지 않네. 네가 천족이랑 사이가 좋아지면 우리는 편하거든. 뭐... 너 하나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건 별로인 조건이긴 하네."

에우제니아는 북부의 상황을 생각했다.

엘프는 에리엘을 중심으로 그나마 단합이 되는 느낌이다.

천족은 베아트리스가 꽉 쥐고 있는 실정이고, 강한윤이 크게 도움이 되는 중이었다.

드워프들과도 사이가 돈독한 편이고.

묘족도 별 말이 나오질 않는 걸 보면, 이 이상한 계약서라는 게 효력을 작용하고 있었다.

오크 족은 항상 따로 문제될 것이 없었고 말이다.

'북부 세력이 안정화가 되고 있어. 나쁘지 않은 상황이야.'

말이 좋아서 연합군이지, 실상은 엘프를 토대로 여러 종족이 모여서 인간 세력에 대항하는 것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서로 싸우고, 각자의 가문의 세력을 넓힌다거나, 재물을 탐하는 녀석이 가득한 곳이 연합군이다.

'내가 처음 사령관 자리에 앉았을 때만 해도 개판이었는데.'

에우제니아는 북부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실력이 가장 뛰어나고, 전투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사령관의 자리에 앉았었다.

칼레보른 그 망할 엘프는 대놓고 견제를 해대고.

드워프들은 왠지 몰라도 협조를 잘 안 해줬다.

수인은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쁘고.

그나마 의지가 되는 오크족은 숫자가 너무 적었다.

'하아. 다행이긴 해.'

에우제니아는 눈 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강한윤. 이 사내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힘들었을 거다.

해준 게 많은 데, 고작 여자 한 명이 늘었다는 것으로 뭐라 닦달하기는 싫었다.

애초에 그런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즐거웠으면 된 거지. 자 이거 받아."

"이게 뭡니까?"

강한윤은 그녀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에는 '하반기 작전 개요 설명회' 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하반기 작전 개요 설명회?"

뭐 어디 다단계 회사에서 할 법한 제목인데.

강한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의심쩍은 눈을 했다.

"이번에 북부, 서부, 중부, 남부의 인원들이 모여서 앞으로 작전을 어떻게 할 건지 대략 설명하는 자리인데. 솔직히 가기 귀찮거든. 안다이얄을 지켜야하기도 하고."

"아하."

가기 귀찮으니까 대신 보내겠다는 소리였다.

그녀가 귀찮아하는 이유도 알 법했다.

장소는 중부의 도시. 아르엔틸.

여기에서 마차로 하루 반나절은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포탈을 이용해서 걸리는 시간이 대략 그 정도였다.

"그리고 난 거기 가도 별로 말할 게 없어. 작전을 내가 짜냐? 네가 짜지. 그러면 네가 가야지."

"에우제니아 사령관님. 이건 횡포입니다."

"횡포 맞아."

강한윤이 진지한 목소리로 반박해보지만 단숨에 거절당했다.

"이 자식아 그러니까 네가 가라고. 까라면 까야지 꼬우면 네가 사령관하던가."

"망할..."

'확실히 내가 가는 편이 낫긴 한데.'

작전에 관해 설명하고 얘기를 들어야한다면 직접 가는 게 맞다.

하지만 귀찮은 건 귀찮은 거였다. 거기에 혼자서 가야한다는 게 죽을 만큼 싫은 강한윤이었다.

강한윤이 인상을 찌푸리자, 에우제니아가 말을 이었다.

"맞다. 이것도 있는데."

또 다른 종이를 하나 또 건넸다.

이건 또 대체 뭔데. 강한윤이 종이를 받아서 읽어 내려갔다.

'강한윤 대위. 이쪽으로 와줄 수 있겠나?'

­에리엘 준장

에리엘이 보낸 통신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건 언제 온 겁니까?"

"오늘 아침에 왔더라고 이유도 내가 물어봤는데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하더라? 자세한 건 나도 모르지."

"그렇다면 하이벤 산맥으로 경유해서 가야하네."

"그렇지. 축하한다. 이틀은 걸리겠네."

아니 어떻게 일정이 순식간에 늘어나지.

그보다 에리엘의 말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호출, 개인적인 용무.

평범한 내용은 아닐 거라는 직감이었다.

