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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의 기둥서방이 되었다-166화 (166/192)

〈 166화 〉 전승 기념 #6

* * *

“ 허허! 끈질기게 버텨서 이기다니……. 제법이기는 하군. 안 그렇소? ”

국왕이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떠나가는 리암의 등을 보며 한 마디 하자, 다른 공작들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이 떨어질 때 까지 버틴다는 수를 썼기에 투박하다 못해 무식하게 느껴질 지경이었지만… 존경스럽기는 했다.

그 후에도 여러 경기가 이루어졌으나 쉽게 이긴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체격 차이가 있더라도 한명 한명이 영지 대표로 뽑힌 사람들답게 만만치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반드시 어느 한 곳은 다쳐야 했을 만큼 치열했다.

그렇게 오늘 치러야 할 시합이 다 끝나자, 나 홀로 약을 챙겨 중앙기사단에 마련된 텐트에서 머무르고 있을 리암에게 향했다.

헬레나와 엘렌까지 몰려가면 여러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세 명이 몰려다니면 너무 눈에 띄니까.

내가 최대한 소란이 일지 않도록 조용히 숙소 건물 앞에 이르자, 운 좋게 근처를 돌아다니던 기사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로 발을 옮겼다.

중앙기사단의 단장이나 부단장 모두 나와 안면이 있지만, 좀 더 친근한 부단장 랜들이 있는 집무실로.

“ 부단장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

“ 손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오시죠. ”

나를 안내해 준 기사가 똑똑, 하고 집무실 문을 두드리며 말하자 랜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후 기사가 집무실 문을 열어준 덕에 책상 앞에 앉아 서류에 머리를 박고 있는 랜들을 볼 수 있었다.

“ 아니? 대공께서 여기까지 어쩐 일로…? ”

내가 발소리를 내며 책상 앞에 다다르자, 그제야 시선을 위로 돌린 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여전히 묵직한 목소리만 들어봤을 땐 정말 놀랐는가 싶기도 했다.

“ 우리 쪽 사람을 만나기 전에 얼굴이나 비출까 해서 들렀습니다. 말도 없이 찾아가면 놀랄 것 같아서요. ”

“ 그… 렇기야 하지요. 참, 이럴 것이 아니라… 저쪽에 앉으시지요. ”

랜들은 아차 싶었는지 황급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집무실 중앙에 자리한 의자에 앉도록 권했다.

순간 굳이 앉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으나, 그랬다가는 서운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랜들이 권하는 자리에 순순히 앉기로 했다.

상석이라는 점이 조금 불편했지만 랜들이 워낙 강경하게 권해 어쩔 수가 없었다.

“ 우리 쪽 사람이라면… 공작령 대표로 나온 남자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분명… 이름이 리암이라고 했었던가요? ”

“ 네. 그렇긴 한데…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

“ 물론입니다. 통제하는 입장으로서 명단을 만들어 두었지요. 또, 부정을 막기 위해 얼굴도 다 기억해 뒀습니다. 기사단 모두가요. ”

사람을 바꿔치기가 쉬우니만큼 좀 더 신경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 그만큼 귀찮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것이 존경스럽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기사가 왜 이런 잡일을 해야 하냐는 불만을 가질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으니까.

“ 훌륭하기는 하지만… 혹여 기사가 이런 허드렛일이나 한다고 불만을 품는 사람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

“ 전하께서 내리신 명에 어찌 불만을 품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 또한 넓게 보면 왕실에 봉사하고 백성을 지키는 명예로운 일인 것을요. ”

당연히 다른 기사들의 속내까지 다 읽을 수는 없을 노릇이지만, 적어도 랜들은 진심으로 명예롭다 생각하는 눈치였다.

더구나 말하는 것까지 모범적이라 새삼 기사단 부단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크흠. 아무튼, 이렇게 찾아오셨으니 더 시간을 끄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어… 괜찮습니다. 바쁘신 분을 붙잡고 길안내나 시킬 수도 없을 노릇이지요. 배려해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

부단장을 끌고 다니면 괜히 미안할 것 같아 황급히 사양하고, 곧장 집무실을 나와 리암이 머무르고 있을 텐트로 향했다.

나오려던 중 굳이 안내를 하겠다며 기를 쓰던 리암을 뿌리치느라 제법 고생을 해야 했다.

그 탓에 한 것도 없는데 몸이 물 먹은 것 마냥 축 늘어질 지경이었다.

나는 대표들이 모여 있다던 텐트 앞에 서서 그냥 들어갈까 하다, 생각을 바꿔 근처에 있던 기사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을 기사라면 모를까, 공작가 사람이 들락날락했다 불편해질 광경이 훤히 보인 탓이다.

“ 저기… 부르셨습니까? ”

잠시 일종의 지휘통제실 개념으로 만든 텐트 안에서 기다리고 있자, 리암이 쭈뼛쭈뼛 다가오며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최대한 눈치 볼 상황을 줄이도록 구석자리를 마련했지만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인가보다.

