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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56화 (56/163)

〈 56화 〉 53.1화

* * *

품에서 잠든 사내. 강한윤.

그를 보고 있는 에리엘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평상시에는 믿음직하고 당당한 사내인데.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귀엽다는 느낌도 있었다.

"에리엘님. 엄청 즐거워 보입니다."

노아의 한마디에 에리엘은 황급히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얼굴을 붉혔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으니까.

"아니... 보고 있으니까. 그저 조금 좋았을 뿐이다."

"그렇게까지 반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노아는 수건을 가져와서 강한윤의 몸을 닦았다.

"거기에 서로 강한윤을 좋아한다는 걸 이미 아는 사이잖아요."

"그것도.. 그렇지."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사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노아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든 에리엘은 강한윤의 머리를 천천히 닦았다.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리고 너무 자극이 세지 않도록 약하게.

머리에 물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닦았다.

머리가 어느 정도 마르자 노아가 강한윤을 들어올렸다.

침대로 옮긴 뒤 이불을 덮어주었다.

"곤히 잘 자는 군."

"예. 피곤했을 테니까요."

곤히 자는 모습을 확인한 노아와 에리엘은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강한윤 없이 둘만 남은 욕실은 조용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몸을 씻던 도중.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에리엘이었다.

"노아 중위."

"노아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그런 딱딱한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노아가 머리에 거품을 내며 대답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노아."

"예."

"둘만 있을 땐 조금 더 편하게 말해주었으면 한다만."

"네. 에리엘님. 저도 최대한 편하게 얘기할게요."

에리엘에게 노아란 사랑의 조력자나 다름없었다.

강한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번에도 노아가 먼저 행동했다.

방에 도착하자 꺼낸 야한 수영복.

마치 자신을 젖소처럼 보이도록 하는 의상이었다.

'그가 분명히 좋아할 겁니다.'

그렇게 말한 노아를 따라서 입으니 심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강한윤은 지쳐서 잠들 때까지 좋아해줬다.

어떻게 보면 강한윤과의 관계에서 선배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조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노아.. 그.."

에리엘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할까.

많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저번에 밤을 양보해준 것은 고마웠다."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니까요."

당연한 거라니.

이 대답으로 에리엘은 마음을 조금 더 열기로 결정했다.

노아의 진심어린 대답을 느꼈으니까.

"노아. 저번에 북부로 올라온 날에 양보를 해주었지."

"예. 그렇죠."

"하지만 끝까지 하지 못했다."

에리엘은 그 뒤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문에 잡혀 있는 자신이지만 이번에는 움직이고 싶었다.

강한윤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마음을 전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강한윤에게 몸을 허락하진 못했다.

가문이 강한윤에게 위협할 거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저절로 몸이 굳어버렸으니까.

정략결혼이 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가문이 대체 뭐라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건지.

에리엘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랑을 나누는 것까지 주저했다는 것을 노아에게 털어놓았다.

"아... 그래서 하지 않으셨던 거네요."

"그렇지."

노아는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제대로 된 섹스를 하기 전에 강한윤이 잠든 것도 있었지만.

에리엘이 애무만 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다.

"나도 하고는 싶다. 몸이 근질근질 거린다. 노아 너도 알지 않나."

"당연히 알죠."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섹스를 들어가기 전의 설렘과 근질거림은 공통사인가 보다.

멋대로 몸이 움직이려하고 자지를 받아들이고 싶고.

그런 야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하게 된다.

"하고는 싶은 데. 그런 제약이 걸려 있으니."

"그냥 걸리지만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혹시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걱정하게 된다.

'가문..'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지.

이번 작전이 끝나면 그에게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말도 안 되는 정략결혼을 파기할 방법을 그가 찾아낼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에리엘은 정략결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노아가 의문을 표하면서 얘기했다.

"그럼 뒤로 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뒤?"

뒤가 뭘 뜻하는 거지?

에리엘이 눈을 굴리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알아들었다.

"뒤라면... 아니. 애초에 거기는 넣는 구멍이 아니다..!"

"제가 보는 책에서는 거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노아 혹시..해봤나?"

"아뇨."

아직은.

노아가 뒤에 짧게 덧붙였다.

그녀의 얘기에 에리엘이 인상을 찌푸렸다.

몸을 다 씻고 욕조에 몸을 담그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맴돌았다.

뒤로 한다고?

애초에 거기는 나오는 구멍이지 넣는 구멍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불결한 구멍이다. 깨끗하게 한다고 한들 그가 좋아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에리엘이 입을 열었다.

"노아. 그가 뒤로 하는 것을 좋아할 것 같나?"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요?

모르겠으면 준비만 하고나서 안 해도 되니까요."

분위기를 탄 뒤에 넌지시 물어본다.

그가 좋아한다면 뒤로 하는 거고.

아니면 평상시처럼 애무를 위주로 한 섹스를 하면 될 뿐이다.

노아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것 밖에 방법이 없다면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지."

에리엘의 마음은 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을 눈치 챈 노아는 말을 이었다.

"저도 해보진 않았지만... 준비를 하는 과정은 책에서 대략 봤어요.

원하신다면 에리엘님에게 알려드릴게요."

"나는..."

어떻게 하고 싶지? 원하는 건가? 아니면 원하지 않는 건가?

말을 흐린 에리엘은 결정을 내렸다.

"알려준다면 해보도록 하지."

