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9화
6편..돌아온 강태..
냉동실에서 썰어둔 파를 조금 넣고 잠시 후 다 되었는지 누나를 부른다.
“누나.. 퍼져..”
“..응..”
라면이 다 끓여 졌다니 영인이 체육복 차림으로 머리를 뒤로 묶으며 나와 라면을 보며 이게 뭐냐고 묻는다.
“이게 뭐야?”
“맛있으니 먹어봐..”
라면에 김치는 왜 넣었냐고 하다 라면을 먹어본 영인이 의외로 맛이 괜찮아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지?”
“그래.. 색다르네..”
“무슨 리포트?”
“무슨 리포트는.. 과제물이 있다.. 그런데 너 요즘 너무 일찍 집에 오는 것 아냐?”
“논술 준비해야지..”
“그냥 고대나 연대 가지..”
“서울대를 한번 가보고 싶어서..”
“서울대가 뭐 밥 먹여주냐..”
“타이틀이 좋잖아..”
“그런 놈이 내신은 그 모양이야..”
“그러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더라니까.. 내가 대학 못 가면 우리 누나가 얼마나 쪽 팔려 할까.. 이게 뇌리에 쫙 퍼지는 순간 눈에 책밖에 보이지 않더라니까..”
“하여간 분석 불가야..”
흐..
강태의 말에 영인이 이해를 못하겠다며 라면을 먹고 있었다.
“또 가계 갔다 왔어?”
“응.. 저녁 먹고..”
“바쁜데 뭐 하러 가니.. 집에 오면 밥 있는데..”
“자꾸 서서 먹잖아.. 그게 싫어서..”
“...”
“왜?”
“그런 생각을 다하네.. 에구.. 착한 내 동생..”
누나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자 강태가 머리를 누나에게 더 더리 미니 영인이 머리를 한대 쥐어 박는다.
콩.. 윽..
“일 절만 하면 되는데 꼭 이 절이야..”
흐..
“그런데 너 그렇게 앉아 뭐하니?”
“응.. 명상..”
“명상?”
“응.. 그럼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그래?”
“누나도 해볼래?”
“귀찮다.. 지금도 충분히 명상 많이 한다.”
“해봐.. 정말 기분도 상쾌하다니까..”
“넌 그런걸 어디서 배웠는데?”
“불교방송..”
강태의 대답에 영인이 라면을 막다 말고 참 동생이지만 미스터리 한 놈이라고 보다 라면을 마저 먹고 있었다.
“누나.. 그 왜 예전에 우리 집에 와서 누나랑 같이 공부하던 그 누나 있잖아..”
“누구?”
“인..해던가..”
“아.. 인해.. 인해가 왜?”
“그 누나는 학교 잘 다녀?”
“그래.. 설 가서 정신 없다.”
“왜?”
“왜는.. 알바 하랴 공부하랴 정신 없지..”
“그래..”
“그래.. 인해 아버지가 작년에 실직을 하셨거든.. 요즘은 일 다니시나 몰라..”
“그렇구나..”
“인해는 왜?”
“그냥 요즘 통 보이지 않길래?”
“너 설마 인해 때문에 서울 가는 거야?”
“누나는.. 비약이 너무 심하다.”
“수상한데..”
“나 참.. 다 먹었으면 하던 일이나 하셔.”
강태의 반응에 영인이 조금은 수상하다며 강태를 보자 강태가 물어보지도 못하냐는 표정이었다.
“너 딴짓하러 설 갈 거면 아예 접어라..”
“나 참.. 딴짓은 뭔 딴짓이야.. 미래의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의 공학자보고..”
“어이구 그러셔요..”
“하여간 두고 봐..”
강태의 말에 영인이 두고 보자는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데 속으로는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저게 은근히 고집이 있긴 있는데.. 은근 사람 기대하게 만드네..’
누나가 양치를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냄비를 씻은 강태가 세면을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마나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후..웁..후..
‘..아.. 남산이라도 가야겠다..’
차라리 저녁에 공부한다고 남산이라도 가자고 싶은 강태가 마나 호흡을 하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딸까..
‘..저 자식이 또 저러고 있네..’
강태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 영인이 강태가 또 방 바닥에 정좌를 하고 눈을 감고 있다 살며시 다시 문을 닫았다.
‘뭘 하는 건지..’
어푸푸..푸푸..
잠이 와 세면을 한 영인이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참 리포트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12시가 다되어 오는 중에 어머니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안자니?’
“응.. 왔어.. 내일까지 해야 해서..”
“강태는 자니?”
“몰라..”
영인의 대답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영인의 방문을 닫고 강태의 방을 노크하려다 마는데 강태가 문을 열었다.
“어머! 놀래라..”
“왜?”
“아니.. 안 잤네?”
“잘 시간이 어디 있어..”
“녀석..”
“아버지는?”
“올라와.. 경비 아저씨랑 이야기 중이야.”
“씻고 주무셔요.”
“뭐 좀 줄까?”
“됐어요.. 오셨어요..”
“그래..”
어머니와 이야기 중에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인사를 하니 아버지가 대충 하고 자라 한다.
“그만하고 자.. 너무 무리해도 안 좋아..”
“예.. 주무셔요.”
“그래..”
강태가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강태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리고 몇 일 후..
강태가 논술 시험을 위해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츠츠츠..
‘..떨어질 수도 있지 뭐..’
내신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논술에서 문제없이 해결이 될 것이라 확신은 하고서도 자기 내신을 문제 삼으면 할 말이 없는 강태였다.
“자니?”
“아니요.. 생각해요..”
“부담 갖지마.. 서울대 아니면 어떠니..”
어머니의 말에 강태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서울에 시험을 치러 가는 것이 어디야.. 이 녀석..’
눈을 감은 강태를 보면 볼수록 뿌듯해지는 강태 어머니였다.
빠아앙..
...승객 여러분.. 곧 열차는 기착지인..
와글..와글..
조금 붐비는 사람들 틈을 지나 강태가 어머니와 함께 학교 인근으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근 숙소를 잡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잘 곳이 마땅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나 혼자 왔으면 그냥 찜질방 가는데..”
“에이그.. 저쪽으로 가보자..”
어머니와 인근을 조금 돌아다녀 겨우 모텔에 방 하나를 잡아두고 학교로 가 보았다.
와글..와글..
역시나 많은 수험생들이 내일 있을 시험을 기대하며 학교 안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다니니 지나가는 학생들이 너희들 중 누가 우리 학교를 들어오느냐는 표정으로 구경을 하며 지나다니고 있었다.
“정말 학교 넓다..”
“믿어.. 꼭 합격 할 테니까..”
“그래.. 엄마는 믿어..”
“가서 뭐 좀 먹을까?”
“그래.. 뭐 먹을래?”
“음.. 순대국밥 먹을까?”
“순대국밥?”
“응.. 여긴 그게 좀 유명하던데..”
“그러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