강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할 그럼 오늘부터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시간이 여유로울 테니까."

남은 기간은 나흘.

이틀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여유롭진 않다. 오늘 출발할 필요가 있었다.

하이벤 산맥으로 떠나려는 강한윤을 에우제니아가 막아섰다.

"강한윤... 가기 전에 한 발 빼줄까?"

그녀는 저번에 강한윤이 며칠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을 떠올렸다.

이대로 보내면 아쉽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게 뻔했으니까.

"...여기서?"

"여기에서."

"어쩔 수 없네."

강한윤은 의자에 다시 앉고 바지를 벗었다.

묘한 기대감에 반쯤 발기한 자지가 드러난다.

에우제니아는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쥬웁­ 쥬읍­ 하아­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얼굴을 파묻고, 귀두를 혀로 낼름 낼름 핥는다.

"가기 전에 기운이 날 것 같아?"

오히려 기운이 빠질 것 같은데.

그녀의 혀 놀림에 다리의 힘이 풀린다.

입을 오므려서 진공으로 만들고, 귀두만 집중적으로 쪼옥 쪼옥 빨았다.

금세 사정감이 올라온다. 에우제니아의 입에 정액을 사정했다.

꿀꺽­ 꿀꺽­

정액을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눈을 감고 정성스럽게 마시는 모습이 꽤나 야하게 보였다.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그때, 입구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노아였다.

"강한윤이 다른 곳으로 파견가기 전에 좋은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어줬지."

"파견 말입니까...?"

"이번에 나 대신 아르엔틸까지 가기로 됐다. 노아 중위도 생각이 있나?"

에우제니아의 물음에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생각이 있냐는 거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노아는 차분하게 걸어와서 강한윤의 다리사이로 무릎을 꿇었다.

"파견... 빨리 돌아와야 해?"

노아와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다.

*

물론 펠라만 받은 것은 아니고 키스도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혀와 입술이 얼얼할 정도로 말이다.

입 안에 그녀들의 향과 맛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라이라. 너는 왜 안했어?"

"...굳이 해야 해요?"

"라이라까지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서."

"됐어요."

라이라가 매몰차게 거절했다.

실제로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쌀쌀맞게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싫은 것으로 보인다.

'라이라는 분위기를 중요시하니까.'

어디 으슥한 곳에서 단 둘이서 하는 컨셉플레이를 좋아하겠지.

그렇다면 완벽한 곳이 있다. 나무가 우거진 도시. 아르엔틸.

그곳이라면 으슥한 곳이 많다.

도시에 도착한다면 라이라랑 컨셉플레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느낌이다.

"하아..."

강한윤은 숨을 내쉬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이 보인다.

에리엘이 주둔하고 있는 부대의 건물이다.

낮에 출발해서 밤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부대의 정문에서 신원확인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라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됐다. 아마 숨어서 지켜보고 있겠지.

강한윤은 에리엘의 집무실로 향했다.

똑­ 똑­ 똑­

노크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나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봤지만, 정적만이 흘렀다.

문을 열어서 확인하니 정말로 아무도 없다.

'자리를 비운 에리엘은 어디로 갔을까.'

강한윤은 에리엘을 찾기 위해 부대를 돌아다녔다.

저녁 먹을 시간이니까. 일단 취사장으로 향했다.

엘프, 수인, 오크들이 밥을 먹고 있지만 여기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강한윤은 에리엘이 있을 법한 곳을 생각했다.

순찰이라도 나갔나? 저녁 시간대엔 순찰이 없다.

외출? 외출이라고 하기엔 방금까지 서류 작업을 한 흔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헨리크 공작도 보이질 않는다.

강한윤은 그럴싸한 추리를 하고서, 부대 내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들린다.

마나끼리 부딪힐 때 나는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연무장에 다른 이들은 없는 것 같았다.

강한윤은 연무장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크읏­"

"에리엘! 저번보다 훨씬 약해졌군!"

"헨리크 공작. 나는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파스스­

에리엘의 검에 또렷한 오러가 맺혔다.

땅을 박찬 그녀가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헨리크 공작은 차분하게 막아내면서 기회를 엿봤다.

검이 부딪히고 오러가 부서진다. 오러가 맺히면서 또 다시 검을 부딪힌다.

무식할 정도로 마나를 소비하는 게 눈에 보였다.

