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8화
2편
잠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허 소령이 밖으로 나가려는데 하미영 대위가 문을 열고 묻는다.
“들어가도 되요?”
“예.. 들어오세요.”
“차 한잔 하실래요?”
“그래요.. 그럽시다.”
하 대위의 물음에 허 소령이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하 대위가 기다리라며 문을 닫았다.
“제가 가져 올게요.. 잠시만요..”
“예..”
알았다며 허 소령이 기다리는데 잠시 후 하 대위가 쟁반에 커피를 두잔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고마워요.. 그래 무슨 일 있습니까?”
“아뇨.. 그냥 여러 가지 일들로 직원들이 다들 불안해 하는 기색이라..”
하 대위의 말에 허 소령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뭐 특별할 일도 없는데.. 준장님 나름대로 알아 보았는데 그렇게 막가는 분 아니세요.. 조금 짠돌이긴 하시지만 사람 함부로 대하고 그러진 않습니다.”
허 소령의 말에 하 대위가 그러냐며 부대장이 누가 오는지 묻는다.
“예.. 부대장으로 누가 오는지..”
“아마.. 중령 급으로 한 분 오시게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부대장은 중령들이라서..”
“그래요..”
“제 생각으로는 행정 전문 부대장이 오시지 싶습니다.. 아직 본부대도 그렇고 여러모로 정리가 덜된 상태입니다.. 본부대도 중간 간부님들 한 서너 분은 더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예..”
“준장님이 한번 이야기 하신 말씀은 철두철미하게 시키시는 분이라니 아마 말씀대로 독립적인 업무를 어느 정도 유지되게 하실 것 같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
“이 감독님은 정말 해임처리가 되는 겁니까?”
“예.. 이미 처리가 된 것이잖습니까?”
“예..”
“뭐 결정이 난 사안이니 번복은 되지 않습니다.. 당분간 어수선하시더라도 다들 모른 척 하시라고 말씀을 좀 드리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서강태 10월 3일이나 되어야 국대로 보낼 수가 있습니다.”
“예..”
이것 저것 생각이 많은 것 같은 하미영 대위를 보며 허 소령이 너무 신경들 쓰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너무 걱정들 마세요.. 지금 일과 뭐 그리 달라질 일은 없으니까.. 오히려 여건이 더 나아질 겁니다.. 그러려고 부대 통합을 추진한 것이니까.. 말은 않았지만 이번 건이 아니라도 조만간 이 감독 해임을 하려고 했을 겁니다.”
“예?”
“조사가 끝나면 다 나오겠지만 부적격 자들도 많이 입대를 시켜준 것으로 압니다.”
“예?”
“2군 선수들 중 상당수가 상무대 입대 부적격자들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감독 소관인데..”
“예.. 감독 소관은 맞지요.. 하지만 입대를 시켜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으면 그건 범죄죠.. 지금 내사중인 것으로 압니다.”
“예..”
“사람들에게는 말 마세요..”
“예..”
“실질적으로 이렇게 부대 통합을 하고 국방부에서 직접 지휘를 하겠다고 한 이유가 비리 때문이었습니다.. 하도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으니까..”
그건 자기도 안다는 듯 하미영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축구팀이 설마 그랬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시진 않던데..’
하미영 대위가 혼자 생각을 하는데 허 소령이 커피를 마시다 묻는다.
“아이가 올해 4학년이죠?”
“예.. 얼마나 별난지..”
“그맘때면 그렇죠.. 우리 애들도 다 그랬어요.”
“예.. 큰애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한다면서요.”
“예.. 다행히 절 닮지 않고 마누라 닮아 머리가 좋습니다.”
은근히 자식 자랑을 하는 허 소령을 보며 하 대위가 웃으며 한마디를 한다.
“예? 호호호.. 육사 나오셨으면 머리 좋으셨죠.. 은근히 자랑 하시네요..”
“그런가.. 하하하.. 하여간 애들이 다 착해서 그나마 위안을 삼습니다.”
“매일같이 그렇게 다니시면 사모님은 정말 싫어하시겠어요..”
“뭐 어쩝니까.. 일이 이런데.. 뭐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니까 요즘은 절 그렇게 찾지도 않아요..”
