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화
강태 1편
중대장이 한잠 자고 일어난 것인지 화장실로 가고 강태가 막사 앞 화단으로 가자 한쪽 모서리에 이등병과 일병들이 모여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필승..”
“그래.. 앉아..”
일병 하나가 강태를 보다 대충 앉으라고 하는데 옆에 앉으라며 손짓을 하는 차영진 이병의 표정에 강태가 그 옆으로 가 담배를 하나 얻어 물었다.
‘취사반에는 뭐 하러 불려 갔었냐?’
‘그냥 신병이라고 불려 갔습니다.’
‘그래.. 뭐 없냐?’
“...”
‘없음 말고.. 후..’
건빵이라도 얻어오지 그냥 왔냐는 듯한 차 이병의 실망스러운 분위기에 강태가 머리를 긁적였다.
“야, 이강태.”
“이병 이강태.”
“이젠 분위기 파악 되었을 것이니 알아서 기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부 알아서 기어.. 괜히 소원수리니 어쩌니 그기 쓸데없는 말 지껄여 전부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알아서 해.. 한 몇 일 지나면 틀림없이 전부다 줄줄이 졸라 깨질 테니까.. 절대 그냥 안 넘어가지 그냥 넘어 가겠냐.. 전부 충격을 받아 가만 있지만 아무래도 줄줄이 졸라 깨질 거야..”
“군단장이 조용히 있으라고 그랬다던데요?”
“야, 군단장이 예하 사단까지 일일이 어떻게 간섭을 하냐.. 사단장이 졸라 깨겠지..”
“하긴..”
사단장 성격이 지랄이라고 알고 있어 모두들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사단 사단장실..
조금 작달막한 키의 다부진 체격의 사단장이 의자에 몸을 묻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는 김문기 중령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승..”
“앉아..”
“...”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레이션이냐는 표정인 김문기 대대장이 조금은 당황을 하여 사단장의 앞 자리로 가 앉자 사단장이 묻는다.
“그 애는 어떻게 됐어?”
“수술 잘 되었고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 애 부모까지 만나고 왔다고?”
“예..”
“뭐라고 해?”
“그 부친이 이곳 출신이라 이야기가 좋게 끝났습니다, 다행이 사고자도 별 이상이 없고 해서 혹시나 후유증이 생기면 다 책임을 져주기로 하고 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후.. 원래가 그 자식 입대 부적격한 놈인데 군단장이 억지로 밀어 넣었어.. 그러지 않아도 군단장이 한번씩 연락이 오더라고..”
“예..”
“총기 사고나 저지르면 어쩌나 걱정을 얼마나 한지 몰라..”
“지금까지 실탄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경계근무도 항상 책임질만한 고참들과 시켰고 야간 근무는 아예 시키지 않고 주간 근무만 시켰습니다.”
“그랬다고 부사단장에게 들었어.. 잘했다, 그 자식 대충 두었더라면 여럿 죽일 놈이었어..”
“그런데 그렇게 데리고 가도 괜찮은지..”
“정상적으로 전출 명령을 내리고 데려가 괜찮아..”
“그냥 제대를 시키지 뭐 하러..”
“그 자식 집에서 부모들이 제발 군에 좀 데리고 있으라고 난리인 모양이야.. 그 자식 부친이 곧 국무 총리로 내정이 될 모양이더라.. 뉴스 안 봐?”
“잠깐 봤지만..”
“아마 자기 정치적인 생명이 잘못될까 봐 골치 덩어리인 아들을 동생에게 맞긴 모양이야.. 향후 대권에 도전을 한다는 소리도 있더라.. 연락을 하니 바로 전출 명령을 내리더니 조용하게 지나가게 해주면 다음 진급에 신경을 써 준다고 하더라.”
“예..”
“골치 아픈 놈 이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너스를 주고 간 셈이야.. 나 진급하면 너 챙겨 줄 테니 그곳에서 잡음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
“예..”
