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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의 기둥서방이 되었다-169화 (169/192)

〈 169화 〉 어쩌다보니... #3

* * *

해독 효과를 가진 매직 아이템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굳이 공작이 기미를 볼 필요가 없기는 했다.

기미를 볼 사람이야 차고 넘쳤으니까.

그런데도 직접 기미를 보며 독이 있는지 확인했다.

식사에 신경 쓰라는 경고와 함께 완전히 못 믿겠다는 경고를 주기 위해서다.

“ 괜찮은 것 같습니다. 드시죠. ”

“ 으음…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긴 하나, 공작이 굳이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있겠소? 제국 측에서 데려온 인간을 시켜도 될 법 한데. ”

“ 물론 그러는 편이 수고를 덜 수 있어 고맙긴 합니다만… 혹여 해독제를 미리 먹고 아무렇지 않은 척 독 넣은 음식을 맛 볼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

한 사람이 머무는 텐트 치고는 무척 크고, 국왕과 단 둘이 있어 그런지 유난히 허전해 보이는 느낌이 강했다.

국왕은 나와 이야기를 하느라 그를 잊은 듯 보였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기에 말을 줄였다.

긴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고.

“ 그럼… 저도 이만 식사를 하러 물러나 보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

“ 고맙소. 공작께서 고생이 많구려. ”

“ 아닙니다. 왕국 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을요. 더구나 옥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도 안 될 테고요. ”

나는 옥체를 거론하며 국왕을 위하는 척 아부한 뒤 등을 돌렸다.

국왕에게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라 그런지 나를 바라보는 국왕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크게 티내려 하지 않지만, 제법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마 충신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것일까. 국왕의 속내를 읽을 수 없으니 연기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알아도 별 쓸모없을 것 같았다.

그 속내가 어떻든 제 할 일을 하고, 조용한 평화를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었다.

“ 식사하러 가시는 길이십니까? ”

국왕이 머무는 텐트에서 나와 지온에게 돌아가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옆에서 진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앤더슨 자작이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내부 배치나 조직도 등 물밑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니 무시할 수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어도 무시는 못 하겠지만 정중한 정도가 달랐다.

“ 네. 기미도 다 보았으니 저도 식사를 하려고요.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

“ 기다리는 분이시라면… 대공이십니까? ”

“ 네. 그러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잖아도 오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굳이 대화를 길게 끌어갈 이유도 없는데다, 얼른 지온 곁에서 꼭 붙어 있을 생각이었기에 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

그래도 너무 무례하게 보이지 않도록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등 필요한 예의는 다 갖췄다.

뒷말이 나오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더슨은 내 마음을 몰랐기에 태연자약하게 따라가도 되겠냐는 가증스러운 물음을 던졌다.

설령 태도와 말씨가 더없이 정중하고 미안한 기색이 짙다 하더라도.

꼭 해야 할 말이 있는 사람 같은 모습을 보였어도.

“ 같이요…? ”

“ 예. 이렇게 우연하게나마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얻은 김에, 꼭 얼굴을 뵙고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공작님이나 대공께서 내친다는 판단을 하지 않으셨기에 오늘 같은 날이 찾아왔으니까요. ”

우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에 제국에게 등진다는 판단을 한 것이겠지만, 그를 이용해 약점을 쥐지 않으니 고맙기는 한 모양이다.

아마 두고두고 등골이 빨아 먹혀 숨이 막힐 상황까지 예상했을 텐데, 빨아먹기는커녕 연락도 안 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쯧.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이 불만은 밤에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텐트 안에서 하면 땀과 물이 튀고 더운 김이 피어올라 더러워질 것이 분명하니,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바깥이 좋을 듯싶었다.

“ 어서와. 고생 많았어. 그런데… 자작께서도 오셨습니까? ”

“ 예. 무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리 왔습니다. ”

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이르자, 지온이 쓰게 웃으며 나무 그릇 두개를 내밀었다.

바깥으로 나돌 때마다 자주 해 주던 스프와, 향신료를 발라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르는 돼지고기 구이가 담긴 그릇이었다.

나나 지온이나 바깥에서는 공들인 음식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기에, 또 지온이 직접 만들어준 것이라 행복하기만 하지만… 앤더슨은 어떨까.

제법 돈을 벌어들이는 항구도시 중 하나를 다스리는 영주이니만큼 불만스럽지는 않을까 싶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입맛에 맞춰 새 음식을 내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설령 불만이 있어도 그가 데리고 온 하인들을 시키라 말할 생각이었다.

과거에 도움을 주었다 한들, 오늘은 거슬리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기에.

“ 무례라니요. 아무튼, 이렇게 오셨으니 자리에 앉으시죠. 식사는 하셨습니까? 한 그릇 드릴까요? ”

“ 예.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

내가 지온의 옆에 꼭 붙어 앉아 고기를 씹는 동안, 자작도 맞은편에 앉아 지온이 내미는 음식 그릇을 받아들였다.

