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9화
2편
잠시 후 이정수 소령의 안내로 장교들 숙소로 온 강태가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다.. 네 방이니 편하게 지내라, 부대 안은 어디던 다녀도 좋은데 산으로는 올라가지 마라.. 지뢰밭들이니까.. 그리고 외출을 하고 싶으면 나에게 이야기하고 다녀라.”
“에.. 알겠습니다.”
“병원은 언제 가냐?”
“다음달 26일요.”
“그래.. 그런 그 앞뒤로 일주일 휴가 가면 되겠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쉬고 11시 20분에 상황실 앞으로 나와라.”
“예..”
이정수 소령이 가자 강태가 혼자 한숨을 쉬다 밖으로 나갔다.
‘..시바 이건 완전 왕따 아닌 왕따네..’
모두들 자길 끔찍하게 위해 주지만 정작 자긴 정말 심각하게 부대 안에서 왕따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강태의 외로운 자대 생활은 새로이 시작되고 있었다.
...
그날 밤..
핸드폰을 꺼낸 강태가 전원을 살려 인해에게 전화를 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나만의 꿈을 찾아 조그만 날개 짓을..
“..응.. 자기야..”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응.. 전화 살렸네?”
“그래.. 여긴 나 혼자 쓰라고 따로 방을 내주네..”
“..그랬구나.. 참 그 사람에게 전화 왔었다.”
“누구?”
“..존 조렝..”
“그래.. 뭐라던데?”
“..그냥 이것저것 물어 영인이가 별 것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었어.”
“그래.. 알았어.. 나중에 보면 되지 뭐..”
“..보고 시푸다..”
“정말로?”
“..응.. 괜히 그냥 보냈다.. 허전하네..”
“짜식.. 곧 휴가 나가니까 기다려..”
“..알았어.. 서방님..”
“그래.. 길게는 못하겠다..”
“..잠깐만 끊어봐..”
“너.. 좋아..”
인해의 말에 강태가 얼른 전화를 끊었는데 인해에게 영상 통화가 와 전화를 열었다.
“예뿌다..”
“..응.. 잘자..”
“그래.. 우리 마눌님도 잘자..”
인해가 자기 가슴을 보여주어 강태가 미소를 지으며 뽀뽀를 하고는 전화기를 끊었다.
‘후후.. 귀여워.. 기다려 인해야..’
조금 뒤에 휴가나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강태였다.
그 후로 날마다 혼자 대대 연병장까지 걸어가 연병장을 열 바퀴 가량 돌다가 중대로 가서 점심을 얻어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단조로운 강태의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
그리고 얼마 후..
첫눈이 오고 서울로 한번 다녀 와야겠다고 생각을 한 강태가 휴가 신청을 하였는데 대대 행정반에서 기다리라 하였다.
“서강태.. 휴가는 좀 기다려야겠다.”
“왜..”
“사단에서 너 때문에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단에서요?”
“그래..”
무슨 일인가 싶은 강태가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러 가려는데 이정수 대위가 강태를 찾아 왔다.
“강태..”
“필승..”
“그래.. 운동가냐?”
“예.. 그런데 휴가를 신청했는데 기다리라던데 무슨 일 있습니까?”
“그래.. 있다.”
“무슨 일입니까?”
“너 제대 명령이 떨어졌다.”
“예..에! 정말요?”
“그래.. 널 생각해서 의사는 아니고 특별 제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요? 언제요?”
“다 다음주 월요일 부로..”
“그래요.. 참..”
“왜?”
“첫 휴가 가야 되는데..”
“뭐! 햐.. 나.. 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렇잖습니까.. 첫 휴가도 못간 군바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나 참.. 그래서..”
“뭐 첫 휴가는 가야 한다는 그 말이지요..”
강태의 말에 이정수 대위가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 참.. 너 머릿속 구조가 심히 의심스럽다.”
“뭐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뭐 생긴 대로 살아야지요..”
“새끼.. 어떻게 하냐.. 제대 신고도 하고 그러려면 휴가 갈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그래요.. 재대 신고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사단으로 가야지.. 아마.. 다음주 목요일은 가야 할거다.”
“뭘 이렇게 빨리..”
“그러게.. 우리도 오늘 연락을 받아 정신이 없다.”
자기의 제대 명령이 나 기분은 좋았지만 너무 급하게 제대를 시킨다며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좌우지간 그렇게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렇게 알아라.. 난 대대장님에게 보고를 하러 가야 하니 혹 모르니까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아니다 같이 가자.”
이정수 대위의 말에 강태가 멋쩍은 표정으로 이정수 소령을 따라 대대장실로 올라갔다.
“필승..”
“그래.. 무슨 일이야? 앉아..”
“예.. 사단에서 제대 명령서가 왔습니다.”
“제대? 누구? 서강태?”
“예, 그렇습니다.”
“그래.. 언제 부로?”
“다 다음주 월요일부로입니다.”
“그래.. 한 두 달 걸릴 거라더니..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제대는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실 이렇게 있는 것은 민폐지요..”
“어떻게 하냐? 26일에 검사 받으러 간다면서..”
“뭐 어떻게 합니까.. 제대하고 가죠 뭐..”
“그래.. 그렇게 해.. 제대 신고는 해야 하니까.. 필요한 조치들 다 해주고.. 넌 중대로 가서 인사하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필승..”
대대장의 말에 강태가 대답을 하고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이정수 소령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자고 올 거냐?”
“예..”
“너무 마시지 마라.”
“술 못 마시는 것 아시면서..”
“차 줄까?”
“운동 삼아 걸어가겠습니다.”
“그래.. 다녀와서 보자.”
“필승..”
이정수 소령과 헤어진 강태가 막상 제대를 한다니 주변이 다 새롭게 보이고 있었다.
사각..사각..
길가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밟아보며 고개를 넘어 중대로 가는데 멀리 초병이 강태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후후..’
같이 손을 흔들어준 강태가 중대로 들어가니 초병이 인사를 한다.
필..승..
인사를 하는 초병들에게 손을 흔들어준 강태가 조그만 계곡을 건너 취사반으로 올라가자 취사병들이 모두 나와 강태를 반긴다.
“어서 와라.. 널 줄 알았다.”
“밥 좀 주세요.”
“그래.. 뭐 해줄까?”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데 돼요?”
“그래.. 마침 돼지고기도 있다.. 해줄게.”
강태의 말에 짬장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자 강태가 있다가 보자고 한다.
“이따가 봐요.. 중대장님 좀 만나고요.”
“그래.. 있다 내려와.”
“예..”
위로 올라간 강태가 행정반으로 들어가니 김동욱 상병이 강태를 반겼다.
“어서 와라..”
“계십니까?”
“아니.. 2진지 가셨다.”
“왜요?”
“눈 치우다 폭발물을 발견한 모양이다.”
“그래요..”
김동욱 상병의 말에 강태가 그러냐며 밖으로 나갔는데 그때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꽝..
헉! 뭐..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