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이 전부 따먹음-59화 (59/163)

〈 59화 〉 56화

* * *

"...이 망할 계집년이....!"

얼굴에 침을 맞은 용병왕이 커다란 대검을 꺼내들었다.

어차피 여기서는 싸우지 못하니 의미도 없을 텐데.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대검을 다시 등에 맨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그래. 투기장으로 따라 가주지. 망할 년.

내가 이기면 너는 꼭 범해주마.

울고불고 질질 짜도 범해줄 테니까. 기대해."

용병왕이 성대를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퉤.

그런 용병왕을 보며 노아는 다시 땅에 침을 뱉었다.

"투기장으로 갈 거야?"

"...무조건 가야지. 드디어 복수할 시간이 됐는데."

노아가 떠오른 창을 건드렸다.

투기장의 숫자가 1로 바뀐다.

저렇게 싸우고 싶어하는 데. 들어주는 게 맞겠지.

노아를 따라서 투기장을 눌렀다.

­'2'

­'3'

­'4'

그러자 숫자가 단 번에 4 까지 올라갔다.

­10초 남았다. 결정을 해라.

이제는 투기장으로 갈 시간이었다.

***

검투사가 싸울 법한 장소로 어울리는 콜로세움.

이 곳으로 우리들은 이동했다.

노아는 처음부터 나가고 싶은 지 활과 단검을 점검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규칙은 10분간 결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패배.

10분간 결투가 나지 않으면 무승부로 판정하고 연장.

한 쪽의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속행입니다."

"조금 가혹한 규칙이군."

에리엘의 말대로 그렇긴 하다.

둘 중에 한 쪽은 죽으라는 듯이 짜여 있으니까.

저 장소에서 10분동안 도망다니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10분 내로 결판이 나지 않는 경우도 거의 없다.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으로 나갈 게."

"노아."

"걱정하고 있는 거지? 내가 질까 봐."

"..."

솔직히... 그랬다.

질 까봐 많이 걱정이 된다.

지금 스탯이 도핑 되어있는 노아라고 한들.

상성과 스펙의 차이가 난다.

거기에 노아는 소드마스터의 벽을 깨지 못한 상태.

스펙만 소드마스터일뿐 실제로는 아니다.

이길 확률도 낮고.

패배할 정도로 몰렸을 때 무승부를 노리기도 어렵다.

주도권을 잃고 이 장소에서 10분동안 도망을 다닌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싸우러 갈 거잖아."

"당연하지.."

노아가 자신의 활을 부술 것처럼 세게 쥐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대상이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눈빛과 기세에 분노가 잔뜩 담겨있었다.

"이럴 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거 밖에 없지."

나는 노아에게 도핑할 수 있는 물약을 건넸다.

최대한 이길 수 있는 각을 만들어야지.

30분 동안 강해질 수 있는 물약이다.

힘과 체력만 도핑하면 충분하다.

다른 걸 더 먹어봐야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을 테니까.

도핑 물약을 받아 든 노아가 경기장 건너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 대검을 치켜든 용병왕이 있었다.

용병왕이 히죽 웃는다.

마치 노아를 이겨서 강간할 거라고 확신하듯이 말이다.

"평소처럼 싸워. 복수심에 불타서 저돌적으로 싸우진 마."

"..알았어."

걱정을 담아서 노아에게 말했다.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고 그녀를 껴안았다.

노아라면 무조건 이길 수 있겠지.

이길 확률이 0%는 아니니까.

노아가 허공을 검지로 건드렸다.

출전 확정을 눌렀겠지.

잠시 후 던전 내에 목소리가 울렸다.

­증명해라

그 말과 함께 노아는 경기장으로 이동 되었다.

"후우..."

노아는 작게 심호흡을 했다.

저 인간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때의 일이 떠올랐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가족들.

침대 밑에 숨어있던 동생을 기어코 찾아서 죽이고.

도망치던 아버지는 화살에 맞아서 쓰러졌다.

어머니는 반항하다가 칼에 맞아서 쓰러졌다.

노아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약했기 때문에.

이제야 막 성년이 되었던 때니까.

그때부터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지금의 순간을 위해서.

경기장으로 들어온 노아는 곧 바로 뒤로 점프했다.

­콰앙!

