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화
강태 1편
화가나 전화를 끊어버린 이 감독이 핸드폰을 던져 버리려다 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 시발 놈들이..”
이 감독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부들거리는데 배 코치가 보고는 들어와 묻는다.
“무..슨 일이십니까?”
“화.. 나.. 별 거지 같은..”
“왜 그러십니까?”
“이 개새끼들이 돈 냄새를 맡았는지 지들 마음대로 하려고 하네..”
“예?”
“우리더러 지금 당장 부대로 복귀를 하란다.”
“예..에! 그게 무슨..”
“시발 놈들이 좆 까라고 해.. 개새끼들..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
“뭐라고 하는데 그러십니까?”
“우리를 아예 자기 부하로 생각을 해..”
“예? 그러지 않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기가 차서..”
“음.. 이거 골치가 아프네.. 그래서 어쩌시려고요?”
“뭘 어쩌긴 임마.. 내일 올라가면 되지..”
이 감독의 말에 배 코치가 머리 아프다는 표정이었는데 이내 이 감독의 핸드폰이 울린다.
라라..라라라.. 라리라라..
“예..”
“..저 허준성입니다..”
“또 무슨 일입니까?”
“..준장님이 잘 모르시는 부분이 있어 다소 소란스러웠다고 하던데.. 일단 오늘은 쉬시고 내일 아침에 바로 복귀를 하셔야겠습니다.”
“이것 보슈.. 화장실 드갈 때 마음하고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지만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서로 간에 다소 오해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어찌 됐건 간에 감독님께서는 현재 국방부 소속의 군무원 신분입니다.. 준장님께서는 군인으로 생각을 하고 충분히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가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인 것 같아 지금 제가 준장님을 뵈러 갈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전에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혹 서강태 선수와 관련하여 외부와 계약 같은 것 절대 하지 말기 바랍니다.. 혹 그런 일을 하시면 예전과는 달라 법적으로 감독님 구속도 가능합니다.. 서강태 법적으로는 엄연히 국방부 자신입니다.. 잘 모르실 것 같아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그 친구 아직까지는 서류 처리가 다 되지 않아 6사단 소속입니다..”
“그..그런..”
“..선수로 뛰는 것은 아무 하자가 없는 일이지만 서강태 선수와 관련하여 어떤 사적인 계약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을 드립니다.. 자세한 것은 올라 오시면 제가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으..음.. 알겠소..”
허준성 소령의 설명에 이 감독이 머리가 띵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는 자기 핸드폰을 던져 버린다.
파샥..
“가..감독님..”
“이 시발..”
“왜 그러십니까?”
“그 새끼.. 아직 우리 소속이 아니고 전방 사단 소속이란다..”
“예? 그럼 출전이 불법인 것 아닙니까?”
“이 새끼는 또 뭐라고 하는 거야.. 군바리면 다 출전을 할 수가 잇는데 무슨 소리야..”
긁적..긁적..
황당하다는 표정인 이 감독을 보며 배 코치가 멋쩍게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
경기장 안 샤워장..
강태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김인필 병장이 전화를 받으라며 강태에게 자기 핸드폰을 가져와 준다.
“야.. 전화 받아봐..”
“누구데요?”
“부대 작전관 이라는데?”
“아.. 예..”
누군지 안다는 듯 강태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인사를 한다.
“충성.. 이병 서강태 전화 받았습니다.”
“..그래.. 서강태.. 잘 자내냐?”
“예.. 그렇습니다..”
“..내가 한번 간다는 것이 요즘 우리 부대가 다 새로 이전을 하여 좀 바쁘다.. 그래 문제는 없고?”
“예, 그렇습니다..”
“..그래.. 내가 이렇게 전화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고.. 혹시 누가 너에게 계약을 하자거나 뭐 그럼 절대 함부로 사인을 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 내가 너 때문에 다 알아 봤는데 넌 지금 국방부 자신이다.. 법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친구 부탁도 있고 너 손해가 나지 않게 최대한 살펴 줄 것이니까 절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아무 곳에나 사인하고 그러지 말라 알았냐?”
“예.. 알겠습니다..”
“..그래.. 너 때문에 벌써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그런 모양인데 당분간 주변이 시끄러워도 넌 공만 열심히 차.. 내가 절대 너 손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서 줄게..”
“감사합니다..”
“..그래.. 올라오면 보자..”
“예.. 알겠습니다.. 충성..”
“..그래..”
핸드폰을 끊은 강태가 핸드폰을 김 병장에게 주자 김 병장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무슨 일이냐?”
“후.. 절 두고 벌써 여기저기 입질을 하는 모양이데 절대 함부로 사인을 하지 말라네요.. 전 국방부 자산이라고..”
