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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48화 (48/163)

〈 48화 〉 47화

* * *

며칠 전.

에우제니아와의 섹스가 끝나고 세계수의 축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에리엘은 세계수의 축복을 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에우제니아에게도 세계수의 축복은 도움이 되겠지만 소드마스터 급의 영웅이 많냐 적냐가 더 중요한 요소였다.

라이라는 소드마스터 직전의 실력자고 무엇보다 오드웰 연합군의 소속이 아니라서 직접적으로 활동하기 어렵다.

마리아, 마로스 남매에게 주기엔 세계수의 축복을 썩혀둬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시간도 기회비용이니까.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은 노아였다.

색적의 능력도 강화되니 전장에서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거기에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으니 그녀는 더 많은 활약이 가능해진다.

상대 병력을 암살하거나 저격하는 건 병사들의 사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노아의 성장 타이밍을 앞당겨온다면 훨씬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노아와 외출을 하겠다고 말하자 에우제니아는 흔쾌히 승낙했다.

*

노아와 나는 세계수가 있는 슬로반으로 향했다.

노아에게 가야할 곳이 있다고 말을 하고선 내용을 말해주진 않았다.

노아를 깜짝 놀래 키고 싶었으니까.

반지만 해도 일종의 서프라이즈였지만 세계수의 축복 급이라면 엄청 기뻐하겠지.

"좋아?"

"오랜만이니까 당연하지."

슬로반으로 가는 마차를 타고 있는 지금도 노아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만인지.

노아는 팔에 달라붙은 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근무 시간에 외출 허가를 받아서 그런 건가?

느긋하게 마차 바깥의 풍경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았다.

산맥 근처라 다 비슷비슷한 풍경이지만, 왠지 모르게 즐거웠다.

"강한윤. 내 생각 안 났어?"

"당연히 나지."

특히 밤에 누워있거나 혼자서 집무를 보고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라이라나 에우제니아와 함께 있다고 해서 노아가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다.

집무를 보고 있을 땐 그냥 노아가 생각났다.

일이 지루해서 그런 걸까.

"편지라도 보내지."

"어..."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노아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바빴으니까 못 보냈겠지.

얼굴 보니까 일부러 안 보낸 게 아니라는 거 하나는 알겠다."

"응. 알아주니까 고마워."

그냥 편지가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지 않았을 뿐인데.

다행히 노아가 착해서 넘어가줬다.

노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더욱 가까이 달라붙었다.

노아의 온기가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슬로반에 도착할 때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

슬로반에 도착하자 마차가 서서히 멈췄다.

마차 안에서 노아랑 가볍게 키스도 하고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했다.

마차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킨 후에 노아와 가까이 붙었다.

그리고 노아와 깍지를 꼈다.

수줍은 듯이 깍지를 낀 그녀가 미소 지었다.

"어디로 가려고?"

"음..."

여기서 말을 해줄까.

아니면 말을 하지 말까.

"일단은 움직이자."

결국은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노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궁금했으니까.

노아와 손을 잡은 채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거리를 돌아다니고.

서로 먹을 것을 먹여주기도 하며 커플처럼 꽁냥거리다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세계수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오려고 한 거였어?"

"응. 엘프들은 세계수를 좋아하잖아."

"그렇긴 하지. 세계수 근처로 오면 왠지 편안하거든.

세계수를 숭배 하냐 안 하냐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좋아해."

우리는 세계수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산책을 하는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 이었다.

"그래서 여기로 온 이유는 뭐야?"

"이유?"

"이유가 없으면 세계수는 올 필요가 없잖아."

따로 일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노아가 짧게 덧붙였다.

하긴 그냥 세계수로 오는 건 이상하긴 하다.

그 점을 노아도 알고 있겠지.

여기서 더 숨겨봐야 수상하기만 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세계수의 증표를 꺼내서 노아의 손에 쥐어주었다.

"...."

