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화
강태 1편
어이..
모두들 간만에 개인 시간을 가져 여기저기 모여 잠담을 나누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강태가 이등병들이 불러 이등병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다.
“새끼.. 잘 차더라..”
“감사합니다.”
“앉아..”
“옛.”
옆에 앉으라는 얼굴 시커먼 고참의 말에 강태가 옆에 앉아 고참이 주는 담배를 한개비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후..
“집이 울산이라며?”
“예, 그렇습니다.”
“우리 집은 서울.. 하여간 좋겠다, 고참들에게 잘 보여서..”
긁적..긁적..
이등병들이 모두 강태를 보며 조금 부러워하면서도 질투 어린 시선들인데 그런 고참들의 시선을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후.. 시바 내일부터 빼이까게 생겼네..”
“왜 그렇습니까?”
훈련도 없다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냐 싶어 강태가 묻자 김충길 이병이 옆에서 조금 퉁명스럽게 대꾸를 한다.
“왜 그렇긴 임마.. 곧 태권도 집채 훈련이 있잖아..”
“예..”
“넌 단증 있어?”
“예.. 초등학교 때 따두었습니다..”
“그래.. 몇 단이야?”
“2품입니다.. 그 후로 안 해서..”
강태의 대꾸에 김충길 이병이 여러가지로 사람 차별하게 만든다며 강태를 쳐다보다 담배를 길게 빨아 들인다.
후..
담배 연기를 길게 한숨을 쉬듯 내 뱉은 김충길 이병이 강태를 보다 모두를 보며 한마디 한다.
“야.. 이 새끼 골고루 사람 쪼잔하게 만들지 않냐.. 하여간 난 놈들은 달라요.. 우리 어머닌 왜 태권도 학원을 좀 보내주지 않았나 몰라.. 짧은 머리로 영어학원 다니다 이래 머리만 다 빠졌다.”
하하하..
정말로 위 머리가 조금 많이 빠진 김충길 이병의 말에 모두들 우스워 죽는다는 듯 배를 잡는데 옆에 앉아 있던 박해일 이병이 강태에게 묻는다.
“단증 가지고 있어?”
“훈련소 동기가 그러던데 제 이름과 주민번호 대면 단 번호 다 나온다고 합니다.”
“하긴.. 요즘은 그게 좋다.. 하여간 전부다 심사 날까지 빼이까게 생겼다.. 저기 연병장 보이지?”
“예..”
멀리 대대 연병장을 보며 강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충길 이병이 저기 가서 한다고 한다며 푸념을 한다.
“오전 오후, 전부 저기서 팍팍 구른다, 그냥 유격 훈련을 가는 편이 더 편하지.. 시팔.. 대대 수송관이 교관인데 사람 아주 잡는다 잡아..”
“사람 좋아 보이던데..”
강태의 중얼거림에 김충길 이병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를 한다.
“뭐! 이 새끼 완전 사람 보는 눈 꽝이네.. 우리 대대에서 제일 또라이다, 그 인간이..”
“예..”
김충길 이병의 경한 반응에 생긴 건 얌전하고 착하게 생겼던 수송관을 생각하며 강태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들 있었다.
“태권도 교관 하면서 애들 아주 잡는다 잡아..”
“예..”
하긴..
대충 이해는 갔다.
‘..쩝.. 몸치들이 다리 찢고 자세 잡으려면 힘들긴 하겠다..’
짧은 시간 안에 기본 품 새를 다 익혀야 하니 자기가 생각해도 힘들긴 하겠다고 여기는 강태였다.
“보초 끝나면 한잔씩 하냐?”
"한번요.."
벌써 술을 얻어 먹었다는 강태의 말에 박해일 이병이 잔뜩 부럽다는 표정으로 대단하다고 한다.
“이야.. 짠돌이 최 상병에게 얻어 먹었어?”
“예.. 최 상병님이 짜요?”