“뭐! 하하하.. 나 참.. 음.. 하긴 그렇다.. 넌 국방부 소속이지.. 음.. 법적으로도 국방부 소속일 것 같은데.. 쩝..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애매하군..”
“예?”
“아니 뭐 보통 아마추어를 각 구단에서 지명 순위를 정해 지명을 하면 그길 응하거나 아니면 해외로 나가야 하거든.. 그런데 너 같이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국내 프로 구단이 지명권이 없을 거야.. 그래서 어디던 먼저 스카웃 하면 땡이지..”
“그래요..”
“그래.. 앞으로 상당히 골치가 아프겠다.. 우선 괜찮은 에이전시 하나 잡아야 하겠는데.. 법적인 사항이나 진로 문제를 결정을 하려면 에이전시가 있는 것이 좋은데.. 내가 한성이 형에게 부탁을 해볼까?”
“잘 알아요?”
“그럼.. 우리 선배인데..”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그래.. 지금이 그곳이 아침이겠는데.. 잠깐만..”
정말로 연락처가 있는 것인지 김 병장이 발가벗은 상태로 한쪽 의자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었다.
..따르르.. 따르르.. 따르르.. 딸..
“..여.. 김.. 웬일이냐?”
“예.. 형.. 잘 지내요?”
“..잘 지내긴.. 죽을 맛이다..”
“형은 매일 엄살이야.. 지난주에는 골도 넣었잖아요..”
“..새끼.. 골만 넣으면 뭐하냐.. 다리 까여 죽겠다..”
“다쳤어요?”
“..조금.. 다음주까지 쉰다.”
“그렇구나..”
“..야, 그런데 어쩐 일로 국제 전화까지 다 했냐? 무슨 일 있나?”
“아뇨.. 뭐 좀 부탁을 드리려고요..”
“..뭘? 돈 필요하냐?”
“돈은 저도 벌어요..”
“..그래 뭐?”
“지금 상무에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가 하나 들어 왔는데 단 두 경기만에 국내 전 구단이 달라 붙어 난리가 났어요..”
“..뭐! 그래? 어느 정돈데?”
“두 경기 다 해트트릭요.”
“..뭐! 무슨..”
“코너킥도 넣었어요.. 직접..”
“..진짜냐?”
“인터넷 들어가 봐요.. 난리가 나 있으니까..”
“..그래.. 잠시만..”
잠깐 PC를 켜는 것인지 조용하던 선배가 놀랍다며 난리였다.
“..야.. 애 뭐냐?”
“맞죠..”
“..이야.. 엄청난데..”
“그래서요.. 제 꼴 나지 않게 형이 좀 도와 주세요..”
“..왜?”
“얘가 지금 신분이 엄밀하게 말하면 군바리거든요.. 순수하게 군바리요.. 육군에서 공을 너무 잘 차서 상무로 차출이 되어 왔다니까요..”
“..그래.. 화.. 엄청나네..”
“지금 애는 아무것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냥 공만 차는데 주변이 벌써 난리가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형 잘 아는 에이전시 하나 붙여줄까 싶어서요.. 국내는 믿을 사람들이 없어서요..”
“..그래.. 나랑 같이 하는 사람 보낼까?”
“그럼 더 좋고요..”
“..알았다.. 내가 바로 보내 줄게..”
“다른 사람 좀 모르게 부탁을 드려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들어오면 한잔 사 주세요..”
“..그래.. 너 풀리면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요..”
“..그래.. 나중에 보자..”
“예.. 형.. 들어가세요..”
정말로 친한 사이인지 기분 좋게 통화를 하는 김 병장을 보며 강태가 묻는다.
“진짜 친한 사인가 보네요?”
“그래.. 좀 친하다.. 우리 형이랑 단짝이었어 임마..”
“예..”
“우리 형이 사고만 당하지 않았어도..”
“예?”
“우리 형도 축구 했는데 집으로 오다 사고로 갔다..”
“...”
“벌써 10년도 넘은 일인데 아직 어제 같다.. 한성이 형이 우리 형하고 그렇게 잘 맞았지..”
“예..”
“쩝.. 하여간 너 절대 다른 사람 말 듣지 마라.. 돈 걸리면 믿을 놈 하나도 없다.. 해외 놈들은 그래도 정당하게 어느 정도 대가를 주니까 좋은 거지 돈이라는 것이 사람 참 추잡게 만든다.. 그 덕에 내가 3년을 허비하잖냐..”
“예..”
“가자.. 벌써 다 나갔다..”
“예..”
김 병장의 말에 강태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는 밖으로 나가자 모두들 버스로 향하고 있었다.
찰칵..찰칵..
“서강태 선수.. 손 한번 흔들어 주십시오..”
씨익..
찰칵..찰칵..
사진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강태를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이 감독과 배 코치는 뒤늦게 화가 난 얼굴로 버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