손에 쥐어진 물건을 확인한 노아가 입을 벌린 채로 멈췄다.

"노아?"

"이...이게.... 아니 이게 왜 너한테 있어?!"

"어쩌다보니 얻게 됐어."

세계수의 증표는 생각도 못한 아이템이었다.

칼레보른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얻을 수 없었을 텐데.

나는 감옥에 갇혀있는 칼레보른을 떠올렸다.

고맙다 칼레보른.

"이런 물건을 왜 나한테 주는 거야?! 더 좋은 사람도 있잖아!"

"너 말고는 줄 사람이 없더라고."

"조금 부담스러운데..."

노아 입장에서는 그렇겠지.

이 아이템의 가치는 가볍지 않다.

돈으로 거래할 수 없는 가치의 아이템.

그게 세계수의 축복이니까.

세계수의 축복을 받을 기회가 생겨서 기쁘긴 하지만.

받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세계수의 증표를 넘겨주려고 했다.

"안 쓸 거면 버릴 게. 어차피 줄 사람도 없거든."

"그렇게까지 말해버리면 방법이 없잖아."

"어차피 너 주려고 가져온 거야."

"..알았어."

노아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세계수의 증표를 소중한 물건처럼 쥐었다.

"안으로 가자."

세계수의 축복을 받기 위한 절차가 뭔지는 모르지만 진행은 해야 하니까.

아마 세계수를 관리하는 천족이 알고 있겠지.

세계수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하얀 날개를 지닌 천족이 먼저 아는 체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강한윤 대위님."

"제 이름을 아시네요."

"그럼요. 연합군 중에서 인간에 대위인 사람은 강한윤 대위님 말고는 없는 걸요."

그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나?

저번에 새로운 항목이 생겨난 것까진 봤는데.

바로 알아챌 정도라니.

"북부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어서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생겼네요.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인트라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걸 사용하려고 해요."

노아가 손에 쥐어진 황금색 세계수의 잎을 보여주었다.

"세..세계수... 처음 보는 물건이라... 조금 당황스럽네요.

어...음.... 그..... 어디로 가야 하더라."

천족 병사는 눈을 굴리면서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아. 맞아!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들을 이끌고 세계수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무의 틈이 벌어지면서 아래로 이동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이런 게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아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저는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천족 병사의 안내를 받고 나서 우리는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정령들이 어둠을 밝혀주면서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얘네 들도 이게 좋나 봐."

노아가 들고 있는 세계수의 증표로 빛의 정령들이 몰려들었다.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자 그에 맞춰서 정령들이 움직였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일렁이는 모습에 노아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 내려가자 공터처럼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한 가운데에 피어나있는 작은 새싹이 보인다.

새싹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무언가가 막아섰다.

방어막이 막혀있는 벽 같은 느낌이라면 이건 마치 거대한 곤약이 막아서는 것 같았다.

들어가려고 하면 저항이 점점 심해진다.

새싹과 20미터는 떨어진 거리에서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안은 들어갈 수 없나본데."

그렇게 말하면서 옆을 보니 노아는 이미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아. 잘 성장해주었구나.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이리로 오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노아는 새싹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칼레보른 그 아이는 어둠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락해버렸지.

­하지만 노아 너에게는 밝은 빛이 있단다.

"빛이요..?"

­그리고 너는 언젠간 열매를 맺게 될 거란다.

­지금은 몰라도 되는 이야기니까 깊게 생각하지 마렴.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새싹으로부터 노란색의 물결이 흘러나왔다.

그 물결이 노아에게 닿으면서 퍼져나갔다.

노아를 감싼 노란색 물결은 빛을 내뿜으면서 사라졌다.

노아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강해졌어."

어떤 능력이 강화됐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사실은 능력치가 평균적으로 올랐을 거다.

노아가 스스로 느끼기에 강해졌다면 확실히 무언가는 좋아졌겠지.

세계수의 증표는 공중으로 흩어지면서 먼지가 되었다.

그리고

'어?'

