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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전부 따먹음-11화 (11/163)

〈 11화 〉 11화

* * *

'게임이라면 발견하지 못했겠지.'

마리아와 마로스는 엄연히 따지면 '영웅'이 아니다.

영웅 급이라고 부르기엔 미약한 마나와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일정 수준에 미달되는 영웅은 일반 NPC로 분류가 되며, 포로 등용의 탭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미래에 영웅이더라도 현재에는 일반 NPC에 불과하다.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미래에 영웅이 되는 NPC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물론 지금은 일반 NPC라고 한들, 영웅의 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마리아도 마로스도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저 상태에서 능력만 개화하게 된다면 내가 아는 그 영웅이 되리라.

'이렇게 되면... 그게 가능한 건가?'

마&마 남매는 특이한 점이 게임에 등장할 수도 있고,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능력을 각성하지 않으면 일반 NPC니까.

그대로 엔딩을 볼 때까지 얼굴을 보는 것도 불가능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성이라는 것도 까다롭다.

'말이 각성이지. 거의 흑화나 다름없지.'

남매의 둘 중 한명이 죽었을 때, 살아남은 한 명이 각성한다.

유저들이 어이없어 할 정도의 각성 조건.

영웅으로 나오지 않으면 둘 다 살아있거나, 둘다 같은 전투에서 사망한 것이고

영웅으로 나온다면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었다는 뜻이니까.

'어느 유저가 계산을 했었지.'

단순 계산이지만 끝까지 둘 다 생존할 확률은 고작 0.0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전장에서 같이 죽거나, 한명이 죽는다고 한다.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은 마마 남매인 만큼, 그 당시에 이 떡밥으로 불탔었다.

마&마 남매가 영웅으로 등장하지 않는 유저 패치가 따로 등장했을 정도니.

유저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지 알 수 있었다.

'근데 각성하지 않은 채로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애초에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영웅이라 등장할 수도 있고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이 만남은 당황스러웠다.

둘 중 한명도 죽지 않은 채로 만난 게 다행인가? 따져보면....

'글쎄... 모르겠는데.'

각성하는 조건은 알지만, 둘 다 살아있는 채로 각성을 시키는 법은 모른다.

애초에 게임에선 둘 다 살아있다면 만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니까.

시스템 파일을 뜯어보면 그런 게 나와 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마 남매의 운명은 가혹하다.

한명이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혹은 게임에 등장하지 않거나.

둘 다 살아서 게임에 등장한다는 전제로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각성 시키는 법은 모르지만, 잠재능력은 무시할 수 없는 남매다.

능력을 각성하기만 한다면 대륙에서 한 손에 꼽을 만큼 강해질 수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각성하면서 폭주상태로 돌입하기 때문에.

전투를 하는 동안 아군과 적군. 모두 신경 쓰지 않고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었다.

'폭주를 해제하는 건 어렵긴 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

불사조의 심장이나 레테의 강물을 먹이면 폭주상태가 해제된다.

그것 말고도 전설의 포션 엘릭서를 사용하면 해제할 수 있으니 방법은 다양하다.

문제는 각성 시키는 법을 모른다는 점인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야지.'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기본 스펙은 웬만한 영웅 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나는 마마 남매를 데려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여기 문 좀 열어줘!"

내가 병사에게 명령을 내리자, 마리아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 졌다.

보호받지 못한 길가의 고양이처럼 날이 서있다.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저 포로 둘을 밖으로 데려와."

"내 동생한테는 손 대지 마요!"

마리아가 이를 드러내면서 마로스를 붙잡은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발로 병사들의 다리를 걷어차고 팔을 휘두르며 반항했다.

병사들이 고생이지.

내가 여기서 말을 한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으니 마음껏 날뛰라고 내버려두는 게 나으리라.

'일단은 대화를 해봐야 하긴 해야 하니까..'

나는 포로 취조실로 들어가서 대기했다.

저렇게 날뛰는 것을 보면 대화가 통할까 싶은데.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마리아에게 부모님을 전쟁으로 잃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 마로스니까.

"내 동생 건드리지 마요!!"

... 아직도 난리네.

취조실로 들어오면서 소리를 지르는 마리아에게 손짓했다.

"동생한테 아무 짓도 안할 테니 일단 앉아. 대화를 하고 싶으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요?"