곧장 음식을 받아들어 한 입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 오… 간단해 보이는 음식인데도 맛이 참 깊은 것 같습니다. 공작님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솜씨가 참 좋군요. ”

“ 그렇습니까? 만족해 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

앤더스는 지온이 직접 만들었다고는 생각 못하는지, 연신 있지도 않은 하인을 칭찬하며 스프와 고기를 잘도 먹어댔다.

말과 낯빛은 어떻게 꾸밀 수 있을지 몰라도, 먹는 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느껴졌다.

맛이 없었다면 제법 호쾌하게 먹지를 않았겠지.

“ 음… 정말 잘 먹었습니다. 속도 따뜻해지는 것이 참 좋군요. ”

“ 잘 드셨다니 제가 다 감사할 지경이군요. 자, 물도 한 잔 드시죠. ” “ 엇! 이렇게 신경써 주셔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

앤더슨은 나무로 만든 잔에 담긴 데운 물을 귀중한 술이라도 되는 것 마냥 받아들인 뒤, 아주 조심스레 들이켰다.

단지 뜨거웠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독을 신경 쓰며 마시는 모양새라 착각할 법도 했다.

“ 으음. 식사도 다 끝났으니, 슬슬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이유를 여쭤 봐도 될까요? ”

“ …예. 그렇지요. 다름이 아니라, 직접 찾아뵙고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별 거 아닌 일이라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감사 인사라.

나는 앤더슨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으며 감사할 만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을 막는다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결국 현 황제를 몰아내고 황태자였던 리차드 헬리오스가 옥좌에 올랐다.

그리고 그 황제는 전쟁을 부르짖었던 세력의 힘을 빼앗고 지지자들의 힘을 키웠으며, 덤으로 그의 동생마저 처리했다.

죽였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쥘 수 없도록, 일종의 거세를 한 셈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밀약의 증거를 쥐고 있는 우리가 수상할 정도로 아무 일도 안 했다는 것에 감동받을 만도 했다.

진즉 약점을 쥐었다 좋아하고, 리차드가 정권을 쥔 순간 은밀히 선을 대어 온갖 이득을 봤을 지도 모를 일을 피했으니.

더해, 덤으로 보답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허리를 굽혀가며 뭔가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셈이라,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듯싶었다. 지온도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 자작님의 뜻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잠시 헬레나와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으니, 여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

“ 예. 그러시지요. ”

나는 지온의 뜻이 무엇이던 간에 따를 생각이지만, 지온은 당연하다는 듯 내 손을 잡아끌며 한적한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절하기도 하지…….

“ 약점 잡고 흔들 생각은 없었는데… 결과만 보면 그거랑 별 다를 바가 없게 됐네. ”

“ 응. 본의 아니게 압박한 것처럼 보이긴 해. 그래도 알아서 허리를 숙이고 들어온 만큼, 너무 무거운 조건만 아니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아. ”

지온은 상대를 뜯어 먹어도 그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만약 지온이 상대의 골수를 빨아먹겠다면 한 번 정도는 말려보겠지만, 의지가 견고하다면 말릴 생각 따윈 없었다.

그 또한 옳은 일이라 생각하기에.

“ 음. 그래서 말인데… 앤더슨 자작령에 와인을 팔아보는 건 어떨까 싶어. ”

“ 와인을? ”

와인은 전혀 생각도 못해서 그런지 눈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마 누군가 내 얼굴을 본다면 눈을 크게 뜬 채 놀라워하는 표정을 하고 있겠지.

“ 그래. 와인 말이야. 지금이야 간간히 바깥 지역으로도 팔고 있기는 하지만 수가 적잖아. ”

“ 안 파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는 하지. 우리 영지 내에서야 다크엘프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어졌고, 맛도 괜찮아 많이들 사지만……. ”

“ 여전히 더럽다는 인상 때문에 기피하기는 하지. ”

전쟁에서 승리했다 한들 인상이 조금 나아졌을 뿐, 아무렇지 않게 다가갈 만큼 좋은 인상을 심어주진 못한 듯싶다.

왕궁이나 전쟁터에서 이브나 엘렌에게 말을 걸었던 이들의 비율이 대략 2:8이었음을 고려해 보아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었고.

“ 그렇지. 그래도 강제로 파는 건 좋지 않고 반발을 살 수도 있기에 당연히 안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사보라 하려고. 헬레나 생각은 어때? ”

“ 나도… 좋다고는 생각해. 대신, 만에 하나 일이 잘 풀리면 그만큼 고생이 늘 테니, 그에 대한 대책도 미리 짜 놓아야 하겠지. ”

나도 찬성하자 거리낌이 없어진 듯, 지온이 눈을 반짝이며 앤더슨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 또한 조용히 그 뒤를 따랐고, 잠시 후에 두 남자가 제법 열을 올리며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작 뭐든 하겠다고 뱉어냈으면서 망설이는 앤더슨 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결국 원하던 대로 일이 풀렸다.