노란색의 물결이 나에게로 향했다.

*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노아는 몸이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보유 마나량 100만부터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노아는 마나량이 100만에 근접했다.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이유는 떠오른 상태창 하나 때문이었다.

[노아 : 레벨 42]

­마나 : 979,877 / 979,877

­힘 : 32

­체력 : 35

­지능 : 10

­재치 : 13

눈앞에 떠올라 있는 노아의 정보창.

게임에서라면 당연히 보이는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게 왜 떠오른 거지?

노아의 위로 떠오른 정보창이다.

'혹시..?'

설마해서 상태 창을 불러왔다.

­정보

­인벤토리

­맵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목록들이 보였다.

인벤토리와 맵이라고?

인벤토리를 열자 비어있는 공간 5개가 보였다.

여기에 뭐든지 넣을 수 있는 아공간이다.

맵은 어차피 전부 알고 있는 정보라서 쓸모없다.

하지만 이게 열렸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시스템이 해금되었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것도 당황스러운데 시스템의 해금이라니?

시스템과 세계수가 관련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 세계로 들어 온 이유도 세계수와 관련이 있는 걸까?

머릿속에 질문들이 난잡하게 떠올랐다.

"강한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아무 것도 아냐."

계속해서 떠오른 의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제는 노아에게 집중해야지.

노아와 함께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뒤 카브란 산맥으로 돌아왔으니까.

이제는 노아와 시간을 보낼 시간이었다.

생각을 비우고 노아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남녀가 함께 숙소로 돌아왔으니 할 일은 하나 밖에 없다.

방문이 닫히고 나서 노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에게 키스를 하면서 욕망을 분출했다.

"하읍...흣.."

남부에서 헤어지고 난 뒤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쌓여있었다.

노아의 향기와 소리. 반응.

이 모든 걸 느끼고 싶었다.

닫혀 있는 입술 사이로 혀를 비집고 넣어서 노아의 혀를 건드렸다.

끝으로 톡톡 건드리고 핥으며 침을 교환했다.

그리고 노아의 혀를 입술로 쪽 빨면서 엉덩이를 만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삽입하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 채, 노아의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

그때 노아가 나의 손을 막았다.

"...안 돼."

"왜?"

손을 붙잡으면서 말리는 노아에게 의문을 표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섹스를 하고 싶은데 어째서 안 된다고 하는 거지?

그녀가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말하는 이유가 있을 터다.

"오늘은 내 차례가 아니니까."

"차례가 아니라고?"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해서 되물었다.

내가 벗긴 바지를 다시 입은 노아가 이어서 말했다.

"이제 시간이 됐으니까 알 거야.

오늘 그래도 엄청 고마웠어.

특히.. 세계수의 축복이 엘프에게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세계수의 축복을 받으면 스탯이 상승하지만, 엘프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수의 인정을 받는 것.

다른 엘프들과 다르게 특별함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설정 상 그렇다는 데.. 솔직히 잘 모르겠네.'

세계수의 축복을 받으면 하이엘프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이엘프가 되는 법은 따로 있으니까.

아무튼 노아가 좋다니까 나도 좋다.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노아가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노아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천천히 문이 닫히고 적막이 찾아왔다.

'차례가 아니라고?'

대체 무슨 말이지?

이해를 못해서 멀뚱멀뚱 서있자 곧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누군가가 밖에 있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인 것은 금발의 엘프.

"어.. 에리엘님...?"

에리엘이었다.

"강한윤 대위. 들어가도 되겠나?"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차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그렇다는 말은 에리엘이 그런 마음이라는 건가?

문이 닫히자.

­물컹

에리엘이 몸을 기대어왔다.

"어...?"

몸에 말랑말랑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닿아있는 가슴 너머로 그녀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1초에 3번 정도로 뛰는 에리엘의 심장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

에리엘이 조용히 떨어지면서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도 마사지를 부탁해도 되겠나? 강한윤 대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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