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강태 1편
강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정 일병이 강태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지 창고 안을 두리번거리는 강태에게 묻는다.
“그래.. 이야기는 들었다, 뭐 무시마들이니까 편하게 말하자,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셨다며?”
“예..”
“쩝.. 어쩌냐.. 이미 생긴 일을.. 애들에게 들으니 최 상병이 너 선임이라며?”
“예.”
“최 상병이면 괜찮지.. 성격도 괜찮고.. 어디 보자..”
이야기를 하던 정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가더니 박스를 하나 열어 음료수가 든 캔을 하나 들고 와 따개를 찾더니 이내 캔을 따고는 밖으로 나가 그릇을 하나 들고 들어와 음료수를 따라주며 마시라고 한다.
“마셔..”
“감사합니다.”
“새끼..”
복숭아 맛이 나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신 강태가 창고를 계속 두리번거리자 정 일병이 이야기를 해준다.
“여긴 부신 창고야.. 인사계가 아니면 들어오지 못해..”
“예..”
“지내다 배 고프면 언제든지 와라, 뭐 좀 만들어 줄 테니까..”
“그래도 괜찮습니까?”
“괜찮아.. 취사반이 괜히 취사반인줄 알아?”
미소를 짓는 정 일병을 보며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는데 이명준 병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앉아 있어.. 야, 나 통신에 가 있을 테니 찾으면 불러..”
“알았어요, 점심에는 좀 와요.”
“알았어 새끼야.. 혼자 빼이쳤구만..”
알았다며 인상을 쓰고 건빵 봉지 두 개를 옷 안에다 쑤셔 넣고 나가는 이 병장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정 일병이 이야기를 한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편하게 지내는 중이야.. 어차피 제대하면 울산에서 볼 거고.. 나보다 한 살 많아..”
“예..”
“그래도 넌 잘 풀린 거야.. 밖에 있었으면 매일같이 훈련을 할건데.. 여긴 그런 건 없다, 사격 연습도 못해.. 저 새끼들 자극 받아 지랄한다고..”
“그런데 비상은 왜 한번씩 걸리는 겁니까?”
“일부러 비상을 거는 경우도 자주 있는데 실제로 GP에서 서로 교전을 하는 경우도 생겨.. 서로 마주쳐도 요즘은 총질을 하는 경우는 잘 없어.. 서로 허공에다 총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너도 좀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예..”
그나마 부대가 철책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강태였다.
“그나저나 이젠 좀 편하겠다.”
“...”
“KTX 생겨 빨리 가잖아.. 조금 서둘면 저녁에 도착을 하니까..”
“예..”
“예전에는 내려가는데 하루 반나절이었다.”
“비행기 타면 금방이라던데..”
“시간 맞으면 그렇지.. 야, 돈이 어디 있냐.. 돌아다니다 보면 땡인데..”
정 일병의 말에 강태가 그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새끼 완전 또라이네.. 시발놈 한번씩 얼마나 귀찮게 지랄을 하던지..”
“...”
강태의 표정에 정 일병이 귀찮아 죽었다며 이야기를 해준다.
“그 새끼 일직 때면 꼭 자는데 라면 끓여 달라고 지랄을 해서 귀찮아 뒤지는 줄 알았다, 십새끼.. 지는 고참들 하나도 안 챙기면서 아래는 개똥 취급했다니까.. 아마 그 새끼들이 짜고 그랬을 거야..”
“예?”
정 일병의 말이 무슨 말인가 강태가 궁금해 하는데 정 일병이 자기가 실언을 했다는 듯 아니라며 묻는다.
“아냐.. 그건 그렇고.. 취사반에서 일할 생각 없냐?”
“...”
“괜찮아.. 좀 하다 보면 여기 일도 재미있어..”
“아니요.. 어머니 가계에서 하도 해보아 이 일은 싫습니다.”
“그래.. 칼질 할 수 있어?”
“아니요, 그런 것이 아니라 어머니 가계에서 일을 많이 도와 드렸지요.. 그래서 식당 근처에도 가기 싫어서..”
“새끼.. 음.. 그래.. 하기 싫으면 할 수 없고.. 요즘은 취사병이 잘 없어.. 취사 지원을 하는 새끼들이 없으니까 적당히 보고 뽑기는 뽑아야 하는데..”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이 병장의 후임을 준비하는 모양인지 자길 더러 취사반에서 일하라는 말에 강태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화.. 시발 잘못하면 완전 코 꿰이겠네..’
취사반이야 편하긴 하지만 매일 이곳에 처박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강태가 속으로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하기 싫음 안 해도 돼.. 할 사람은 많이 있으니까..”
정 일병의 말에 강태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아냐.. 하기 싫으면 마는 거지.. 공 좀 찬다며?”
“뻥 축구입니다.”
“뻥이던 뭐던 잘 차내면 그만이지.. 이 분위기에 이번 대대장 배 전투축구를 하려나 모르겠네..”
축구면 축구지 뭐든 전투를 가져다 붙이는 것에 강태가 속으로 생각을 한다.
‘..쩝.. 안 가봐도 되나..”
“누나 예쁘다며?”
“예?”
“너 면화하던 날 태워줬던 대대 수송관님이 그러더라.”
“예쁘긴요.. 마녀 같은데요..”
“새끼.. 뻐기기는.. 우리 마누라 있으니까 걱정 마..”
“예?”
“나가면 같이 살 여자 있다고..”
“아.. 예..”
생기기는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애인이 있다는 정 일병의 말에 강태가 그러냐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불 붙일까요?”
“30분에 붙여..”
문을 살짝 열고 묻는 박영민 일병의 물음에 정 일병이 시계를 보다 조금 더 있다가 불을 붙이라자 박영민 일병이 알았다며 문을 닫았다.
“너 때는 이렇게 있어도 편하지가 않지?”
“예..”
“새끼.. 나가 풀 뽑을래?”
“예..”
“그래, 나가봐, 뭐 필요하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와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필성..”
나가보라는 정 일병의 말에 강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박 일병이 앉아 쉬다가 강태를 보고 손을 까딱거린다.
“일병 서강태..”
“정 일병님 후배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 난 일병 2호봉이다.”
“예, 알겠습니다.”
“잘..해..”
은근이 알아서 기라며 한마디 하는 박 일병을 보며 강태가 알겠다며 대답을 한다.
“알겠습니다.”
“가봐..”
“필승..”
박 일병이 의자에 앉아 밖으로 나가는 강태를 보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괜찮은 놈 같은데.. 할까?.. 쩝.. 누구던지 하라고 해..'
누가 취사반으로 오든 그게 무슨 문제냐는 표정이던 박 일병이 혼자 생각을 하는 동안 강태가 서둘러 막사 앞쪽으로 갔다.
“필승..”
“그래.. 수고해라..”