"예. 그러면 일단 나가서 얘기를 하도록 할까요?"

이제는 욕조의 물도 미지근해졌다.

자야할 시간도 있고 머리를 말리기도 해야 한다.

노아와 에리엘은 욕조 밖으로 나와서 몸을 닦았다.

머리를 말리면서 방금 전까지 했던 주제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뒤로 하는 건 아플 것 같다만.."

"처음엔 아플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나와 있어요.

여성기로 하는 것과는 다른 쾌락이라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만."

거기로 어떻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지?

에리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보지를 이용해서 섹스를 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들어가야 할 곳에 마땅히 들어가는 것.

그리고 쾌락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오는 구멍으로 넣고.

그것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작전이 끝나고 강한윤에게 부탁해보는 건 어떤가요?"

"부탁을 한다고?"

"처음부터 같이 경험해보자고 얘기를 하는 거죠.

좋아하지 않을까요?"

"...모르겠군."

"거절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좋아하는 상대가 부탁을 해온다면.

싫은 행위라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을까.

이 행위를 그가 좋아할 지 싫어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지?"

"음.. 그건.."

노아가 에리엘의 귀에 대고 항문성교에 관한 내용을 말했다.

에리엘은 얼굴을 붉히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걸.. 그렇게 해야 한다고..?"

"예. 그게 시작이니까요."

벌써부터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게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에리엘은 한걸음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

안다이얄 거점의 집무실.

"하아..."

에우제니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다는 듯이 서류 작업을 멈추고 책상 위로 다리를 올렸다.

"망할."

그녀는 지금 욕구불만이었다.

섹스를 마지막으로 한 건 3일 전.

그제는 노아 중위와 함께 보낸 것처럼 보였다.

강한윤의 막사로 찾아갔지만 빈자리뿐이었으니까.

강한윤이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한 게 아니라면 노아 중위다.

"하아..."

지금 당장이라도 섹스를 하고 싶은 기분이지만.

할 상대가 없었다.

강한윤은 어제 하이벤 산맥으로 떠나버렸다.

마음 같아선 작전을 따라가고 섹스도 하고 싶었지만.

그의 대답이 너무 단호했다.

에우제니아는 전선 유지를 위해서 안다이얄에 남아있어야 한다.

'진짜 망할 새끼.'

그렇게 매몰차게 말하다니.

여기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라서 반박하지도 못했다.

그 대신에 싸울 수 있는 작전을 얻었으니 좋아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강한윤의 빈자리가 유독 더 커보였다.

노아 중위가 옆에 있다고 눈치 보지 말걸.

가기 전에 키스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욕구가 심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강한윤이 떠나기 전날의 밤까지 노아 중위에게 뺏겼다.

그때도 욕구불만이 약간 있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아니 그때도 고민은 했지.'

노아 중위의 막사로 난입해서 같이 섹스를 할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사령관의 체면이 있다.

이 계급을 달고 그렇게 하기엔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참았다.

참았더니 지금 성욕이 들끓었다.

'이렇게 섹스가 하고 싶을 줄 알았다면 그때 난입할 걸... 망할.'

에우제니아는 후회했다.

그깟 자존심. 그냥 버리고 같이 섹스할 걸.

노아 중위가 뭐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니던데.

인상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에우제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라면 서류 작업이고 자시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일단은 오늘 일은 던져버리고.

막사로 돌아가서 자위를 하자.

성욕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었다.

막사로 돌아온 에우제니아는 빠르게 바지부터 벗었다.

자위를 하는 것 뿐이니 분위기를 타거나 그럴 필요도 없다.

­찔걱.

"우와아.."

그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음부를 어루만지자 끈적끈적한 애액이 묻어나왔다.

이렇게까지 쌓였나?

이게 다 강한윤때문이었다.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런 걸 알지도 못했을 텐데.

자위정도로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텐데.

에우제니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흐읏♡"

작게 교성을 흘리면서 손은 멈추지 않았다.

평상시보다 빠르게 쾌락이 느껴진다.

온다.. 온다..

"흣♡"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신음을 내뱉었다.

다리를 오므리고 허리를 들었다.

쾌락을 느낀 에우제니아가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

기분은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

쌓여있는 만큼 빠르게 오르가즘을 느꼈지만 만족도가 낮다.

섹스에 비해서 뭔가 공허한 느낌이었다.

한 번 절정을 느낀 에우제니아는 손에 묻은 애액을 바라보았다.

마치 정액처럼 하얗고 끈적거리는 애액을 닦아낸 뒤에 자리에 누웠다.

오늘따라 옆의 빈자리가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언제 오냐고. 이 자식아.'

강한윤이 그리웠다.

그가 돌아온다면 마음껏 섹스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혼자서 막사의 지붕을 보고 있던 에우제니아는 소리를 내질렀다.

"..아"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몇 명이지?'

에우제니아는 강한윤하고 애인 관계의 여자를 손으로 세었다.

노아 중위.

라이라.

거기에 아마도... 에리엘 준장.

나.

네 명.

그렇다는 건 작전에서 돌아오더라도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에게 갈 수도 있다.

물론 강한윤이 먼저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확정은 아니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시간이 뒤로 밀릴 수도 있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잖아.'

서서 기다린다는 건, 다른 이들에게 섹스 기회를 주는 거나 다름없다.

반대로 기회를 사수하려면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에우제니아는 섹스를 위해서.

그를 어떻게 유혹할지 고민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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