아마 내가 리암이었어도 불편할 수밖에 없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겠지.

“ 네. 다리가 불편할 텐데 억지로 불러서 미안해요. 얼른 앉으세요. ”

“ 아, 아닙니다. 그 무슨 말씀을……. ”

리암은 황송하다는 듯 머리를 몇 번이나 숙이고 나서야 내가 권하는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곳곳에 피멍이 들고 부르튼 다리와 멀쩡한 다리가 워낙 비교되어 보이는 탓에 훨씬 더 아파 보였다.

지금은 죽고 없는 엘프에게 기습받았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 아직 치료는 안 했지요? ”

“ 예, 예에. 기사님들께서 약사를 데리고 오시면 일괄적으로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저 외에도 이래저래 다친 이들이 있으니까요. ”

그건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결투로 다친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리암처럼 다리가 부르튼 이도 있는가 하면 팔이 멍투성이가 된 이도 있었고, 어딘가 한 군데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 약사를 불러 치료받게 하는 것이 당연했다.

보는 이가 하나같이 다치면 박력이 떨어진다는, 귀족들의 제법 이기적인 이유도 있었고.

“ 사람은 몸이 건강해야 그 다음 일을 생각할 수 있는 법입니다. 혹 치료가 잘 안된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바로 기권하세요. 몸은 중요한 재산이니까요. ”

괜히 대표들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했다 실망하거나 기뻐하지도 않지만, 이런 일로 크게 다쳐 병자라도 되면 그게 훨씬 더 마음에 걸린다.

그럴 생각으로 언제든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한 거지만, 리암은 다소 다르게 받아들인 듯 낯빛을 굳혔다.

듣기 싫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큰 결심을 했기에 자연스레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 예. 명심하겠습니다. ”

왜 명심하겠습니다가 반드시 이기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가 싶지만, 차마 찬물을 끼얹을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영지 내에서 대표를 뽑을 때에도 오늘처럼 다친 이들이 많았지만, 하나하나 찾아가며 몸을 아끼란 소리는 안 했었는데…….

나는 새삼 앞뒤가 너무 다른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일단 준비한 것은 줘야겠다는 생각에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 받으세요. 약사가 와서 약을 쓸 일이 생기면 이 약을 써달라고 말하시면 될 겁니다. ”

“ 이게… 뭡니까? ”

“ 외상에 좋은 약입니다. 매우 쓰고 씹는 맛이 이상하긴 하지만 먹을 수도 있고요. ”

고개를 갸웃거리던 리암의 손에 약병을 쥐어주자, 리암이 부담스러울 만큼 눈을 반짝였다.

이래저래 챙겨주는 것이 어지간히 고마웠나보다.

“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시간을 오래 끌면 쉬는 데 방해가 될 테니까요. ”

“ 버, 벌써 가시려 하십니까? ”

“ 예. 편히 쉬시고, 최대한 낫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마음 같아서는 조언 한 마디 정도 해 주고 싶기는 한데, 국왕이 그를 막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중앙기사단 뱃속이니만큼 더더욱 입을 다물어야 했다.

국왕이 크라우저 공작가를 아끼기는 하나 선을 긋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쉬워하는 리람을 달래며 급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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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결투는 계속됐고, 리암도 제법 좋은 모습을 보이며 몇 번의 승리를 거뒀다.

내가 준 약의 약발이 좋았는지 다리의 붓기도 제법 가라앉아 있었고, 전과 다르게 몸을 미끼로 쓰는 방법을 삼가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에 몰리면 몸을 던지기를 서슴지 않았기에 여전히 불안한 면이 있었다.

“ 공작님께서 내보내신 대표도 제법 잘 싸우는군요. 처음 고전을 한 것을 보면, 아마 작은 사람이 대하기 어려워 그랬나봅니다. ”

“ 예. 아무래도 몸집이 작은 상대는 틈을 찌르기가 어려우니까요.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면적이 적기도 하고요. ”

헬레나와 두 공작, 그리고 국왕은 8강 진출자를 가리는 시합을 보며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덕분에 대화 한 마디 없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아니라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도 짧으나마 몇 마디 거들기도 해서 그런지 벽이 얇아진 느낌도 있었다.

“ 어허, 저런…! ”

한창 목검이 부딪치던 중, 국왕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탄식했다.

비슷한 체구를 상대한 리암의 목검이 콰직 소리를 내며 부서져버린 탓이다.

서로 부딪치는 힘이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리암이 쥔 목검이 좀 더 약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인 듯싶었다.

“ 으윽?! ”

부러진 것이 아닌 부서진 것이기에 파편과 먼지가 튀었고, 그 탓에 리암의 눈꺼풀이 질끈 감겼다.

상대는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무심코 눈을 비비려 했던 리암의 왼팔을 강하게 후려쳤다.

우연찮게 생겨난 틈이기에 놓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놓쳐서도 안 되었고.