“설마요.. 호호.. 좌우지간 소령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니 마음은 편해지네요..”
하 대위의 말에 허 소령이 지소를 짓다 앞으로 환경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한다.
“앞으로 더 나아졌으면 나아지지 나빠지는 일은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제로도 힘이 있으신 분이 부대장으로 임명이 되어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는 부분이 많아요.”
“예..”
“그럼 난 의료지원 팀들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예..”
손을 흔들고 나가는 허 소령을 배웅한 하 대위가 궁금해 하는 직원들에게 한마디 한다.
“모두 자기 일에나 신경 쓰자..”
예..
...
운동장..
고참들과 같이 회복 훈련은 하고 있지만 강태의 속은 여러모로 불편하였다.
후.. 화..
구보를 마치자 모두 죽겠다는 듯 여기저기 앉아 다리를 트는데 2군 코치들과 회의를 한 박성진 코치가 2군 코치인 김정호 코치와 다가와 이야기를 한다.
“모두 주목..”
조용..
“지금 당장 어떻게 할 부분이 아니라 일단 내가 당분간 감독 대행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술 코치가 섭외가 될 때까지 여기 김정호 코치가 당분간 우리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렇게 알고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잘 좀 지내자.”
예..
“그리고 키퍼는 알아서 해라..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하면 된다, 알았냐?”
예..
“그래.. 부대 이전을 하여 그러지 않아도 어수선한데 불미스러운 일로 마음들이 어수선하면 안돼.. 괜히 경기 중에 다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너희는 다른 잡생각들 다 버려라 알았냐?”
예..
“그래.. 이번 주말은 경기가 없으니 외출을 나갈 사람들은 나가도 좋다, 나갈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신청해라.”
예..
“아.. 서강태.. 넌 주말에 허 소령이 부대 행사에 간다고 하니 외출 못한다, 오후에 가서 두발 정리하고 기다려.. 따로 옷은 다시 나온다고 하니까 준비할 필요 없다.”
“예..”
박 감독 대행의 말에 강태가 대답을 하고는 또 무슨 행사냐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시발.. 잔뜩 기다리는데.. 뭐야..’
전투 부대에서도 주말은 쉬었는데 이게 뭐냐는 듯 강태가 속으로 짜증이 나는데 그런 강태를 보며 박 감독 대행이 미소를 짓다 모두에게 이야기를 한다.
“분위기 그러니 술 먹고 사고치는 일 만들지 말고 대충 눈치 것 하자, 알았냐..”
예..
잠시 박 코치가 김정호 코치를 소개하며 이런저런 주의를 주고 가자 김 병장이 모두를 보며 이야기를 한다.
“야, 나가는 놈들 다 서울 가서 만나자.”
“어디 가서요?”
“간만에 이태원 한번 땡기자, 기분도 꿀꿀한데.”
좋습니다.. 예..
전부 좋다고 하자 김 병장이 어디로 모이라고 한다.
“좋아.. 저녁 7시에 이태원 마론다에서 보자, 나갈 사람?”
여기저기서 손을 들자 사람 수를 센 김 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약을 한다고 한다.
“내가 예약을 해둘게.”
예..”
대여섯이 나간다고 하며 서로 말을 맞추는 것을 보고 강태가 기분이 별로라는 듯 몸을 펴주며 스트래칭을 하는데 옆에서 박 상병이 무슨 행사를 하냐고 묻는다.
“야.. 무슨 행사냐?”
“모르는데요? 뭐 이야기 들은 것도 없는데..”
“그런데 무슨 복장이 다시 나와.. 필요도 없는 옷을..”
“글쎄요..”
뭐 들은 이야기가 없다는 강태를 보며 박 상병이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고 있으니 강태가 머리를 만지며 묻는다.
“그런데 깍새는 어디 있습니까?”
“깍새? 이발소?”
“예..”
“저 안쪽으로 가면 있다, 13시부터 19시까지만 하니까 시간 맞추어 가라.”
“예..”
대답을 한 강태가 몸을 풀며 다음 훈련 준비를 하는데 말리 허 소령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 씨..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