"믿기 싫으면 믿지 마. 하지만 계속 그런 태도라면 곱게 대해주긴 힘들 거야."

지금 포로수용소에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건 나다.

내 말 한마디로 처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나의 계급장을 확인한 마리아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인간이에요?"

"보시다시피."

"흐음.. 그래요. 그래서 우리를 부른 이유는요? 이유가 있었으니까 불렀을 거 아니에요."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오드웰 연합군으로 들어와라."

"...네?"

"못 들었나? 오드웰 연합군으로 들어오라고."

"대체 왜요?"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의 마리아.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심스러운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쪽에게 잠재되어있는 재능을 보고 얘기하는 거야."

"재능..?"

"그래. 재능.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어."

"저는 마법 하나 다룰 줄 모르는데. 무슨 재능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영입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눈독들이지 않도록."

이렇게 말을 해줘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혹시나 거절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마리아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니까.

나는 편하게 자세를 잡고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 있긴 하지.

"지금 들어오면 월급은 10골드, 성과급별도, 소위 임관 기회도 준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반 병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지."

그냥 딱 소위가 받는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평민에게 10골드라는 돈은 크다.

쀼루퉁하게 있던 마리아의 표정이 놀람으로 변했다.

"정말요? 아니.. 그 조건으로 저희를 데려간다고요? 거짓말 같은데."

"거짓말 아닌데. 사실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냐. 하지만 내가 따로 케어 해줄 생각도 있어."

"...케어요?"

"성장이 느리면 성장을 도와주지. 나는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정 안되면 배낭에 박아둔 마력초를 정제해서 먹이면 된다.

그렇게 하면 1인분은 할 수 있는 영웅이 될 테니까.

'일단은 회유를 하는 편이 나아.'

한명 죽으면 다른 한쪽은 날뛴다는 사실을 아는 이상, 이 남매를 자유롭게 풀어두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둘 다 포섭해서 죽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서 미리 해결을 해두는 편이 낫다.

다프닐에서 문제가 생겨서 한명이 죽는다?

에리엘이 나서서 처리한다고 한들,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

고민을 끝마친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하겠어요."

"뭐를?"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하겠다고요. 뭐가 됐던 간에 포로수용소보다는 무조건 나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서 마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되는 거겠지. 하지만 그 생각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나도 입대하기 전의 기분을 알고 있으니까.

"일단 나가서 동생보고 들어오라고 해. 동생하고도 단 둘이 얘기하고 싶으니까."

"...동생한테 이상한 짓 안 할 거죠?"

"내가 뭐 하러 그래."

"정말이죠?"

"그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할까? 빨리 나가."

게임에서는 몰랐는데 조금 피곤한 성격이네.

마리아가 문을 열고 나간 뒤, 잠시 후 마로스가 들어왔다.

푸른색의 머리칼이 마리아와 닮았다고 할 순 있지만, 마리아와는 인상이 다르다.

마리아가 고양이 상이라면 마로스는 강아지 상이라고 해야 하나.

"저기..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어두운 표정의 마로스.

내가 인사를 받아주니 마로스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내가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어. 이해했어?"

"...네"

"오드웰 연합군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했고 너희 누나가 그걸 받아들였지. 하지만 정식으로 군인이 된다는 건 위험한 일이야. 맞지?"

마로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마로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도록 할까.

마로스가 빠르게 강해져서 나에게 나쁠 건 없으니까.

"그렇다면 네가 강해져서 누나를 지켜줘. 앞으로도 위험한 일은 계속 발생할 테니까. 어때?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정말로?"

"네.."

겉보기엔 한 이제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들어갈 것 같은 나이로 보이는 마로스.

내가 주먹을 내밀자 망설이던 마로스는 주먹을 내밀었다.

톡 하고 부딪힌 다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어려도 남자는 남자지. 남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이 남매가 얼마나 성장해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니까.

"남자끼리의 약속이다."

"...네!"

마로스가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

포로수용소에서 일을 끝마친 나는 에리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에리엘은 지휘관 실에서 검을 들고 천천히 휘두르고 있었다.

저렇게 하면 뭔가 깨달음을 얻는 걸까.

검을 내린 에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이지?"

"포로 중에서 마법의 재능이 뛰어난 이가 있어서 임관 제의를 하고 싶습니다."

"마법의 재능이라고? 그렇다면 장교인가? 포로로 잡힌 장교는 자존심이 강할 텐데."

