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1화
강태 1편
강태의 말에 훈련소에서 경험을 했다는 듯 미소를 짓던 김 병장이 함부로 계약을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혹시 감독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절대로 아무 곳이나 사인하고 그러지 마라.. 나처럼 코 한번 잘못 꿰이면 두고두고 고생한다..”
“예..”
“국내 에이전시는 믿을 사람들이 없는데.. 느긋하게 기다려봐.. 아마 너 정도 실력이면 금방 해외에서 연락이 올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절 어떻게 알고요..”
“새끼.. 밥 먹고 하는 일이 그런 사람들인데 전세계의 아마추어 리그까지 싹싹 확인한다, 선수 하나 잘 잡으면 10년은 그냥 먹는 거니까.. 뭐 아시아 쪽은 별로 신경을 덜 쓰긴 하지만 근래에는 유럽 진출을 한 선배들이 잘하고 있어 관심도가 조금 올라간 편이다.”
“예..”
“나도 계약만 잘 했더라면 적어도 일본에서 한 5년은 뛰는데.. 시발..”
“돈 차이가 많아요?”
강태의 물음에 김 병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그런 것을 모르냐는 듯 이야기를 한다.
“참..나.. 야, 기본적으로 20배 이상 차이나.. 여기서 1억이면 일본은 20억이다.. 여기서 세가 빠지게 10년 동안 졸라 뛰어봐야 일본에서 1년 뛰는 것보다 못해..”
“그래요..”
“그래.. 나도 30억 준다던데 시발 좀 보내주면 되지 조금 더 주면 보낸다고 하다 그쪽에서 브라질 애 데리고 와버렸다.. 시발..”
“그래서요?”
궁금해 묻는 강태의 질문에 김 병장이 구단 엿먹이고 있다는 듯 대꾸를 한다.
“그래서는.. 시발.. 열 받아서 입대를 해버렸지.. 어차피 2년 더 지나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그때까진 내가 추구를 안 해도 절대 이적 안 한다.”
“예..”
구단하고 완전히 쫑 났다는 듯 열 받아 하는 김 병장을 보며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는데 다른 고참들이 발견하고 다가왔다.
“뭐하냐?”
“나?”
“에이.. 왜 그래요..”
“새끼들이 다 빠져가지고.. 한 따까리 해야 되는데..”
“하하하.. 저녁에 한잔 사줄게요..”
“웃기지 마.. 도끼눈 뜨고 지키는데..”
김 병장의 말에 곽 상병이 식당에서 들었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오늘 나간다고 하던데요?”
“그래? 왜?”
“몰라요.. 밥 먹다가 그러자며 배 코치에게 포항 나가자고 하던데..”
곽 상병의 말에 김 병장이 벌써 시작됐다는 표정으로 강태를 보자 강태가 입맛을 다셨다.
‘..시바.. 참..’
...
잠시후..
웅성..웅성..
점심을 먹은 후 좀 쉬다가 잔디 구장으로 나와 연습을 하는데 모두들 강태의 볼 컨트롤이 예술이라고 치켜 세웠다.
“야.. 정말 잘한다.. 어떻게 그러냐?”
“그냥 되는데요? 공이 느껴져요..”
“뭐? 야 공이 슴가냐? 느껴지게..”
하하하.. 하하..
긁적..긁적..
‘..진짠데.. 공의 상태가 왜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지.. 쩝..’
잠시 미니 게임을 하며 몸을 풀던 선수들이 모두 슈팅 연습을 하는데 모두 빨래 줄 같은 강태의 슛을 정말 부러워하고 있었다.
“야.. 가운데로 좀 차지 마라.. 아파 뒈지겠다..”
하하하.. 하하..
모두들 골키퍼가 하는 말에 웃는데 강태가 조금 살살 차주며 하이볼로 골대로 공을 차주자 김 병장이 야단을 친다.
“야.. 장난하지마.. 골을 넣어..”
빵..빵.. 출렁..출렁..
...
그 시간..
영인이 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참 곤란하다고 대꾸를 하고 있었다.
