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43화
* * *
"자... 잠깐... 가만히...!"
당황한 에우제니아가 입을 열었지만 그때 그녀의 자궁으로 뜨거운 정액이 울컥 울컥 쏟아졌다.
"흐읏...."
자궁에 정액이 들어오는 감각에 에우제니아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뜨겁고 전신에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신음소리를 내지를 것만 같았다.
"사령관님..?"
"그.. 내가 찾아갈 테니.. 자료는 들고 있어."
"알겠습니다."
바깥의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자 에우제니아가 강한윤을 쏘아 보았다.
"대답도 안하고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도 안에 싸버리고 막나가네?"
"몸은 사정해달라는 듯이 조이던데?"
사실 힘으로 에우제니아를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고 목소리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비켜달라고 말을 할 수도 없다.
참을 대로 참은 상황에서 뺄 수 없으니 안에 사정할 수 밖에 없지.
강한윤은 나름대로 억울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무튼 안에 사정했으니 북부에 남아."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지."
"책임을 져야할 거 아냐? 안에 애가 생기면 어떻게 해?"
어떻게 되긴. 안 생기니까 걱정이 없지.
가정을 꾸리는 건 치트를 이용하거나 엔딩을 보고 나서야 가능한 컨텐츠다.
'아니. 설마 그게 아닌 건가?'
여태까지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싸질렀는데?
갑자기 두려워졌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자.
임신하더라도 책임지면 되는 문제 아닌가?
강한윤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책임져야지. 하지만 아직 애가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내가 북부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
"하아.. 망할."
강한윤을 북부에 묶어두려 했지만 별다른 수가 그녀에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남부로 내려가면 앞으로 섹스 안 해줄 거야."
"..."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강한윤이 생각하기엔 오히려 에우제니아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이상 아무하고나 섹스도 못한다.
거기에 에우제니아는 보통 여자가 아니다.
방중술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강한윤에게도 벅차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체력, 성욕, 쾌락, 테크닉 등등. 모든 면에서 벅찬 느낌이었다.
'다른 남자들은 10분도 못 버틸 걸.'
강한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북부에 남았으면 좋겠어?"
"응. 당연하지."
에우제니아의 단호한 대답에 오히려 강한윤이 놀랐다.
북부에 남는다. 고민해볼만한 요소긴 하지만 남부에 있는 영웅들이 문제였다.
'아니지. 남부에 있는 영웅들을 부르면 되잖아.'
오히려 남부는 이제 먼저 움직일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북부로 남부의 영웅들을 불러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남부에 볼 일이 사라진 이상 북부가 더 낫지 않을까.
'일단은 섹스를 더 하고 싶은데.'
쾌락은 짜릿했지만 만족은 하지 못했다.
자지는 에우제니아의 안에서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북부에 관한 문제는 고민해볼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단 번에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니까.
대답을 들은 에우제니아가 눈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그래. 일단 그 정도면 됐어."
그녀가 다시 키스를 해왔다.
강한윤과 에우제니아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서로의 마음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이제는 마음껏 즐길 시간이었다.
*
"어우."
얼마나 했는지 자지가 저릿하다.
몸도 근육통이 온 것처럼 아프고 무거웠다.
그녀의 몸은 지칠 줄 모르는 것처럼 튼튼하고 강인했으니까.
"하아...하아.."
결국에는 섹스로 승리했지만 많은 것을 잃은 승리였다.
오히려 이 쪽이 쥐어 짜인다는 느낌으로 섹스를 했으니 이런 결과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한 번 더 키스해줘."
에우제니아의 말에 나는 입을 맞췄다.
찐득하고 야한 키스가 아니라 입술만 맞춘 채로 숨결을 느끼는 키스.
몸을 진정 시키려는 듯이 껴안고 행복함을 느꼈다.
"하아... 이런 걸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을 손해 본 기분이야."
"그러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자위를 하는 거랑은 엄청 다르네."
그녀의 말대로 섹스는 자위랑은 다르다.
기분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치유되는 느낌이 있으니까.
바깥에 들리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고 키스를 했더니 입이 얼얼했다.
좋은 건 좋은 거지만 근육을 사용하니 피곤하고 힘들다.
