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0화
6편..돌아온 강태..
잠시 후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성격이 조금 칼 같은 수학 선생이 안으로 들어왔지만 모두들 때가 때인지라 자기 공부를 하느라 아무도 선생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탁..
수학 선생도 지금 뭘 가르쳐야 할 때가 아니라는 듯 한쪽으로 가 앉아 들고 들어온 책을 보는데 간간히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가서 뭘 물어보고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고 있었다.
와글..와글..
그렇게 오전 수업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후딱 자나가고 배가 고픈지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고 열심히 사전을 탐독하는 강태를 두고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려다 다들 이 놈이 왜 이러냐는 표정으로 강태를 보고 있었다.
“야.. 점심 안 먹냐?”
“벌써 점심이냐.. 시간 없다.. 빵 하나만 가져다 줘..”
“임마가 완전 돌았네..”
그러게..
웅성..웅성
점심때까지 자리에 앉아 움직이질 않는 강태를 모두가 참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야.. 정말 이걸 지금 외우겠다고 보는 거냐?”
사전을 절반도 더 읽은 강태를 보며 한 친구가 묻는 말에 강태가 방해 말라며 손을 저었다.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런 줄 아나?”
“내가 어떻게 아냐.. 하여간 골 때리네..”
“원래 좀 엉뚱하지만 이건 좀 많이 황당하네..”
“그러게.. 공부하겠다는데 말리지도 못하겠고..”
“지금 한다고 되나.. 군대 바리 간다던 놈이..”
친구들이 옆에서 모두 뭐라고 이야기를 하건 말건 강태는 오늘 영한 사전을 다 읽겠다는 듯 열심히 사전을 읽어 넘기고 있었다.
웅성..웅성..
반 친구들이 모두 점심을 먹고 오는데 강태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 빵이다..”
동수가 별 미친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점심을 먹고 와 빵을 두 개 주고는 우유도 하나 주자 강태가 사전을 넘기며 빵을 뜯어 먹었다.
“햐.. 야 이거 어디 라디오 사연에 투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냐?”
“그러게..”
반 친구들이 모두 강태의 황당함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반 아이들 중 강태의 친구들이 이야기를 듣고 와 보고는 마찬가지로 황당해 하고 있었다.
“임마 이거 와 일노?”
“몰라.. 난 들 아냐..”
“화.. 일찌감치 포기하고 군에 간다는 놈이 와 이 짓을 하노?”
“그러게.. 모르겠다..”
몇몇 친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모두들 강태가 그러던 말던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듯 자기공부를 하고 있었다.
따르르르..따르르..
후다닥..
몇몇 아이들이 후다닥 달려가고 잠시 후 영어 수업이 시작되는데 자그만 키의 여 선생이 반바지를 입고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다가 강태가 눈에 들어와 강태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자식이 오늘은 안 자네..’
점심을 먹고 나면 의례 낮잠을 주무셔야 할 놈이 안자고 뭘 보고 있느니 전숙희 선생이 궁금하여 강태의 옆으로 가보았다.
‘..이 자식이 뭐 하는 거지?’
강태 옆의 아이를 보며 강태 왜 이러냐는 표정인데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모르겠어요.. 아마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로 맛이 살짝 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생님..”
콩.. 윽..
“입시 스트레스 같은 소리하네.. 너나 강태가 받을 스트레스가 어디 있어?”
하하하.. 하하..
아이들이 모두 자기 공부를 하다 선생님의 말에 웃자 강태 옆의 친구가 자기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고 강태는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관심이 없다는 듯 계속 사전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서강태 너 뭐하냐?”
선생님의 물음에도 강태는 계속 사전을 읽고 있었다.
“저 바빠요 선생님..”
“그러니까.. 뭐 하냐고?”
“사전 외워요.”
“사전 외워서 뭘 하게?”
“일단 다 한번 외우고 시작하게요.”
“뭘?”
“아.. 말 시키지 마세요.. 시간 없으니까..”
“이 자식이..”
‘..나 참.. 황당한 놈이네..’
뭐라고 하려다 공부를 한다는데 때릴 이유가 없자 전숙희 선생님이 고개를 흔들며 자기 자리로 가 앉아 책을 펼쳤다.
“공부나 해라.. 가끔 저런 애들이 있다.. 저렇게라도 해봐야 덜 창피하지..”
‘..끙..’
강태는 지금 정말 사전을 외우고 있는데 모두들 이해를 할 리가 없어 강태가 헛일을 하고 있다 여기고 있었다.
소근..소근..
주변 이이들이 소근거리고 있는 가운데 사전을 외우기 시작하고 절반이 더 지나가자 사전 안의 각종 문장으로 인해 강태가 영어를 그의 다 마스터 하고 있었다.
따르르..르..따르르르..
와글..와글..
수업종료 벨이 울리자 전숙희 선생이 한번도 눈을 돌리지 않는 강태를 보다 고개를 저으며 교실을 나갔다.
“전 선생..”
“예.. 이 선생님..”
“저녁에 갈 거지?”
“다이어트 중인데..”
저녁에 몇몇 같이 한잔 하기로 했는데 자기는 몸 관리한다는 전 선생을 보며 중년의 이정철 선생이 그만하면 됐다고 한다.
“그 정도면 잘 빠졌다..”
“선생님도 참..”
이정철 선생의 말에 전숙희 선생이 기분은 좋은지 미소를 짓다가 그래도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3반에 서강태 있잖아요.”
“그 골통이 왜?”
“빤질거려 그렇지 그렇게 골통은 아니에요..”
“그게 골통이지.. 왜?”
“서강태가 사전을 외우겠다고 하루 종일 사전 외우고 있네요.”
“그래.. 그 자식 대학은 안 간다고 하더니 스트레스는 은근 받나 보네..”
“그러게요.. 그런데 정말 집중력이 대단하던데요? 한번도 엄한 짓을 안 해요.. 졸지도 않고..”
“그래.. 그 특이한 놈일세..”
“애가 눈도 초롱초롱한 것이 보고 있자니 느낌이 이상하던데요..”
“쩝..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 김해나 부산이라도 가면 좋은데..”
“그러게요.. 애는 참 괜찮은데.. 사교성이 정말 좋잖아요.”
“그래.. 그거 하나는 잘 하는 놈이지.. 그런 놈이 밖에서는 의외로 성공하는 애들이 많아.. 대인 관계만 잘 해도 사회 생활은 50점 먹고 들어가잖아.”
“그렇죠.. 저처럼..”
“하하하.. 전 선생.. 점점 여우 같아져..”
“어머! 그럼 지금은 여우가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아니 여우 맞아.. 우리 마누라보다 더 여우다.”
“사모님께 문자 넣어야지..”
“에이.. 그건 아니다..”
호호호.. 하하..
중년을 넘긴 국어 선생이 선을 넘은 농담을 간간히 하지만 전숙희 선생이 국어 선생의 성격을 알고 무난히 받아주며 교무실로 향했다.
“김 선생님..”
“와요?”
“서강태 뭔 일 있어요?”
“강태가 와요?”
“사전 외우고 있던데..”
“그 참.. 그 자석이 드디어 돌았네.. 건드리지 마소.. 한참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마 그냥 저 하는 대로 두세요..”
강태 담임의 말에 주변 선생들이 오늘의 황당한 강태 이야기를 하다가 모두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와글..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