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8화
5편..위대한 여행의 시작..
군영마다 조금씩 다른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시가지 인근에 자리한 군영에서 훈련중인 기사들을 구경하던 아이들이 추위도 잊고 기사들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이놈들.. 그러다 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헉! 놀래라.. 아저씨 조용히 하세요.. 그냥 구경하는 거에요..”
“감히 기사들 훈련을 구경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느냐?’
“어떻게 되는데요.”
“들키면 볼기를 맞아..”
“그래요.. 그냥 구경하는 건데..”
“여기는 검술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느냐?”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그래.. 그래도 이렇게 구경을 하면 안되니 모두 가거라..”
예..
카르태의 말에 아이들이 혹시 혼이라도 날까 다시 우르르 몰려 한곳으로 가고 있었다.
“충..”
“그래.. 고생이 많다.”
이리저리 다니며 살피던 카르태가 한 군영으로 들어서니 어린 하랑 하나가 카르태를 발견하고 다가와 인사를 하자 카르태가 고개를 끄덕이곤 진영 안을 살피며 다녔다.
“춥다 하진 않느냐?”
“새벽에는 조금 추워들 합니다.”
“음.. 점점 추워질 것인데.. 땔감은 다들 충분한 것이냐?”
“예.. 폐하..”
“저건 뭐냐?”
“온돌이옵니다.”
“온돌?”
“예.. 화로에 같이 넣어 달구어두면 온기가 조금 더 오래 간다고..”
“음.. 다 버리라 해라.. 돌은 터지는 경우가 있다.”
“예.. 간혹 터지는 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버리고 난로가 지급되기 전까지 막사 안에다 조그만 벽난로를 만들라고 해라.. 그게 훨씬 따뜻하다.”
“예.. 폐하..”
“돌이 많이 없으면 흙과 마른 풀을 같이 썩어 만들면 조금 쓸만하다.”
“예.. 폐하..”
“따라 올 것 없다.. 둘러보고 갈 것이다.”
“예.. 폐하..”
한쪽으로 가는 카르태를 보며 어린 화랑 하나가 허리를 깊숙하게 숙이고 있었다.
헉..헉..헉..
카르태가 다시 진영을 나가 한쪽으로 가는데 일단의 병력들이 구보를 하고 있었다.
‘..열심이군..’
구보중인 병사들을 보며 카르태가 모른 척 지나쳐 시가지로 들어갔다.
와글..와글..
날이 꽤 춥지만 시장에선 상인들이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고 있었고 간간히 사냥을 한 짐승고기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잠시 시장을 구경하는데 한 어린 소녀가 좌판에서 식량으로 공급을 하는 빵을 팔려고 하는지 빵을 팔고 있어 카르태가 그 앞에 앉아 묻는다.
“이건 얼마냐?”
“예.. 아저씨.. 10실이에요..”
“이건 먹으라고 나누어주는 빵인데 왜 파느냐?”
“그게.. 어머니가 아파 약을 사려고..”
“그러느냐.. 그래 이건 내가 살 테니 네 집으로 가자..”
“왜 그러세요..”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아픈 사람도 좀 고친단다.”
“그러세요.. 치료사님이세요?”
“그래.. 네 어머니 한번 보자..”
“네..”
후다닥..
카르태가 치료사라는 말에 10여세가 넘을 법한 소녀가 후다닥 자기 짐을 챙기고 있었다.
“천천히 하거라.. 그래 네 이름이 뭐냐?”
“세라인입니다.”
“그래.. 세라인.. 춥지는 않느냐?”
“네..”
대답은 춥지 않다고 하지만 춥지 않을 리가 없어 보였다.
‘..어린 녀석이..’
웅성..웅성..
다들 그냥 나누어주는 빵을 누가 살 것이라고 팔려 나왔는지 카르태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조금은 지저분한 몰골의 소녀를 따라 시장을 나가 한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야..
동네 아이들인지 우르르 몰려오다 세라인을 발견한 아이들이 장난을 치려다 카르태를 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놈들.. 다시 장난을 치면 혼이 날것이다..”
메..
야단을 치는 카르태를 보며 약을 올리고 도망을 가는 아이들을 카르태가 보고는 미소를 짓다 세라인이라는 따라 한참을 가니 한 작은 집이 나왔다.
콜록..콜록..
“..세라인이냐..”
“응.. 치료사님 모셔왔어..”
“치료비가 어디에 있다고..”
‘..음..’
가족이 둘 뿐인지 집안이 조금 허술하여 보였고 한쪽에 침실 안에는 한 아주머니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런.. 땔감을 나누어 주질 않느냐.. 왜 이렇게 있어..”
“어머니 약을 산다고 다 팔았어요..”
이런 곳에 약이라고 있을 리가 만무하였는데 상황이 눈에 훤히 보이는 카르태였다.
“음.. 어디 보자..”
‘..다행히 감기로군.. 폐렴 증상도 있고.. 일단..”
파아아..
일단 세라인이라는 소녀의 어머니를 치료한 카르태가 세라인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는 다 치료를 하였다, 너는 이 길로 땔감을 나누어주는 곳으로 가 카르태의 명이라고 하고.. 아니다.. 험.. 누가 없느냐..”
카르태가 누굴 보며 하는 이야긴지 누굴 찾자 세라인이 집안을 두리번거리는데 카르태의 곁을 따르던 화랑 중 하나가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하명하십시오.”
“이 집을 다시 살펴주고 살게 해주거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상공부 대신에게 일러 아픈 이들이 없는지 다시 살피라 하여라.”
“예..”
카르태의 명에 화랑이 허리를 숙이자 세라인이 놀란 눈으로 카르태를 바라보는데 카르태가 이야기를 한다.
“그래.. 올 겨울이 지나면 모두 조금 더 편하게 살수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거라.”
“감사합니다 나리..”
“그래.. 잘 지내거라..”
뭘 어떻게 한 것인지 어머니가 편안해 졌고 또 이상한 청년이 나와 대답을 하여 카르태가 분명 높은 사람이라고 여긴 세라인이 밖으로 따라나가 연신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나리..”
카르태가 멀리 사라지자 세라인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잠이든 자기 어머니를 보는데 방금 명을 받은 화랑이 엄청난 나무를 무겁지도 않은지 들고 와 집안에 넣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오빠..”
“그래.. 험.. 그분은 폐하시다..”
“헉!”
“항상 감사히 여기고 열심히 살거라.”
“예.. 오..나리..”
“그래.. 특별히 너의 집을 살피라 해두었다.”
“감사합니다..”
스..팟..
그 자리에서 사라지듯 없어진 화랑을 찾아 세라인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집안에 가득한 나무를 부며 눈물을 글썽이다 화로에 나무를 넣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탁..탁..
화르르.. 화르.. 타닥..
‘아.. 따뜻해..’
의자에 앉아 불붙은 벽난로 속을 바라보던 세라인이 따뜻하여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