“전 그런 쪽에 관심이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영인씨.. 잘 생각해 봐요.. 신인으로서는 정말로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겁니다.. 어디 가도 신인에게 계약금을 1억이나 주는 곳은 없어요.”
“예.. 고맙기는 하지만 그런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그렇습니다.. 절 그렇게 예쁘게 봐 주셔 감사합니다만 사양할게요..”
“..햐.. 나.. 영인씨.. 년간 수십억의 수입이 생기는데 왜 싫습니까?”
“그냥 그런 쪽의 일은 하기가 싫어서요.. 미안합니다..”
“..그러시지 말고 잘 좀 생각을 해 보세요.. 제가 영인씨 정도면 년 수입 30억은 무조건 보장을 합니다..”
이필수 과장이 하는 말에 영인이 조금은 놀랍지만 인해와 한 이야기가 있어 다시 한번 더 거절을 한다.
“죄송합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꼭 연락을 주세요..”
“예.. 수고하세요..”
핸드폰을 끊은 영인이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경기가 내일 몇 시지..’
가까이에서 하면 가볼 수도 있는데 포항이라 영인이 잔뜩 아쉽다는 듯 컴퓨터 조회를 하고 있었다.
딩동..
‘벌써 왔나.. 어머! 누구지?’
잠시 후 벨이 울리자 인터폰으로 간 영인이 어떤 남자가 서 있자 누구냐고 묻는다.
“누구세요?”
“..예.. 영인씨.. 저 이필수입니다..”
인터폰 화면을 보고는 남자가 서 있어 문을 열지 않고 누구냐고 묻는데 이 필수 과장이라고 하자 놀라 문을 열지 않았다.
“..영인씨.. 잠시 이야기 좀 합시다..”
“전 할 이야기 없으니까 돌아가세요.. 미안합니다..”
밖에서 이야기를 좀 하자는 이필수라는 사내를 보며 영인이 겁이 조금 나 만나기 싫다고 하고는 화면을 끄고 자리로 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
..나..나나.. 그래도 나는 그대..
“..왜?”
“야, 어디니?”
탁탁탁..
“..영인씨.. 잠깐만 봅시다..”
밖에서 이필수 과장이라는 사내가 문을 두드리자 영인이 무서워하는데 인해가 대답을 하며 묻는다.
“..어디긴 지금 택배 보내는데? 왜? 추가 있어?”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그때 그 회사에서 사람이 찾아 왔어.. 막무가내로 만나자고 문을 두드리네..”
“..뭐! 무슨 그런 사람이 있어.. 그래서?”
“그래서는.. 지금도 문을 두드린다니까.. 소리 안 들려?”
탁탁..탁..
“..영인씨.. 잠시면 됩니다..”
소리가 들리는지 인해가 절대 문 열어주지 말라고 하고는 지금 가니까 기다리라 한다.
“..야.. 문 절대 열어주지마.. 내가 곧 갈게..”
“응.. 빨리 와..”
잠시 후 인해가 급하게 오피스텔로 왔는데 한 사내가 문 앞에 서 있자 누구냐고 묻는다.
“누구세요?”
“아 예.. 서영인씨 좀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대답을 하는 이필수 과장을 보며 인해가 정중히 가라고 한다.
“만나지 않겠다니 그만 돌아가 주세요.”
“잠깐이면 됩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왜 그러세요? 가주세요..”
이야기를 하며 인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필수 과장이 안으로 따라 들어와 놀란 인해가 나가라고 고함을 친다.
“어머! 나가요.. 이 사람이 미쳤나.. 어딜 들어와요.. 나가요..”
인해의 고함소리에 이필수 과장이 자기도 조금 놀라 밖으로 밀려 나가고 인해가 가라고 야단을 친다.
“가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가요..”
탁..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표정인 인해가 한마디 경고를 하고는 문을 닫아버리자 이필수 과장이 자기가 조금 잘못을 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엘리베이터로 갔다.
“세상에..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니..”
“그러게..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는데..”
“너 절대 만나지 마..”
“그래.. 이상하다..”
영인과 인해가 서로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