용병왕의 대검이 허공을 가르고 바닥을 헤집어놓았다.

"망할년. 움직임은 잽싸군."

용병왕은 무거워 보이는 대검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노아에게 쇄도했다.

노아는 마나로 화살을 만들고 달려드는 용병왕을 견제했다.

지금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고 강해진 상태다.

이기기 힘든 상대는 맞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노아는 활시위를 당겼다.

평소보다 마나가 잘 움직이고 시위를 당기기도 쉽다.

­콰직! 파스스!

하지만 마나 화살을 전부 부수며 용병왕이 돌진해왔다.

"이것밖에 안 되는 거냐! 크크크!"

용병왕이 소리를 내질렀다.

주도권이 없는 것 치고는 여전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의 상태가 좋다...!

지금이라면 이길 가능성이 보인다..!

노아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멀티샷].

한 번에 세 갈래로 화살이 퍼져 나간다.

"귀찮게 하는 군!"

"큿!"

노아는 역시나 막힐 것을 알았다는 듯 곧바로 포화사격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화살 3개가 날아가면서 용병왕의 빈틈을 노렸다.

'촐랑촐랑 도망만 다니다니...!'

용병왕은 순식간에 판단을 끝냈다.

화살 두개까지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는 무조건 허용해야하는 자리였다.

머리, 가슴, 다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

하나는 피하고, 하나는 막고.

나머지 하나는 마나로 막아낸다.

마나를 끌어올려서 순식간에 터트려서 마나 화살을 무효화 시켰다.

젠장 이것도 통하지 않다니.

그렇다면 이번에는 일부러 빗나가는 화살을 날렸다.

[도탄사격]

벽과 바닥으로 화살이 날아간다.

그리고 한 발은 일부러 막기 쉬운 가슴으로 발사했다.

"언제까지 이런 장난질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용병왕이 마나를 분출하며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는다.

노아가 피할 수 없는 속도로 따라붙었다.

빠르다. 이대로면 잡힌다는 생각으로 백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그러자 용병왕이 발을 내딛었다.

­콰아앙!

땅이 부서질 정도로 강력한 발걸음.

그 한번으로 노아와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크흐!"

이제는 도망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용병왕이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실력은 비슷하다.

하지만 상성이 좋지 않았다.

궁사가 전위에서 싸우면 결국에는 추격당해서 죽기 마련이다.

마법사처럼 화력이 강하거나 다양한 마법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검을 휘두르는 대신에 화살을 발사할 뿐.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실패한다면 죽음이 다가온다.

그리고 검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대부분.

돌진 기술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거리를 좁히는 것은 검사에게 필수였으니까.

'크큭.'

용병왕이 미소를 지었다.

안됐지만 너는 운이 좋지 않았다.

안 좋은 상성이었고.

하필이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어디서 굴러온 년인지는 몰라도 말이야.

꽤나 반반하게 생겼으니 오래 즐기도록 해볼까.

무력화만 시켜서 강간하고 즐길 예정이었다.

용병왕이 대검을 휘두르고.

노아는 활시위를 당기려는 것을 포기하고 단검을 치켜들었다.

"크흣..."

여기서 단검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몸이 두동강이 났겠지.

하지만 공격을 막은 대가로 오른 손목이 시큰거렸다.

손목을 버려가면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 권을 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쫓기는 토끼마냥, 정신없이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절대 안 된다.

이기기는커녕. 무승부조차도 장담할 수 없었다.

복수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죽을 각오를 해서 단련했는데.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큿..."

아픈 손목을 무시하고 노아는 활시위를 당겼다.

­빠드득

활시위를 부서져라 당겼다.

오른 손목이 비명을 지른다.

다시 한 번 마나를 쥐어짜내서 화살을 쏘았다.

이번에는 오른 손목의 힘줄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앞으로는 활을 잡지 못하게 되더라도 좋다.

지금.

이 복수를 해낼 수만 있다면.

노아가 이를 악물고 활을 당겼다.

­콰직.

오른 손목에서 들리면 안 되는 소리였다.

아.

손목이 부서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

강한윤에게 이기고 오겠다고 말했으니까.

"면목이 없다고...!"

부서진 손목으로 마지막 활시위를 당겼다.