수십 번의 공방 끝에 승리한 것은 결국 헨리크 공작이었다.

"크하하! 에리엘! 이번에도 간식은 잘 얻어먹겠네!"

"크윽.."

에리엘은 패배한 여기사처럼 신음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검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잡아서 검집에 넣었다.

"하아.. 역시 강하군. 헨리크 공작."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나! 매일 검을 만 번씩 휘두르는 수련을 하면 강해질 수 밖에 없다네!"

"정말 무식한 수련 방법이군."

한숨을 내쉬는 에리엘의 시선이 강한윤 쪽으로 향했다.

"강한윤! 드디어 왔군!"

에리엘은 강한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두 팔을 벌려서 껴안았다.

헨리크 공작 앞에서 애정표현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강한윤은 에리엘을 껴안았다.

"아... 몸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땀을 흘려서.."

킁킁­ 그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목덜미 부근의 냄새를 맡았다.

"맡지마라!"

"킁킁. 별로 냄새는 안 나서 괜찮은데요."

오히려 에리엘 특유의 체향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섹스를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의 페로몬. 남성을 유혹하는 걸어 다니는 향수 같았다.

"크흐흐! 사이 좋구만. 배고픈데 밥이라도 먹으러 가는 건 어떤가!"

"그럴까요?"

헨리크 공작의 말대로 배가 고팠다.

강한윤은 여기까지 산악행군을 해왔으니까.

배가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셋은 사이좋게 얘기를 나누며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간식은 무슨 얘기입니까?"

"내기를 했다네! 당직근무를 설 때 야식을 먹지 않나! 그것과 관련된 내기였지! 벌써 5번은 얻어먹은 것 같군."

"크윽... 다음엔 지지 않을 겁니다. 헨리크 공작."

"크흐흐! 분발 해주면 나야 좋지."

그런 거였나.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강한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묘하게 사이가 좋은 둘과 함께 밥을 먹었다.

*

식사를 끝낸 뒤, 에리엘의 방에 들어온 강한윤은 인벤토리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래서 이건 무슨 내용이야? 나를 왜 부른 거야?"

에리엘의 호출. 그것도 개인적인 용무라고 했다.

에리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약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왔다."

"약혼?"

"그래. 이번에는 떠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결혼을 시킬 듯한 분위기더군."

에리엘은 화장대의 서랍을 열어서 종이 하나를 건넸다.

에리엘에게로 온 편지. 그것도 고풍스러운 폰트로 글자가 적혀있었다.

강한윤은 편지를 읽었다.

이번에 약혼에 관한 모임이 있으니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상대측에서 파티를 열 테니 그곳에서 보자고 적혀있다.

"장소는 아르엔틸?"

"그래. 중부에 있는 대도시지."

"..."

동선이 겹쳤다. 그렇다면 에리엘과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번에 나도 아르엔틸로 가는데. 무슨 작전에 관한 내용이었나? 그것 때문에."

"작전 장교니 참석하는 건가. 그래. 어쩌다보니 같이 움직일 수 있게 됐군.."

"그래. 같이 가면 되겠네. 에리엘."

시간은 회의가 먼저고 그 다음날에 파티 참여다.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듯이 시간이 완벽하다.

강한윤은 옷을 한 꺼풀씩 벗었다.

"그럼 간단하네. 회의 하러가는 김에 약혼도 없던 걸로 하면 되니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해결 해주면 되잖아."

강한윤은 에리엘과 키스했다.

에리엘은 목덜미를 두 팔로 껴안으면서 키스를 받아들였다.

하아­

지금 당장에라도 섹스를 원하는 것처럼 숨결이 거칠다.

'아.'

그러고 보니 에리엘은 못하지.

오늘도 아쉽지만 펠라와 파이즈리로 만족해야하나.

섹스는 일이 끝난 뒤에 하면 충분하니 말이다.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다.

"..강한윤"

에리엘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내가 준비한 것이 있다. 그런데.. 그게... 그..."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게 눈에 보인다.

말을 흐리며 망설이던 에리엘은 천천히 팬티를 내렸다.

"여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만."

새하얀 엉덩이 사이에 애널 플러그가 꽂혀있다.

"여기는.. 싫은 건가?"

에리엘은 얼굴을 붉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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