아마 속으로는 반쯤 협박이라도 받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여지를 줬으니 이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나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채, 그저 모두가 잠드는 밤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처음에는 곁을 함께 나누는 것이 꺼려지기만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썩 괜찮은 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 전제를 잘 지켜주어 다행이었다.

장점은 많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 정도다.

나 하나를 안을 때보다 더 흥분하는 것도, 그 흥분이 한층 더 격한 사랑을 안겨다주는 것이 좋았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몸을 섞으면 기절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또, 번거로운 뒤처리나 땀에 절어버린 몸을 청결히 하는 일을 간단히 끝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이브를 받아들였기에 젊은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뛰어난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가장 절실히 느낀 순간이라 그 기쁨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늙어서 눈길 하나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 다녀왔습니다. ”

앤더슨이 제 텐트로 떠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정찰을 보냈던 엘렌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아마 흙먼지가 일지 않게 하려 저러는 것이 아닐까 싶다.

“ 고생했어. 별 일 없었지? ”

“ 네. 공작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넓은 지역을 정찰하고 왔는데, 다행히 이렇다 할 만 한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

“ 고생했어. 여기 앉아서 얼른 몸부터 녹여. 추웠지? ”

엘렌은 내게 보고한 후 지온과 즐겁게 몇 마디 나누다 앤더슨이 앉아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집이었다면 지온 옆에 앉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바깥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리 편인 공작가 저택과 다르게 눈치를 봐야만 하니까.

“ 오늘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

지온이 만든 음식으로 약간 늦은 저녁을 때운 뒤, 엘렌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지온이 당사자이자 주인이기에 그 뜻부터 묻는 것이 당연했지만, 우리가 먼저 합의하여 순서를 정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 상황을 고려하면 나무 위가 좋을 것 같은데… 어때? ”

“ 좋은 생각이세요. 마침 가지가 굵고 튼튼한 나무들을 몇 개 봐두었으니, 그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 전하와 너무 먼 곳은 아니지? 교대할 때 불편하잖아. ”

번을 서야하는 입장에서 너무 넋 나간 것이 아닐까 싶겠지만, 내 입장에선 국왕보다 정사가 더 중요하다.

공작으로서도, 귀족으로서도 가져서는 안 될 마음가짐이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래도 둘 중 하나는 국왕이 자는 텐트를 지킬 테니 괜찮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사람의 눈을 피하고, 나무 위였기에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하아……. ”

나는 용암처럼 끈끈하고 뜨거운 열이 느껴지는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쓸며, 국왕이 자고 있을 텐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텐트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채,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던 엘렌과 교대하기 위해서.

“ 참. 가기 전에 물 좀 뿌려줘. ”

“ 세상에… 이 아까운 걸 씻어내야 한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저도 그 안타까움을 겪게 되겠지만……. ”

엘렌이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나기 전,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며 큰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런 꼴로 호위를 설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국왕이 머무는 텐트 뒤로 엘렌을 불러 몸을 씻어낼 수밖에.

내가 엘렌이 만들어 준 물방울에 몸을 담가 몸을 씻는 동안, 미리 벗어두었던 옷은 또 다른 물방울로 씻어뒀다.

정령으로 만든 물이기에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더러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

더구나 옷을 흠뻑 적신 물을 빨아들이면 따로 말릴 필요가 없어 무척 편했다.

“ 그럼… 저도 다녀올게요. ”

“ 응. 너무 늦지 않게만 와. ”

엘렌을 떠나보내고 몇 시간. 나는 국왕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낼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그 결과 무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거슬리는 느낌이 들면 눈을 붙이다가도 번뜩 깨어났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이 없어 길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 음… 공작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시오. 내 왕궁에 돌아오면 크게 사례하리다. ”

“ 황공합니다. ”

나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하는 대신 짤막하게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러모로 불만이 많은 요청이었으니 뜯어낼 것은 뜯어낼 생각이었다. 아마 국왕도 그런 생각을 잘 알 테지.

아무튼, 아침부터 국왕과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껄끄러운 상황을 극복한 뒤.

나는 지온과 함께 아침을 먹을 생각에 절로 입꼬리가 작게 휘는 것을 느꼈다.

고생한 뒤에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덕이다.

그러나.

지온이 애써 준비해 준 음식의 마지막 간을 보던 그 순간.

그의 목덜미 부근에서 반짝이는 샛노란 빛이 내 기분이 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을 느꼈다.

머리도 얼어버릴 만큼 차갑게 식어버렸다.

목덜미 부근, 즉 목걸이에서 빛이 났다는 것은… 해독을 했다는 뜻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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