간이침대는 애액과 정액으로 젖을 대로 젖어서 야한 냄새가 났다.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 냄새를 맡으니 누가 봐도 거칠게 섹스를 한 현장의 모습이었다.
"정화."
마나가 빠져나가면서 얼룩이 미묘하게 줄어들었다.
망할. 정화로도 지워지질 않네.
옛날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마나가 텅 빌 정도로 정화를 사용하고 나자 침대가 조금이나마 청결해졌다.
침대는 청결해졌지만 우리의 몸은 여전히 더러운 채였다.
섹스를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 찝찝했다.
"몸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말리자. 조금 더럽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
그녀의 대답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킁킁.
몸의 냄새를 맡아보니 조금 그렇다.
특히 에우제니아에게서 밤꽃 냄새가 난다.
사정을 너무 많이 한 건가.
"이대로는 안 되겠어. 샤워하러가자."
"사워를 하러 가자고? 어디로?"
"남서쪽에 작은 계곡이 하나 있어. 거기로 가자."
물이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떠올렸다.
비누로 씻진 못해도 물로 샤워는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아. 귀찮네. 그럼 거기서 한 번 더 해도 되겠네? 씻으면서?"
그녀의 얘기에 나는 눈을 흘겼다.
좋긴 한데. 자지가 버텨주려나.
옷을 차려입고 바깥으로 나섰다.
간이 막사 내부의 미지근한 공기에서 쌀쌀한 밤공기로 바뀌었다.
우리는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쳤다.
"잠시 지형 수색을 하고 올게."
수색이 아니라 섹스겠지만.
병사들의 경례를 받으면서 에우제니아와 나는 계곡으로 향했다.
주변에 인기척이 사라지자 우리는 연인처럼 다정하게 붙어서 걸었다.
밝게 빛나는 달빛 아래로 길을 걸으며 풀벌레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에우제니아가 옆에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강한윤 너도 참 변태야."
"사령관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위가 못하는 말이 없어. 징계를 받아야 만족하려는 건가?"
"징계 얘기는 좀 무섭습니다. 사령관님."
안 그래도 진짜로 징계를 받을 위기를 겪었던 사람이라 그렇다.
내가 굳은 목소리로 답하자 그녀가 큭큭 웃었다.
"징계로 자지를 1시간 동안 세우고 있어야 한다면 엄청나게 힘들겠지? 당연히 사정은 못하게 하고 말야."
"그건 너무 끔찍하잖아."
1시간동안 괴롭힘힌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에우제니아와 실없는 대화를 하며 웃었다.
한참을 걸어가니 물소리가 들렸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계곡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 괜찮네."
목욕탕처럼 몸을 담굴 수 있는 깊이는 되고 물살도 그렇게 세지 않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도 깨끗하고.
물이 좀 차다는 것 외엔 만족스러운 계곡이었다.
내가 손을 담가서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으니 에우제니아가 주먹을 쥐었다.
"뭐 하게?"
"보고 있어."
그녀가 물을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마나를 담은 주먹이 물과 부딪히면서 폭발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
계곡의 물에서 미적지근한 김이 피어올랐다.
뭐야 이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내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마나를 응축해서 터트린 다음 그걸 주위로 퍼트려서 열로 전환한 거지."
"..."
정말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다.
마나를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다니.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옷을 벗었다.
나도 그녀처럼 알몸으로 계곡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섹스를 하고 난 뒤에 목욕을 하는 게 정말 좋단 말이지.
에우제니아의 어깨와 내 어깨가 닿았다.
"강한윤. 정말로 북부에 남을 생각 없어?"
"생각은 있는데 너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내 대답에 따라 달렸다고?"
의문을 표한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칼레보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이제는 물어볼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서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
칼레보른을 완전히 묻어버리려면 그녀의 의사가 중요하다.
이왕 죽이려면 그녀의 지위와 힘을 이용하는 게 편할 테니까.
"강한윤."
"그냥 대답만 해줘."
나의 의중을 알아차린 에우제니아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 녀석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밝은 내용이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알겠지.
나야 아니면 그 놈이야. 그렇게 묻듯이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굳이 대답을 할 필요가 있어?"
그녀가 나의 위로 걸터앉았다.
"이제는 너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인데. 그 누구보다 말이야."
그리고 가볍게 키스를 해왔다.
"너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게."
