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1화
2편
대답을 하는 강태를 보며 허 소령이 피식 미소를 짓다 농담이라고 한다.
“농담이야 임마.. 나중에 유명한 선수가 되면 우리 아들 주게 와서 축구공에 사인이나 해줘.”
“예..”
흐..
“쪼개지마 임마.. 좋아지려고 한다..”
긁적..긁적..
허 소령의 말에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런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허 소령이 덥다며 일어난다.
“야, 안 더워?”
“시원하니 좋습니다.”
“대충 하고 나와라.. 부랄 익는다.”
“예..”
허 소령의 말에 강태가 미소를 짓다 머리를 완전히 물속에 담그는데 그걸 본 허 소령이 고개를 흔들다 씻으러 갔다.
촤악.. 촤악..
쓰삭..쓰삭..
촤악..
‘..저 새끼 뭐야..!’
후다닥..
강태가 꽤 오래 물속에서 나오지 않자 놀란 허 소령이 후다닥 다가가 탕으로 들어가는데 강태가 머리를 들었다.
첨벙..첨퍼덕..
“...”
고개를 들고는 왜 그러냐는 강태의 표정에 놀란 표정인 허 소령이 자기도 황당하다는 듯 강태를 보고 있다가 다리가 갑자기 뜨거워 밖으로 나갔다.
“아..뜨뜨..”
첨벙..첨벙..
밖으로 후다닥 나간 허 소령이 벌건 다리를 보며 강태에게 인상을 쓴다.
“야, 뭐야 임마.. 놀랐잖아..”
“왜..”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 뭘 하냐는 듯 힐끔거리는 중에 영문을 보르겠다는 표정인 강태를 보며 허 소령이 어이가 없다며 야단을 친다.
“물속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 어떻게 해..”
긁적..긁적..
“죄송합니다..”
“새끼가.. 간 다 떨어졌네.. 후.. 와서 등이나 밀어 임마..”
“옛..”
첨벙..첨벙..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저 사람들이 왜 저러냐는 표정이다 자기 씻는 일에 열중이었다.
“빡빡 문질러..”
“예..”
뽀드득.. 뽀드득..
강태가 등을 빡빡 밀자 허준성 소령이 아프다며 살살 하라고 한다.
“야.. 조금 사..살살..”
“예..”
강태가 부지런히 허 소령의 등을 밀어주자 허 소령이 간만에 시원하다고 좋아라 한다.
“야.. 좋다.. 나중에 우리 아들내미도 이렇게 밀어 줄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요즘은 대학 졸업하는 그 순간부터 남이야..”
“안 그런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 그 안 그런 사람들 속에 내 아들도 들어야 할 텐데..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 일수록 부모와 멀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그럼 공부를 시키지 않으면..”
“새끼.. 그게 되냐..”
허 소령의 말에 강태가 미소를 지으며 등을 이리저리 밀어주고 있었다.
“하기야 당장 나도 육사 들어가고부터 집이랑 빠빠이니까..”
“고향이 어디십니까?”
“고향? 고향이라고 할만한 곳은 없다.. 워낙 떠돌이니까.. 아버지가 경찰이었다.”
“예..”
“마산.. 대구.. 서울.. 뭐 안 다닌 곳이 없지.. 그나마 서울에서 제일 오래 있었나..”
“예..”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지금 청주 계신다.. 은퇴를 하셔 아버지 고향 근처에 조그만 과수원을 하시고 사시지.. 일년 가 봐야 명절 때나 가끔 휴가가 나면 가지 아니면 얼굴 뵙기 힘들어.. 나도 이런데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러 오라고 하겠어..”
끄덕..끄덕..
허 소령이 독백처럼 하는 이야기에 강태가 조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리 형이 없었더라면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진 않았을 것인데.. 그나마 형님께서 부모님과 가까이 사시니까 다행이지.. 아니면 진작 그만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예..”
“너는.. 아니다.. 하여간 열심히 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래.. 너 임마 지준철 준장님 만난 것이 어쩌면 네게 행운일지도..”
“예?”
무슨 말이냐고 묻는 강태에게 허 소령이 지준철 준장의 성격을 이야기 해준다.
“자기 이익을 잘 챙기시지 않으셔.. 그래서 너로 인해 어떤 이득을 취하시려고 하시지 않으실 거야..”
“예..”
“야, 그만 문질러.. 들 다 벗겨지겠다.. 팔 아프지도 않냐?”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고 그만 해.. 진짜 아파 임마..”
“예..”
허 소령의 말에 강태가 등을 문지르던 것을 그만두고 물을 끼쳐주자 허 소령이 시원하다고 한다.
“밀어줘?”
“아닙니다.. 전 고참들이 밀어 주었습니다.”
“그래.. 밀어줄 힘도 없다.”