“ 돈 필요하면 말하고.”
“아..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연대장에게는 내가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말라고 해두었어.”
“가..감사합니다.”
“감사는.. 바쁠 텐데 가봐..”
“옛.. 필승..”
“그래.. 수고해..”
사단장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김문기 대대장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좋아라 하고 있었다.
‘..야호.. 푸하하..’
밖으로 나간 김문기 대대장이 좋아라 하는데 안에서 사단장이 자기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좀 줄걸 안 주었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줄걸 그랬나..’
아침부터 민 하사의 어머니가 급하게 찾아와 문제가 되지 않게 해 달라며 찔러준 봉투에서 얼마간 꺼내 김문기 대대장에게 주려다 아까워 만 것이었다.
‘..음.. 어찌되었건 진급이 빨라지겠네.. ㅎㅎㅎ..’
...
강태의 부대..
모두들 점심을 먹느라 왁자시끌한 가운데 드디어 강태가 이등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와글..와글..
“야, 오후에 공 찬다고 해?”
“아마 찰 거야..”
“그래.. 신발 축축한데..”
“그게 뭐 대수냐.. 민 또라이 때문에 우리만 좋네..”
“그래.. ㅎㅎㅎ..”
모두들 얻어맞는 일이 좀 줄었다며 좋아라 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상병이 한 소리 한다.
“빨리 처먹고 나가 새끼들아..”
헙!
식기 세척 담당인 상병이 한 소리하고 나가자 모두 말없이 얼른 식사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던 최 상병이 눈살을 찌푸리다 만다.
웅성..웅성..
식사를 마친 강태가 내무반으로 와 대기하고 있는데 이젠 처음과는 달이 강태에게 말을 거는 고참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야, 담배 땡기러 가자.”
“예..”
이을만 일병의 말에 강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 일병의 뒤를 따라 나갔다.
“펴..”
“감사합니다.”
“담배는 있냐?”
“많이 피우는 편은 아니라서..”
“그래.. 앞으로 많이 피우게 될 거다..”
“...”
“차라리 민 또라이가 더 편하다, 그 또라이는 대들지만 않으면 건드리지 않았지..”
“예..”
“시발놈들이 뻑 하면 타작 질이야.. 수 틀리면 확 불어야지..”
“...”
“농담이야 임마.. 괜한 문제 만들어봐.. 제대하는 그날까지 피곤하다..”
“예..”
이을만 이병의 말에 강태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웨엥..
“아 시팔.;. 뛰어..”
후다닥..
비상을 알리는 소리에 이 일병이 피우던 담배를 털고는 담배꽁초를 주머니에 넣으며 뛰자 강태도 얼른 담배 불을 털고 꽁초를 바지에 넣고는 이 일병을 따라 내무반으로 달려들어가니 일부 고참들이 벌써 군장을 차고 뛰어나가며 소리친다.
“빨리 해 새끼들아..”
후다닥..
신속하게 군장을 찾아 챙긴 강태도 철모를 쓰고 뛰어나가 행정반 안 총기 대에서 총기를 받아 자긴 왜 실탄을 주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일직 하사를 바라본다.”
“왜? 빨리 정해진 초로로 튀어가..”
“옛..”
후다닥..
그러고 보니 일병 이하는 실탄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다다닥.. 헉..헉..
자신의 경계초소로 뛰어가자 일부 상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한 병장이 나가는 그날까지 지랄이라고 투덜거리며 뛰어왔다.
“시팔.. 또 뭐야?”
“그냥 비상 훈련인 것 같습니다.”
“시팔.. 개새끼들.. 밥 처먹고 알마나 됐다고.. 점심시간은 챙겨줘야 할 것 아냐..”
웨에엥..
잠시 후 상황이 해제 되었다는 신호에 모두들 투덜거리며 막사 쪽으로 복귀를 하고 있었다.
웅성.. 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