이렇게 말해주니 엄청 든든하네.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럼..."
내 생각을 그녀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다.
***
"젠장. 일이 이렇게까지 풀리지 않다니."
사무실에서 머리를 부여잡은 엘프가 초조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게! 한 달을 딱 맞춰서 안다이얄을 점령할 수 있냔 말이야!
상대를 매수한 건가? 아니지. 매수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한 거냐고?!"
안다이얄 거점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칼레보른은 믿지 않았다.
정말로 한 달만에 점령을 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잘못된 보고가 들어온 것이라 생각하고 부하를 보냈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한 칼레보른은 보고서를 찢어버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내가 믿어야 하냔 말이야!!!"
한 달 안에 점령을 실패한 에우제니아가 입지를 잃어버려야 했다.
그리고 사령관의 자리는 칼레보른의 차지가 되어야 했다.
안다이얄을 2달 안에 점령할 계획을 얘기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겨서 완벽하게 입지를 굳힌다면.
북부의 사령관 자리는 칼레보른의 것이 되는 거였다.
"근데! 그 망할 인간 새끼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혹시나 몰라서 암살자를 보냈더니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최고 수준의 암살자를 불렀는데 실패한다고?
그 정도의 호위가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는 인간이 혼자 살아남을 리가 없지 않은가.
"후우..."
한바탕 분노를 터트린 칼레보른은 마음을 추슬렀다.
세계수의 축복을 잃은 것도 크다. 하지만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재정비를 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사령관의 자리를 노린다면.
그깟 세계수의 축복보다 더 좋은 걸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령관의 자리에만 오른다면 북부를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다시 참자.
기회를 엿보자.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지휘실의 문이 급하게 열렸다.
"칼레보른님!"
"..무슨 일이지?"
자신의 부관인 헤일이 이렇게 급하게 들어오다니.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건 확실했다.
"그..그게...!"
"야. 비켜."
헤일의 뒤에서 등장한 에우제니아에 칼레보른이 놀랐다.
부관을 밀치고 들어온 그녀는 단단히 화난 것으로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령관님?"
"무슨 일? 그게 지금 니 입에서 나와?"
침착하게 대답하는 칼레보른에게 에우제니아가 화를 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칼레보른이 상황파악을 하려고 머리를 굴렸다.
힌트가 너무 없었다.
그가 통찰을 사용하자 에우제니아의 위로 정보가 떠올랐다.
실망
배신감
분노
북동부의 자료
내부감사
'망할 들킨 건가.'
이걸 어떻게 알아차렸지.
웬만한 작자라면 알아차릴 수 없었을 텐데.
특히 에우제니아가 확인해서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때 칼레보른의 눈에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느긋하게 입구를 지나쳐서 들어오고 쇼파에 앉는 인간.
'강한윤... 저 중위새끼가...'
저 자식이 뭔가 했다는 느낌이 단번에 왔다.
에우제니아가 서류 뭉치를 책상 위로 던졌다.
"반박해봐."
북동부로 물자와 돈이 오갔다는 내용으로 된 서류를 쭉 읽었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다. 에우제니아를 설득할 수 있다.
이 것으로 꼬투리를 잡으려 한 건가?
긴장이 적당히 풀린 칼레보른은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북동부의 방산비리
방산비리 물품에 관한 자료
인간 세력과 내통한 증거 자료
첫 번째 서류를 제외한 모든 내용은 전부 교묘히 날조되어 있었다.
"반박해봐. 배신자 새끼야."
"이건 잘못됐습니다..! 이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에우제니아가 서류 뭉치를 하나 더 꺼내서 던졌다.
칼레보른의 동선이 적혀있는 서류였다.
거짓과 진실을 적당히 섞어서 만든 자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신빙성이 있었다.
"출입 일지를 확인하고 증인들을 확보했다. 네가 수상한 거래를 했다는 장면도 포착했다더군."
"아닙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아직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
발뺌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칼레보른의 앞에 물건이 하나 떨어졌다.
"..."
암살 의뢰서였다.
에우제니아를 돕는 강한윤을 죽이기 위해 보낸 의뢰서.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가짜라고 하기에는 필체와 담겨있는 마나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칼레보른의 동공이 흔들렸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올린 칼레보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에우제니아가 아니었다.
쇼파에 앉아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강한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