강태의 물음에 옆에서 같이 휴가를 한번 나가보았는지 김충길 이병이 부럽다며 이야기를 해준다.
“그래, 같이 휴가 나가면 완전 왕 소금이다.”
“그래 보이지 않던데..”
“같이 나가보면 안다.. 나가보니까 어떻던데?”
“뭐 촌 동네가 다 그렇죠.. 야사시한 아줌마 때문에 조금 그랬지만..”
“야사시한 아줌마?”
“터미날 옆에 그..”
강태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알겠다며 김충길 이병이 중간에 말을 자르고는 우습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 그 살짝 맛이 간 아줌마..”
“아세요?”
강태의 물음에 김충길 이병이 피식 실소를 하며 모두에게 묻듯이 이야기를 한다.
“이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 들은 이야기로는 군바리한테 당해서 자기도 복수를 하고 있다나 어쨌다나.. 하여간 한번씩 미친 놈들이 가서 먹히고 와 자랑을 한다.”
“정말요?”
“그래, 그냥 줘..”
은근히 한마디를 하는 김충길 이병의 말에 강태는 어딘가 좀 이상한 여자던데 어떻게 그 짓을 하냐고 한다.
“에이.. 참.. 좀 이상하더만..”
강태의 말에 김충길 이병이 원래 군바리들이 그렇다며 고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야.. 하다가 1년을 굶어봐.. 아무데나 쑤시지.. 예전에 우리 옆에 2대대에서 항문 찢어진 사고도 있었다.”
"예..에!"
놀라는 강태가 우스운지 김충길 이병이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새끼.. 뭐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 같지?"
"에이.. 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아무래 땡겨도 그렇지 어떻게 남자 항문을 이용하냐는 표정인 강태를 보며 꼴리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이야 임마..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일인데..”
“그래, 충길이 말이 맞아.. 간혹 미친 놈들이 있기는 있다.. 우리 내무반에도..”
헐..
이게 무슨..
다를 내무반에서 지내보면 알게 된다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
“그런데 넌 왜 제대를 할 수가 있냐?”
“예.. 그게 사연이 좀 있어요..”
“왜?”
“원래는 의가 제대가 안 되는 케이스인데.. 형이 군에서 사고로 갔어요.. 그래서 심사를 그렇게 했다던데요..”
“그래.. 참..”
강태의 말에 모두들 정말 사연이 많은 놈이라는 듯 담배들을 입에 또 물고 있었다.
“그럼 누나 혼자야?”
“예.. 혼자 장사를 못하겠던지 다 접고 다른 일 하려는가 봐요..”
“그럼 제대를 하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는 듯 강태가 대답을 한다.
“머리도 복잡하고 공부도 잘 안되고 그래서.. 한번 결정을 하면 하는 성격이라서요.. 난자가 군대 이야기 빠지면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하긴.. 군 생활 한번 해 보는 것도 괜찮지..”
고참들이 모두들 강태의 말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밤에 근무 서기는 어때?”
“뭐 어떨 것 있습니까.. 그냥 서는 거지요.. 조용해서 잡생각이 많아 그게 문제지만..”
“난 미니 사전을 이렇게 들고 다닌다.”
김충길 이병이 주머니에서 작은 사전을 보여주자 밤에 그게 보이냐고 묻는다.
“이거..”
작은 불빛이 나오는 펜 같은 것을 보며 강태가 참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며 김충길 이병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이렇게 준비해서 외워봐.. 정말 잘 외워진다, 덕분에 영어가 조금 느는 것 같고..”
“이 새끼 또 시작했다.”
다른 고참들이 다들 동기들인지 김충길 이병을 보며 고개를 흔드는데 김충길 이병이 그런 이병들 보며 한마디 한다.
“나중에 다 남는다.”
“하여간 너도 별종은 별종이다..”
옆에서 동기인 박해일 이병이 김충길 이병을 보며 고개를 가로 젖는데 모두들 그렇다는 듯 공감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