그러자 눈 감은 리안의 얼굴이 구겨진 종이장보다 더 심하게 구겨졌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더해 상대가 팔을 박살내 버리겠다는 듯, 독이 넘실거리는 눈빛으로 계속 팔을 내려쳤다.

만약 아프다고 해서 푸른 멍이 검버섯마냥 피어오르는 팔을 내리면 목검의 날이 정수리를 내려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뒷걸음질 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눈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합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길 뿐이었다.

“ 으, 으으으…! ”

잠시 버티다보니 눈가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가신 듯, 리암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팔을 내려치는 남자 못지않게 독기에 가득 찬 눈빛을 번뜩이는 것이, 당장이라도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런데도 당장 반격을 하기 보다는 망가진 팔로 목검의 몸통을 잡고 아래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봐도 무언가를 찾는 기색이었다.

“ 어억! 다, 당장이거 놔! ”

“ 너라면 놓겠냐? 이 멍청한 새끼야! ”

졸지에 목검을 잡힌 남자가 당황해하며 목검을 이리저리 흔드는 중에도, 리암의 눈은 연무장 바닥을 훑었다.

그러다 원하던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번뜩이더니, 멀쩡한 팔을 휘둘러 남자의 배를 후려쳤다.

그에 남자가 커헉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거렸고, 리암은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급히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끝이 뾰족하고 모양새가 제법 반듯한 것이, 조금 전에 부러져버린 목검 날의 윗부분이었다.

“ 이 씨발…!! ”

그리곤 어지간히 악에 받쳤는지 욕까지 해대며 몸을 일으켰다.

그 후에 곧바로 오른손에 쥔 목검 파편으로 당황해하던 남자의 목을 찔렀다.

만약 진검이었다면 목을 뚫고도 남았을 만큼 강하게.

“ 케, 케헥…! ”

남자는 목젖이 꾹 찔리자 컥컥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숨이 꽉 막혀버린 듯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숨 못 쉬는 사람 특유의 모습을 보이며 상체를 숙였다.

이 와중에도 손에서 목검을 놓지 않는 것이 대단했으나 그것도 잠시.

리암이 한 번 더 내지른 목검 파편에 찔려 기절하고 말았다.

“ 저 리암이라는 자가 유난히 독기가 대단하구려. 몸이 저지경이 되고도 금방 다음 수를 떠올리는 것도 평가할 만 하고……. ”

흡족해하는 국왕의 평가를 시작으로 공작들이 한 두 마디 거드는 가운데,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이기고 8강까지 오른 것은 대단하나 방식이 너무 무모했다.

전에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저게 진검을 드는 실전이었다면 진즉 죽었을 테니까.

물론 진검을 들면 그 나름대로 상대하는 방식이 바뀌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는 하나 위태로운 것은 변함없었다.

더구나 몸 곳곳도 멍투성이고.

그래서, 나와 헬레나는 오늘 시합이 끝나고 치료를 마친 리암을 불러 기권하도록 권했다.

“ 아니, 기권이라니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

“ 말 그대로죠. 더 이상 시합을 하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내린 결정입니다. ”

시합 내용을 뒤로 미뤄두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리암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는 것도 당연했다.

때에 따라서는 무례하게 보일 행동이라도, 또 때에 따라서 넘어갈 수도 있으니 듣는 사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안했다.

그럼에도 할 말은 해야 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 리암이 싸우는 방법은 너무 무모합니다. 물론 당신이 가진 악과 깡은 인정하는 바이고, 계속 이기고 있어 성과도 좋다고는 하나… 당장 오늘 시합만 봐도 위험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습니다. 한껏 흥분한 상대의 목검에 머리를 맞았다 불구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아닙니까? ”

“ 그, 것은…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나는 리암의 얼굴에 괴롭다는 기색이 짙게 녹아드는 것을 보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 만약 이대로 시합을 계속한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저와 헬레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고요. ”

“ 그렇죠.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으니, 당신도 이해해 주기를 바라요. ”

“ …예, 알겠습니다. ”

헬레나도 한 마디 거들자 어쩔 수 없었는지, 리암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대로 두다 사람 불구 만드는 것보다야 나았다.

다른 귀족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헬레나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좋아요. 전하께는 내가 말씀드려서 시합 무대에서 내리도록 할 예정이에요. 그 후엔 영지로 돌아가 함부로 몸을 던지지 않도록 교육할 겁니다. ”

“ …예? ”

리암은 교육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워낙 뜬금없이 나온 말이니 그럴 만도 하지.

“ 독기 하나만큼은 훌륭하니, 그 독기를 다스리면 우리 영지의 기사로서 쓸 만하겠다 싶어서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조금 눈치가 있다면 헬레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다행히 리암의 눈치가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며, 입꼬리를 파르르 떨고 있었으니까.

“ 예, 예에…! ”

“ 좋아요. 우선 이번 대회가 다 끝날 때 까지는 상처를 다스리는 데 집중하세요. 아시겠지요? ”

사실상 기사로 임명하겠다는 소리에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듯, 리암이 한껏 밝아진 얼굴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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