"장교가 아니라 일반병사입니다."

"...용케도 발견했군."

"그게 제 일 아니겠습니까."

"마법사가 될 재능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말이야.

강한윤 중위의 능력은 대단해.

대위 진급도 금방 할지도 모르겠군."

에리엘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췄다.

"이번에 신병을 받는다면 마법소대의 하룬 대위에게 신입들을 맡길 건가?"

"예 그러려고 합니다."

나는 마법을 사용하지만 마법에 대해서 아예 모른다.

마나를 어떻게 움직이고, 운용하고 이런 건 게임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순 없는 노릇이다.

마법소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 맡기면 알아서 하리라.

"마법소대의 하룬 대위가 귀찮아하겠지만, 조금 수고를 해줘야겠지."

에리엘이 책상 위에 있던 서류뭉치를 나에게 건넸다.

"강한윤 중위가 많은 일을 해줬어. 이번의 작전으로 세운 공도 확실하고 말이야."

"예. 그렇죠."

"그래서 내가 편의를 봐준 것도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작전을 맡긴다고 근무도 빼주고, 일과라고 할 것도 많이 한 기억이 없긴 하다.

왠지 좀 불길한데.

이 흐름대로라면 에리엘이 나에게 일을 시키는 흐름이다.

"평상시에 하는 일이 다른 이들에 비해서 많진 않으니 이번엔 조금 귀찮은 일을 해줘야겠어. 루드밀라에 다녀오도록."

"루드밀라 말입니까..?"

"내가 집필한 보고서를 본부에 보내야하는 데 전부 보수작업,

훈련, 정찰, 근무로 보낼 인원이 아무도 없더군.

그런데 지금 한명이 생겼지 않은가."

"...예 그렇습니다."

모두가 바쁠 때 유일하게 놀고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라는 거다.

나는 에리엘이 건네는 서류뭉치를 받아들고서 루드밀라까지 가는 길을 떠올렸다.

혹시 걸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에리엘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루드밀라까지 마차를 타고 가도록. 호위는..."

"노아 중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실력도 부족하지 않고 같이 가면서 얘기를 할 만한 상대라면 노아가 제격이다.

그 이유 말고도 친한 사람을 꼽으라면 노아 말고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흐음.. 그래?"

내 대답을 들은 에리엘의 입고리가 올라간다.

"벌써 그런 사이가 됐나? 강한윤 중위? 노아 중위랑 같이 있는 게 요새 자주 보인다 싶었더니."

"그런 거 아닙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하지만 부대 내에서 여자와 남자가 같이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지. 전쟁이 사랑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후후. 그래. 그런 걸로 치지. 강한윤 중위."

에리엘이 아저씨 같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서 놀려댄다.

일단은 발뺌 했지만 에리엘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다.

"루드밀라로 다녀오겠습니다."

"단 둘이 루드밀라로 다녀오면 데이트인가? 그래도 내일 점심 까지는 복귀하도록."

"그냥 그렇게 생각하십쇼. 에리엘 대장님."

놀리는 것에 맛 들린 에리엘에게 간단한 경례를 한 뒤에 루드밀라로 가기 위한 채비를 했다.

노아와 연인 같은 느낌이 된 것도 사실이고. 사이가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숨긴다하더라도 티가 나지 않을까.

루드밀라로 가는 마차에 탑승한 나는 노아와 단 둘이 되었다.

마차라는 공간은 좁고 불편하다.

마찻길도 마찬가지로 울퉁불퉁해서 돌부리를 지나갈 때면 몸이 크게 요동친다.

"인간... 아니 강한윤.. 이게 좋다고?"

"당연히 좋지."

나는 노아의 허벅지에 누운 채로 답했다.

허벅지가 말랑말랑하고 좋은 냄새도 나고. 노아의 얼굴 아래로 거대한 가슴이 보이는 위치라서 여러모로 즐겁다.

"강한윤! 허벅지 만지지마!"

"왜? 닳는 것도 아닌데."

"... 아무튼 만지지마!"

까다롭게 구네.

루드밀라까지 마차를 타고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한다.

이대로 노아랑 꽁냥거리고 있으면 금방 도착하겠지.

노아의 말을 무시하고 허벅지를 계속 만졌다.

부드럽고 탱탱해서 좋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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