노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때.

노아의 몸에서 노란색 물결이 흘러나왔다.

"...크읏...! 뭐냐 이건...!"

용병왕은 이제 완벽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단검으로 방어했을 때 손목을 아작낸 느낌이 확실했다.

수많은 경험으로 부러졌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무난한 승리일터인데.

저 다크엘프의 몸에서 알 수 없는 빛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빛이 흘러나오고.

노아의 몸은 새롭게 재구성되었다.

부서진 오른 손목은 치료되고.

부족했던 마나는 다시 채워졌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느꼈다.

"..."

온 몸에 힘이 흘러넘친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몸에 신성력이 느껴진다.

노아의 눈에 마력이 깃들었다

색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전부 볼 수 있었다.

"용병왕."

이젠 정말 끝이야.

노아가 가볍게 활을 당겼다.

용병왕은 화살을 튕겨냈다.

의문이 가득한 채로 대검을 휘둘렀다.

어떻게... 몸이 회복된 거냐.

그리고 이번에도 또 다시 땅을 박찼다.

­콰앙!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으로 끝내주마.

이상한 수를 써서 회복했다면 또 눕히면 그만이다.

이번에도 또 다시 스피드를 올렸다.

하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거기에 마나를 소비한 만큼 몸이 지쳐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용병왕은 마나화살을 막기 위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크읏..."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몸에 꽂혔다.

다리와 팔에 화살을 맞고도 계속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마지막으로 휘두를 수 없게 됐을 떄.

용병왕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노아가 조용히 활시위를 당겨서 머리를 조준했다.

"왜 그런 거지?"

노아는 그 날의 슬픔을 떠올렸다.

민간인에 불과한 엘프들은 죽임을 당하고 강간을 당했다.

그 끔찍한 모습을 확인한 노아는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왜냐고?"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에 대한 물음인지도 모른다.

용병왕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그가 히죽 웃자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 그대로 천천히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망할자식."

노아는 쓰러진 용병왕의 시체에 침을 뱉었고.

그와 동시에 몸이 흐릿해졌다.

싸움이 끝났으니까. 돌아갈 때였다.

"노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용병왕에게 거리를 따라잡혔을 땐 정말로 끝나는 줄 알았다.

노아는 딱 봐도 오른손을 다친 것으로 보였고.

잠시 움직임이 멎었다.

이대로라면 패배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노아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역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전세를 역전하고 그대로 이겨서 용병왕을 쓰러뜨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신성력이라니..."

그때 옆에서 에리엘이 중얼거렸다.

신성력이라고?

확실히 노아의 몸에는 신성력이 흐르고 있었다.

미약하지만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갑자기 신성력을 얻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엘프에게 신성력이 생겨났다는 것은.

하이엘프가 되었다는 얘기니까.

­10초 남았다. 결정해라.

노아가 하이엘프가 됐다는 사실에 놀라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됐다.

남은 적들은 어중이떠중이다.

아무나 나가더라도 처리할 수 있었다.

"일단 여기를 정리해야겠지."

"그건 제가 할게요."

라이라가 느긋하게 대답을 한 뒤에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걱.

단숨에 상대의 목을 떨어뜨렸다.

*

라이라의 잔혹한 학살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크흐흐! 이번에는 조금 재밌더군!

상대가 마나 억제를 사용할 줄 알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네!"

헨리크 공작이 기분 좋게 웃고 있다.

마지막 상대로 헨리크 공작이 남았다.

­11팀­ 5번째 자격 증명

점령전

마지막 스테이지로 점령전이 나왔다.

전략이 필요한 까다로운 스테이지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애초에 2팀만 남은 상황에서 1:1로 붙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헨리크 공작에게 다가갔다.

"헨리크 공작님."

"왜 그러지? 이번 대결을 할 생각에 설레어서 먼저 왔나?"

"그건 아니고..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얼마든지 들어주도록 하지!"

그가 웃으면서 답했다.

"조금 무례할 수도 있는 부탁입니다."

"무례? 우리 사이에 그런 게 어디 있나! 이제는 동료인데 말일세!"

이번에도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헨리크 공작님. 기권해주시면 안됩니까?"

"뭐라고?"

웃고 있던 헨리크 공작의 얼굴이 굳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