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화
강태 1편
좀 전에 보았을 때 머리를 깎을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다 깎았느냐는 듯 강태가 최 상병을 따라 이발관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고참들이 머리를 깎는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부터 깎아.”
“...”
최 상병의 말에 강태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는데 그런 강태를 보며 최 상병이 괜찮다고 깎으라고 한다.
“괜찮아 새끼야.. 괜찮지?”
예.. 그렇습니다..
모두들 강태 덕에 휴가를 가게 생겼으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짓는데 깎새가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앉아라.”
“예.. 알겠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던 강태가 어쩔수가 없어 자리에 앉자 최 상병이 깎새를 보고 잘 깎아주라고 한다.
“잘 깎아..”
“알겠습니다.”
“새끼..”
대답을 하는 깎새를 보고 미소를 짓던 최 상병이 나가자 모두들 강태를 보며 고맙다고 한다.
“야, 막내 고맙다.”
“그래, 고마워..”
고참들의 말에 강태가 무안하여 뭐라고 하려는데 깎새가 움직이지 마라고 한다.
“가만 있어.. 찝힌다.”
사각..사각..
잠시 후 강태가 머리를 깎고 내무반으로 들어가자 강태의 군복 한 벌이 잘 다려져 한쪽 빼치카 옆에 걸려 있었다.
“막내야..”
“이병 서강태.”
“이리 와 쉬어라.”
“예 알겠습니다.”
‘..어후.. 죽겠네..’
휴가를 가 좋은 건 좋은 것이지만 하루 종일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강태였다.
“바둑 두냐?”
“못 둡니다.”
“그래.. 옆에서 구경해.”
“예.. 알겠습니다.”
고참들이 모두 강태만 챙기자 일부 이등병들과 일병들의 표정이 별로 밝지만 않았는데 강태가 그 분위기가 느껴져 속으로 잔뜩 신경이 쓰여 하고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겠고 저러지도 못하겠고.. 정말.. 후..’
...
그날 저녁..
중대장의 허락 하에 최 병장이 취사반 한쪽에서 강태와 최상병 그리고 한 병장과 함께 취사반에서 특별히 만들어준 닭도리탕과 함께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야, 너도 한잔 해.”
“난 술 못하는 것 알잖아..”
최 병장의 말에 이명준 병장이 대답을 하고 약 올리냐고 하자 그런 이 병장을 보며 최 병장이 한마디 한다.
“야, 원래 곪아 터져야 진정한 남자가 되고 강해지는 거야..”
“시발 놈이 지는 그러고 질질 짜놓고..”
하하하.. 하하..
최 상병과 한 병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안다는 듯 웃는데 강태만 몰라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딱 한잔만 해라.”
“됐네요.. 시바 하필 지금이야..”
그러고 보니 걷는 폼이 조금은 어눌한 이 병장이었다.
“저 새끼 고래 잡았다.”
아..
그제서야 강태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짓는데 이 병장이 대충 마시라며 밖으로 나갔다.
“야, 대충 해..”
“알았다.”
ㅋㅋㅋ..
“한잔 해.”
“감사합니다.”
“새끼 감사는 우리가 하지.. 덕분에 이렇게 공식적인 음주를 즐기는데.. 캬.. 좋다..”
“그렇죠.. 중대장님도 표정을 보니 한잔 땡기러 가는 것 같던데..”
“그렇겠지.. 전부 난리 아니겠냐..”
끄덕..끄덕..
모두들 대대 장교들이 우르르 한잔 꺾으러 갔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을 한다는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예..”
“새끼가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안주 회수 합니다..”
정 일병의 경고에 한 병장이 별 대꾸를 않고 술잔을 내민다.
“새끼.. 한잔 해.”
“쩝..”
한 병장이 건넨 술을 정 일병이 한잔 얻어먹고는 아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한다.
“한잔 더 하고 가.”
“피곤해서 올라갑니다, 불 끄고 나와요.”
“그래, 알았다.”
늦게까지 혼자 장부 정리를 한 것인지 정 일병이 술도 싫다는 표정으로 피곤하다며 취사반을 나가고 모두들 한동안 그렇게 앉아 술을 마셨다.
“간만에 좋네..”
“한 병장님 꼬불쳐 둔 것 있죠?”
최 상병의 물음에 한 병장이 인상을 잔뜩 쓴다.
“없어 새끼야.. 저번에 니가 얘 준다며 홀라당 해먹었잖아..”
“에이.. 더 있는 것 다 알아요..”
자기를 의심스럽게 보는 최 상병에게 정말 꼬불쳐 둔 것이 없다고 하며 조금 많이 취한 것 같은 강태에게 묻는다.
“정말이야.. 괜찮냐?”
“괘..찮습니다..꺽..”
대답을 하지만 어눌한 강태의 모습에 한 병장이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한다.
“이 새끼 눈 풀렸다.”
“술은 그렇게 많이는 못하네..”
“찬찬히 주도를 좀 가르쳐.”
한 병장의 말에 최 상병이 강태가 생긴 것잖게 생각보다 술이 약하다며 알았다고 하고는 먼저 일어난다고 한다.
“쩝.. 그래야겠네요.. 둘이서 정리하고 올라와요.”
“그래.. 가 봐..”
“괘..안심더..”
헐..
혀가 완전 꼬인 강태를 보며 세 사람이 미소를 짓다 최 상병이 먼저 일어나 강태를 옆구리에 끼고 취사반을 나갔다.
“최..상..병님..”
“그래.. 들어가자.”
“저..잘..하겠습니다.. 잘..할 수 있어요..”
“알았어 새끼야.. 술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 넙죽 받아 쳐먹기는..”
술이 완전 취한 것 같은 강태를 최 상병이 데리고 내무반으로 가는데 박선수 소위가 미소를 지으며 잘 재우라고 한다.
“잘 재워..”
“알겠습니다.”
“둘은 아직이야?”
“금방 올라옵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던 박 소위가 취사반으로 가는 것을 보던 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강태를 내무반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불침번이 후다닥 나와 같이 강태를 잡아 침상으로 데리고 갔다.
“술은 잘 못하네.. 두 병이 땡이다.”
“그래요..”
최 상병의 말에 불침번이 의외라는 표정이자 강태가 마실 물을 좀 챙겨두라고 한다.
“물 찾을 거니 물 좀 잘 챙겨놔.”
“다 챙겨 뒀습니다.”
“그래.. 수고해..”
누워 벌써 잠이든 강태를 보며 미소를 짓던 최 상병이 나가 더 마시려다 술이 얼마 남지를 않아 그만두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들고 세면장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