한마디 하고 샤워 부스로 가는 허 소령을 보며 강태가 미소를 짓다 샤워를 하고 수건에다 물을 적셔 찜질방 안으로 들어갔다.
‘후.. 후..’
찜질방 안에서 강태가 정좌를 하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마나를 호흡하다 누가 문을 열자 그만두고 그냥 앉아 있었다.
“야.. 가자..”
“이병 서강태.. 예.. 알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허 소령이 그만 가자고 하여 강태가 밖으로 나가 샤워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웅성..웅성..
이런저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바둑을 두는 것을 보며 머리를 말린 강태가 선풍기 아래서 몸을 말리는데 한쪽이 소란스러웠다.
“뭐야 시발 놈아..”
“아.. 왜 이러십니까?”
“좀 들어 가자는데 뭐가 말이 많아.. 돈 주잖아..”
“아 글쎄 다른 곳으로 가라니까요..”
“이 시발 놈이 우리는 손님도 아냐?”
“아 지난번에 그렇게 깽판 쳤으면 되지 왜 또 이럽니까?”
주인인 듯 중년 사내가 험하게 생긴 젊은 청년들을 나가라고 하는데 젊은 청년들이 돈을 냈다고 하며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 돈 냈잖아.. 비켜.. 확.. 그냥..”
청년들의 강압에 사장이 어쩌지를 못하겠다는 듯 비키며 또 소란을 피우면 신고 한다고 한다.
“또 그러면 신고 할겁니다..”
마음대로 해라 십새야..
나이도 많은 사장에게 청년들이 전부 인상을 쓰고는 한 청년에게 안으로 들어가시라고 한다.
“형님.. 이쪽으로..”
“시바.. 때 뱃끼는기 와 이래 힘드노..”
경상도 사람인지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험악한 인상의 청년을 거울로 보던 강태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말리고 있었다.
“어! 임마 검마 아이가?”
“맞네요.. 이야.. 26번..”
끙..
자기를 아는지 아는 체를 하는 청년들을 보며 강태가 머리를 숙이고는 옷을 입으러 가는데 한 청년이 강태를 잡는다.
“바뿌나.. 야, 이바구 쫌 하자..”
“미안합니다.. 바빠서요..”
“새끼 물건은 실하네..”
자길 보며 한마디 하는 청년을 보고 강태가 뭐라고 하려다 말고 옷을 입으러 가는데 그 청년이 따라오며 묻는다.
“어이.. 공 정말 잘 차던데.. 그런데 상무 아이가?”
괜히 따라오며 말을 거는 청년을 보며 옷을 다 갈아입은 허 소령이 나오다 보고는 뭐냐고 묻는다.
“뭡니까?”
“니는 누고? 나는 임마 팬인데..”
청년의 모양새가 조금 그래 허 소령이 조용하게 이야기를 한다.
“팬이면 조용하게 사우나나 하고 가세요.. 우린 일정이 있어 바쁩니다.”
“누구 안 바뿐 사람이 있나 어데.. 어이 26번 사인 한번 해줘 바라..”
“옷이나 입어..”
청년의 말에 강태가 사인을 해 주려는데 허 소령이 옷이나 갈아 입으라고 하여 강태가 부지런히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이자식이 마.. 니 뭐꼬?”
청년의 말에 허 서령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아직 한참 어린 것 같은데 말 좀 곱게 하고 가 사우나나 하세요.”
“뭐! 화 나 이 새끼가..”
우르르..
“형님 뭡니까?”
시비가 붙은 것 같은 분위기에 몸에 잔뜩 문신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옷을 벗다 말고 우르르 다가와 묻자 허 소령과 이야기를 나누던 청년이 기가 차다는 듯 한마디 한다.
“몰라.. 이 새끼 골 때리네.. 나보고 가서 사우나나 하라고 한다.”
햐.. 간이 처 부었네..
청년들이 자기들 형님이라는 청년의 말에 모두 황당하다는 듯 허 소령을 보는데 허 소령이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어이.. 전부 가지.. 왜 쓸데없이 시비야..”
띠잉..
강태가 옷을 입다가 안되겠던지 한마디를 하자 청년들이 전부 멍한 표정으로 강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시죠..”
“험.. 그래..”
청년들이 모두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강태를 보는 중에 강태가 옷을 다 입고 가자고 하니 허 소령이 강태와 같이 나가는데 한 청년이 강태를 막으며 시비를 건다.
“어이.. 26번.. 아무리 우리 형님이 총애하는 26번이지만 이따구로 싸가지 없이 굴고 그럼 안되지..”
자기를 막아선 청년을 보고 강태가 어이가 없다는 듯 비키라고 한다.
“나 참.. 요즘도 이런 사람들이 있네.. 이봐요, 비키고 그냥 사우나나 하고 가세요.. 바쁜 사람 잡고 시비하지 말고..”
“이 시발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